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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무한성장 최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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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현공
작품등록일 :
2023.06.18 06:57
최근연재일 :
2023.07.02 16:1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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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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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87,630

작성
23.06.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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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 니들은 다 뒈졌어! (4)

DUMMY

은신 상태의 최평범은 자세를 낮추고 무너진 지반의 중심부로 향하는 경사로를 달렸다.

중간중간 고블린 워리어가 있었지만, 부서진 건물의 잔해 사이로 숨으며 전진할 수 있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것도 들키지 않고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충격파였길래 이렇게 넓은 반경이 무너진 거지?’


구시가지의 지반이 무너진 것은 제사장이 강력한 상위 존재를 소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충격파 때문일 것이다.


‘고블린 킹이 이 정도로 강력한가?’


지금 무너진 지역의 반경은 수 킬로미터에 달했다.


‘그리고 이 굵은 빗속에서도 느껴지는 피 냄새···.’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간신히 고블린들에게 들키지 않으며 가운데에 접근했다.

둥글게 뻥 뚫린 곳 아래는 거대한 동공이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의식을 진행하다 폭발한 거로군.’


지상에 보초는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다음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미친···!’


아래를 내려다보니 백 마리가 훨씬 넘는 수의 고블린이 모여 있었다.

그중 삼분의 일 이상은 고블린 워리어였다.


‘열 마리 상대하는데도 삼십 분이 걸렸는데···.’


그것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기면서 말이다.

아무리 완전 재생이 있어도 무리다.

차라리 후퇴하고 상위 등급의 히어로들에게 맡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설사 고블린 킹이 나오더라도···.’


고블린 킹이 소환되면 엄청난 피해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최평범은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게 중요하니까.


‘잠깐. 그런데 저 소환진··· 고블린 킹의 것이라고 하기는 너무 커. 게다가 제사장이 네 마리나···.’


둥그런 소환진 주변으로 모든 고블린 무리가 엎드려 절을 올리고 있다.

소환진은 반경이 백 미터에 달했고 주변으로 네 마리의 제사장이 눈을 까뒤집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원작에선 고작 한 마리가 고블린 킹을 소환하려다 김천만에게 죽었었는데.


‘더군다나 저렇게 많은 사람과 고블린을 제물로···.’


지독한 피 냄새의 원인은 거대한 소환진 가운데 쌓인 인간과 고블린의 시체 산!

정말 산이라 부를 정도로 많은 시체가 쌓여 있었다.

위쪽에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들인지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최평범은 눈을 떼지 못했다.

원작에서 이와 같은 묘사를 읽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소환진, 산처럼 쌓인 제물··· 설마 마왕 소환진?!’


분명 [천슈히]의 후반부였다.

김천만을 죽이고 세계를 괴멸시키려는 괴인 집단이 마왕을 소환했다.

재해 레벨 10의 마왕.


마왕의 등장으로 히어로 협회 자체가 소멸됐으니 재해 레벨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아마 10이 아니라 더 높은 레벨이었어도 무방할 정도의, 최종 보스였다.


‘아니, 왜 원작 최종 보스를 지금 소환하냐고!’


물론 원작에선 김천만이 이겼다.

그는 주인공이고 먼치킨인 데다 후반부에는 더 이상 성장할 여지조차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도 쉽지 않은 승부였다.

주인공의 주변 동료가 거의 다 죽고서야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먼치킨도 없는데 마왕이 나오면···.’


멸망이다.

아래의 모습으로 봐서는 상위급 히어로가 사태를 파악하고 오기 전에 소환의식이 끝날 것이다.

결국 지금 이 세상의 멸망을 막을 건 엑스트라 최평범뿐이라는 얘기.


‘씨바아!’


열이 뻗쳤지만, 일단 심호흡을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마왕은 소환되지 않았다.

그전에 제사장을 죽이고 의식을 차단한다.

그러면 문제 해결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망설임이 사라졌다.


물론 사방으로 멀리 떨어져 서 있는 네 마라의 제사장을 어떻게 죽일지. 설사 죽인다 해도 백 마리가 넘는 나머지 고블린에게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아래로 훌쩍 몸을 던졌다.

민첩과 은신의 힘으로 사뿐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촉이 좋은 고블린 한 마리가 뒤를 돌아봤지만, 재빨리 잔해 뒤로 몸을 숨겼다.


‘우선 제사장 한 마리를 죽이고 바로 피해서 다시 은신한다.’


제사장의 수가 줄면 최소한 의식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제사장 쪽으로 살금살금 이동했다.

고블린들은 전부 소환진 쪽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으니 잘만하면 들키지 않고 제사장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콰앙- 콰쾅-


밖에서 폭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아직도 전투를 벌이는 히어로 팀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이다.’


고블린들은 폭음에도 엎드린 자세를 바꾸지 않고 기묘한 음률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하나, 폭음 덕에 빠르게 이동하는 최평범의 소리와 기운을 감출 수 있었다.


‘됐다!’


순식간에 달려 나가 제사장 한 마리의 뒤에 섰다.

제사장은 목울대 쪽이 약점이다.

놈의 뒤로 다가가 단검으로 목을 그었다.


서걱- 치이익-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우르릉-


소환의식이 흔들린 탓인지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어난다.


“키에에엑!”


고블린들이 이변을 눈치채고 달려온다.


‘은신이 안 먹힌다!’


적을 죽인 순간 은신은 해제된다.

그때 하필 그 모습을 본 고블린이 있었고, 이미 들켰기에 다시 은신에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능력을 강화하여 저항하려 했지만.


“커헉!”


사방에서 날아오는 창과 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열 개가 넘는 무기가 동시에 몸통을 뚫고 들어오는 충격에 최평범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또옥-

또옥-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에 최평범이 정신을 되찾았다.


“흐으윽.”


전신을 휘감는 격통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폐가 뚫린 것인지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주변을 보았다.

그는 소환진의 한가운데, 시체들의 산 중앙에 있었다.

그것도 등이 두 개의 창에 꿰어져 허공에 매달린 채로.


“그으으으···.”


입에서 피가 흘렀다.


또옥-


그가 들었던 물방울 소리는 자신의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등에서부터 가슴을 뚫고 나온 창 때문에 온몸이 무기력했다.


[완전 재생 활성화됨. 1시간 35분 남음.]


별자리의 저 글자대로라면 최평범이 창에 꽂혀 피를 흘린 시간만 3시간이 넘는다는 뜻.


‘젠장··· 이렇게 움직임이 무력화되면 완전 재생만으로는 소용이 없어.’


도대체 창을 어떻게 박아둔 건지 그의 다리가 허공에 떠 있었다.

창에서 몸을 뽑기는커녕 잘못 발버둥 치다가 더욱 깊이 박힐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우선 상황을 관찰했다.

세 마리 남은 제사장은 더욱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소환진 밖에서는 고블린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소환진의 주변부에는 새로운 시체들이 놓여 있었다.


‘히, 히어로들?’


그와 함께 왔던 다른 히어로들이었다.

이미 대피했을 거로 생각한 강한찬과 권신율도 보였다.

최수인과 장소용도.


모두 미동도 없이 손목이나 배나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제사장 하나가 없는 걸 저들의 피로 보충하기 위해 잡아 온 모양이었다.


‘개 같은!’


최평범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저들과 유대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막말로 그의 아래 쌓여 있는 시체나 저들이나 다를 건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그는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혼미했던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럴수록 전신을 헤집는 고통은 더욱 선명해졌지만, 오히려 감각을 되살려주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자신이 오른손에 아직도 단검을 쥐고 있는 걸 깨달았다.


‘이걸 놓지 않았다니.’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것은 최평범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고블린의 창에 찔려 정신을 잃는 순간.

[팔 근력 강화]에서 이어지는 [악력 강화]를 레벨 3까지 활성화했던 것이었다.


‘생각하자, 생각! 단검으로 할 수 있는 일. 내가 개방한 별자리들과 단검을 조합하면 할 수 있는 일!’


원작에서 주인공이 단검을 쓴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그렇다면 [단검 숙련도]라는 별은 왜 있는 것인가.


순간 최평범은 깨달았다.

거대한 성운 속 별들은 단지 원작의 주인공이 얻었던 능력만 담고 있는 게 아님을.


‘다른 인물들, 다른 성좌들의 능력까지 담겨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떠올려야 했다.

단검을 사용하는 성좌.

단검으로 위대한 기적을 일으키는 성좌.


성좌명, [가면의 수호자]


‘로키.’


그리고 그 성좌가 선택한 초인이 사용하던 능력을 떠올렸다.


‘신의 장난! 그거라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근거리에 한해 단검이 있는 위치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 별자리에 변화가 느껴졌다.

그가 개방한 지역과 멀지 않은 곳의 안개가 걷히며 붉은색 별이 드러난 것.


[신의 장난: 영구 활성화 필요 좋아요 10]


‘좋아요를 한 번 투입하면 회수가 안 되는 거로군.’


붉은 별은 좋아요를 회수할 수 없는 대신 한 번 활성화하면 계속 사용이 가능한, 일종의 액티브 스킬이었다.


‘전제 조건은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신의 장난]까지 이어지는 별은 은신, 단검 숙련도, 고블린 사냥꾼, 강한 심장의 레벨 3.


‘좋아요는 늘었나?’


[좋아요 - 일일: 22, 누적: 32]


그가 피 흘리며 기절하였던 동안 좋아요가 추가되어 있었다.


‘간신히 되겠군.’


붉은 별로 이어지는 네 별의 레벨 3을 동시에 개방할 필요는 없었기에 다행이었다.

아직 레벨 3을 개방하지 않은 은신과 강한 심장을 차례로 개방했다.


‘천운이다.’


최평범은 하필 저 네 종류의 능력을 얻었고, 지금 단검을 쥐고 있는 게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가 이룩한 것이었다.

운의 도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가 목숨을 걸고 싸워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


‘모두 개방 완료. 이제 신의 장난에 좋아요 열 개 투입!’


[신의 장난 영구 활성화 성공]

[누적 좋아요: 20/22 (10)]


새로운 별이 피처럼 붉게 물들며 불길한 빛을 뿜어냈다.

이제 그는 가면의 수호자, 로키의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완전 재생을 빼고 남은 스무 개로 이 단검을 던질 힘을···!’


[강한 심장 레벨 3]

[단검 숙련도 레벨 3]

[팔 근력 강화 3]

[어깨 근력 강화 1]

[안력 강화 1]

[누적 좋아요: 0/22(10)]


잦아든 빗줄기 사이로 가까운 고블린 제사장을 확인했다.

놈은 고개를 쳐들고 양팔을 하늘 위로 올린 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평범의 팔과 어깨에 힘이 모인다.

역수로 쥐었던 단검을 바로 쥐고 고블린의 목젖을 향해 똑바로 던졌다.


‘신의 장난!’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단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능력을 사용했다.


[신의 장난 발동. 쿨타임 1분 남음.]


그 순간 그의 몸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피부와 근육과 뼈가 세포 단위로 분열되고.

단검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끌어당겨졌다.


스스슥-


입자 단위로 쪼개진 그의 몸이 꽂혀있던 창을 빠져나가 날아가는 단검 뒤로 모여들었다.


‘성공이다!’


다음 순간 최평범은 날아가는 단검을 붙잡고 있었다.

창에서 뽑혀 나온 그의 몸이 빠르게 재생을 시작했다.


‘니들은 다 뒈졌어!’


곧바로 [고블린 사냥꾼]을 비롯한 전투형 별자리 능력들을 활성화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제사장의 젖혀진 후두부를 단검으로 그어버린다.


촷-


피가 뿜어져 나오고.


우르르르-


바닥이 진동한다.


“크워어어!”


또다시 짓쳐들어오는 고블린 무리.


“이번에는 안 당한다!”


제사장의 수가 줄어 고블린의 강화 정도가 약해진 상황.

더욱 침착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적들을 상대한다.

근육 강화의 안배를 정교하고 확실하게.

이제 그의 몸이 전투에, 피에, 죽음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쿨타임 1분이 경과한 순간.


팟-


단검을 다른 제사장 쪽으로 날리고, 다시 ‘신의 장난’을 시전한다.


“쿠에에엑!”


목이 따지며 괴성을 지르는 놈을 걷어찼다.


“이제 마지막 놈!”


이번에는 소환진을 따라 달렸다.

다리 근력을 강화하고 민첩을 올려서 어떤 고블린도 따라잡지 못하도록 하면서.


우르르르르-


바닥을 울리는 진동이 더욱 심해진다.

왠지 소환진 가운데 쌓인 시쳇더미가 움직이는 기분이다.


‘이제 곧인데!’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마지막 제사장은 자신을 노리는 최평범은 쳐다보지도 않고, 목청을 높였다.


“§#@★§●*◇!”


해석할 수 없는 외침 끝에 소환진에서 붉은빛이 뿜어진다.


“안 돼!”


힘껏 뻗은 최평범의 단검이 제사장의 목을 갈라냈지만.


콰아아앙-


찰나만큼 늦었다.

마왕이 이 세계에 소환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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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 마왕은 좀 아니지 (2) 23.06.29 16 0 12쪽
12 11화 - 마왕은 좀 아니지 (1) 23.06.28 22 0 12쪽
» 10화 - 니들은 다 뒈졌어! (4) 23.06.27 21 0 13쪽
10 9화 - 니들은 다 뒈졌어! (3) 23.06.26 22 0 12쪽
9 8화 - 니들은 다 뒈졌어! (2) 23.06.25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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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2) 23.06.23 29 0 12쪽
6 5화 - 일단 가진 건 다 내놔 (1) 23.06.23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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