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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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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6,482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4.11.08 16:56
조회
869
추천
24
글자
7쪽

5. 무림대회(武林大會) (3)

DUMMY

“바쁘신가요?”


무림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심하령이 후원에서 수련에 매진하는 나를 불렀다. 나는 수련을 일단락하고 그녀가 차려온 다과상 앞에 앉아서 땀을 훔쳤다.


“꼴이 영 말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갑자기 찾아와서 오히려 실례인걸요.”


심하령이 그렇게 말하며 약간은 조급하게 뜨끈한 차를 들이마셨다. 꽤 목이 탔던 걸까? 뜨끈한 차를 삼분지 일이나 마시고 나서 심하령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공자께서 비무에 나서는 것을 재고해 주셨으면 해요.”


“그러지요.”


“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내가 선선히 대답을 주니 심하령이 오히려 놀라서 반문하고 있다. 아마 기를 쓰고 비무에 나설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실력을 함부로 내보일 생각은 없습니다. 천의검문의 소문주라는 이름은. 그리고 소천검이라는 명성은 그리 가볍지 않으니까요.”


나는 내 실력을 잘 안다. 그리고 내 이름이 얼마나 드높은 것인지는 한중성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 저는 혹시라도 공자께서 단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비무에 나설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아마 그녀는 내 마음이 심유환의 경고대로 변할지 모른다 추측한 모양이다. 그 말대로 나는 아직도 유혹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견딜 수는 있다.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라면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헌데 그래도 되는 겁니까? 천의검문이 만약 제후와의 연을 만드는 일에서 도태될까 걱정입니다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공식적으로 동평왕의 청은 무림대회에 참여해 달라는 거예요. 그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것만 달성하고 돌아가도 되겠죠.”


심하령이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렇지만 조금은 그 말에 걸리는 구석이 있어서, 나는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말해 보았다.


“하지만 동평왕의 진짜 청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네. 하지만 그 청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는 걸 명심해 주세요. 그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모두가 바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평왕이 바라는 것이 다른 제후는 물론이고 무림. 혹은 천의검문과 심가장과 상치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동평왕도 그걸 알고 굳이 비무대회를 통해 사람을 걸러내려는 거겠죠.”


그렇다. 겉으로 화친을 표방한다고는 하나, 관(官)과 무림은 본래 섞일 수 없는 곳이다. 아니, 무림은 본래 관과 대적할 수 없는 곳이었지. 그나마 관이 사분오열되고 무림이 중원을 수호하며 간신히 일시적인 균형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제후는 우리에게 잠재적인 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무림 전체나 다른 제후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렵군요.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여기까지 왔건만 결국 남 좋은 일을 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겁니까?”


“그래서 취사선택이 중요하죠. 무림이라고 한데 묶어봐야 결국 다들 입장이 다 달라요. 음, 쉽게 말해서 이번에 동평왕을 돕기 위해 온 이들은 크게 둘. 아니, 셋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심하령이 손가락을 하나씩 펴 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동평왕의 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이들이 있어요. 이들은 비무대회에 총력을 기울이겠죠. 그리고 동평왕의 진의를 읽어낸 이들은 둘로 나뉘어요. 동평왕을 도울 이들과 그렇지 않을 이들.”


“그럼 우리는 후자에서 어느 쪽을 택했다고 보십니까?”


“이건 공자께서 결정하실 문제에요. 제가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될 문제죠.”


심하령은 혹시라도 내가 첫 번째 부류가 될까 우려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첫 번째 부류가 될 생각은 없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조금 갈등이 생긴다. 철저히 정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탓일까? 도움을 바라는 이를 외면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리 말하고는 곧장 생각에 잠겼다. 무림대회는 각지에서 모여든 무림인을 셋으로 나누려는 체와도 같다. 중원의 일각을 호령하는 제후의 부름을 대놓고 무시할 이는 없으니, 적이든 아군이든 모두 동평왕의 부름에 응했을 것이다.

동평왕은 이를 무림대회라는 체를 통해 걸러낸 다음, 진짜 청을 할 생각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굳이 그 체에 들어가지 않고도 동평왕이 적이 아님을 확신한 사람이다. 아마 내가 찾아가서 돕는다 말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니 결국 내 결정만이 남았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평왕을 도울지, 아니면 겉치레에 불과한 청을 들어주고 말 것인지.


“결정을 내리셨나요?”


내가 가뿐히 몸을 일으키니 심하령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번뜩이는 영감이라도 받아서 고개를 끄덕였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인재가 되지 못한다. 그 대신 다른 또 다른 의견을 내기로 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우선 그 청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평도에는 심상의 정보망이 부실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공자께서 원하신다면 최대한....”


심하령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심하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방금까지 수련을 하던 터라 몰골도 엉망일 텐데 너무 뚫어지라 보는군. 혹시 너무 지저분한 구석이 있지는 않을까 나는 소매며 가슴팍을 슬쩍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 일은 소저께서 돕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요.”


“설마 또 얼토당토않은 일에 휘말리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심하령이 뱁새눈을 하고 쏘아붙이니 딱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쓴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심하령이 다시 한 번 추궁하듯이 물어왔다.


“한 대주께서도 이번에는 도와주시지 않을 텐데 설마 그쪽에 가볼 생각이셨나요?”


어지간히도 내가 다른 이들의 힘에 의존한 모양이다. 조금은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이리도 한심하게 굴었던 주제에 무슨 천의검문의 소문주이며 소천검이란 말인가. 구차한 기분을 떨쳐내려는 듯 나는 조금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흠, 그보다 조금 씻고 싶은데 자리를 파해도 되겠습니까?”


“또 무슨 사고를 칠 건지 말씀해주시면 비켜 드릴게요. 평도에서 큰일이 터지면 심가장으로서도 별수 없으니 미리 방지해야죠.”


과연 한중성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음, 별것도 아니니 말해줘도 되겠지. 아니, 심가장이 아니라 정혼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 혼자 모든 걸 떠안으려 했었군. 조금 마음을 가볍게 풀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들려주었다.


“지금 공주마마를 뵈러 갈 생각인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오랜만인데 양이 너무 적네요 ㅠㅠㅠ 제가 봐도 감질맛납니다.

그리고 이번 편부터 부제를 대회전(大會戰)에서 무림대회(武林大會)로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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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3) +5 15.01.05 884 21 16쪽
170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2) +3 14.12.29 810 25 18쪽
169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 +6 14.12.20 885 21 12쪽
168 5. 무림대회(武林大會) (9) +5 14.12.13 975 21 17쪽
167 5. 무림대회(武林大會) (8) +7 14.12.07 921 21 16쪽
166 5. 무림대회(武林大會) (7) +3 14.12.02 856 25 15쪽
165 5. 무림대회(武林大會) (6) +2 14.12.01 818 17 18쪽
164 5. 무림대회(武林大會) (5) +7 14.11.18 784 23 11쪽
163 5. 무림대회(武林大會) (4) +6 14.11.15 843 22 11쪽
» 5. 무림대회(武林大會) (3) +1 14.11.08 870 24 7쪽
161 5. 무림대회(武林大會) (2) +6 14.10.24 1,340 24 13쪽
160 5. 무림대회(武林大會) (1) +4 14.10.15 1,025 24 16쪽
159 4. 유아독존(唯我獨尊) (10) +5 14.10.14 1,176 24 25쪽
158 4. 유아독존(唯我獨尊) (9) +2 14.10.13 1,335 20 21쪽
157 4. 유아독존(唯我獨尊) (8) +5 14.10.03 1,105 28 18쪽
156 4. 유아독존(唯我獨尊) (7) +5 14.10.01 1,587 27 11쪽
155 4. 유아독존(唯我獨尊) (6) +4 14.09.27 1,012 24 16쪽
154 4. 유아독존(唯我獨尊) (5) +5 14.09.27 1,219 25 17쪽
153 4. 유아독존(唯我獨尊) (4) +8 14.09.27 1,324 26 21쪽
152 4. 유아독존(唯我獨尊) (3) +7 14.09.26 1,146 21 22쪽
151 4. 유아독존(唯我獨尊) (2) +6 14.09.20 1,268 27 10쪽
150 4. 유아독존(唯我獨尊) (1) +4 14.09.12 1,364 34 21쪽
149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2) +7 14.09.05 1,471 37 13쪽
148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1) +7 14.08.31 1,474 33 11쪽
147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0) +6 14.08.24 1,224 33 10쪽
146 3. 천의검문의 소문주 (9) +9 14.08.10 1,553 35 20쪽
145 3. 천의검문의 소문주 (8) +4 14.08.04 1,315 33 18쪽
144 3. 천의검문의 소문주 (7) +9 14.08.01 1,409 37 12쪽
143 3. 천의검문의 소문주 (6) +4 14.07.30 1,156 33 12쪽
142 3. 천의검문의 소문주 (5) +5 14.07.29 1,218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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