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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님의 서재입니다.

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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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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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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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7,979

작성
22.01.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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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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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1쪽

79화. 성하나 이사장

DUMMY

다음 날 아침, 이사장과의 첫 대면을 앞두고 명석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할까? 성하나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이게 나으려나.”


거울을 보며 어떻게 인사할지를 연습한 후 명석은 부리나케 성암문화재단에 출근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굿모닝. 일찍 왔네요.”


일찍 온다고 왔는데 김황영 차장은 명석보다 더 일찍 출근해 인터넷으로 뉴스를 살펴보고 있었다.


명석은 기분 좋게 노트북을 켜고 커피 머신을 세팅해 아메리카노를 내렸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면 탕비실도 정리하고 회의실 테이블도 정리하는 것이 막내의 역할일 듯 싶었다.


조 대리와 최 국장이 차례로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분주히 컴퓨터를 두드렸다.

이사장이 출근한다는 소식에 어제와 달리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 대리, 올 하반기까지 공연, 전시 업데이트된 거 확인해서 간략히 내용 정리해줘. 오늘은 보고할 게 별로 없어서 그런 거라도 들이밀어야지.”

“넵.”


“아 그리고 그 전에 먼저 할 게 있다. 명석 씨랑 집무실 들어가서 이상 없는 지 잘 둘러봐봐. 전에 청소이모님이 휴지통 비우는 거 깜빡해서 불벼락 내렸잖아.”

“네. 그럴게요. 명석 씨 지금 같이 가시죠.”


조 대리가 명석을 데리고 사무실 반대편으로 긴 복도를 따라 갔다. 복도에는 재단에서 주관한 행사 사진과 이사장이 무대에서 축사하는 사진 등이 걸려있었다.


복도를 지나치자 비서가 앉아 업무를 보는 큰 책상이 보였다. 정선희 대리 이전에 수많은 비서들이 사용했을 책상이었다.


“저쪽은 비서들이 쓰는 탕비실이에요. 한번 둘러보세요.”

책상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자 싱크대와 각종 차와 건강식품, 큰 냉장고가 있었다.


“건강을 엄청 챙기시나 봐요. 홍삼에 비타민, 견과... 배즙도 있어요.”

“건강 염려증 같아요. 푸호호. 집무실 보여드릴게요.”


조 대리를 따라 들어간 이사장의 집무실은 과장 조금 더 보태 운동장만큼 넓었다. 그림과 조각상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고 TV와 오디오도 있었다.

큼지막한 책상 너머에는 회의용 테이블과 탁자가 놓여있었고 창가에는 안락한 패브릭 소파가 따사로운 햇볕을 받고 있었다.


“자 틀린 그림을 찾는 심정으로 둘러봅시다. 일단 휴지통.”


청소 도우미가 이미 치워서였는지 휴지통은 깨끗했다.

“음. 이건 됐고. 테이블도 깨끗하고. 아 찾았다.”


조 대리가 공기청정기를 가리키더니 전원 버튼을 누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사장님 출근 전에 항상 공기청정기가 켜져 있어야 돼요. 기억하세요.”

“아. 네. 공기청정기.”


두 사람은 집무실 문을 닫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조용히 컴퓨터 자판 소리만 울리던 사무실에 잔뜩 화난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흡사 사나운 맹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복도 중앙에 난 유리문이 열리자 여자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려댔다.


“야 그래서 내가 제대로 확인하라고 했어? 안 했어? 시든 꽃을 보내면 어쩌란 거야? 아이씨 짜증나.”

“죄송합니다. 보내기 전에 사진 받았을 때는 멀쩡했는데...”


성 이사장이 비서를 다그치는 소리에 모든 직원이 긴장한 채 일손을 멈추었다. 그래도 다른 직원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은 명석뿐이었다.


‘아 좆 됐네. 이런 분위기에서 첫인사라니. 취직할 때 운을 다 써버려서 이제 나에게 남은 운이란 없는 것인가?’


‘화기애애’ 까지는 아니어도 ‘잘 해보라’는 덕담을 들을 정도의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이런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서 인사를 하려니 아침에 먹은 밥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잠시 후 굳은 얼굴의 김현석 대표가 황급히 집무실로 들어갔다. 한 숨 돌린 정선희 대리가 사무실 쪽으로 넘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죽을 맛이네요. 흐흐흐.”

“역시 맷집 좋아. 그래도 웃네.”

“웃어야지 울면 쓰나요?”

“오늘은 무슨 일이야? 꽃이 잘 못 됐어?”

“몇 주 전에 한성 그룹 사모님한테 생일 꽃 보냈는데 그게 시들어서 도착 했었다네요. 오늘 오찬 모임에서 만났다가 한 소리 들은 모양이에요.”

“아이고 저런. 그럴 수도 있지 뭐. 잘못했다고 하고 꽃집 바꿔.”


회사로 오는 내내 잔소리 폭격에 시달렸을 정 대리가 가여워 최 국장은 정 대리의 어깨를 주무르며 달랬다.


“네. 안 그래도 그 집은 더 이상 거래 못할 거 같아요. 수국이 온도에 민감한데 갑자기 찬바람 맞아서 시든 거 같다는데. 그게 말이나 돼요? 한성 싸모님이 자기가 거래하는 업체 소개해줬어요. 아! 직원 새로 뽑았다면서요?”


정 대리가 사무실을 둘러보더니 처음 보는 명석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더니 명석의 책상 가까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정선희라고 해요.”

“안녕하십니까? 오명석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에요. 제가 더 잘 부탁할게요. 제발요.”


정 대리의 읍소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다 최 국장이 검지를 입에 갖다 대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배우 박시준이랑 좀 비슷한 거 같은데? 그런 말 못 들어봤어요?”

“박시준이요?”


‘염병에 나온 박시준이면 내가 모를 리가. 그 배우가 정말 나랑 좀 비슷한가?’


“이사장님이 박시준 팬인데 왠지 느낌이 좋네요. 좋게 보실 것 같은 느낌적 느낌. 히히힉.”


방금 전까지 상사에게 크게 혼난 사람 같지 않은 발랄함이 느껴졌다. 명석은 정 대리 정도의 멘탈은 되어야 재벌 자제의 비서를 할 수 있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정 대리, 어디 갔나 했네. 오늘 고생 많았어. 이따 따로 얘기 하자고.”

“네. 대표님.”

“명석 씨. 준비 됐지? 지금 들어가서 인사드리자고.”

“넵. 알겠습니다.”


명석이 김 대표를 뒤따라가며 깊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똑똑똑.

- 네.


김 대표와 명석이 집무실에 들어가 테이블 근처까지 걸어갔다. 테이블 상석에 앉아있던 성하나 이사장이 서류를 보다말고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았다.


“이번에 채용한 TS 의인상 수상자인 오명석 사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명석입니다.”


김 대표가 자신을 소개하자 명석은 최대한 당당한 모습으로 어깨를 펴고 공손히 인사했다.


“음. 그래요.”

이사장은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굳은 얼굴로 멀찍이 있는 명석에게 성의 없는 인사를 건넸다.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있는 프로필 사진과 엄청 다르구나.’ 명석은 뛰어난 사진과 보정 기술에 감탄했다.


“앞으로 재단 업무를 하면서 정 대리를 도와 이사장님 수행업무도 담당할 예정입니다.”

“흠. 김 대표랑 정 대리한테 많이 배워야 될 거에요. 오명철이라고 했나?”

“오명석입니다.”

“오명석 씨. TS그룹, 그것도 성암문화재단에서 나와 인연 맺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라고. 다른 회사에서 10년 배울 걸 여기선 1년이면 배울 수 있거든. 당신 인생이 업그레이드 되는 거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사장님.”


성하나의 말을 곱씹어보면 ‘1년 동안 10년 치 일을 시켜주마’라고 들려 명석은 왠지 입맛이 씁쓸해졌다.


당당하면서도 고분고분한 모습에 성하나는 만족한 듯 한쪽 입술을 끌어당겨 웃었다.


“김 대표. 다음 주에 하우스 콘서트 있는 거 알죠? 그 일부터 먼저 가르쳐요. VIP 있는 자리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네. 그러겠습니다.”

“그럼 오명철은 나가 일봐요. 김 대표는 잠깐 얘기 더 하시죠.”

“오명...”


오명철이 아니라 오명석이라고 정정하려는데 김 대표가 급히 팔을 붙잡아 제지했다. 그러고는 ‘나가봐요’하고 작게 말했다.

명석은 자신을 보지도 않는 성하나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잘 했어요? 분위기 어땠어?”

“나쁘지 않았어요. 여기서 일하는 걸 행운으로 여기라고... 제 인생이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요.”

“하이고. 또 그 소리. 맨날 똑같은 말하는 거 봐선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못 말려. 어휴.”


첫 대면 후기를 들은 조 대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다음 주에 하우스 콘서트 일부터 배우라고요. 근데 그게 뭐에요?”

“오우 정말요? 생각보다 데뷔가 빠른데요? 호호호.”

“데뷔요?”


이사장 미팅 후 아직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일까지 주어지니 궁금증과 긴장감이 배가되었다.


“별 거 아니에요. 입사 일주일 만에 이사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에 동원되었다고요. 하우스 콘서트 업무 파일도 공유해줄게요. 읽어봐요.”

“네. 그럴게요.”


사내 메신저로 조 대리가 파일 여러 개를 전송하자 명석은 문서를 열어 하나하나 열심히 읽었다.


두 번째 페이지로 채 넘어가기도 전에 김 대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최 국장, 이사장님 지금 시간 되니까 업무 보고 드려요. 최대한 천천히 시간 좀 끌어보고.”

“네. 알겠습니다.”


최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걸이에 걸린 재킷을 걸쳐 입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명석 씨는 잠깐 나 좀 봅시다.”

“네.”


김 대표를 따라 회의실에 들어간 명석은 긴장해서 자리에 앉았다.

“아까 인사 잘 했어. 그런데 이사장이 틀린 게 있어도 토 달지 않는 게 좋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꽃집 때문에 난리 난 건 들었지? 별일 아닌 거 같아도 이사장한테는 엄청 심각한 사건이라서. 휴우. 그래서 정 대리가 한성 사모님이 추천한 꽃집에 가서 업체 바꾸는 걸 검토하기로 했어.”

“아. 네.”


축하하거나 위로할 때 보내는 꽃 때문에 참 별일이 다 벌어지네, 하고 명석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을 알지도 못한 채.


“그래서 말인데. 이사장님이 조금 이따 명석 씨를 데리고 퇴근하신다고 하네.”

“네에? 저를 데리고요?”

“응. 분위기도 좀 익히고 이사장에 대해 더 트레이닝을 해서 붙이려고 했는데 성 이사장이 웬 일인지 오늘 바로 투입하라 하셔서...”

“하아.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저 아직 업무 파악도 다 안 되었는데요.”

“별 일이야 있겠나. 행운을 비네. 센스 있게 눈치껏 해봐.”


명석은 거의 울상이 되어 김 대표에게 우는 소리를 했다. 2년만 버티라더니 출근 이틀 만에 준비도 없이 사지로 내모는 김 대표가 야속했다.


“최 국장 업무 보고 끝나면 아마 바로 나갈 걸세. 정 대리가 기사한테 전화하면 건물 앞에 나와서 대기하고 있을 거야. 아 차는 검정 벤츠고... 이사장 태우고 자네는 옆자리에 앉으면 돼.”

“그리고요?”

“그 다음부터는 눈치껏 해야지 뭐.”


명석은 입사한 지 이틀 만에 자신이 눈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시험을 받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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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성하나 이사장 +2 22.01.10 1,35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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