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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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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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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1.09.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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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남북전쟁16

DUMMY

“전하”


“무슨 일입니까?”


나른하게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본 외교장관은 쓴 웃음을 짓더니 내게 죽간 하나를 내밀었다.


“뭡니까?”


“외교부와 정보부에서 내놓은 결론입니다.”


갑자기?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그가 내민 죽간을 받아들었다. 펼쳐진 죽간에는 꽤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거··· 확실한 겁니까?”


“저희로서는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도 중원정보부에선 여러 차례의 사신단을 확인하였고 그 방향은 아국과 고구려 쪽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내심 예상은 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포기할 줄은 몰랐는데···


“저희 외교부의 추측으로는 아마 전하와 고구려 공주님과의 국혼이 가장 결정적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당에서 볼 땐 땅까지 혼수로 내어준 고구려 왕실로 보이겠군요? 그리고 그 사실은 양 국의 관계가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예, 그러니 이간책이 먹히지 않음을 확인했으니 차라리 당으로서는 동부전선을 완전히 포기하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봐도 그게 맞는 것 같기는 하고요.”


당으로서는 동부전선을 밀어봐야 뚜렷한 이득이 없다. 만주지방의 통일정권을 제거한다는 것 정도? 물론 만주가 좋은 땅인 건 맞지만 거기에 사람을 이주시키고 관리하고 그럴 생각하면 머리깨나 깨질 거다.


반면 토번은 다르다. 우리와는 다르게 당국을 위협할 수 있는 확실한 제국이며 동서 무역로를 틀어쥐고 있다. 아무리 봐도 서부전선 쪽이 훨씬 메리트가 있었다.


“정황상으로는 당국의 강화제의는 거의 확정적이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구려와 마찰을 빚으면 곤란합니다.”


“물론입니다, 전하. 허나··· 신이 하나 여쭈어 보아도 괜찮겠습니까?”


그의 말에 내 고개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승낙을 받아낸 그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전하께서는 혹시 만주지방 전체에 욕심이 있으십니까?”


“아직은 섣부른 욕심이겠지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 아닙니다.”


“장관, 아직은 섣부릅니다. 지금은 고구려와의 우호를 돈독히 해야지요. 설마 고의 신혼생활을 망쳐 버릴 생각은 아니겠죠?”


“제가 어찌 감히···”


“후, 그런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보고할 내용은 그게 다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런가요? 좋아요. 곧 있을 결혼식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겠죠?”


결혼 일이면 왕실에서 하는 것이 맞지만 왕실이랍시고는 나 혼자가 전부였고 고구려 공주가 그 상대다 보니 외교적인 부분도 신경써야 할 게 많았다. 그렇게 되니 외교부에서 내 결혼을 주도하는 모양이 된 거지.


“걱정 마십시오, 전하.”


“알겠습니다. 이젠 돌아가도 좋아요, 장관”


“실례했습니다, 전하.”








“후우··· 하아··· 후우···”


긴장을 푸려고 가벼이 심호흡을 해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너무 긴장하셨습니다, 전하”


“조금만 더 긴장을 푸십시오, 자 냉수라도 들이키시면 조금 나아지실 겁니다.”


나는 그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듯이 가져가 입가에 가져갔다.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조금 나아진 것도 같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긴장이라는 놈은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고구려에 침투할 때보다 훨씬 쉬운 걸요.”


··· 미안한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물론 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기에 웃는 낯으로 받아주었다. 그녀에게 비춰진 얼굴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정쩡하고 딱딱한 얼굴이 아닐까.


그러던 도중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제가 가보겠습니다.”


비서 한 명이 내 곁에서 떠나 그 원인을 알아보러 소란의 중심으로 향했다. 제발 부탁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결혼식 중에 얼마나 쪽을 당하려고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웅성거림은 점점 내 쪽으로 가까워졌고 소란의 원인인 것 같은 여자는 내 앞에 살포시 인사했다.


“대한의 국왕을 뵙습니다. 소녀, 고구려의 첫째 공주 고연이라 하옵니다.”


확실히··· 그녀랑 닮긴 했다. 특히나 약간 날카로운 것 같은 눈매가 아주 쏙 빼닮았네.


··· 아니 것보다 댁은 왜 여기 있는데? 국왕의 신분으로 타국에 간 내가 할 말은 아니라지만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아···. 반갑습니다, 공주.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말을 내뱉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그녀에게 나는 얼마나 얼빠지게 비춰졌을지를. 아마 ‘이런 놈이 왕이라고? 내 동생의 남편이라고?’ 따위를 생각하지 않을까?


“후훗··· 언니가 동생이 걱정되서 오는 데 이유가 있나요”


“··· 아무리 그래도 그대는 고구려의 귀한 공주인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살짝 토라진 듯한 느낌으로 말했다.


“··· 그냥 우겨서 왔어요.”


이 집안 만만치 않은데? 이쯤 되면 진심으로 그녀들의 부모를 만나고 싶어졌다. 도대체 가정환경이 어떻길래 이 시대에 이런 자유로운 영혼들이라니


“전하께서도 제 동생을 만나러 고구려에 오시지 않으셨나요?”


“고 같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네요.”


“궁금한 건 이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요··· 혹시 소녀가 무례를 범했을까요?”


“고 역시 마찬가지니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공주. 오히려 잘 되었네요. 신부측에 아무도 없다는 게 신경쓰였는데 공주께서 오셨으니 면은 서겠군요.”


내 말에 그녀는 다행이라는 듯 환하게 웃었다.


“정말 너그러우신 분이시군요, 전하. 부디 제 동생을 잘 부탁드려요.”


“그 말은 이따 결혼식 때 듣도록 하죠.”


내 말에 그녀···. 고연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대로 물려나려던 그녀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소녀가 전하를 위해 좋은 선물을 가져왔답니다. 곧 깜짝 놀라게 되실 거에요."


"호오... 기대하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후후, 물론이죠. 아, 소녀가 너무 시간을 빼앗은 듯 하네요. 이만 물러가도 될까요?"


“그럼요. 공주도 동생과 시간을 보내야지요."


“아 참, 전하. 제 여동생이지만 오늘 정말 아름답답니다. 기대해 주셔요.”


···진짜? 기왕 결혼할 것이라면 예쁜 여자가 좋다. 내가 무조건적인 얼빠는 아니지만 그녀와 나는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기보다는 계약에 의한 결혼관계에 가깝다. 기왕 곁에서 같이 사는거 예쁘고 잘생기면 좋겠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건 뒤로 미뤄두는 문제거나 중요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런게 아니니까.


분명 결혼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을 텐데 어느새 결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랑이 위치하는 자리에 있었고 고연은 여동생의 손을 살짝 잡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처럼 새하얀 면사포, 온통 순백으로 물든 것 같은 드레스는 마치 그녀의 가녀린 몸을 타고 흐르는 물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웨딩 드레스가 왜 여기 있지? 내가 대충 주절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도 저걸 해줄 줄은 몰랐다. 웨딩 드레스가 절묘하게 한복과 섞여 더욱 우아해 보였다. 아니면 옷걸이가 특급이거나.


고연이 그녀에게 무어라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걸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예쁘게 생긴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얼굴을 보지 않아도 예쁠 것 같은 사람. 그녀가 딱 그랬다.


그 후 결혼식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외교부 인간들이 나에 의해 퍼진 일명 한국식 결혼식과 고구려의 결혼식을 같이 진행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정신없던 결혼식이 더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았다.


아니면 나 혼자 정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솔직히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게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만.


결혼식이 끝난 뒤로는 나와 조금이라도 친밀하다 싶은 사람들은 모조리 나에게 와서 술을 퍼먹여대기 시작했다.


각 처부의 장관들, 내가 발굴해낸 장인들, 내 호위병력들··· 심지어는 생긋 웃으면서 술독을 잔뜩 날라온 고연 그녀까지!


특히나 그녀는 ‘이 정도도 못 견디신다면 오늘 소녀의 동생을 만날 생각은 꿈에도 마세요!’ 라고 하며 미친듯이 먹여주었다.


우습게도 나는 또 견뎌 버렸지만. 내가 주량이 그리 센 건 아닐텐데··· 아무래도 이 몸의 주인은 술이 상당히 센 모양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땅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나는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신방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 와중에 계속 그녀의 웨딩 드레스 차림이 생각나서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식 중간부터는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녀가 예쁘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정신을 팔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모두 술의 힘이다.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한 변명과 함께 나는 냉수에 얼굴을 쳐박고 약간이라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 덕분인지 정신이 어느정도 멀쩡해 진 것은 어느덧 밤하늘의 달이 반 정도 기울고 나서야 신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화려하게 꾸민 신방에 들어가자 그녀가 눈을 비비며 쓰게 웃었다.


“언니가 술독에 빠뜨려 버리겠다고 했는데 용케 견디셨군요, 전하”


으음··· 빠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더랬지. 아마 내가 한국의 왕이 아니었거나 술이 조금이라도 약했으면 빠져 죽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고의 상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언니의 술 세례를 견딘 것은 전하께서 처음이신지라 조금 놀랐네요.”


음, 확실히 견딜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긴 했지.


나는 겉옷을 살짝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술 깨는 걸 조금 도와주더군요. 그게 아니었으면 못 올 뻔 했지요."


"후후, 설마 언니가 하나뿐인 동생의 첫날밤을 망치려고 했을까요. 그냥 언니 나름의 인사였을 거에요.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하긴 진짜 망치려고 했으면 술을 더 마시게 했겠지. 놀랍게도 그녀는 아직도 여력이 있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 술 대부분 밤에 아주 좋은 술이거든요. 언니가 특별히 가져온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갔다. 저 천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저렇게도 자극적이었나.


"그... 그러니까... 그걸..."


얼굴이 폭발할 듯이 달아오른 그녀는 적당한 표현을 찾기 위해 어버버 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그녀의 입술을 살짝 훔쳤다.


어차피 이건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몸으로 나누는 대화니까 이 방법이 옳겠지.


작가의말

건전한 바디랭귀지를 알려주는 주인공






foxiris12//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보니...하하....


g153//저도 학업이 있고 할 일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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