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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님의 서재입니다.

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24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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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0
글자수 :
567,979

작성
21.1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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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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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1쪽

64화. 4년 후

DUMMY

- 2014년 KBC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 후보를 발표하겠습니다. 수목드라마 <퀸 메이커>의 이정연, 월화드라마 <이혼하는 여자>의 심수경, 일일드라마 <백설 아가씨>의 윤설영, 마지막으로 주말드라마 <지성이면 개과천선>의 유헤라입니다.


네 분 모두 2014년 KBC 드라마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셨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고 합니다.

임시원 씨는 이 중 어느 분이 상을 받으실 것 같나요?


- 아... 정말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마음 같아서는 네 분 다 상을 드리고 싶어요. 그럼 작년 수상자이신 한지인 씨는 어느 분이 올해 수상자일 것 같나요?


- 오호호호. 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럼 올 한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최우수상을 발표하겠습니다.


수상자는...

두둥두둥두둥.


<지성이면 개과천선>의 유헤라 씨입니다.

화장품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유헤라 씨는 차근차근 단역, 조연을 거쳐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주말드라마 <지성이면 개과천선>에서 비밀을 간직한 강직한 검사 역을 맡아 거대 악에 맞서 싸우는 눈부신 열연을 펼쳤습니다.


자신의 연예활동 경력이 방송국 홀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들으며 유헤라가 드레스 치맛자락을 들고 무대로 도도하게 걸어 나갔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의 꽃다발이 그녀의 품에 한 가득 안겼다.


- 유헤라 씨 축하합니다. 소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휴... 지난해에는 신인상 후보로 시상식에 참석했었는데요. ‘나는 언제쯤 저 무대에서 상을 받아보나.’ 부러워했었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다니 믿어지지가 않고 영광입니다.”


고혹적인 검은 드레스에 화려한 화장으로 한껏 멋을 낸 여배우 유헤라가 수상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먼저 함께 작업한 김연수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 분들 감사합니다. 소속사 사장님과 매니저, 코디도 고생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동생 고맙습니다. 제 영원한 스승인 장영철 선생님, 열정적인 가르침 감사합니다.”


유헤라가 눈물을 훔치며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었다. 그러더니 숨을 한번 내쉰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이름을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친구 오명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을 하라는 그 친구의 조언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유헤라는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가 신경 쓰이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청중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동료 연기자들의 박수를 받고 유헤라는 무대 위를 내려왔다.



***



집에서 추리닝 차림의 명석이 맥주 안주로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지연의 성공에 감격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 잊고 내 이름을 말해주네. 쇼핑몰 모델 이력서 내라고 프로필 사진 찍어준 게 엊그제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이냐. 차지연. 정말 성공했구나.’


명석은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묘한 희열감에 몸을 떨었다. 지연의 가능성을 보고 모델 일을 권유하긴 했지만 이 정도 성공을 이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지연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스물넷 어린 나이에 이뤄낸 엄청난 성취였다.

지연은 그동안 ‘유헤라’라는 예명으로 CF모델을 거쳐 드라마와 스크린을 종횡무진 했다. 계약한 기획사의 도움을 발판으로 몇 번의 오디션에 합격해 좋은 배역을 맡아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처음 찍었던 화장품 회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회사의 CF도 두루 찍었다. 명품 화장품, 휴대폰, 가전제품, 의류업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영향력 있는 광고 모델로 자리매김 했다.


돈을 벌게 되자 지연은 가족과 함께 서당동을 떠났다. 이름만 알린 정도였을 때는 이촌동의 30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았다. 유명세가 커지자 성수동의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에 입주해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명석은 스마트폰을 열어 코코넛톡을 터치했다. 대화목록에서 차지연을 찾아 축하 멘트를 보내려고 했다.


- 유헤라 배우님. 최우수상 수상 축하한다. 이제 연기 실력까지 인정받았네. 수상 소감에 내 이름까지 언급해주고 영광이다. 앞으로도 꽃길만 걷자. ㅋㅋㅋ


톱스타가 된 친구가 어색해 질만도 한데 명석은 한 결 같이 아랫집 살던 지연으로 대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유헤라가 된 지연이 너무 바빠 만나기도 힘들고 연락도 바로바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있어도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편하게 만날 수도 없었다.


코코넛톡 대화창의 1이 사라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났다.

‘시상식에, 뒷풀이도 있을 테니 오늘은 엄청 바쁘겠지.’

지연의 바쁜 사정을 짐작하고 이해하는 것은 명석에게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코톡.

코코넛톡 알림 소리에 명석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지연이 아니라 재희였다.


- 명석아, KBC에서 지연이 상 받은 거 봤어? 너무 대단해!!! 나 거의 울 뻔 했잖아.

- 응 봤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기쁘다 했는데 정말 잘됐다.

- 응. 맞아. 드라마에서 연기 완전 잘해서 살짝 기대했는데 이렇게 상 받다니 완전 짱~


명석은 코코넛톡으로 대화하며 재희의 프로필 이미지를 터치했다. 얼마 전 신규 오픈한 디너의여왕 문화의전당 지점을 배경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이었다.


재희가 디너의여왕에 합류한 이후 4년여 시간 동안 디너의여왕은 서울 곳곳에 지점을 확대하며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영은 사장의 추진력과 재희의 성실함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 프로필 사진 멋지네. 지점장이 아니라 사장님 같이 나왔어 zzz

- 어머. 나 나이 들어 보이는 건가? 흑 ㅠㅠ

- 뭔 소리여. 여유 있어 보여서 하는 말인데. 언제 푸빳 뭐시기 먹으러 함 갈게.

- 응 꼭 와!!


재희는 본인과 잘 어울리는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화려한 잔치 집 분위기의 TV를 끄고 명석은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방금 보았던 시상식 분위기와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어 위화감이 들었지만 명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명석은 전역한 후 복학해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중이었다. 2달 후 졸업을 하게 되면 학생 신분은 끝이 나게 된다.


명석은 복학한 후 새로 장만한 컴퓨터를 켜고 ‘취업 준비’ 폴더를 열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었다.


‘휴우. 다시 한 번 점검을 해볼까?’


오명석

1991년 2월 1일 출생

2010년 대강고등학교 졸업

2015년 중석전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예정

육군 만기 제대


황량한 이력서를 훑어본 후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취업 카페에 합격 자소서라 올려진 글들을 보며 참고했지만 그럴싸한 경험이 없다보니 한계가 느껴졌다.


‘성장 과정이라... 아버지랑 그냥저냥 가난하게 살아온 것을 어떻게 멋지게 쓴담?’


- 무뚝뚝하지만 인자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가난하지만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지만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셔서 결핍 없이 잘 자랐습니다.

어미 없이 자란 아이라 손가락질 당하지 않기 위해 착하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내 할 일은 내 스스로 해낸다.’는 마인드로 살아왔습니다.


‘단점이라도 장점으로 승화시켜서 써야한다니 이렇게 써보자.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게 흠은 아니지만... 흠 다음으로 성격의 장점과 단점이라...’


- 저는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새내기 때부터 모두가 꺼려하는 학생회에 들어가 축제나 미팅, 학회 등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잘 이끌어 냈습니다.

추진력 있게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의욕이 앞서서 동기들이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대화로 잘 풀어가며 항상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아. 별것도 아닌 경험을 뻥튀기 하려니 괴롭다. 다음 문항으로 넘어가자. 학창시절을 서술하라고? 산 넘어 산이구먼.’

명석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기 소개서를 계속 써내려갔다.


- 중석전문대에 입학해 전자공학의 이론을 배우며 실습으로 실무 감각을 익혔습니다. 입사하게 되면 누구보다 빨리 적응해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드디어 고지가 보인다. 지원동기 및 포부라... 돈 벌고 싶어서라고 말 할 수 없으니 어쩐다.’


- 입사 지원을 하며 알아본 TG그룹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강한 기업이었습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복지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직원을 성장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TG그룹에서 제 역량을 쏟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명문대 졸업장도 없고, 어학연수 경험이나 유럽 배낭여행 경험도 전무한 명석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경으로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이렇게 경험이 미천하고 쓸 말이 없는지 자괴감마저 들었다.


스스로 보기에 진솔한 글이긴 했지만 인사담당자의 마음에 들 자신이 없었다. 명석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취업이 안 되면 정말 아버지 따라다니며 P타일 시공이라도 배워야 하나. 휴. 과거로 왔어도 인생에는 다른 종류의 고민이 계속 되는 구나.’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기대했던 명석은 요즘 인생의 쓴맛을 보고 있었다. 입사 지원을 했던 몇 몇 기업에서 서류 전형에서 낙방해서 아직 면접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아들, 안 자고 뭐하냐?”

아버지가 방의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아버지. 안 주무셨어요? 저 그냥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어요...”

명석은 왠지 자신의 자기소개서가 부끄러워 문서 창을 닫았다.


“취업 알아보는 게냐?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던데... 아들 힘내라.”


아버지가 방 안에 들어와 흰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버지 이게 뭐에요?”

명석이 봉투를 들어 속 안의 지폐를 꺼내보았다. 5만원 권이 10장 남짓 들어있었다.


“면접 볼 때 입을 양복도 제대로 없잖아. 요 아래 태평양백화점에 양복 세일한다고 써 붙였더라. 와이셔츠랑 넥타이도 좀 사고.”

“아부지. 감사해요. 가서 한 벌 쫙 뽑을 게요.”

“그래라. 늦었어. 조금만 하고 자.”


방을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구부정해서 명석의 마음이 시렸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서 면접이라도 봐야하는데.’

명석은 어깨가 무거웠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가진 자신이 갈 곳이 하나 없을까 싶어 막연한 자신감을 품어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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