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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님의 서재입니다.

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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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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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979

작성
22.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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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1쪽

85화. A양 스캔들

DUMMY

조 대리는 명석이 다가오자 스크롤을 올려 기사 헤드라인이 보이도록 했다.


- [단독] 대세 여배우 A양의 부친, 사기 혐의로 피소


성숙한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대세 여배우 A양. 그녀의 아버지가 제주도의 타운하우스 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약 12억 원 가량의 돈을 빌렸으나 잠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빌려준 투자자 중에는 현역 여당 국회의원과 제주도 시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A양의 아버지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다만 A양이 부친의 사기 행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해졌다.


A양의 아버지는 2011년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전력이 있다. 피해자들은 A양에게 부친이 저지른 사기 피해액을 대신 변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양에게 부친의 채무 불이행과 잠적 소식에 대해 여러 차례 취재 요청을 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쇼핑몰 모델부터 시작해 고생 끝에 탑의 위치에 오른 A양의 커리어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명석은 기사를 읽으며 ‘에이, 설마 지연이겠어?’ 하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헉. 쇼핑몰 모델부터 시작해서 성공한 대세 배우가 지연이 말고 얼마나 있겠어? 진짜 누가 봐도 A양이 지연이네.’


명석은 조 대리 자리에서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로 같은 기사를 다시 찾아보았다.


‘컥. 12억이라니. 지연이 아버지가 아주 거하게 사고 치셨네. 이를 어쩌나.’


명석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내려 기사 댓글을 살펴보았다.


- 빼박 유헤라네. 쇼핑몰 모델로 시작한 거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임.

- 12억 사기 실화냐? 아버지가 딸 앞길을 아주 시원하게 말아 드시네.

- 기레기야. 단독 달 거면 이니셜 말고 실명 까라고.

- 유헤라 아주 사기꾼 집안이네. 티비에서는 도도한 척 하더니 뒤에서 완전 콩깍지네. 유헤라 광고 불매운동 합시다!


명석은 가족 때문에 힘들다는 지연의 말이 어머니나 수연이 때문으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부모님 이혼 후 연락도 끊고 지내는 아버지 때문이었다니 지연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 아빠에 대해 좋은 기억도 별로 없어서 보고 싶지도 않아.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어. 낳기만 한다고 다 아빠인가?


친구들 사이에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면 지연은 치가 떨린다는 듯 아버지에 대해 날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재희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 있는 것과 달랐다.


퇴근 길 명석은 지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괜찮아?


지연에게 보낸 메시지 앞의 ‘1’자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은 채 답이 없었다.


집에 와서 수심 가득한 얼굴로 식사를 하는 명석이 이상한지 아버지가 눈치를 살폈다.


“아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냐? 오늘 사보인지 뭔지 인터뷰한다더니 잘 안됐어?”

“아니요. 인터뷰 잘 하고 사진도 잘 찍었어요. 흐흐흐. 나중에 한 부 갖다드릴게요.”

“그런데 표정이 왜 이리 어두워? 뭔 걱정 있어?”

“아부지, 제가 그래 보여요?”


예민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광태지만 얼굴만 봐도 아들의 기분과 상태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했다.


“말해봐. 뭔 일이여?”

“제 일은 아니고, 지연이 말이에요...”


명석의 자초지종을 들은 광태도 자기 일처럼 걱정을 시작했다.


“곤란하겠구나. 원. 지연이가 갚을 의무는 없지만 유명인이니 아버지 일을 모른 척 하기도 어렵겠어.”

“갚을 의무는 없어요?”

“자세한 법은 나도 잘 모르지만 자녀가 부모의 빚까지 갚을 의무는 없다고들 하지. 도의적으로 모른 척 하기 어려워서 그런 거지.”

“그럼 다행이긴 한데... 지연이는 돈도 돈인데 연예인으로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지연 어머니도 시름이 깊으시겠구나. 언제 만나게 되면 지연이 잘 위로해줘라. 어린 것이 맘고생 심하겠네.”

“네. 그래야죠.”



***



다음 날, 정오가 다되도록 지연은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연락이 쏟아져서 휴대폰은 이미 꺼둔 지 오래였다.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지연도 이미 작년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소속사나 촬영장으로 채권자들이 불쑥 찾아와 돈을 갚으라며 소란을 부리는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마다 힘닿는 대로 아버지의 빚을 변제하다가 이번 사달이 터지고 말았다.


업계에서 소문으로만 돌던 아버지의 사기 사건이 언론 보도로 수면 위에 올라오자 지연은 급격히 무너져버렸다. A양이라는 이니셜 뒤에 숨었지만 누가 봐도 그건 ‘유헤라’인 지연이었다.


“헤라야. 일어나서 밥 좀 먹어. 강 대표랑 상의해서 잘 해결하려면 네가 기운을 좀 차려야지.”


미경이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와 지연을 다독이며 일으켜 앉혔다. 지연이 미경을 바라보는 눈에 원망의 뜻이 담겨 있었다.


“왜 일어나서 돈 더 벌어오라고? 이제 나 아무도 안 찾아주는데 일어나서 뭐해? 빚쟁이 딸한테 누가 일을 주겠어?”

“얘가 얘가. 엄마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너 지금 돈 버는 유세 떠는 거야?”


‘나에게 짐만 되는 가족들. 돈 버는 기계로만 여기는 사람들... 지긋지긋하다.’


지연은 다시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일어나 봐야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당분간 예정된 스케줄을 취소하고 집에 머물며 소속사 대표와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었다. 지금쯤이면 소속사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이번 이슈를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하고 사과문도 쓰고 있을 것이었다.


“언니, 언니. 일어나봐. 인터넷에 뭐가 또 떴어.”


수연이 지연의 방으로 들어와 지연이 뒤집어쓰고 있는 이불을 끌어내렸다.

“뭔데? 그 인간이 또 뭐 사고라도 쳤대?”

“어? 어떻게 알았어?”

“뭐... 뭐라고?”


지연은 벌떡 일어나 수연이 가져온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 지성이면 개과천선 여배우 아버지 때문에 피눈물이 납니다.


드라마 지성이면 개과천선 재미있게 보셨나요? 전 보면서 피눈물이 났습니다.


거기 여배우 아버지라는 양반이 저희 어머니에게 사업 자금으로 4천만 원을 빌려가서 감감 무소식입니다.


그동안 이자는 됐고 원금만 받겠다 했는데도 찔금찔금 조금씩 주더니 그마저도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딸이 잘 나가니 절대 안 떼어 먹는다더니 저희 집은 완전 뒤통수 맞고 어머니는 몸져 누우셨습니다.


솔직히 그 연예인이 TV에 나올 때마다 너무 화가 나고 내 돈으로 저렇게 뜬 거 아닌가, 이런 생각밖에 안 듭니다. 난 이렇게 망가졌는데 ‘저 연예인은 아빠가 사기 쳐도 잘 나가는구나’ 생각밖에 안 들어서 잠도 못 잡니다.


어제 기사 보니 저희 같은 피해자가 많은 것 같은데 이제 사법당국에서 그 양반 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휴대폰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지연은 댓글까지는 차마 읽지 못하고 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수연이 바닥의 휴대폰을 집어 들며 한 소리를 하려다 지연이 우는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집안에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오후가 되어 박정남 매니저가 지연이 평소 좋아하던 분식을 포장해서 들고 왔다.


“헤라 씨, 식사 안 하셨을 거 같아서 음식 좀 사왔어요.”


매니저의 권유에 지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며칠 새 얼굴이 말도 못하게 상해 있었다.


매니저가 익숙한 듯 식탁에 음식을 차리며 포크와 접시를 내왔다.

“드시고 강 대표님이랑 통화 좀 하시죠. 따지고 보면 헤라 씨가 잘 못한 것도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세상 끝난 얼굴 하지 마시고요.”

“......”

“마약, 도박, 음주운전, 불륜 뭐 이런 건 아니잖아요. 내리는 비는 맞아야겠지만 사람들은 금방 잊어요.”

“그... 럴까?”

“넘어진 김에 쉬어 갑시다. 헤라 씨 요즘 일이 너무 많았잖아요.”


나름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가 진심으로 위로를 해주자 지연은 마음의 불안이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지연은 일회용기에 담긴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조금씩 입에 넣었다. 며칠 만에 제대로 하는 식사였다.


“헤라 씨가 좋아해서 사오긴 했는데... 요 며칠 식사 제대로 못했으니 죽이 나았겠어요.”


지연의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며 매니저가 걱정을 해주었다.

때론 가족보다 지연에게 더욱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명석이 그랬고, 박정남 매니저가 그랬다.


“정남 씨 왔구나. 회사도 뒤숭숭하지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우리도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방에 있던 미경이 주방으로 들어와 매니저에게 인사했다.


“어머님. 골치 아프게 됐지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번 기회에 다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죠. 이런 식이면 어차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요. 이번 참에 아버지도 정신 차리시겠죠.”

“아유. 정신 차릴 양반이면 이런 짓 저지르지도 않았지. 남보다도 못한 놈이야. 아주.”


미경은 경멸의 감정을 가득 담아 전남편의 흉을 늘어놓았다. 지연은 듣기 싫다는 듯 미경의 말을 끊고 매니저에게 이런 저런 상황을 확인했다.


“집 밖에 기자들 와 있어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자꾸 전화 와서 휴대폰 아예 꺼놨어요.”

“잘 했어요. 단지 안으로는 경비 때문에 못 들어오는데 단지 밖에는 여럿 있는 거 같아요.”


지연은 빈속에 매콤한 떡볶이를 잘도 먹으며 다시금 독기를 품었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내가 크도록 십 원 한 장 도움 한 번 안 준 아버지가 내 길을 막도록 내버려둘 수 없지.’


“정남 오빠. 강 대표랑 통화하게 해줘요.”

“네. 그래요.”


매니저가 휴대폰을 꺼내 지연이 소속된 판타지엔터테인먼트의 강태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박정남입니다. 헤라 씨 연결해드릴게요.”

매니저가 휴대폰을 지연에게 넘겨주었다.


“대표님, 저예요. 휴우. 저 때문에 정신없으시죠?”

- 어. 뭐 가장 힘든 사람은 헤라 씨겠지. 너무 힘들어 말고 푹 쉬면서 건강 챙겨.


“오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 떴더라고요.”

- 응. 확인했어. 뭐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는데. 글 쓴 사람한테 메시지 보내놨어. 연락 달라고.


“사실이래도... 놀랍지는 않네요.”

- 연예인 가족들 빚 사건이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야. 이번엔 금액이 좀 크고 해서 이슈가 더 되는 거지. 잘 해결해 보자고.


“그래서 말인데 대표님...”


지연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결기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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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기자 회견 +2 22.01.19 1,268 34 12쪽
» 85화. A양 스캔들 +2 22.01.18 1,286 35 11쪽
84 84화. 사보 인터뷰 +2 22.01.17 1,240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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