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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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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23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38
조회
1,098
추천
18
글자
12쪽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DUMMY

스윽.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자 그녀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이며 그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그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을 터이고, 혹은 그가 진정으로 악한 성정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면 우리가 굳이 그를 적대할 필요는 없단다.”


“······”


“물론 네가 싫다면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단다. 그 누구도 너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 아마 시리아나 게럴트 역시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그것을 굳이 겉으로 표현해서 그와의 분쟁을 만들 필요도 없겠지. 그러면 그는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이고, 그러면 결국 그와는 진정으로 싸우게 될 테니까. 알겠니?”


“우웅······.”


“후훗.”


바이올렛이 여전히 볼을 부풀리고 부루퉁하게 있자 아인즈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옷 매무새를 다듬어 주며 웃었다.


“자, 다됐다. 우리 바이올렛. 어쩜 이리 예쁠까. 자, 가서 시리아도 도와주고 해야지?”


“응!”


바이올렛은 아인즈가 자신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었다는 것이 어지간히 기쁜지 환하게 웃으며 시리아에게 달려갔고, 아인즈는 그런 그녀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인즈의 평화로운 한때였다.


* * *


11. 아카데미의 객원 교수


“우움······”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과해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의 얼굴을 간질이자 소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소녀. 루멘 왕국의 3왕녀 이리안 루멘 아드리아. 그녀의 아침은 항상 햇빛과 함께 시작되었다.


“하암······응?”


문득 귀에서 느껴진 이질감에 가져간 손에서 느껴지는 것은 차갑고 청량한 보석의 감촉. 귀고리를 만지는 이리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헤헤.”


보름 전, 수도의 뒷골목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 그가 자신에게 선물로 건네준 것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녀는 문득, 이불을 끌어안고 무릎을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우웅, 오라버니 보고 싶다.”


불과 세시간 남짓한 시간을 함께 있었을 뿐.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이름조차 몰랐다. 다만 그의 말을 가만히 들었을 뿐.

하지만 그에게서 흘러 들어오는 아름다운 빛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자신을 향한 무한한 호의는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 주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았다. 왕국 제일 미녀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의 미모였지만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것은 그저 나이 어린 아이에게 보여주는 호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이 너무 좋아 그를 오라비로 인정하고 이토록 그리워하는 것일 터였다.


“하웅······ 이제 또 아카데미 생활도 시작이고. 오라버니 보는 건 힘들겠지?”


사건이 있고 보름. 새 달력이 시작되고, 방학이 끝나 아카데미의 새 학기가 되었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기숙사제이기에 이리안 역시 전날 기숙사에 짐을 풀고 새로운 학기에 참여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아, 이럴 때 오라버니가 객원 교수 같은 걸로 내 앞에 딱 나와주면 좋을 텐데.”


전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을 몸소 느꼈었다. 왕실의 수석 마법사에게서나 느껴볼 수 있었던 강대한 마력. 그 정도의 마력을 자유롭게 다룬다면 그 경지도 범상치 않으리라, 고 이리안은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흘리던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며 살풋,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긴, 정말 그렇게 된다면 기쁘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스르륵.

그녀는 가벼운 아쉬움을 달래며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시작했다.


* * *


“안녕하십니까. 제가 아카데미의 총장을 맡고 있는 쿠르단 로멘(Kurdan-Romen)입니다. 이렇게 만나 뵈니 반갑습니다.”


“저 역시.”


아인즈는 새 학기를 맞은 아드리아 아카데미에 객원 교수로서 발을 들였다. 불과 서른 남짓한 그에게 주어진 객원 교수라는 직위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그다지 특이하지 않은 일일 따름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정문에서 이어진 소로를 따라 걷던 그를 가장 먼저 반겨 준 것은 아카데미의 총장, 쿠르단 이었다.

왕국 제1의 학자 가문인 로멘 가의 당대 가주인 그는 60이 넘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정력을 과시하며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검은색과 흰색이 반씩 섞인 머리와 얼굴의 주름은 그를 늙어 보이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관록을 비춰주는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아카데미는 교수들의 숙소도 따로 잇는 것인가요? 다른 곳은 출퇴근식 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하하, 그야 이곳도 예전에는 그랬죠. 하지만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학생이 아카데미에서 나가지 않거늘, 교수가 나가다니요! 그래서 제가 한 10년쯤 전에 바꿨습니다. 뭐, 그 덕에 많이 좋아 졌다고들 하더군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아카데미의 자랑을 연신 이어나가는 총장의 모습을 보며 아인즈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결한 분위기의 건물과 자신의 일에 한치의 사심도 없이 아카데미를 사랑하는 총장의 모습이 제법 보기 좋게 비춰졌다......

총장의 소개를 들으며 몇 명의 교수들과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강의실에 거의 도착할 무렵. 그의 시야에 한 소녀가 들어왔다.

푸른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어디 가서도 미녀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얼굴.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아인즈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렸다.


“허허, 아름다우시지요? 저 분이 바로 본 아카데미의 자랑 이리안 왕녀님이십니다. 저토록 아름다우신데다 머리까지 총명하시니. 이제까지 수석을 놓치진 적이 없으십니다.”


그의 미소를 본 것일까? 쿠르단이 웃으며 이야기 하자 아인즈는 빙긋 웃으며 강의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누이와 꼭 닮은 아이.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따뜻해 질뿐. 그에 아인즈는 달리 거부감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가슴이 따뜻해 진다면, 상처 입은 마음이 그녀로 인해 위로 받는다면 그뿐.

그녀가 누이와 닮았다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배척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인즈는 가만히 미소 지었다.


“과연. 그렇군요. 소문대로인 것 같습니다.”


“허허, 그렇지요? 자,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그럼 다음에 다시 한번 뵙도록 하십시다.”


“그럼.”


쿠르단이 복도 너머로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있던 아인즈가 강의실의 문을 열고 강단으로 올라섰다.

갑작스레 등장한 낯선 이의 모습에 소란스럽던 강의실의 소음이 잦아들고 침입자에 시선이 모아졌다. 모아진 것은 약간의 호기심. 아인즈는 빙그레 웃으며 은은한 마력을 실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제부터 여러분의 마법 이론 시간을 책임지게 된 ‘아인즈 에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웅성웅성.

불과 자신들의 또래로 보이는 이가 자신들을 가르친다는 말을 하자 강의실이 술렁거렸다.

아드리아 아카데미가 어떤 곳 인가. 대륙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그 격이 높은 곳일진대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은 그 수준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젊은, 어린 사람이었던 것이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라고 저희를 가르치신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교수 이시라는 뜻 입니까?’


“아닙니다.”


아인즈가 웃으며 한 대답에 대다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규모가 큰 만큼 아드리아 아카데미에는 가끔 특수 강사가 오기도 했다. 그들은 제각기 특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특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들. 교수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인즈의 말은 그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선사했다.


“정확히는 객원 교수입니다. 아마도 제법 오랜 시간 여러분과 대면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객원 교수가 어떤 자리이던가. 아카데미에서도 교수로서 영입을 포기하고 손님으로서 모시는 대가들. 그런데 자신들의 또래로 보이는 눈앞의 남자가 객원교수라니.


“어······. 저기, 실례지만 나이가······”


그 학생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아인즈에게 집중되었다. 그가 부디 상식적인 존재이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 기대는 지체 없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음, 다음부터는 실례인 것을 아신다면 하지 않도록 하세요. 제 나이는 올해로 서른여섯입니다.”


그의 말에 학생들은 쇼크에 빠지고 말았다.

‘객원 교수가 될 정도의 실력자가 서른 여섯?!’

‘말도 안돼! 저 얼굴로 서른 여섯이라고?!’

학생들이 제각기 충격에 휩싸여 우울함을 풀풀 풍겨대자 아인즈는 강의실에 들어온 이후 얼굴에서 떠난 덕이 없던 미소를 더욱 환하게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짝짝


“자자, 모두 이제 수업해야죠? 참고로 제 강의는 무척이나 힘들답니다? 제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잠을 못 잘지도 몰라요?”


순간 아인즈의 미소가 학생들의 눈에는 악마의 그것으로 보였다.


* * *


“으아아아앙!”


이리안의 옆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의 소녀. ‘알리아나 사가실(Iliana-Sagasil)’이 비명을 지르며 책상위로 쓰러졌다. 비단 일리아나뿐만 아니라 강의실에 있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제각기 비명성을 내지르며 책상위로 늘어지고 있었다.

처음 소개를 한 후부터 이어진 강의는 학생들을 녹초로 만들기 충분했다. 무려 세시간 동안 잠시의 휴식도 없이 논스톱으로 진행된 강의. 거기에 강의 수준은 차츰차츰 올라가더니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쥐어짜면 간신히 이해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행되었다.

아예 이해를 할 수 없다면 모를까 이해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높은 프라이드를 가진 학생들은 진도를 따라 갈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강의가 많이 힘드셨나 봐요?”


아인즈의 물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눈을 감고 말았다. 힘들다니, 힘들다니. 그런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아인즈를 갈아마시고 싶은 게 그들 대다수의 마음이었다.

반면 아인즈를 흠모나 존경,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마법사 지망생과 일부 여학생. 이리안이 그들이었다.

특히 이리안의 두 눈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던 그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귀고리를 매만지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에요?


“어?”


이리안이 자신의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다시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후후, 여깁니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강단에서 아인즈가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양 볼이 발갛게 물들며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며 아인즈의 미소가 짙어졌다.


-후후, 그러다가 터지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이리안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네, 오랜만이에요.


“음?”


이리안의 메시지에 살짝 놀란 아인즈가 금세 다시 미소를 지으며 언령을 보냈다.


-호오, 마법도 쓰실 줄 아셨습니까?


-뭐에요, 그건. 지난번에는 단지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였다구요.


-후후, 그렇습니까.


이리안과 대화를 하며 주변을 학생들을 둘러보던 아인즈는 손뼉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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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3) +1 16.06.04 1,076 16 12쪽
27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1 16.06.04 1,132 16 13쪽
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09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099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59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1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1 21 11쪽
19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3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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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4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67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3 18 12쪽
11 10화-세계수(3) +1 16.04.03 1,773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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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천문대(2) +2 16.03.19 2,269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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