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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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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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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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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4

DUMMY

“이 나라에는 종이를 가지지 못해 뒤진 귀신이라도 붙은 모양이야, 그렇지 않나?”


짜증 가득한 기색의 지영의 목소리에 이훈은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모시는 주인에게는 끝없는 욕심을 가진 귀신이 들러붙은 게 아닌가 싶었다. 자신이 지영을 모신 후에도 종이의 생산량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고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비서실장이 되기 전에도 종이의 생산량을 늘렸을 테니 지영이 국왕에 처음 즉위했을 시점에 비하면 지금은 몇 배나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종이는 아직도 모자란 상태였다. 특히나 그 공급이 워낙에 들쭉날쭉하다 보니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워낙에 한국의 정부가 비대하다 보니 종이를 많이 처먹는 것도 있었고 최근 증설된 학교에서도 공책이니 교과서니, 혹은 도서관에 채워 넣을 책과 논문을 위해 종이를 엄청나게 요구했다.


지영 자신도 몰랐겠지만, 활자와 인쇄기도 있는데 책에 관한 관심이 크게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만성적인 종이 부족에 있었다. 책의 인쇄는커녕 정부와 학교에서 사용할 종이도 부족한데 대대적인 출판 작업이 이루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교과서 혹은 지방 관공서에 뿌릴 공문 정도가 전부였다.


“종이 공정을 더 준설하시는 건...”


지영은 한숨을 푹 쉬며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동물은 한정되어 있다네. 특히나 힘센 역마나 소 같은 동물들은 더더욱 말이야.”


공장에 동력원으로 활용할 동물이면 당연하게도 농사와 운송 등에도 쓰이기 마련이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나누어야 하니 공장에 돌아가는 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초적인 식량이 없는데 공장이 돌아가서 옷감, 종이 등을 생산해 봐야 어디다 쓰겠는가.


“정말이지 이놈의 강에는 신물이 나는구만”


겨울에 강이 얼어붙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그럼에도 지영은 한강이 얼어붙는 것은 많이 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어쨌건 작은 지류들이 얼어붙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범주였다.


대처 역시 가능했다. 어차피 겨울에는 농사도 짓지 못하니 소나 말 같은 동물들을 공장으로 끌어다 쓰다가 농사가 시작되면 그때 다시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농부들이야 노는 소나 말을 대여해 주고 작게나마 보상금을 받고 먹이값도 아끼니(보상금보다는 이쪽이 더 컸다.) 나쁠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강은 겨울 이외에도 마르는 일이나 혹은 큰 홍수가 일어나는 일이 잦은 편이었고 이는 곧바로 공장의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은 봐야겠는데...”


지영의 말에 이훈은 가만히 생각했다.


‘과기부 인간들 또 죽어 나가겠군... 아직 타자기 만든답시고 부품 깎고 있더만...’


이훈의 생각이야 어떻든 간에 지영에게 이 일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기계와 분업화를 이용한 산업 생산력 증대를 꾀하면 뭐 하는가. 그 기계를 돌릴만한 동력원이 없다면 생산성은 크게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생산성의 감소는 곧 한국이라는 국가의 경쟁력 감소를 의미했다.


축력을 이용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긴 하지만 아까도 언급이 되었듯 동물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동물의 수를 크게 늘린다 치면 이제는 반대로 식량 수급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옆 동네 큰집처럼 사람이 썩어 넘쳐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안정적인 동력원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지영은 생각하면서도 너무 일을 크게 벌린 게 아닌가라는 후회도 살짝 해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몇만 명 단위의 공단을 무작정 짓는 건 아무래도 무모한 짓이었다.


물론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하남 공단 안에 있는 하남 조병창에서 생산되는 무기와 방어구들은 둘째치고서라도 그 공단 안에서 생산되는 수동식 탈곡기와 여러 가지 농기구들, 수동식 탈수기와 옷감, 그 외의 잡다한 기구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민들의 삶을 확실하게 바꾸어나가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소비다운 소비, 상업활동다운 상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가 하남 산업단지에서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풀고 있는 탓이 컸다. 아무리 생활 수준이 올라도 원체 물건이 비싸고 좋지 못하면 차라리 직접 만들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니까.


지영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위험부담이 좀 있더라도 큰 강줄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영이 강줄기의 홍수로부터 공장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설차가 이끄는 야유회 일당은 어느새 당나라 동남해안 근처에 다다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행스럽게도 설차가 우려했던 마찰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덕분에 선상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대부분의 연해도 주민들은 한국에서, 특히 군부에서는 굉장히 좋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마상 전투 실력과 그 전술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고(감히 단언컨대 유목민 기병은 현세대 최강의 경기병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 위주의 한국 군부 특성상 낮은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연해도는 모직물의 원재료가 되는 양털의 주요 생산지였으며 기타 가축의 부산물들도 은근히 많이 유입되는지라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양인이라 불리는 서양 외국인들도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혼혈들 역시 존재했다. 즉, 연해도 출신 군인과 연해도 출신 기업가, 축산농가 등의 한국과 ‘사소하게’ 다르게 생긴 인원들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며 차별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더불어 지영이 그간 해온 ‘국기 앞에 우리는 모두 한국인’이라는 구호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외쳤기 때문에 상당히 쉽게 연해도 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물론 나름 튼튼한 방비로 약탈을 거의 당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임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여튼간에 설차도 옷 속에 갑옷을 갖춰입고는 야유회 준비를 했다.


“준비는 다 끝나셨소?”


“준비랄게 뭐 있겠소.”


정말 오래간만에 입은 갑옷의 무게감이 마치 전신을 짓누르는 듯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몸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아주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일반 백성들은 해치지 말라고 하셨던데”


“일반 백성들을 해쳐서 어디에 쓰려고 그럽니까. 그 재산은 어떻게 가져올 거고... 차라리 지주나 관료들만 싹 털어서 금품을 가져오는 게 맞지. 쌀가마니 들고 말을 달릴 수나 있소?”


오태식이 생각을 해 보니 확실히 그건 그랬다.


육로로 연결된 환경과는 다르게 한번 당의 영토에 들어가면 반 정도는 고립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느긋하게 털면서 도망갈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냥 말로 달리면 되는 육지와는 다르게 어쨌건 이 정도의 인원이 배에 타려고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무게 대비 가치가 떨어지는 쌀가마니를 털어 올 이유는 하등 없었다.


“쌀가마니는 아예 배고픈 백성들한테 뿌려주는게 낫지. 그게 더 적의 분열을 유도할 거요. 기왕 이렇게 된거 정의로운 의적이 되어봅시다.”


오태식은 진심이냐는 듯이 설차를 바라보았지만 설차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우리 의적단의 이름은 활빈당이 좋겠군...’ 이라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총리 어른 마지막 업무라니 좋을 대로 하시라지’


그렇게 활빈당이 많이 일찍 출범했다.


활빈당이 정의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난데없는 현무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건의 발달은 아주 단순했는데 제주도에 넘쳐나는 현무암을 궁복은 나름 괜찮은 건설 자재라고 보았던 것.


양회에 비해 돌을 가공해서 건축하면 당연하게도 단가가 올라가기는 하겠지만 현무암에는 그걸 만회할 만한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물이 고이지 않고 잘 빠진다는 것.


궁복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도시 내 도로를 이 현무암 재질로 포장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과 견본을 보내왔다.


도시 외 도로랑은 다르게 도시 내 도로는 비가 오면 배수로를 통해 물을 외부로 배출해야 했는데 워낙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배수로 관리도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배수로를 막아버리는 일도 적지는 않았으니까.


지영이 생각하기에도 썩 나쁘지 않은 제안 같았다. 오래전 기억을 뒤져보니 제주도 여행을 갔을 당시 인도를 현무암으로 깔아놓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게 인조 현무암인지 천연 현무암인지까지는 알 방도가 없기는 했으나 확실한 것은 현무암을 이용하면 배수로 관리에 드는 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


“이런 시발...”


,,, 라는 꿈을 꾸었다.


문과인 지영은(특히나 관심 분야도 아니라 더더욱) 몰랐던 이야기지만 현무암의 기공이 서로 연결된 암석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즉, 작은 기공에 물이 다 차면 그 이후로는 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무암으로 깔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둘 다 배수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비슷하고 비용만 따지자면 현무암이 훨씬 비쌀 테니까.


궁복의 생각도 비슷했을 것이다.


돌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구멍이 뚫려있으니까 물이 잘 빠진다.→이걸로 도로를 깔면 물을 쭉쭉 빨아들인다.→배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고 관리할 필요성도 없어진다.


라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영은 나름 이쁘게 생긴 현무암을 보면서 아쉬움을 토해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쓸 만한 곳이 없었다.


미래였다면 무슨 현무암을 이용해 공기 중 탄소를 여기다 집어넣는다는데 그런 걸 여기서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저 현무암을 이용해 건물을 짓느니 차라리 벽돌과 양회, 철근을 이용해 건물을 짓는 게 몇 배는 싸게 먹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주도가 인도를 현무암(혹은 비슷한 무언가)으로 깔아놓은 것은 그냥 제주도 이미지 하면 현무암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았다. 관광지니까 그런 것이었겠지.


유감스럽게도 예산과 인력 절감의 꿈이 날아간 지영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무언가, 예산에 숨통이 틔일 무언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수입은 그만큼 늘어나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사실 이미 충분히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지영이 워낙 사방팔방에 일을 벌여놔서 그렇다).


‘... 우리 연해도 친구들이 한 건 제대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말

교수님께서 쪽지시험을 예고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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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중간고사로 인한 휴재 공지 22.10.19 3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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