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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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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2.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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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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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발해 11

DUMMY

“뭐요? 물건을 팔 수 없다니!”


“죄송합니다만 일본에 할당된 물자는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그 물자가 얼만지 뻔히 아는데!”

일본에 수출 허가된 면포, 설탕, 강철 등 물자의 양은 말 그대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우방국이다 보니 발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그러다 보니 일본 내의 상인들이 적어도 물건을 못 떼어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중재를 통해 적게 가져가는 일은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납득할 수 없소! 이건 협정 위반이야!”


다른 물건들을 사 가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돈이 되는 소비재인 면포와 가장 돈이 되는 사치재인 설탕을 사 가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곤란하군요, 분명 저희는 일본의 뜻에 따라 협정을 준수하여 물건을 매각하였습니다. 자, 보시지요.”


계약서를 본 그의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다.


저 계약서가 거짓일 리는 없다. 발해인들은 계약을 철저하게 준수하거니와 만일 아니라 할지라도 이런 큰 건에서 장난질을 쳤다간 물리적으로 목이 달아나고 말 테니.


아니, 애초에 그 이전에 그곳에 서명한 이름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불경한 것이었다.


발해왕 대리 발해 내무성 외교부 장관 왕륭

일본 천황 대리 일본 우대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앞에 붙은 이름들을 떼고 뒤의 이름들만 봐도 가벼운 이름이 아니거늘 양국의 군주를 대리하여 맺은 계약이라니. 이건 일개 상인이 입 잘못 놀렸다가는 그대로 삼대가 망할 게 분명했다.


원래대로라면 나름 일본의 유력한 귀족이 뒷배로 있음을 말하고선 뻗대보려 했으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뻗대기도 불가능했다. 아니, 발해와 일본을 통틀어 저 둘 보다 권위 있고 힘 있는 뒷배를 도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후... 이걸 어쩐다?”


텅 빈 자신의 배를 바라보고 있자니 온갖 상념이 휘몰아쳤다. 뭔지는 몰라도 지금 큰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추측하자면 아마 천황과 귀족들 간의 세력다툼인 것 같았다.


여기서 잘못 삐끗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모두 잃겠지. 하지만 발을 뺄 수도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리저리 얽힌 것도 있기에 모르는 채 뺐다가는 일이 끝나고 어느 쪽에게든 팽당하리라.


천황이냐, 귀족이냐.


지방이냐, 수도냐.


둘 중 하나의 손을 잡아야 했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괜찮을 것도 있나?”


너무나도 태연한 지영의 답에 왕건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일본의 일 말씀입니다만.”


“우린 그가 바라는 대로 도움을 주었네. 앞으로는... 알아서 해야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든 왕건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건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본은 발해처럼 중앙이 지방을 휘두르지 못하는 나라다. 즉, 개혁이랍시고 잘못했다간 나라가 두쪽으로 쪼개져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국가 간의 일이고 정치라고는 하지만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도 그렇잖은가. 어쨌건 이제 신혼을 보내고 있는데 처가가 반으로 쪼개질 수도 있는 일을 도와준다는 게 보통 정신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지”


“... 예?”


“현 천황이 어떻게 즉위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둘로 쪼개진다고 생각할 수가 없지.”


“...!”


전 천황은 출가했다 뿐이지 멀쩡히 살아있었다. 물론 그를 내세워서 내전을 시작할 수야 있겠지만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겠는가? 명분에서 밀리니 본격적인 내전은 시작도 하지 못 하리라.


이쯤 해서 슬슬 천황가가 허수아비가 되기 시작하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직 완전한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뜻이다. 천황 두 명을 연속해서 압박해서 갈아치워?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문제는 시간.


후지와라 가문은 4대 본성 중 유일하게 황실에서 나온 가문이 아닌 보통의 귀족 가문이다. 이는 태생적으로 후지와라 가문이 가지지 못한 것인데 현재 후지와라 가문은 지속해서 황후를 배출하고 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후지와라 가문은 점차 공고해져 마치 암과 같은 존재로 자라나게 될 예정이었다. 어쩌면 지금 제거하는 게 가장 싸게 먹히는 것일 수도.


“그리고 지금은 우리 역시 개입할 명분이 없지는 않지.”


“설마 그것까지 계산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야.”


물론 지영이나 왕건이나 어지간하면 이 이상의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걸 안다. 발해는 북방 원정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괜히 일본에 발목을 붙잡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이야기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강한 나라로 비추어지지 않겠나? 심지어 당나라도 지금 상태가 안 좋은 와중에 발해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나라도 없으니까 더더욱.


“자신이 있으니 일을 치른 거겠지. 지켜보자고.”


...


“차출 요청?”


“그렇습니다, 군단장님. 이번에 새 부대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몇 명의 장교와 병사들을 요청해 왔습니다. 비는 인원은 메꿔주겠다고 하면서... 어찌할까요?”


말이야 정중하게 했지만, 참모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우선 2군단이 지금 무슨 임무를 하는 중인지를 생각해보라. 이질적인 기후에서의 작전 중이다.


견훤도 지쳤지만, 그 정도 생각은 있는지라 고위 장교나 숙련병은 최대한 2군단 외에서 차출하려 애를 썼지만 그래도 소수의 숙련병이나 고위 장교는 어쩔 수 없이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음, 견훤... 소장이라 했던가”


“맞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육군대학을 졸업했죠.”


“들어본 적이 있네. 수석 졸업자라지.”


“아무리 수석 졸업자라지만 이건 아닙니다, 군단장님. 지금 군단이 무슨 작전 중인지는 뻔히 알 텐데 이런...”


누가 가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기후적응을 끝낸 병사를 잃게 된다. 그 병사의 능력은 둘째치고서라도 땅덩이 넓은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손해다.


그 말에 연락장교는 흠칫 떨었다. 왜인지 김선예의 허리춤에 매인 철퇴가 더욱 빛나 보였다.


“맞습니다, 군단장님. 시간이 한없이 여유로운 것도 아닌데 굳이 무리하실 필요 없다고 봅니다.”


사실 참모들은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는 했다. 겨우 이제 막 별 단 애송이가 지휘하는 ‘실험적 여단’을 위해 기후적응 끝낸 군단의 병력을 차출해야 한다니. 물론, 그 실험적 여단의 정체를 알면 이런 말을 못 하겠지만 그게 널리 퍼지면 기밀이 아니지 않은가.


“... 바라는 대로 내어주게”


“하지만 군단장님-”


“그만. 실험부대라지만 여단 단위의 규모가 소장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잖나. 상부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겠지. 다행히 규모는 중대급에 지나지 않으니 이 정도는... 그리고 막말로 고위 장교를 데려가는 것도 아니잖나. 장교라 해봐야 소위 한 명인데. 근데 이 소위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김선예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니, 유명한 소위라서... 아무튼 용무는 이걸로 끝이라 보아도 되겠나?”


“아... 예, 그렇습니다! 군단장님의 원활한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럼 이만 일 보게나.”


“예, 충성!”


다행히 협조를 얻어낸 연락장교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인원들을 차출하러 떠났다. 그리고...


“예, 제가 박술희 소위입니다만...?”


세상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유명하다는 뜻이 이런 의미에서 유명하다는 뜻이었나? 도대체 개미는 왜 먹고 있지? 2군단은 보급을 안 해주나? 항구에 통조림들이 하역되는 모습을 봤는데?


... 그래도 일단 데려가긴 해야 했다. 여단장님이 보시면 뭐 또 다른 모습이 보일 수도 있겠지. 적어도 그는 그 건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삶은 만두 연구동


그 역사만 이제 백 년이 다 되어가는 나름대로 유서 깊은 연구동이다.


딱 여기까지면 정말 좋았을 텐데 문제는 이 연구동이 비상설 연구동이라는 것.


발해에는 두 가지 종류의 연구소, 연구동 등의 기관이 있다.


첫 번째는 상시 운영되는 연구기관으로 대표적인 예가 농업과학 연구소, 물리학 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있다. 이런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가에 중요하기 때문에 풍족한 예산을 지원받으며 연구 활동을 하고 성과를 낸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대부분의 교수도 각 분야의 연구소 소속이기는 하다.


두 번째는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현대의 조직위 같은 연구기관들이다. 대표적으로 삶은 만두 연구동, 화기 연구소 등이 있다. 일부는 상설로 전환되거나 상설 연구기관에 편입되지만, 대부분은 목적을 완수하면 해산한다.


그러니까 비상설 연구기관이 백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지되었다는 건 아직도 그 목적을 완수하지 못한 집단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는 일이라는 뜻이지.


그런 꼬리표가 붙은 연구동에 배정받는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당연히 유쾌할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특히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면.


발해는 백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과’를 중시했다. 물론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말로 과정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성과는 직관적이고 확실한 근거다. 적어도 그 성과가 누군가의 과정을 강탈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면, 혹은 누군가가 그 성과를 만드는데 완성자보다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면, 그 외의 심각한 결함이 없다는 가정하에 그 성과는 바로 반영되고 당장 다음 달 월급에 붙어나오는 성과급의 액수부터가 달라진다.


자, 그럼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당신은 야심만만한 젊은 연구원이고 주위에서 뛰어나다는 소리도 들었다. 앞으로 인생이 탄탄대로인 것 같겠지.


그런데 배정받은 곳이 무려 백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는 연구기관이라면 당신의 기분은 어떠하겠는가?


썩 좋지 않겠지. 아니, 오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적어도 다음 보직에 갈 때까지는 성과가 없을 것이고 이는 곧 자신의 이력에 그대로 남게 되니. 아니, 정정. 그 기간에는 ‘삶은 만두 연구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xx 년 xx 월 xx일~xx 년 xx 월 xx일.’이라는 한 줄 이외엔 그 무엇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적어도 오늘만큼은 조상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그 긴 시간동안 이력서에 단 한줄! 끼에엑!


예약... 12시에 걸게 해줘 따흐흑...ㅠ



리메 근황
'사소한'것들 뜯어고치는데 그 '사소한'부분이 점점 커집니다. ㅋㅋㅋㅋ
시간 재보니까 그냥 1화 쓰는거랑 차이가 얼마 없는;;;
원래 초창기 연재분이 썩 마음에 안 차서 바꾸려고 했거든요...
근데 어느새 234편 연재해서 좀... 애매해졌달까요 ㅋㅋㅋㅋ
완전히 새로 쓸까 하는 생각도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기엔 큰 틀은 또 같고
무엇보다 하루에 두편씩 써도 234편이면 최소 100일은 다시 원래 연재분 리메판만 연재하게 될건데
어찌할지 고민중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말인데...

★이 부분부터가 중요합니다!★
제가 리메판을 따로 연재를 해볼 겁니다. 한... 15~20화 정도까지만? 맛보기만?
혹시 시간 나시면 한번 읽어보시고 둘 중 어느게 나은지 비교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제 판단도 판단인데 소설을 지금까지 연재할 수 있게 해준 건 봐주신 독자분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라
독자분들의 생각 역시 충분히 반영해서 결정하려 합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아, 리메판 이름은 일단 다시쓰는 세계사R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6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8.18 09:45
    No. 1

    삶은 만구 연구동이 오타가 있습니다.
    ㄴ 리메판은 퇴근하고 집가서 봐야겠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8.18 12:17
    No. 2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리메판... 저 개인적으로는 더 나은 것 같긴 했는데 보시는데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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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남북전쟁7 +2 23.11.09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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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남북전쟁5 +2 23.11.03 115 2 11쪽
252 남북전쟁4 +2 23.11.01 115 2 11쪽
251 남북전쟁3 +2 23.10.30 117 2 12쪽
250 남북전쟁2 +2 23.10.20 131 1 12쪽
249 남북전쟁 +2 23.10.17 1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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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평화를 끝낼 준비7 +2 23.10.10 118 1 11쪽
246 평화를 끝낼 준비6 +2 23.10.06 115 2 11쪽
245 평화를 끝낼 준비5 +2 23.09.29 135 2 12쪽
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31 2 11쪽
243 평화를 끝낼 준비3 +2 23.09.22 134 2 11쪽
242 평화를 끝낼 준비2 +2 23.09.16 140 3 11쪽
241 평화를 끝낼 준비 +2 23.09.11 163 3 11쪽
240 발해 15 +4 23.09.07 170 3 11쪽
239 개강(ㅠㅠ)한 기념으로 특별편(주요 국가 정보) +2 23.09.05 232 2 20쪽
238 발해14 +2 23.09.01 148 4 11쪽
237 발해13 +2 23.08.25 143 4 11쪽
236 발해12 +3 23.08.22 147 4 11쪽
» 발해 11 +2 23.08.17 166 3 11쪽
234 발해10 +2 23.08.14 170 4 11쪽
233 발해9 +2 23.08.11 18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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