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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무한성장 최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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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작품등록일 :
2023.06.18 06:57
최근연재일 :
2023.07.02 16: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32
추천수 :
5
글자수 :
87,630

작성
23.07.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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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 내가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겠어? (2)

DUMMY

이틀 후 고민규에게서 연락이 왔다.

으레 만나던 장소에서 보기로 하고 원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진 히어로님. 지금 제가 사는 곳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 아··· 예. 어··· 음. 사, 삼십 분이면 될 거 같습니다.


바로 앞 골목에 숨어서 최평범의 방을 감시하고 있으면서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는 게 우스웠다.


“아, 예. 곧 뵈어요. 그리고 차량 지원은 필요 없습니다.”


삼십 분 뒤 고시원 앞에서 원진과 만난 뒤 고민규를 만나러 갔다.


“형님! 잘 지내셨슴까! 근데 뒤에 있는 분은 누구···?”


고민규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하긴 시선을 사로잡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원진의 모습이었으니.

허리에 찬 칼을 숨기는 게 명백한 검은 코트에다가 빼어난 미모, 그리고 그 모든 인상을 단숨에 지우고 하나만 기억에 남기는 보라색 눈가리개는 그녀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 나랑 같이 일하는 초인이야. 신경 쓰지 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외모와 기운이었으나 고민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우선 이거부터.”


최평범은 가방을 내밀었다.

가방에는 최평범이 임무 초반에 해치운 고블린 워리어들에게서 나온 마력핵이 들어 있었다.

그가 직접 챙겨두었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모르는 사항이었다.


“뭔지 알지?”


최평범은 슬쩍 윙크하며 눈치를 줬다.

마력핵이란 단어를 굳이 꺼내지 말라는 의미였다.

눈치가 빠른 고민규가 원진의 모습을 슬쩍 봤다가 웃으며 말했다.


“예, 물론임다. 지난번처럼 하면 될까요?”

“어. 니 몫은 십 프로.”

“지, 지난번에는 이십 프로였는···.”

“씁. 그러면 지난번처럼 니 주머니에 있는 거부터 뺏어줄까?”


최평범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고 고민규는 다시 식은땀을 흘렸다.


“아, 아닙니다! 십 프로면 됩니다!”

“오케이.”


재해 레벨 1에게서 나온 마력핵이라 크기도 작고 가치도 떨어지겠지만, 열 개를 모으면 지난번 마력핵과 유사한 금액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러면 다음 안건. 철조망파 놈들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어?”

“예, 수소문해보니 최근 상계동 어디쯤 주로 모여 있답니다. 아마 그쪽으로 근거지를 옮긴 거 같습니다.”


철조망파는 다른 깡패조직과 많이 다른 놈들이었다.

일반 깡패조직이 슬럼가를 장악하고 보호를 명목으로 민간인의 돈을 뜯어먹는 기생충이라면.

철조망파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해치는 메뚜기떼 같은 놈들이었다.


“여기서 가깝네. 지금 가자.”

“예···. 예?! 지, 지금요?”

“어, 빨리 앞장서.”

“제, 제가요?”

“나 한 말 또 하는 거 싫어한다.”


고민규는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종도 하기 싫은 철조망파 놈들을 마주치는 것도 끔찍하지만.

자기 앞에 있는 최평범의 주먹이 훨씬 가까우니까.


“예···. 이쪽임다.”


세 사람은 고민규의 낡은 차를 타고 상계동으로 향했다.


“여기부터는 걸어가시죠.”


어느 지점이 되자 차로 통행하기 어려울 만큼 도로가 망가진 지역이 나타났다.

무슨 전쟁이라도 났던 곳처럼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 사이를 걸으며 고민규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이네.”


최평범의 말에 고민규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 동네도 원래는 정부의 보호를 받던 지역임다. 한 십 년 전에 재해 레벨 5짜리 괴수의 습격으로 폐해가 된 후로 슬럼가가 된 거죠.”

“으음. 그런 것 치고도 사람이 너무 없는 거 같은데.”

“그건 아마 최근에 철조망파 새끼들이 득실거려서 그런 걸 겁니다.”


상계동은 슬럼가 중에도 사람이 많고 꽤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동네였다.

그런데 메뚜기떼 같은 철조망파 놈들이 슬금슬금 들어와 영역을 갉아먹어서 결국 슬럼가 사람들과 깡패조직까지 모두 몰아내고 만 것이었다.


“근데 왜 깡패놈들은 그놈들을 그냥 두는 거냐?”

“그냥 안 두면 어쩌겠슴까? 말이 안 통하는 건 물론이고 제 목숨은 신경도 안 쓰고 덤벼드는 미친놈들인데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최평범이 자세를 낮추고 길가에 버려진 차량 뒤로 숨었다.

저 멀리에서 철조망파 소속으로 보이는 세 놈의 모습을 발견한 것.


“와, 진짜 미친놈들 맞네.”


원작에서 읽은 설정이긴 하지만, 실제로 놈들을 목격하고 나니 헛웃음조차 나지 않는 최평범이었다.


“어우, 저 미친놈들. 아프지도 않나···.”


최평범 옆에 숨은 고민규가 중얼거렸다.


“보는 내가 다 아픈 기분이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명했다.

철조망파 놈들은 그 이름답게 신체 부위 어딘가에 가시철조망을 감고 있었다.

그들 앞에 있는 세 놈들은 각각 손목, 발목, 팔목에 철조망을 감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마찰 때문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흐르는데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신경 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보셨죠, 형님? 저런 놈들임다. 제가 들은 건데···. 어떤 조직이 철조망파랑 시비가 붙었는데, 한 놈이 자기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뒤에 상대방을 끌어안고 타죽었답니다.”


분신자살 공격이라니.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얘기였다.


“형님이 뭘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놈들하고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슴다.”


최평범이 피식 웃으며 답하려고 한 순간.

곁에서 조용히 있던 원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엑··· 최평범님.”


밖에서는 히어로 코드네임을 부르지 말라고 부탁받은 게 생각나서 간신히 호칭을 바꾼 원진이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히어로의 상대는 괴수이지 인간이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사에, 그것도 슬럼가 일에 개입했다는 게 알려지면 평범님의 이미지에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정론이었다.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초월하는 히어로는, 그러므로 그 힘을 괴수나 괴인을 상대로만 써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었다.

과거 초인을 군사작전에 이용했다가 대규모 전쟁을 발발시킨 러시아나, 초인을 중심으로 세력들이 만들어져 나라 자체가 사분오열된 미국의 사례에서 학습된 결과였다.

그러나 최평범은 그런 불문율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뭘 하려는지 다 아는 듯이 말하시네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

슬럼가의 구석진 곳까지 찾아와 저런 광인들을 관찰하는 이유가 뭐 있겠는가.

히어로로서 놈들을 처단하려는 것이겠지.

원진이 그런 생각을 말하기 전에 최평범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다 필요해서 하는 일입니다. 히어로로서 말이죠.”

“으음···.”


원진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지 입매가 더욱 단단하게 굳었다.


“대신 저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원진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 이유도, 이득도 없는데 굳이 슬럼가 깡패들과 싸우고 싶진 않겠지.

그러나 그녀는 곧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최평범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저··· 형님.”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고민규가 말했다.


“형님 성함이 최평범이셨슴까?”

“어? 너한테 내 이름을 말 안 해줬던가?”


굳이 말할 일이 없긴 했을 터였다.


“암튼 내 이름 맞아. 왜?”

“아··· 저··· 혹시 빚이 있으심까?”


고민규가 최평범이 사는 지역에 배치된 지 한 달.

조직에서 시킨 일 중에는 상인들로부터 보호세를 받는 것 말고, 사채를 끌어다 쓴 이들에게 빚 독촉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빚쟁이 중 하나의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해두었던 것.


“윽. 설마 내가 너희 파한테서 돈 빌린 거냐?”

“그, 그렇겠죠? 설마 동명이인은 아닐 테고요.”


그제야 최평범은 자신이 빚을 져서 광산에 갔었다는 얘기가 기억났다.


“빚이 얼마냐?”


고민규는 빚을 진 당사자가 왜 그걸 질문하는지에 대해 되묻지는 않았다.


“일억임다.”

“뭐? 일억? 미친 거 아냐? 일억이나 빌려서 뭐 했데?”

“···그, 그게. 일억이 원금은 아니고 말임다. 오랫동안 안 갚아서 이자가 불어난 걸로 알고 있음다. 안 그래도 빚 독촉을 해야 했던 참인데···.”


얼마 전에도 최평범을 찾아갔으나 광산으로 돈 벌러 갔단 소식을 조직에 전했더니, 돌아오면 무조건 돈을 받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걸 덧붙였다.

최평범은 눈을 지그시 감고 속으로 과거의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고민규.”

“예.”

“미안한데 한 일주일만 시간 끌어줘라.”


일주일이면 일억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빚 안 갚고 튀겠다는 뜻일까?

뭐든지 간에 고민규로서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초인, 아니 대화를 들어보면 히어로가 확실한데 그런 사람에게 고민규 따위가 어떻게 빚 독촉을 하겠는가.


“예. 시간 좀 끌어보겠슴다.”


최평범은 이를 악물며 벌떡 일어났다.


‘빨리 철조망파 조지고 돈 좀 벌어야겠군.’


그가 철조망파를 상대하려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분명 저들이 마왕 소환에 사용된 시체들과 연관이 있을 거란 추측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돈과 아이템 획득 때문이었다.


원작에서 철조망파는 상당한 규모의 돈과 아이템을 축적해둔 조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아이템 중에는 특히 최평범이 구하고자 하는 천부인(天符印) 세 가지 중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혀, 형님! 어디 가심까?!”

“넌 여기 있어. 쟤들하고 얘기 좀 하고 올게.”


최평범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고민규는 차 뒤에 숨어서 안절부절못했고.

원진은 입술을 앙다물고 제자리를 지켰다.

사람 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어이! 철조망파!”


한껏 여유 넘치는 걸음으로 다가가던 최평범이 한술 더 떠서 손을 흔들며 놈들을 불렀다.

그 소리에 홱 돌아보는 세 놈의 눈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에에? 저 새끼 뭐야?”

“아직 근처에 민간인이 남아 있었나? 다 죽인 줄 알았는데.”

“키히히. 제 발로 호랑이 밭으로 굴러들어오는 놈이··· 어? 이게 아닌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세 놈 다 곁에 있던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몽둥이에도 마찬가지로 가시철조망이 감겨 있었다.


“혼자인가?”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와? 뒤지고 싶어서 환장한 놈일세.”

“키히히.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법··· 어? 이게 아닌가?”


가까운 거리에 도착하자 세 놈의 상태를 보다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세 놈 다 머리를 짧게 깎았고, 온몸에 흉터가 가득했다.

대부분은 가시철조망에 긁혀서 난 상처, 즉 자해의 흔적으로 보였다.

셋 다 눈동자의 초점이 기묘하게 흐린 것이 마치 약에 취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 말 좀 묻자. 니네 보스 어딨냐? 내가 전할 말이 좀 있는데.”


최평범은 일부러 느물거리며 놈들을 도발했다.


“쟤가 우리 보스를 찾는데?”

“나도 들었어, 새끼야.”

“키히히. 우리가 보스한테 데려가 줄게. 대신 그 팔다리부터 자르고!”


한 놈이 피딱지가 앉은 몽둥이를 들어 올리며 달려 나왔다.

놈의 팔목에 감긴 철조망이 상처를 후벼파며 피가 뚝뚝 흘렀다.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 침까지 흘리며 달려오는 놈.

최평범은 그걸 빤히 쳐다보면서 피하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혀, 형님!”


뒤에 숨어있던 고민규마저 움찔하고 말았다.

철조망파 놈의 몽둥이가 최평범의 이마를 박살 내기 직전.


팟. 촤좌자작!


최평범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듯하더니 철조망파 놈의 몽둥이가 다섯 조각이 되어 허공을 날았고.


“끼야아아악!”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놈의 팔다리가 깨끗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잘려진 짚단처럼 허물어지며 까무러치는 놈을 순식간에 처리한 건 맹인검사 원진.

그녀는 칼을 코트 속으로 갈무리하며 이를 악물고 최평범을 노려보았다.

눈을 가리고 있으니 진짜 노려보았다기보다 그만큼 맹렬한 기운을 그를 향해 쏘아내었다.

그리고 그 기운을 오롯이 받아 내는 최평범은, 마치 모든 상황을 예상한 것처럼 무표정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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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 내가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겠어? (2) 23.07.02 12 0 12쪽
15 14화 - 내가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겠어? (1) 23.07.01 12 0 12쪽
14 13화 - 마왕은 좀 아니지 (3) 23.06.30 16 0 12쪽
13 12화 - 마왕은 좀 아니지 (2) 23.06.29 16 0 12쪽
12 11화 - 마왕은 좀 아니지 (1) 23.06.28 22 0 12쪽
11 10화 - 니들은 다 뒈졌어! (4) 23.06.27 20 0 13쪽
10 9화 - 니들은 다 뒈졌어! (3) 23.06.26 22 0 12쪽
9 8화 - 니들은 다 뒈졌어! (2) 23.06.25 35 0 12쪽
8 7화 - 니들은 다 뒈졌어! (1) 23.06.24 27 0 12쪽
7 6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2) 23.06.23 29 0 12쪽
6 5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1) 23.06.23 35 0 14쪽
5 4화 - 이건 제 거예요 (2) 23.06.21 37 1 15쪽
4 3화 - 이건 제 거예요 (1) 23.06.20 40 0 13쪽
3 2화 -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2) 23.06.19 49 0 13쪽
2 1화 -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1) 23.06.19 60 2 12쪽
1 프롤로그 +2 23.06.19 101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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