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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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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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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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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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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12

DUMMY

화약.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물질.


흔히들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만큼 좀 과장하자면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을 한 차례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화약이 불 화자에 약 약자를 쓰는지라 불을 붙여야만 화약이 터지는 줄 알았더니 사실 그게 아니었다. 자세한 온도는 모르지만 대강 일정 온도 이상이면 화약은 연소했다.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에이, 동장님. 제가 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을 꺼내겠습니까?”


그 말에 화기연구소 소속의 구동부 개발 동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항상 근거는 있었지. 그것도 그럴듯한”


“에이, 이번엔 진짭니다.”


“후...”


그는 답답하다는 듯 물을 벌컥 들이켜고는 물 한 병을 비우고서야 들어나 보자는 듯 말했다.


“읊어봐.”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들이라면 누구나 이번에 군 제식으로 화승식 소총이 채택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결국에는 기계의 신뢰성 문제와 비용, 생산성 문제 때문에 더 우수한 방식을 포기한 것 아닌가? 그들이라고 안 되는 걸 되게 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군 미래무기 사업에서 자신들의 모자람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진행했는데 진행은 진행대로 안 되고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구겼으니 불만을 안 가지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뭐... 결국에 못 만든 건 그들이니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게 문제였지만.


“오늘 점심 식사 때 드신 거 기억나시죠?”


“어, 그래. 그 국밥집. 거기가 진짜 잘해.”


“예, 맛있더라고요. 이 국물도 뻑뻑하니, 순대랑 고기도 많고.”


“그렇지, 그렇지. 꼭 기억해 두란 말이야. 해장할 때나 날 춥다 싶으면 거기만 한 데가 없다. 그리고 쉽게 식지도 않고 오랫동안 뜨끈하고 말이야.”


그 진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를 떠올린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맛을 다셨으나 연구원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휘휘 저어 머릿속에 떠다니는 국밥 그릇을 낑낑거리며 치웠다.


“거기 솥이 쉽게 안 식더라고요. 돌솥이랬나... 해서, 그걸 이용하면...”


“에라이. 총에다 그 얼마나 큰 거 꽂겠다고.”


“자거나 식사할 때 그냥 불에다 건지고 나중에 집게로 집어내면 그때 돌솥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밥이야 점심때도 먹을 테니 반나절만 최소한의 온도를 유지한다면...”


돌솥으로 저 뚝배기를 깰지 말지 고민하던 동장도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듯했는지 눈을 빛냈다.


“씁... 일리가... 없진 않은 것 같은데. 고온의 불에 몇시간 동안 던져두면 돌솥이랑은 비교도 못 할 온도를 가질 테니. 근데 그걸 어떻게 들고 다니게?”


“통과 집게를 지급해서 둘 다 목에 걸 수 있게 하거나 혹은 맬 수 있게 하면 되죠? 평소엔 통에 넣었다가 전투에 돌입하면 목에 있는 통을 열고 집게로 총에 끼워버리면 그만일 테니까요.”


동장이 들어보니 그것도 그럴듯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기는 했지만, 그거는 개량과 훈련을 통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어차피 화승식도 전투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화승에 있는 불씨가 꺼졌다면 새로 받아야 했고 화승을 끼우기도 해야 하며 장전 방식도 더 복잡했다. 그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단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좋아, 작게 한번 해 보자.”


“당장 오늘 시작하죠. 미리 돌은 준비했으니 불만 피우고 달구면 그만입니다.”


...


“... 뭐라?”


후지와라 가문의 당주 토키하라는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당주님. 가문을 따르는 상인들에게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


노골적이다, 너무 노골적인 수다.


전대 천황이라 하여 가문을 견제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그 견제에도 불구하고 후지와라 가문의 성세는 마치 거산처럼 굳건했다. 인간 한두명이 삽을 든다 해도 감히 거산을 흔들 수 있을까.


“내 직접 천황을 알현해야겠구나. 채비하거라.”


바삐 황궁으로 간 그는 또다시 어이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우대신, 왜 그대가 이곳에 있는 것이오?”


“그야 천황께서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그렇소. 그러한 까닭에 그대와 내가 중한 일이 아니면 처리하라 하셨거늘... 흠, 분명 사람을 보냈소만.”


굳이 이런 일로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으니 아마 길이 엇갈렸던 탓이리라. 토키하라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들으셨소?”


“무엇을 말이오?”


“흠... 들으신 게 아니라 직접 하셨겠구려. 연유가 무엇이오?”


“연유... 연유라. 애초에 물자교류 협약은 나라의 일 아니오? 나라의 주인인 천황께서 필요하신 곳에 분배하시겠다는 걸 돕지 않을 이유가 없구려.”


말이야 그럴듯했다. 말이야. 그렇다고 한들 자신의 가문에 연결된 상인들에게는 그 어떠한 물건도 배분되지 않았다는 건 의도가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닌가.


만일 어느 정도 뜯어갔더라면 그래, 그러려니 하고 수긍했을 것이다. 권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상은 통치에 있어서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중한 일인데 나는 언질조차 받지 못했소만.”


“좌대신께선 한창 다른 일에 바쁘셨지 않소? 이 일이 중하다지만 지금 좌대신이 하는 일 역시 만만찮게 중한 일이오. 왼팔과 오른팔을 각자 다른 일에 활용해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 문제 될 일은 아니지 않소이까?”


맞... 기는 했다. 엔기 격식이라는 책을 편찬 중이기도 했고 농민 보호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맞았으니까. 명분이야 참으로 그럴듯했다.


토키하라는 슬며시 미치자네의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았다.


어느새 희끗희끗해진 수염과 머리, 조금씩 피는 검버섯, 깊어지는 주름에서 세월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과는 못해도 이십 년 차이가 난다. 그러니까... 가만히, 한 십 년 동안만 기다리면 당연히 후지와라 가문의 우세가 될 테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문과 이를 따르는 이들을 제외해도 천황에게는 오른팔이 남아있다는 뜻 아닌가.


아무래도 천황께는 낡은 오른팔 대신 새로운 오른팔이 필요해 보였다.


...


“신무기?”


“예, 그렇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한 정보를 이리저리 조합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한국... 이제는 발해가 불을 활용하는 신병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 이게 신병기일지 아니면 군문에서 활용하기 좋은 무언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불을 활용하는 신병기라. 예전에 해군에서 개발했다는 그것을 육군에서도 쓰려는 것인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셈이었지만 이들로서는 이게 한계였다.


우선 화기 및 총기의 개발과 생산은 발해에서는 특급 군사 기밀에 해당했다. 그러니 고구려로서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그 정체는 알기가 어려웠다.


거기에 총기 개발연구소는 아예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않은 지영 직속 연구소인지라 드러난 것은 화기 개발연구소가 전부인데 그 화기 개발연구소에서 대포라는 아예 다른 병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고구려는 이 정보가 진실이고 ‘불’에 관한 신병기나 혹은 활용하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그 이상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래 보입니다.”




확실히 대 기병 무기로 적절한 무기이긴 하다.


말이라는 생물은 기본적으로 겁이 많은 생물. 갑옷에 부딪힌 화살로 인한 쇳소리에도 놀랄 정도다.


그리고 불은 본질적으로 동물들에게 공포를 주니 잘만 쓴다면 효율적으로 돌격 경로나 후퇴 경로를 제한할 수 있다.


문제는 불의 약점은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이라는 것.


불을 질렀는데 바람이 자신을 향해서 분다면 제아무리 정예한 발해군이라도 대형은 엉크러질 수밖에 없다.


굳이... 굳이 그런 하자 있는 무기를 개발한다고? 그것도 자신들과의 전쟁을 위해?


차라리 그 돈으로 병사나 더 뽑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 애매함을 느꼈는지 발해에 대해 강경하던 신하들도 무어라 입을 떼지 못했다.


자신들이 봐도 어...? 이게 맞나? 싶은 정도로 의외인 행보인 탓이었다.


그리고 발해는 아직도 고구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이 천하에 ‘믿을만한 국가’라는 것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명분으로 동맹을 파기하고 자신들을 비난한 뒤에 격문을 내걸고 쳐들어오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다못해 지금이 전란의 시대도 아니고 지금까지는 평화의 시대 아닌가.


“으음... 우선 그 ‘화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긴 한데 너무 당연한 말이라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싸늘했다.


그래서? 그 ‘화기’의 정체를 도대체 어떻게 알아낼 거냐고.


이들이 보낸 정보원은 족족 소식이 끊기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였으면 다행이겠지만 소식이 끊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우선 발해 내에서 지영의 입지는 가히 현인신에 비견될 정도였고 그에 충성하는 신민들은 알게 모르게 자체적으로 방첩 망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비밀경찰국이 이중 삼중으로 덫을 깔고 촘촘히 감시하며 감찰부가 중앙에서 눈을 부릅뜨고 관리들을 감찰하니 어지간하면 족족 걸려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걸려들어 간 고구려의 정보원들은 비밀경찰국과 육군병원 제5 의학연구소의 숙달된 ‘몸과 정신을 아슬아슬한 선까지 파괴하여 최대의 고통을 주고 회복하는 기술’을 몸소 체험하니 결국 이겨내지 못한 한두명이 정체를 불기 시작하면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아, 그래서 육군병원 제5 의학연구소의 정체가 뭐냐고?


그... 예전에 강흠민과 독극물 연구소를 기억하는가?


바로 그 계통의 인원들이다.


물론 지영이 ‘더 이상의 동의받지 않은 인체실험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못 박기는 했지만 ‘정보를 얻기 위한 고문 행위에서 얻은 인체에 대한 정보’는 인체실험이 아니었다.


실제로 행해진 고문들도 인체실험이라기보다는 정보를 얻기 위한 것에 가까웠고 고문을 하며 알아낸 인체적, 심리적인 정보가 착착 쌓이고 있던 것뿐이었으니.


그렇게 쌓인 정보는 군의관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리한 시술에 관한 내용으로 탈바꿈되어 발해의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나라에 부싯돌이 없으니 별 이상한 걸 만드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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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남북전쟁7 +2 23.11.09 1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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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남북전쟁3 +2 23.10.30 130 2 12쪽
250 남북전쟁2 +3 23.10.20 145 1 12쪽
249 남북전쟁 +2 23.10.17 18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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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평화를 끝낼 준비7 +2 23.10.10 127 1 11쪽
246 평화를 끝낼 준비6 +2 23.10.06 12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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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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