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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IMIS.O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외사(高麗外史)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KIMIS.O
작품등록일 :
2023.12.19 20:01
최근연재일 :
2024.03.26 16:4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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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추천수 :
21
글자수 :
296,154

작성
24.02.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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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양원의 상경(4)

DUMMY

이양원의 상경(4)



그러나 ‘융’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검을 만지지 않았던 왕은 휘두르던 검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자 보검의 칼 끝에 묻어 있던 투명한 액체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폐하!!"


융이 몸을 던져 왕의 앞을 막았다.


“으아아악!!”


"끄으윽."


근위대원이 고통에 울부짖었으며, 융 또한 견디기 어려웠다.


왕은 크게 놀라 물러섰고, 주변에 있던 근위대들이 왕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



쾅!!


그때 언제 입궁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전 근처에 있던 좌장군 원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하였다.


“당장 이양원을 잡아 가두어라! 놈과 함께 온 녀석들도 놓치지 말라. 서둘러라!”


병사들이 망설임 없이 뛰어갔으나, 왕은 상황을 판단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했다.


원종과 병사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했다.



"사형. 일단 몸을 숨길 때야."


"젠장."


소유와 진봉은 잡혀가는 이양원을 지킬 수 없었다.



"놈들이 어디 갔느냐."


"이미 도망친 것 같다. 어서 도성의 성문을 잠가라!"


"날쌘 놈들. 그러나 멀리 가진 못했을 거다!"



호위무사라는 신분을 버리고 숨어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천운이 따랐다.


기척을 지우고 숨은 둘을 일반 병사가 찾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곧 원종과 원형이 직접 움직이며 도성을 샅샅이 뒤지니 소유와 진봉이 드러나는 것 또한 시간문제로 보였다.


둘은 안전을 위해 더욱 깊이 숨었다.


*


“폐하를 시해하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 정녕 반란이냐.”


“크으윽. 그런 일 없다.”


“이미 정황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느냐. 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결과가 바뀔 것 같으냐.”


“네 녀석이 나를 고문한다 할지라도 없던 일이 사실이 되진 않는다.”


“그러냐? 그렇다면 너와 함께 도성으로 들어온 놈들이 있는 곳을 말하라. 그럼 고통 없이 죽여주마.”


“내 입에선 네가 듣고 싶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헛수고 그만하라.”


"좋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이양원은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는 결코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역모를 저질렀다는 사실 아닌 사실은 점차 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높은 곳에서 지켜보던 상망이 이양원 옆으로 다가갔다.


“뭐. 반란은 그렇다 치고, 내가 네게 한 가지 묻도록 하겠다. 네 예물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느냐.”


그러자 이양원이 말하였다.


“고려의 유일하게 빛나는 태양만을 위한 것이다.”


“그래? 끌. 끌. 태양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는 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뭐. 이 새끼가!"


이양원의 화를 내자 상망이 웃으며 돌아갔다.


그는 예물 따위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였다.


고문이 다시 이어졌다.



이양원이 고문당하는 사이 명혜는 이양원이 왕을 시해하려 한 일을 고려 전토에 알렸다.


특히 교묘하게 파발을 조작하여 충무가 다른 지역보다도 먼저 소식을 접하도록 했다.


한 군관이 명혜에게 말하였다.


"충무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어쩌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일지 모릅니다."


“그건 태사께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게다가 설령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잃은 건 없다. 이는 결국 다른 영주들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다.”



상망이 명혜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만졌다.


“두통이 심하시옵니까? 너무 심려하지 마시지요.”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소.”


“그런 것 같습니다. 소승은 당분간 도성 밖을 나갈 것이니 태사께서는 크게 무리하지 마소서. 오는 길에 좋은 약을 구해오겠습니다.”


어쩐지 최근 들어 성 밖으로의 출입이 잦은 명혜였다.


그러나 상망은 이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로서는 지금 있는 일은 아주 작은 소란에 불과했다.


명혜가 나가자 상망은 자리에 누워 잠에 들었다.


*


도성의 소식은 곧 충무까지 전해졌다.


분개한 이양선이 소리쳤다.


“지금 당장 군을 일으킵시다!!”


지세운과 양규선 또한 마음은 이양선과 다를 것 없었다. 그러나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나도 같은 마음이지만 이곳에서 군을 일으킨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수주의 선인께서 함께 갔다고 하니 일단은 기다려 보자.”


지세운은 애써 이양선의 마음을 달랬다.


*


명혜의 생각과 달리 충무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망이 말하였다. 며칠 사이 이양원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듯했다.


원종과 원형이 상망을 찾아와 보고했다.


“아. 그자가 아직도 도성에 있었나. 잊고 있었군. 더 이상 보고를 받기도 번거롭다. 그만 죽여라.”


“그럼 그 근위대원은 어떻게 합니까?”


“근위대원? 왕과 칼을 나눈 녀석 말인가 당연 죽여야지.”


“녀석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왕이 놈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언약도 했다고 합니다.”


“끌끌. 왕의 언약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녀석은 내게 크게 혼날 것을 알고도 그러한 일을 한 것이다. 이양원과 함께 처형하라.”


“네!”


곧 이양원의 처형날이 알려지니 이날로부터 사흘 후였다.


*


그렇게 이양원의 처형 전날.


도성에 묘한 이들이 출입했다.


그들은 신궁 7관 중 하나로 요광관의 관주 소화와 그녀의 심복들이었다.


명혜 덕분에 외사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던 상망이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신궁 7관의 주인이라 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귀한 분이라 알고 있습니다. 도성에는 어쩐 일입니까?”


그러자 소화가 말하였다.


“도성에 악한 기운이 가득하니 이를 정화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는 신궁 궁주님의 명이니 고려의 태사는 기쁘게 받들어 모시기 바랍니다.”


신궁 궁주라는 말에 상망은 기뻐했다. 평소 점이나 사주를 믿던 그였기에 이 기회에 신궁과 연을 잇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일이 급하니 약식으로나마 굿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궁주님이 정해주신 길일은 내일입니다. 태사는 이르다 생각하지 마소서.”



상망이 생각했다.


내일은 이양원의 처형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양원에 대한 관심을 잃은 그는 이를 개의치 않았다.


“죄인의 처형과 함께 해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지요. 사람들이 많아 모여 더욱 좋겠군요.”



“여봐라. 귀한 분들이다. 모시기를 극진히 하라.


상망은 관료들을 시켜 소화를 극진히 모셨다.


다만 이때의 상망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명혜를 불러 이를 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관료가 상망에게 물었다.


“흔한 일은 아니니 출궁 한 명혜 대사를 불러 의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그만두라. 대사는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상망이 팔을 휘저었다. 그의 생각에 고작 이런 일로 명혜를 부를 필요는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명혜는 상망의 약 또한 구해와야 했다.


*


다음 날이 되어 이양원이 처형대에 올랐고 그 옆에는 근위대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소화는 상망이 준비하에 굿을 준비하였다.


도성의 만민들이 보기 드문 행사에 구름과 같이 모여들었다.



소화가 춤을 추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곧 주변의 기운에 변화가 생겼다.



처형장을 둘러싼 사람들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궁의 만신이라더니 신녀의 분위기가 보통의 무당과 다르구나.”


“그러게나 말이다.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겠어.”



그때 큰 키에 지저분한 망나니 하나가 처형대에 올랐다.


“어허~ 술맛 좋다!”


망나니가 술을 마시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아래에서 굿을 하는 소화의 춤과는 대조적이었는데 이쪽은 꽤나 우스꽝스러워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



잠시 후 상망이 나타나자 만민이 엎드렸다.


“태사 전하. 천세. 천세. 천천세.”



도성 백성들이 소리치자 상망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처형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좌우로는 원종, 원형이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행하라.”


잠시 후 상망으로부터 신호를 받은 군관 서진현이 말하였다.


그러자 병사 하나가 처형대의 망나니에게 향했다.



그때였다.



[화진(火陳)]


갑작스럽게 처형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당황하였고 목재로 만들어진 처형대는 기름이라도 발라졌는지 크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상망이 내려다보니 소화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화재가 신궁 만신의 굿 탓이라 여겼는지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상망이 가만있자 원종과 원형 또한 주변을 살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것은 불타는 처형대에 갇힌 병사였다.


그는 원종을 보았다. 그러나 원종은 위험한 상황에 빠진 병사에 일절 관심 없는 듯했다.



‘나보고 어쩌라고.’


병사가 열기를 피해 망나니가 있는 처형대의 가장자리로 오를 때 누군가가 그를 막았다.



소화의 심복 권법가 조처였다.


알고 보니 처형대를 불태운 것은 달광, 술 마시며 춤추는 망나니는 원식이었다.


“잠깐 누워 있어라!”


퍼억!!


“커억!”


동시에 원식이 이양원을 묶고 있는 줄을 풀었다.



그제야 상망이 놀라 소리쳤다.


“저들을 잡아라!”



[백귀야행(百鬼夜行)]



소화가 손짓하자 순간 처형대와 그 주변을 흰 안개가 감싸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커어억!!”


안갯속에 갇힌 병사들이 소리 질렀다.


그들의 눈앞에 평범한 인간이라면 결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세계가 나타났다.


그곳은 귀신들이 지나는 길. 곧 죽음의 세계였다.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원종이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철퇴를 들었다.


그 순간 진봉이 바람과 같이 나타나 원종 앞을 막았다.



[도화난무(桃花亂舞)]


진봉이 공간에서 창을 빼어 원종을 빠르게 공격했다.



퍽!!


?!


진봉은 순간 자신의 창끝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원종의 복부를 찔렀지만 어떠한 강한 힘에 막혀 버렸다.



[만철귀갑]


춘추궁 13궁주에 의해 신물 5등급으로 분류된 원종의 신갑으로 진봉의 공격조차도 무위로 돌리는 방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놈이구나.”


원종이 진봉을 향해 무거운 철퇴를 휘둘렀다.


단단한 바위를 종이처럼 찢어버릴 것 같은 강한 일격이었다.


‘무지막지한 힘이다. 막아서는 뼈도 못 추리겠군.’


진봉이 몸을 날려 원종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는 원종을 향해 창을 날렸다.



[월연격(月聯激)]


오기가 발동한 진봉이 원종의 갑옷을 향해 수차례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원종은 개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사자의 철퇴]


평범한 공격으로는 진봉을 제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종이 더욱 강한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진봉은 이를 가볍게 피했다.


두 절정 고수의 싸움이 이어졌다.


그 순간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원종의 동생 원형이었다.


'형님이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놈 또한 범상치 않군.'



진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음을 안 원형이 원종을 돕기 위해 활을 들었다.



[여포궁]


그 옛날 한나라의 장수 여포가 사용했다는 설화가 담긴 활로 한 번 겨냥한 적은 결코 놓치지 않는 5등급 신물의 명궁이었다.



소유가 원형이 활에 기를 싣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저 자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활을 당긴다면 진봉이라 하더라도 크게 위험하겠어.’


소유가 부적을 찢었다.



[달은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더할 뿐이다]


순간 부적에서 작은 불빛이 일어나 원형의 눈을 가렸다.


“크윽.”


원형이 얼굴을 찌푸리자 소유가 그 앞을 막았다.



[월참(月斬)]


소유가 칼을 크게 휘둘러 원형의 팔을 베었다.


원형의 한쪽 팔에서 피가 솟았다.


작가의말

좋은 주말 보내세요.

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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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낙성(3) 24.03.12 8 0 11쪽
55 낙성(2) 24.03.11 9 0 11쪽
54 낙성(1) 24.03.08 9 0 11쪽
53 원종과 원형(5) 24.03.07 9 0 11쪽
52 원종과 원형(4) 24.03.06 8 0 11쪽
51 원종과 원형(3) 24.03.05 9 0 11쪽
50 원종과 원형(2) 24.03.04 9 0 11쪽
49 원종과 원형(1) 24.02.29 6 0 12쪽
48 전초전(3) 24.02.28 14 0 11쪽
47 전초전(2) 24.02.27 9 0 11쪽
46 전초전(1) 24.02.26 12 0 12쪽
» 이양원의 상경(4) 24.02.23 12 0 12쪽
44 이양원의 상경(3) 24.02.22 12 0 12쪽
43 이양원의 상경(2) 24.02.21 10 0 11쪽
42 이양원의 상경(1) 24.02.20 15 0 12쪽
41 외지에서 찾아온 자객들(3) 24.02.19 13 0 12쪽
40 외지에서 찾아온 자객들(2) 24.02.16 14 0 12쪽
39 외지에서 찾아온 자객들(1) 24.02.15 10 0 12쪽
38 자광의 계책(3) 24.02.14 9 0 11쪽
37 자광의 계책(2) 24.02.13 10 0 11쪽
36 자광의 계책(1) 24.02.08 12 0 12쪽
35 충무의 난(5) 24.02.07 10 0 11쪽
34 충무의 난(4) 24.02.06 14 0 12쪽
33 충무의 난(3) 24.02.05 9 0 11쪽
32 충무의 난(2) 24.02.02 8 0 11쪽
31 충무의 난(1) 24.02.0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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