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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무한성장 최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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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작품등록일 :
2023.06.18 06:57
최근연재일 :
2023.07.02 16: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34
추천수 :
5
글자수 :
87,630

작성
23.06.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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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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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화 -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1)

DUMMY

‘진짜 꿈은 아니겠지?’


뺨과 허벅지를 꼬집어봤지만, 깨지 않는다.

이게 실제 상황이라고?

정말 상상만 해보던 빙의라고?


‘정말 내가 먼치킨 주인공이 되었다고?’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운 최민혁은 그렇게 지레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지금 자기가 보는 광경은 [천슈히]에서 주인공이 바라보던 것과 일치하니까.

물론 눈앞에 이상한 글자가 보인다는 사실이 이상하긴 했지만.


‘생긴 걸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천슈히]의 주인공 ‘김천만’은 기골이 장대하고 턱이 각지게 생긴 남자라는 설정이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원래 쓰던 것보다 조금 낡은 스마트폰이 있었다.

전면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했다.


‘엥? 나잖아? 나이긴 한데···’


분명 최민혁의 얼굴이었으나, 무척이나 말라 있었다.

그가 햇빛을 보지 않고 삼 개월 정도 굶으면 이런 얼굴이지 않을까 싶은.

창백하고 볼이 움푹 들어간 초췌한 모습.


‘보통 빙의를 하면 얼굴도 바뀌지 않나?’


그때 옆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일어나 말을 걸었다.


“어? 최씨, 일찍 일어났네?”

“네? 최씨요?”


[천만번째 슈퍼 히어로]의 주인공은 김천만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었구나 싶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오던 이름이었는데.

최민혁의 반문에 미간을 찌푸리는 아저씨.


“아니, 최씨한테 최씨라고 하는 게 이상해? 최군이라고 해줘?”

“최씨라고요? 김씨가 아니라?”


별 이상한 놈 다 본다는 표정이 된 아저씨가 말했다.


“광산 들어오자마자 무리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나. 웬 김씨 타령이야? 당신 최씨잖아. 최평범씨.”

“제,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최평범···.

그 이름에 최민혁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평범은 [천슈히] 초반에 나오는 엑스트라의 이름이었다.

주인공 이름 못지않게 대충 지은 이름.

아무리 엑스트라라도 너무하다 싶었던 이름이었는데.


‘그게··· 나라고?’


주인공이 아니었다.

무한한 능력을 얻고 인류를 위협하는 괴수와 괴인을 모두 박살 내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모두 패 죽이고, 안하무인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던 먼치킨 주인공이 아니라.

극초반 엑스트라. 그것도···.


‘분명 최평범은 천슈히 3화에 죽는 엑스트라인데!’


엑스트라인 것도 문제지만, 그가 죽을 운명이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래, 최평범이 있으면, 김천만도 여기 있겠지.’


[천슈히]의 초반 시작은 이러했다.

지구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김천만이 트럭에 치인 뒤 이세계로 전이된다. 이세계에서도 가난한 운명인 그는 광산까지 흘러들어온다. 그런 그가 광산에서 처음으로 괴수와 마주한 순간, 초능력자로 각성한다.

그리고 그가 각성하는 계기는, 바로 괴수에게 처참히 잡아먹히는 최평범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


‘김천만이 모든 것의 열쇠다. 아니, 최소한 내 운명은 그에게 달렸지.’


만약 김천만의 각성이 더 빨라진다면?

최평범이 잡아먹히기 전에 그가 먼치킨으로서 각성만 한다면 문제해결이다.

김천만은 각성하자마자 괴수를 단숨에 찢어 죽이니까.


‘그럼 나도 살아남는 거지.’


그렇게 판단하고서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 아저씨···.”

“뭐여, 내 이름도 까먹었어? 어제까진 허씨 아저씨, 허씨 아저씨라고 잘도 부르더니. 진짜로 어디가 아픈가?”


어느새 걱정하는 눈초리가 된 허씨였다.


“허씨 아저씨, 김천만은, 김천만씨는 어딨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김천만은 또 누구여? 오늘따라 왜 그래? 진짜로 마력에 중독이라도 된 건가.”

“기, 김천만이 없다고요?”

“거참. 여기 김천만이란 친구는 없다니까.”


멍해진 최민혁, 아니 최평범이 천장을 노려봤다.


“아이씨···.”


절로 짜증이 튀어나온다.

김천만이 왜 없어? 천슈히인데!

그 순간 작가의 쪽지 내용이 떠올랐다.


‘아, 리메이크할 때는 주인공을 바꾼댔지?’


만약 이게 리메이크된 [천슈히]의 세상이라면 먼치킨 김천만이란 존재는 없을지도 몰랐다.


‘근데 그냥 먼치킨 요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아예 주인공을 바꿨다는 말이야?’


리메이크하면서 주인공 설정만 바꾸면 됐지, 왜 캐릭터 자체를 없애는 것인가.


‘거기다가··· 쪽지는 어제 받은 건데. 벌써 리메이크를 했다는 거야 뭐야?’


아니면···.

작가는 최평범에게 펜대를 넘긴 걸지도 모른다.

‘이번 리메이크는 네 맘대로 이끌어봐라’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하필 왜 곧 죽을 운명의 엑스트라 최평범인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을 말해주는 게 바로 눈앞에 보이는 글자.


[좋아요 - 일일: 0, 누적: 0]


혹시나 허씨에게 글자가 보이냐고 물어봤다가 되려 핀잔을 들었다.


“아유, 헛소리 이제 그만하고 작업 나갈 준비 하세. 이러다 늦겠어.”


아닌 게 아니라 다른 광부들도 모두 기상하여 옷을 갈아입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굴 속이라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되진 않았지만.


‘한 가지 더 가능성이 있다면···.’


작가가 주인공의 이름만 바꿨을 수도 있다.

초반에 김천만이란 이름에 대한 악플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어디까지나 엑스트라인 거지.’


도무지 최평범이 주인공이 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여기 사람 중 이름이 특이한 사람을 찾아봐야겠군.’


설사 주인공 이름을 바꾸더라도 작가의 네이밍 센스가 어디 가겠는가 싶었다.

그러면서 평범이란 본인 이름이 가장 특이하단 사실에 실소가 나왔다.


“뭘 실없이 웃고 있어? 장비 빨리 착용하고 가세. 조회 시간에 늦는다니까!”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형광 조끼며 안전모 따위를 착용했다.

허씨를 따라간 곳에는 작은 공터와 같은 공간이 있었고, 광부들이 도열했다.


그들 앞으로 키가 작고 땅땅한 작업반장이 나서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최평범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프거나 땡땡이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덕에 모든 광부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이다.


“김민우씨.”

“네.”

“김병준씨.”

“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었다.

그런데 다들 이름이 평범했다.


“최평범씨.”

“······.”

“최평범씨!”

“아, 예!”


아직 새 이름이 익숙지 않아서 타이밍을 놓쳤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듣는 게 아닐 텐데도 다들 킥하고 웃는다.


‘내 이름이 제일 안 평범하네, 젠장.’


아쉽게도 김천만이나 그와 유사한 이름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작전 변경. 탈출이다!’


이대로 있다간 최평범은 원작의 흐름대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틈을 봐서 광산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데.


“최씨, 오늘은 살살해. 젊은 친구가 빚을 얼마나 많이 졌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무리하다간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초상 치르는 수가 있어.”


허씨의 말에 따르면 최평범은 서울에서 살다가 사채빚이 있어서 광산에 온 것이라 했다.


‘하··· 빚까지 있어?’


어쩐지 삐쩍 마른 몸에 힘이 하나도 없게 생겼는데 광부 일을 하더라니.

골치가 아팠다.

이 세계의 환경은 현실 못지않게 가혹했다.

특히 돈이 없는 이라면 더욱.


‘어느 세상에 있으나 빚쟁이의 삶은 지옥이겠지. 그러면 작전을 다시 변경해야겠군.’


이곳은 마력 광산.

괴수가 땅을 뚫고 지상으로 나오면서 생기는 동굴에 박힌 마력석을 캐는 곳이다.

광산의 일당은 짜지만, 캐낸 마력석의 무게에 따라 돈을 추가로 받는다.

그래서 빙의하기 전의 최평범이 무리하게 일을 했던 것.


‘광산에서 도망가봐야 빚쟁이 신세라면.’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서 방법을 찾는 게 나았다.

그는 [천슈히]의 내용을 꿰고 있으니까.

그렇게 결심하면서 자기 눈에만 보이는 ‘좋아요’ 글자를 노려봤다.


‘망할 작가 놈. 이게 네가 원하는 거냐?’


그가 고통받는 것? 죽어가는 것?

그걸 보면서 좋아요를 날려댈 생각인가?


이가 갈렸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최평범, 아니 최민혁이 누구인가.


육군 예비역 병장이자, 중소기업의 수직적 문화 속에서 살아남았고, 매일 같이 빨간색 광역버스 출퇴근을 견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직장인이었다.

이렇게 보니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쉬운 건 줄 알아?’


방구석에서 글이나 쓰던 작가는 모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얼마나 독한 놈들인지.


‘내가 반드시 버텨낸다! 절대 평범하게 죽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런 그의 기세는 곡괭이질을 시작한 지 단 십 분 만에 꺾이고 말았다.


“허윽. 허윽.”


무리한 것도 아닌데 숨이 턱에 차고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특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에휴. 서울서 공부만 하다 온 친구라고 하더니 며칠 만에 아주 아작이 났구먼.”


그의 모습을 보며 허씨가 혀를 찼다.


“그니까 내가 처음 며칠은 살살하라고 했지? 빚 갚아야 한다고 아주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일하더니 벌써 체력을 다 써버렸구먼.”


최평범은 과거의 최평범, 아니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아니, 뭔 남자가 체력이 이렇게 약해!’


곡괭이질, 당연히 힘들다.

실제 세상에서 막노동 경험이 있기에 몸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그래도 십 분 만에 녹초가 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이익!”


공부나 하던 놈이 사채는 왜 있는 것인가!

아무리 엑스트라라지만 기구한 삶이었다.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으며 곡괭이를 휘둘렀다.

곡괭이가 마력석이 박힌 동굴의 벽을 때리는데.


쩌적!


곡괭이 자루가 뚝 하고 부러졌다.


“어허. 힘은 없는 친구가 곡괭이는 또 해 먹었네. 저 위에 여분 있으니 반장한테 말하고 바꿔 와.”


허씨의 조언에 최평범은 반응이 없었다.


“왜 또 그래? 어디 다쳤어? 하여간 가지가지···.”


허씨는 최평범의 얼굴을 보고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며칠간 봐왔던 최평범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기운을 뿜는 눈빛을 보았기에.


‘곡괭이가 벌써 부러지다니···. 생각보다 빠르다.’


당장 오늘이 원작의 그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기대했지만, 아닌 모양이었다.

최평범의 머릿속으로 [천슈히] 2화와 3화의 내용이 휙 지나갔다.


최평범의 곡괭이가 부러진다.

그가 부러진 곡괭이를 바꿔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괴수가 튀어나온다.

이미 괴수가 나온 동굴이기에 안전 등급을 받은 곳이지만.

동굴 깊은 곳에 쌍둥이 괴수가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튀어나온 괴수는 십수 명의 광부를 처참히 짓뭉개 죽이고 잡아먹었다.

동굴의 입구가 무너지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최평범과 김천만.

운이 조금 더 없는 최평범이 먼저 잡아먹히고, 김천만은 성좌에게 선택받으며 초능력을 각성한다.


‘리메이크는 개뿔···.’


똑같은 전개다.

그러나 먼치킨 주인공 김천만은 없다.

여기 있는 건 곧 죽을 운명의 엑스트라 최평범뿐.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야.’


최평범은 이를 악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다친 건 아닌지 걱정스레 바라보는 허씨와.

어떻게든 삶을 이어 나가려 막장까지 와서 열심히 곡괭이질 중인 다른 광부들.

이제 괴수가 튀어나오고 이들 대부분은 밟히고, 찢기고, 잡아먹혀 죽는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웹소설 속 존재들이라고 하기에는 다들 너무 생생하다.

살아 숨 쉬고, 땀을 흘리고, 말을 하고, 생각한다.

최평범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대로 두기에는 최평범의 마음 한구석이 쿡쿡 찔린다.


‘그래. 이들도 나도 모두 살린다.’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면 된다.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서 천슈히 작가에게 엿을 먹일 것이다.

기왕이면 아주 빅엿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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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 마왕은 좀 아니지 (1) 23.06.28 22 0 12쪽
11 10화 - 니들은 다 뒈졌어! (4) 23.06.27 20 0 13쪽
10 9화 - 니들은 다 뒈졌어! (3) 23.06.26 22 0 12쪽
9 8화 - 니들은 다 뒈졌어! (2) 23.06.25 36 0 12쪽
8 7화 - 니들은 다 뒈졌어! (1) 23.06.24 27 0 12쪽
7 6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2) 23.06.23 29 0 12쪽
6 5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1) 23.06.23 35 0 14쪽
5 4화 - 이건 제 거예요 (2) 23.06.21 37 1 15쪽
4 3화 - 이건 제 거예요 (1) 23.06.20 40 0 13쪽
3 2화 -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2) 23.06.19 49 0 13쪽
» 1화 - 제가 최평범이라고요? (1) 23.06.19 6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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