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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IMIS.O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외사(高麗外史)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KIMIS.O
작품등록일 :
2023.12.19 20:01
최근연재일 :
2024.03.26 16:4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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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
글자수 :
29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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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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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과 원형(3)

DUMMY

원종과 원형(3)



“방패벽!”


그것이 상황을 호전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원형과 같은 절정 고수가 쏘는 활은 막지 못하겠지만, 일반 병사가 쏘아대는 화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보였다.


그리하여 상대에게 붙어 근접전을 유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손순의 보고를 들은 이양원은 수백의 병사를 지원하여 서둘러 큰 나무 방패들을 만들게 했다.


“형태는 상관없다! 오직 튼튼하고 크게만 만들어라.”


그리고 그 자신은 군의 선두에 나서 원형의 화살이 병사들이 아닌 자신에게 오기만을 바랐다.


*


방패벽이 만들어지자 이양원은 병사 1천에게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선두에 섰다.


그 모습을 본 원형이 비웃었다.


“가소롭구나. 애들 장난을 하는 게냐.”


원형이 활을 들어 가볍게 쏘았다.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니 방패 하나를 뚫고 병사를 죽였다.



그러나 이양원의 병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원형이 다시 한 번 활을 쏘았다.



챙!!


이번에는 이양원이 기를 모아 원형의 화살을 가까스로 쳐냈다.


너무 먼 거리였던 만큼 파괴력이 줄어든 원형의 활이었으나 이양원 정도의 고수가 아니라면 막을 수 없었다.



화살을 뚫고 이양원과 병사들이 계속 나아갈 때 원형 군의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적의 기습이다!”


원형의 놀라 돌아보니 평운과 대법사 스님들이 기습하여 공격하고 있었다.


그들의 경지가 높아 원형이 참전하지 않으면 막기 어려워 보였다.


원형이 지원하려 할 때 이양원이 소리쳤다.



“전군 방패를 빠르게 밀어라!”


순간 방패 뒤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뛰어나왔다.



3천의 병력이었다.


그들이 일시에 방패를 밀며 원형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안행진을 펼쳐라!”


원형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원형은 뒤에서 기습한 스님들의 무예가 강하나 그 수가 적기에 후방의 피해를 감수하고 전방에서 오는 적을 막는데 치중할 생각이었다.


지난 싸움에 따라 스님들은 가급적 살생은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결과이기도 했다.


“쏘아라!”


병사들이 일시에 포물선을 그리며 활을 쏘았다.


그러나 조처 3인방이 만든 나무 방패에 의해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그들이었다.



“공격하라!”


곧 두 진영의 병사들이 한대 어우러졌다.



얼마 지나 이양원은 병사들을 물렸다.


그는 평운, 그리고 대법사의 스님들과 함께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적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그 과정에서 원형이 쏜 활에 의해 대법사 스님 둘이 운명하였다.



진지로 돌아온 이양원은 서둘러 상황을 파악했다.


실이 큰 전투였다.


적의 다수가 궁병으로 이루어져 있어 근접전으로 싸우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양원과 대법사 스님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병력의 수와 질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이양원의 3천 병사 중 예비군들은 전투경험이 없었고 적을 눈앞에 두고 주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원형의 활에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아연질색했다.


더군다나 대법사의 스님들은 가급적 적을 죽이지 않고 쓰러뜨렸기에 상대의 피해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평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필요한 때에 칼을 들어 적을 죽이는 것은 불자로서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소승의 작은 동정심에 상황이 이토록 어려워졌습니다.”


평운이 자책했다.


그의 심성이 너무 선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전투를 지휘한 제 잘못 아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너무 자책마소서.”


이양원이 애써 그럴 위로했지만 그 또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상자가 반이 넘었으니 더 이상의 전면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한 손순이 이양원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손순 또한 전장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아군의 시신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



적의 기세를 꺾은 원종은 더욱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하였다. 그는 부상당하여 쓰러진 기공현을 대신하여 자신이 직접 돌기대를 이끌었다.


충무연합군은 수백의 돌기대를 이끌고 돌격하는 원종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들은 언덕을 방패 삼아 적의 공격에 숨을 뿐이었다.


“흥. 언제까지 그렇게 버티는지 보겠다. 자.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버러지들아. 내일 보자.”


원종이 돌기대를 이끌고 진영으로 귀환했다.


*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부대를 뒤로 물리는 게 좋겠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이배종이 말하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종을 상대로 충무연합군은 더 이상 진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원종의 돌기대가 다가오면 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숨었다. 마치 그 모습이 원숭이와 같아 매번 돌기대의 비웃음을 샀다.



그때 언덕 밑에 다시 나타난 원종이 소리쳤다.


“자칭 충무의 검 이양선은 어디에 있느냐. 네가 그토록 찾던 내가 나왔다.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가소로운 놈아!”


절정 고수의 외침에 충무연합군의 모두가 순간 섬뜻했다.


“하도 나를 찾으니 고백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다. 어서 나와 칼을 나누자!”


심지어 지세운과 이배종조차 간담이 서늘해졌다.


유일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본래 기가 강한 이양선이었으나 그는 일어서 싸울 수 없었다.


“크윽. 부상만 아니었다면.”


그는 나가 싸우지 못하는 상황에 분통했다. 그리고 자책했다.


그러나 지세운은 이양선의 몸상태가 정상이라 할지라도 원종과 싸우도록 보낼 생각이 없었다.


둘의 격차는 그만큼 명백했다.


“비록 충무군의 피해가 크지만 네가 적의 일류 고수 셋을 쓰러뜨렸으니 공 또한 크다. 너무 자책 말라.”


지세운이 이양선을 다독였다.



원종과 돌기대 앞에 뾰족한 수가 없던 그들이었다.


그때 이배종이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자네들 그거. 그게 있지 않나.”


“그거라니요?”


“왜. 출전하기 전에 그 외사라는 분으로부터 받은 편지 말일세.”


이배종의 말에 떠오르는 게 있는 지세운이었다.


“아!”


그가 출전 전 소유가 맡긴 편지를 꺼냈다.



***


“도무지 싸워 이길 수 없을 때에만 꺼내 읽으시길 바랍니다.”


***



지세운이 소유가 남긴 편지를 뜯었다.


***


원종을 맞이하여 도무지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다음 방안대로 하시면 됩니다.



최선은 원종에게 항복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목숨이니 그것을 버리고 명예 따위를 바라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닙니다. 적에게 항복하여 목숨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혹 신원이 노출될까 염려된다면 병사로 위장하여 항복한 후 타지로 가 조용히 살아간다면 하늘이 정해준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방법이 어렵다면 차선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 상대가 충무군을 상대로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간다면 삶을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앞서와 같이 조용히 살아가며 하늘이 정해준 천수를 누리는 것입니다.


다음 방안은 차악으로 병력을 물려 충무로 되돌아가거나 충무 영주 군과 합치는 것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다시 적을 만나야 하며, 지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당장 경각에 놓인 생명을 구할 수 있으나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 좋은 방안은 아니옵니다.


마지막으로는 최악의 방법으로 지금 그 자리에서 정비하여 적과 다시 싸우는 것이 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적게나마 적을 물리칠 가능성이 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방안일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이들의 죽음이 따를 것이니 이는 최악의 방안이라 볼 수 있습니다.


***


편지의 아래에는 각 계책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이 적혀있었다. 지세운이 읽기를 마쳤다.


잠시 동안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


정막을 깬 건 이배종이었다.


“뭘 망설이나. 외사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그러나 이양선과 지세운 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배종이 다시 말하였다.


“왜? 항복하는 게 싫은가? 그깟 자존심 때문에? 그래. 그렇다면 당장 도망가는 게 좋겠네. 여기 차선책 또한 있지 않은가. 내 그건 전문이니 자네들 또한 도와주지.”


그러나 누구도 이배종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양선이 조용히 말하였다.



“저는 처음 선인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전의 사건을 계기로 그분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분께서 이러한 편지를 남긴 것은 그 만한 뜻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양선이 그 답지 않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였다. 그러자 지세운이 말하였다.


“나 또한 네 말이 옳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지세운이 생각에 잠겼다.



**



“사형은 어찌하여 그런 내용의 편지를 썼는가?”


밤이 되어 진봉이 소유에게 물었다.


둘은 모두를 대신하여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 앞 상망의 진채는 불이 환했다.


“그거야 물론 그들을 돕기 위해서지.”


소유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뭐? 그들이 진짜 항복하면 어쩌려고?”


“뭘 어쩌긴. 사는 거지. 난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 분명 항복하는 것이 최선이며 도망치는 것이 차선이네.”


소유가 생각하길 삶의 최고의 가치는 ‘생명’을 지키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명예, 권력, 재물 모두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만 죽고 나면 모든 것이 허망할 뿐이다.



그러나 진봉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내사시절 가문의 멸문을 눈앞에 두고 고려제일검과도 검을 맞댄 일이 있었다. 그 순간 주변의 누구도 진봉이 고려제일검을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지준경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그렇지만 내가 본 이양선이라면 사형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걸세.”


진봉은 이양선을 가르치며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성급하고 다혈질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나 적을 앞두고 물러날 자는 아니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을 것이다.


소유 또한 진봉과 생각이 다르지 않은지 가만있었다.



잠시 후 진봉이 소유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충무 영주에게는 그런 편지를 남긴 거지?”


“왜?”


“사형의 말대로라면 충무 영주에게 또한 도망가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양원에 대한 소유는 생각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충무 영주 이양원은 이양선과는 입장이 달랐다. 그는 지역의 책임자였다. 또한 영주와 같은 위치에 오른 자는 역사의 개연성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는다. 그의 운명이 죽음이라면 결코 회피해선 안되었다.


소유는 언젠가 이양원이 죽음의 기로에 놓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왜인지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위기에 몰린 이양원은 소유가 남긴 편지를 뜯었다. 그곳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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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원종과 원형(4) 24.03.06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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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원종과 원형(2) 24.03.04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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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전초전(3) 24.02.28 14 0 11쪽
47 전초전(2) 24.02.27 9 0 11쪽
46 전초전(1) 24.02.2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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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양원의 상경(3) 24.02.22 12 0 12쪽
43 이양원의 상경(2) 24.02.21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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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자광의 계책(2) 24.02.13 10 0 11쪽
36 자광의 계책(1) 24.02.08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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