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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대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7.12.26 22:56
최근연재일 :
2019.01.17 01:53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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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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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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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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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완급조절

DUMMY

미리암은 캐시디엘의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섬에서 대륙에서 날아왔다. 하늘 위에서 잠시 로든을 면밀히 살펴보던 미리암은 곧 캐시디엘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저 자는 틀림없이 며칠 전에 만났던 그 악마다. 확신을 얻은 그녀는 오오라 검을 형상화 하여 손에 쥐었다. 당장이라도 급강하 하여 로든을 베어버릴 모양새였다.

-기다리세요, 미리암.-

그 전에 캐시디엘이 그녀를 급히 말렸다.

-주변에 보는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그를 해치면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될 겁니다. 보아하니 저 남자는 제법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천사와 악마들 사이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다. 바로 인간들에게 가급적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리암과 캐시디엘이 오오라의 빛을 밝히지 않고 은밀히 행동하는 것도, 인간들이 천사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큰 파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리암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진정하고 검을 오오라 속으로 회수하였다. 그리고 분노한 눈으로 로든을 노려본다.

“정말로 파렴치한 사람이군요. 금단의 힘을 이미 지녔으면서 사회적 지위까지 탐하다니....”

미리암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와 로든은 사실 비슷한 처지라 볼 수 있다. 인간인데도 기원의 종과 같은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미리암은 오오라를 얻은 대가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했다. 자신이 지닌 특권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쟁 중입니다. 저 남자를 죽이면 저 쪽이 패하고 아무 죄 없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게 되겠죠. 싸움이 끝나고 저 자가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립시다.-

미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로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한편 로든은 자신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다름없다는 것도 모르는 채 공성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전투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네버 군은 레시안 성을 함락시킨 뒤라 사기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도 산다소니아 군의 방어를 쉽게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산다소니아에는 레시안 성에서 탈출한 패잔병이 제법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산다소니아가 로든을 이겼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그곳에 온 자들이었다. 다시 말해 에네버 군과 싸우려는 투지로 가득 찬 병사들이자 공성전에 도가 튼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동안 영주 후비안이 항복을 주장하는 바람에 제대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울분만 삼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별안간 교전이 시작되자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주저하는 산다소니아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에네버 군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저는 일부러 로든에게 빠듯한 병력만 대동할 것을 조언했다. 그래야 그의 몸을 조종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냥 철수시키는 게 어때, 로든? 레시안 성처럼, 내가 먼저 잠입해서 손을 쓰면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거야.-

정령검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나 로든은 고개를 흔들어 시저의 제안을 거부했다. 자신의 몸을 시저에게 넘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만약에 평범하게 교전이 시작되었다면 기꺼이 정령의 말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적은 거짓 항복을 하면서 군량을 노렸다. 이제는 자존심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단 계속 부딪쳐 보겠네, 시저. 저 놈들은 내가 직접 혼내주고 싶어!-

로든은 정령의 양해를 구한 뒤 목청껏 소리 지르며 부하들을 지휘했다. 그러나 에네버 군은 산다소니아의 외성조차 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다.

에네버 군이 외성을 몰아치고 있는 그 시각, 레나와 제프는 항구를 통해 외성 안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공성전이 벌어지는 외성 쪽에 이목이 쏠렸다지만 항구가 완전히 무방비인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결국 타고 왔던 배를 중간에 포기하고, 헤엄쳐서 잠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성 안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제프의 재능 덕분이었다.

제프의 잠입능력은 레나가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던 것 이상이었다. 그저 제프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어느새 꽤 깊은 곳에 와 있었다. 덴스타인 저택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시온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경비가 삼엄한 내성으로 진입하는 건 아무리 제프의 재능으로도 무리였다.

두 사람은 외성 구역을 돌아다니며 아론이 갇혀 있을 감옥이나, 혹시 있을지 모를 내성으로 통하는 샛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제법 계급이 높아 보이는 군인 하나를 발견했다. 레나는 그를 몰래 제압한 뒤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서 심문해보았다.

‘며칠 전에 부둣가에서 덩치 큰 남자 하나를 체포했었지? 그는 어떻게 됐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여자인데다 천성이 선한 까닭에 레나의 목소리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이 워낙 압도적이었던 까닭에 상대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는 지금 내성 안의 감옥에 갇혀 있어!’

그 대답을 들은 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론이 살아 있다는 걸 비로소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다소니아 군인은 감옥의 대략적인 위치까지 술술 실토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성으로 들어가는 샛길은 없다고 그가 밝힌 것이다.

‘후비안은 자신의 안위를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영주야. 빈틈을 만들 리가 없지.’

레나는 실망하는 와중에도 일단 그의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그리고 제프와 다음의 일을 의논하였다.

‘샛길이 없다면 저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야. 산다소니아 군이 퇴각할 때 섞여 들어가는 거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철통처럼 지켜지고 있는 내성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제프가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반문한다.

‘하지만 에네버 군은 아직 외성도 뚫지 못했는데요?’

‘그래. 그게 문제야.’

레나는 잠시 주저한 후 다시 말했다.

‘우리가 도와주면 어떨까?’

원래 그녀는 에네버와 산다소니아의 전투에 개입한다는 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프의 경이로운 능력을 확인하고 나니 슬며시 새로운 선택지에 눈이 간 것이다. 레나의 의도를 눈치 챈 제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해볼게요.’

그 뒤 두 사람은 외성 쪽을 돌면서 산다소니아의 방어병력을 은밀히 쳐부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해 대부분의 작업은 제프가 도맡아 했다. 레나는 제프가 판단을 내리면 시키는 대로 싸우기만 했을 뿐이다.

‘이 검 굉장히 쓸 만한데?’

대륙에 온 지 꽤 되었지만 싸워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레나는 아론이 마법을 걸어줬다고 하는 방패와 검의 위력을 오늘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철제였지만 견고하기가 쥬튼 이상이었다. 정령검은 물론, 악마 로든의 손톱과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같은 마법을 제프의 쥬튼 검에 미처 걸어주지 않은 게 아쉬워질 정도였다.

이윽고 두 사람의 활약 덕분에 전투의 흐름이 에네버 군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산다소니아 군에게 전혀 들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었다고 판단한 제프와 레나는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 숨었다. 죽은 산다소니아 병사의 갑옷도 위장용으로 한 벌씩 챙겨두었다.

“적들의 수비가 무너졌다! 모두 돌격하라!!”

로든은 레나와 제프가 기회를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명령에 에네버 군이 일제히 돌격하자 곧 산다소니아의 외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부하들이 외성에서 생각보다 잘 싸워줘서 잠시 긴장을 늦추었던 후비안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몹시 놀랐다. 이 때문에 퇴각 명령이 한 박자 늦어졌고, 상당한 수의 산다소니아 병사들이 내성으로 철수하지 못하고 외성에서 목숨을 잃었다.

레나와 제프는 내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네버 군이 내성벽을 두들리기 시작했다. 외성에서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산다소니아 군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에네버 군이 기세를 탄 것도 있지만, 후비안이 너무 많은 병력을 허무하게 잃은 까닭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주와 친분이 없는 레시안 출신 베테랑들은 제 때 퇴각명령을 전달받지 못해 대부분 희생되어버린 상태였다.

‘이러다 아론을 구하기도 전에 내성이 함락되는 거 아냐?’

감옥 쪽으로 달려가면서 레나는 이런 걱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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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드디어 2019년이네요!

새 해는, 그 말만 들어도 왠지 들뜨게 됩니다.

독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매번 듣는 식상한 인사지만

무언가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을 

여러분들이 느끼셨으면 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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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빗나간 예상 +4 18.12.15 154 2 12쪽
141 +4 18.12.13 166 2 9쪽
140 엇갈리는 행보 +4 18.12.08 145 2 10쪽
139 어긋난 예측 +4 18.12.06 158 2 11쪽
138 땅 먹기 +4 18.12.04 139 2 11쪽
137 전복 +4 18.12.01 152 2 13쪽
136 남는 장사 +4 18.11.29 161 2 11쪽
135 대답할 수 없는 질문 +4 18.11.27 187 2 11쪽
134 선한 바르테인 인 +4 18.11.22 160 2 14쪽
133 배수진 +4 18.11.20 186 2 12쪽
132 노아와 태초의 거인 +4 18.11.17 186 2 10쪽
131 채굴권 +4 18.11.15 173 2 11쪽
130 번영과 멸망 +2 18.11.10 196 4 12쪽
129 창세의 비밀 +4 18.11.08 224 2 11쪽
128 금단의 진실 +4 18.11.06 193 4 13쪽
127 섬의 이름 +2 18.11.03 166 4 10쪽
126 입장 표명 +4 18.11.01 184 3 14쪽
125 정체 +4 18.10.27 169 3 10쪽
124 접근법 +4 18.10.25 162 3 12쪽
123 진료소 +4 18.10.23 183 3 11쪽
122 해방 +4 18.10.20 202 3 14쪽
121 고삐 +4 18.10.16 20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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