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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IMIS.O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외사(高麗外史)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KIMIS.O
작품등록일 :
2023.12.19 20:01
최근연재일 :
2024.03.26 16:4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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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
추천수 :
21
글자수 :
29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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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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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의 난(2)

DUMMY

충무의 난(2)



순과 헤어진 소유는 집으로 돌아와 정명수에게 돈을 돌려주었다.


“정말 고맙지만 이거 받아도 되는 돈이 맞나?”


정명수는 매우 기뻐함과 동시에 마을에 뒤탈이 생길까 걱정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 마세요. 식량 또한 따로 모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고맙네.”


소유의 말에 정명수가 기뻐했다.



소유는 방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죽어 마땅한 죄’


분명 순은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소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치암 패거리 또한 칼의 시대가 만들어 낸 피해자일 뿐이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 소유였다.


‘에이. 피곤한데 잠이나 자자.’


애써 생각들을 지우고 잠에 든 소유였다. 그러나 어쩐지 잠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런 밤이었다.


*


이후 순은 몇 번인가 소유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는 새터마을에서 멀지 않은 비슷한 규모의 선원 마을에 고향을 두고 있었다.


도성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꽤 많은 재산을 모은 순이었다. 그는 믿을만한 부하를 시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도 했다.



순의 업적을 들은 정가람은 그를 친근히 대했다.


“저희와 같은 유천의 선원마을에 사신다고요?”


“네. 다만 그곳은 고향이고 현재는 도성에서 복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형편이 나아질 것 같으니 가족들을 도성으로 모실까 생각합니다.”


순의 말에 소유가 이었다.


“근위대래.”


“뭐! 근위대!!”


소유의 말에 정가람이 놀라 소리쳤다. 근위대라면 왕을 수호하는 국가의 최정예 부대였다. 도성 밖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였다.


정가람이 놀라 소리치자 순이 머쓱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소유는 그런 순을 보았다.


나라의 상황이 정상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왕과 관료들을 원망했다. 그러나 나라의 어려움을 일개 근위대에게 탓하긴 어려워 보였다.


‘나약한 왕과 탐욕스러운 주변 놈들이 문제겠지. 이 녀석이 무슨 죄겠어.’


동시에 생각했다.


‘그렇지만 말이야. 이 녀석 정도나 되는 녀석이 근위대의 조장도 아니고 일개 일원이라니 왕의 근위대도 생각보다 강한 건가. 아니면 보는 눈이 없는 건가. 지방에는 일류 고수 하나 없는 곳도 흔할 텐데 말이야.’



그때 수주의 병사 하나가 순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병사는 순에게 귓속말로 무엇이라 하였다.


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가 물러났다.



“무슨 일이야?”


소유가 물었다.


“도성으로 돌아가야겠어.”


“아직 휴가가 며칠 남지 않았어?”


그러자 순이 말하였다.


“근위대장님이 근위대 전원을 소집했어. 이 근방 출타자 또한 나흘 안에 도성으로 돌아오라는 군.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겠어."


순이 자리를 정리하며 말하였다.


정가람이 그런 순을 보고 아쉬워하자 순이 말하였다.


“뭐. 처음 있는 일이지만 별 것 아닐 테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훗날 유천에 온다면 다시 놀러 오겠습니다.”


순이 소유와 정가람에게 작별하고 떠났다.


*


순이 떠난 지 보름도 되지 않은 때였다.


수주의 군인들이 지역을 돌며 특수한 상황을 명목으로 군량을 착출하고 있었다.


조용히 지켜보니 이번에는 이치암의 때와는 다른 실제 상황으로 보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장님께서 직접 나서 마련해 주어야겠습니다.”


수주 군인 중 중급? 상급? 군관 정도에 있는 듯한 반연근이라는 자가 정명수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며 말하였다. 이전과 같이 폭력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상황을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잠시 후 반연근과 병사들이 떠나자 사람들이 정명수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번엔 무슨 일입니까?”


정명수가 말하였다.


“지방에서 영주 하나가 반란을 크게 일으켰다고 하는군.”


“예에???”


마을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나라가 어지러워 백성들이 비적이 되거나 봉기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영주가 직접 반란을 일으킨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혹 군대를 일으켜도 지역이나 권력 다툼의 부분이었지, 왕을 향해 일어서는 경우는 없었다.


“죽으려고 환장했나 보군.”


“미쳤군. 미쳤어.”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사람들이 정명수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가까운 지역이라면 화가 수주까지 미칠까 염려한 듯했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 남해 지역에 있는 충무라는 곳이라네. 아무래도 곧 토벌되지 않겠는가?”


!?


정명수의 말을 듣던 소유가 놀랐다.



정가람이 주변을 살피곤 조용히 말하였다.


“충무라면 거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이양원은 나라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사람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소유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이양원이 반란을 일으키고 국가에서 이들을 진압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라면 외사인 자신은 이를 개입해선 안되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그때 소유는 춘추궁에서 머물던 당시 채홍이 한 말이 떠올랐다.



***


“소유 님 또한 외사이니 말씀드려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충무가 주변 영주들의 공격을 이겨내고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다면 이 또한 어려움일 뿐인가.’


그러나 약간의 어려움이라고 하기에 반란은 너무 큰 사건이었다.



소유가 심각한 얼굴로 한껏 고민하자 정가람이 소유의 등을 탁 치고는 말하였다.


“뭘 고민해. 당장 가보면 되잖아.”


“어딜?”


“어디긴. 충무지. 빨리 가봐.”


정가람의 재촉에 소유는 충무로 떠날 채비를 했다.



소유는 떠나기 전 춘추궁 출입증을 이용해 채홍에게 서신을 보냈다.


*


(중략)


충무에서 일어난 반란은 일전에 채홍 님이 말한 작은 어려움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그간 겪은 충무 영주의 품행으로 짐작컨대 기묘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곧장 충무로 가 상황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채홍 님께 이에 대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 소유


*


며칠이 지나 소유는 충무에 도착했다.


충무로 향하는 길은 이미 남해 연합군이 장악한 뒤였다.


“분명 이상하군.”



소유는 충무로 몰래 들어갔다.



주승 사건이 몇 달 지난 충무는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 부유하고 활발한 상업도시는 어디 갔는지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웠고 길마다 군인들이 즐비했다.


소유가 어린 병사 한 명을 붙잡아 물었다.


“외지인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는 난리도 난리가 아니니, 충무 사람이 아니라면 곧장 떠나세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병사가 소유를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세작이 아닌가 싶어 살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상대가 세작이었다면 이렇게 기본적인 상황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사주 영주와의 일이 발생한 후 주변 영주 놈들이 작당하여 충무를 어떻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병사의 눈에 소유는 정녕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그가 얼마 전 있었던 사주 영주와의 일을 설명했다.



사주의 영주 이배종은 충무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후 인근 지역의 다른 영주들을 설득하여 군대를 이끌고 충무를 넘었다.


그들은 전투가 목적이 아니며 사주와의 정투로 혼란스러운 충무에 지역민을 지키기 위해 병사들을 파견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충무에 방문한 지역민을 지키기 위해 파견한 것치곤 병사들은 수가 많았고 거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니 얼마 안 가 갈등이 생겼다. 이후 갈등이 싸움으로 이어진 것은 순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충무의 젊은 영주 이양원은 전술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군대를 나눠 적을 상대하는 대신 하나로 모아 사주의 본대를 기습 공격하였다.


일류 고수였던 이양원, 이양선, 지세운이 사주의 본대를 전력으로 공격하니 일류에 겨우 진입한 이배종 혼자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사주 외 다른 지역은 일류 고수가 없거나 출정시키지 않고 아낀 듯했다.


중심이 되었던 사주의 군대가 무너지니 다른 영주들의 군대는 오합지졸이었다.


그러자 병사들의 수 차이는 무의미했다.


전투는 충무의 승리였다.



그러나 전투에서 승리한 것과는 달리 충무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구나.”


모든 것을 잃은 이배종은 충무를 무너뜨릴 계획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이양원의 유능함을 이제야 안 다른 지역 영주들의 상황이 달랐다.


‘저 녀석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 남해안의 모든 지역은 충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양원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곧 더 많은 남해안의 영주들이 모여 압박을 가하니 충무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합포의 검’이라 자처하는 자가 나타났는데, 경비를 서던 지세운은 그를 겨우 막아냈지만 부상을 당했다.


충무가 보유한 가장 노련한 장수였기에 더욱 큰 타격이었다.


*


소유는 곧장 영주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양원이 그를 보곤 크게 반가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충무가 끝을 보는 줄 알았거늘 선인께서 찾아오시니 빛이 내려온 것 같습니다.”



소유가 찾아온 것을 안 지세운과 양규선이 헐레벌떡 영주실로 달려 들어왔다.


경비를 서고 있던 이양선만이 자리에 없었다.



소유는 이들을 살폈다.


셋 모두 피곤에 절었는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고 피부가 더러웠다.


특히 지세운은 왼팔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소유가 이를 신경 쓰자 지세운이 말했다.


“노구는 오른손으로 칼을 쥐니, 적을 베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하. 하. 하.”


지세운의 호탕하게 웃었지만 그 누구도 따라 웃지 않았다.


한동안 고수와는 싸울 수 없는 지세운이었다. 그러나 부상당한 몸으로도 병사들을 지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충무의 현주소였다.


잠시 후 지세운은 치료를 위해 떠났고 소유, 이양원, 양규선은 자리에 앉았다.


소유가 주변을 살피곤 조용히 말했다.


“수주까지 소식이 들렸습니다. 충무의 영주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양규선이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쾅!


“반란? 반란? 그 말이 사실입니까?”


이양원과 양규선은 놀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양원과 양규선 등은 지역에 한정된 갈등으로만 여겼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합포의 검’을 꺾어 다시금 충무에 평안을 되찾으려 했다. 적들이 말하는 반란은 단순 위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라에서 선포한 반란은 달랐다.


이들이 합포의 검을 이긴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날 싸움이 아니었다. 곧 더 강한 무사와 많은 병사들이 올 것이다.


“어쩐지 움직임이 이상했습니다. 내가 고려의 반란군이라니···”


양규선이 머리를 감싸며 망연자실했다.



그런 양규선을 보는 이양원의 마음은 무거웠다.


“양 선생.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그리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우리의 뜻을 알 것입니다.”


“끄으으.”



그러나 소유의 생각은 이양원과는 달랐다.


‘이번 사건은 고려왕과는 관련 없다. 상망의 의중이겠지. 이대로는 무너지는 것은 충무일 것이다.’



한 지역이 국가에게 반역으로 지목되는 것, 그 결과는 오직 파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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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외지에서 찾아온 자객들(1) 24.02.1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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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충무의 난(1) 24.02.0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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