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fle 님의 서재입니다.

Image Ma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2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4.10 13:00
조회
1,623
추천
18
글자
12쪽

11화-별의 노래(1)

DUMMY

“말도 안돼.”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리 말하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가상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텐가.

아무리 현실로 느껴진다고 해도 가상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다니. 그런 자신에게 웃음이 났다.


“쿡······하기야, 뭐 상관 없나.”


애초에 자신은 저쪽에서 도망쳐 왔거늘 이곳이 가상이건 어떻건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저, 자신이 느끼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그 뿐이다.

설령 이 모든 것이 한낱 꿈이고, 환상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은 이곳이야말로 그가 살아가는 ‘세계’다.

애초에 이곳을 살아가는 것은 현휘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아인즈라는 ‘배역’이니까.

적어도 이 안에서만큼은 그는 언제나 행복하고, 모든 것을 누리는, 오지랖도 제법 있고, 점성술을 신봉하고, 인연을 믿는 그런 이이니까.

그러니까


“아인즈, 뭐해요?”


“그냥······행복하다는 생각?”


“뭐에요 그게.”


피식 웃은 그녀가 가만히 그를 바라 보았다. 밤의 그것을 닮은 것일까 싶을 정도로 검고, 어두운 머리카락과 눈동자.

다른 이들도 분명 흑발에 흑안은 있을 터이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이는 분명 달랐다. 단지 검은 것이 아닌 마치 별을 담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서는 밤하늘이 투영되었다.

꼭, 그 사람처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음······당신 생각?”


“뭐야, 그게.”


방금 전, 스피카가 그랬던 것처럼 피식, 하고 웃은 그가 가만히 고개를 올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방금 전과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밤하늘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 왔다.

저 안의 별은 몇이고, 성좌는 몇이며,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힘과 원리, 섭리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쏟아질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먼 옛날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밤 하늘의 빛남을 바라보던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스피카.”


“네?”


“어떻게 하면 아홉 별 너머의, 저 하늘의 성좌를 쥘 수 있어?”


너무 뜬금 없는 질문이어서일까. 잠시 입을 다무는 그녀를 향해 아인즈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어떻게 하면 남좌와 북좌의 한계를 깨고, 그저 성좌 그 자체를 움직이고, 활용하는 원리에 닿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스피카는 가만히 웃었다. 아, 이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고, 마법사구나 하고.

조금 전까지, 평범한 사람과는 조금 거리가 먼 행동들을 했기에 조금이나마 있던 괴리감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보이고 있는 향상심과 욕심은 언제나 인간을 한층 높은 곳으로 이끌던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그러니 그녀는, 먼저 이곳에 오른 입장에서, 곁에 선 입장에서, 그에게 답해 주었다.


“아무리 탑을 세우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 추구한다 한들 우리들은 목동이고, 그건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 목동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고, 또 무엇에서 가르침을 얻을까요. 우리네들이 가르침을 받는 것은 저 하늘의 무수히 많은, 섭리를 대변하며 몸소 보이는 이들과.”


그녀의 손이 아인즈의 앞, 테이블에 가만히 놓여진 천관의 서를 두드렸다.


“여기, 옛 어른들, 선배들, 현인들의 가르침뿐이니 그 안에서 당신 역시 배움을 얻고, 나아갈 방향을 얻고, 방법을 얻으면 되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당신이 저 하늘에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말이 마무리를 짓고 아인즈가 빙그레 웃음을 그렸다.


“그래, 그렇겠지. 하기야, 배움에 왕도가 어디에 있을까. 그저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뿐인데.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


“아니요. 언제나 처음 시작의 질문은 모두가 멍청하다 말하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묻고, 묻지 않고는 차이가 크기 마련이죠.”


“그래, 그렇지.”


이미 다 식어버린 찻잔을 들어올리는 그의 귓가로 무언가 조금씩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정교하게 제작된 시계의 톱니바퀴의 이가 조금씩 나가 어긋나며 나는 듯한 그 소리를 감지하며 속으로 가만히 말을 삼켰다.


‘얼마 안 남았나······’


입안에 머금은 찻물이 유난히 쓴 것 같았다.


* * *


그날부터, 아인즈는 잠을 자지 않았다. 낮에는 에아와 스피카와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홀로 탑의 정상에서 별과,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같이 자고 싶다는 에아의 칭얼거림을 달래며 옥상으로 올라와 있는 아인즈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초조해 보였다.


“하아······”


제법 쌀쌀한 기온에 입에서 새하얀 김이 흘러 나왔다. 얼마 안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릴 터이지만 어쩐지 그것이 자신의 앞을 꽉 틀어막고 있는 안개마냥 느껴져 아인즈는 다시 한숨을 내쉰다.


“후우······”


어쨰서, 어째서일까. 그날, 그때의, 단숨에 단에까지 올라서던 그때의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어서일까. 깊이가 없어서일까. 그는 올라서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천재라 불릴 법한 재능을 가진 이들조차 수없이 궁리하고, 수 많은 실험과 사색을 보내며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해서야 겨우 올라서서야 이르는 곳이다.

이 대 마도의 바로 직전의 위치라는 것이. 세계의 이치에 닿기 직전의 마도라는 위치라는 것이 그런 무게가 있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나 쉬이 오른 탓에 아인즈는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이 자리가, 위치가, 마도가 그를 붙들고 있는 것처럼.

이가 앙다물려졌다. 겨우 여기에서 머물기 위해, 고작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물러서기 위해 능력마저 떠올리고, 이곳으로 도망친 것이 아니다.

도망치는 것도 한번.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칠 수도,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또다시 도망치게 된다면 그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럽고, 허망하고, 분노가 치밀 테니까.


“자아, 보여봐. 내 각오는 충분하다. 그러니 어서 보여봐. 아니면 내가 강제로 그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할까? 네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서 보여봐라.”


그 손이 들려 하늘의 별의 움켜쥐기라도 하듯이 손이 오므라져 주먹을 쥐었다. 그 손안에 잡혀 든 것은 밤하늘의 가장 가운데, 모든 천좌의 왕이며 별의 정점, 권위의 상징 내대천좌 관(冠, Coronare).


“애초에 올라가야 마땅했었다. 그때,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분명 항거할 수 없는 힘이었고, 그 문안으로 향하는 이끌림이며 나를 위해 예비된 것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막아서더군. 무언가가 개입했어. 그때에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니 말해봐, 보여봐.”


키이이잉.

마력이 요동치며 강제로 그 공간을 잡아 뜯어냈다. 현실, 물질계가 아닌 그 어떤 세계를 여는 행위. 아니, 그것이 세계라고 할 수가 있을까?

정의할 수 없는 그곳을 바라보며 아인즈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는, 누구지?”


그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그를 둘러싼 세계가 반전했다.


“······”


어둠이 사위를 뒤덮고, 고요와 침묵이 주변을 지배하는 그곳에서 아인즈는 가만히 가라앉은 눈으로 앞을 직시했다.

그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작고 가느다란 인영의 모습. 아마도 이 공간을 만들어 낸 주체인 듯한 그를 향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 세계가 다시 반전되었다.

머리를 짓눌러오는 묵직한 어지러움에 아인즈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변을 인식하기 시작한 그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멍한 소리를 수습할 수가 없었다.

잔잔하게 깔리는 선율과 공간을 곱게 감싸는 온기가 가득한 은은한 불빛, 그리고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는 얼굴들.

분명 처음 보는 얼굴들이건만 어째서 이토록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렇게 멍하게 있는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빠, 뭐해? 왜 그렇게 멍하게 넋을 빼고 있어?”


“······!”


“오빠, 오빠?”


“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음성이 그에게 닿는 순간 그는 알았다. 지금 그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는 모든 감각이 별이 자신에게 미래를 보여줄 때와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오빠? 어디 아파? 왜 그래?”


“······”


곁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떨리는 손을 숨기며 가빠오는 숨을 추스르기조차 버거웠다.


“오빠?”


그러기를 또 수분여. 곁에서 들려오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 아인즈가 떨리는 몸을 겨우 추스르며,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고개를 들었다.

지금 보게 되면 이 모든 환상이, 신기루가 부서져 그대로 사라져 버릴까 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생각하는 것이, 확신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찾아올 것인지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보았다. 그의 앞에서 걱정 어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아, 아아······!”


“오빠? 정말 어디 아픈 것처럼 왜 그래?”


“아, 아······!”


차마 ‘말’이라는 형태가 되지 못한 채 그저 흘러 나오기만 하는 멍한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눈을 겨우 억누르며 그는 차마 나오지 못한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정말······’


“오빠?”


그의 떨리는 손길이 여성의 뺨에 가 닿았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 뺨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스했다.


“정말······다행이다······정말.”


“오, 오빠? 왜 그래? 어디 아파? 왜 울어.”


어느새 흘러 내리고 있던 것일까. 시야를 가리는 울렁임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훔쳐내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것으로 가려질 시야가 아까웠다.

그는 그렇게 작게 고개를 저으며 쉬이 움직이지 않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미소라 할 만한 것을 만들어 보였다.


“아니, 아니야. 괜찮아. 아픈건······아무것도 없어. 그냥, 그냥······너무 좋아서······그냥······!”


“오빠······”


작게 흐느끼는 그를 그녀가 가만히 안아 주었다. 들썩이는 그의 등을 쓸어 주는 그녀의 손길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애정이 가득했다.


“괜찮아. 괜찮아. 왜 그럴까, 우리 오빠가? 어울리지 않게.”


묘한 웃음기가 느껴졌지만 그것조차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아인즈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겨우 진정된 그가 엉망이 된 얼굴을 대충 추스르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을 때에, 그녀는 어딘지 모를 안도와 걱정, 웃음이 섞인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미묘하게 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표정에 아인즈가 씨익,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어 보였다.


“괜찮아. 이제 멀쩡해졌어. 그건 그렇고 넌 정말 어떻게 이렇게 못생겼어. 그래.”


“뭐? 아니, 우는 사람 달래 뒀더니 이게 무슨······아, 몰라. 이게 뭐야.”


“그래, 미안. 그냥 내가 감정이 격해서 그래. 미안해. ‘......’.”


“어?”


“음?”


어째서일까, 그녀의 이름이 아무래도 소리가 되지 못했다. 자신은 분명 그녀의 이름을 알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세계가, 다시 비틀리기 시작했다.


“아, 안돼······!”


그 비틀어지는 세계의 틈에서 아인즈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결국 움직이는 것은 눈과, 입이 고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8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1) +1 16.06.04 1,153 17 12쪽
28 27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3) +1 16.06.04 1,076 16 12쪽
27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1 16.06.04 1,132 16 13쪽
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09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24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099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59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1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1 21 11쪽
19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3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5 19 12쪽
17 16화-만남을 위한 이별(2) +2 16.05.15 1,483 18 13쪽
16 15화-만남을 위한 이별(1) +1 16.05.08 1,342 22 13쪽
15 14화-별의 노래(4) +1 16.05.01 1,529 17 12쪽
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4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67 21 12쪽
»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4 18 12쪽
11 10화-세계수(3) +1 16.04.03 1,773 20 12쪽
10 9화-세계수(2) +2 16.03.27 2,034 18 12쪽
9 8화-세계수(1) +1 16.03.20 1,957 21 13쪽
8 7화-천문대(2) +2 16.03.19 2,269 27 13쪽
7 6화-천문대(1) +2 16.03.19 2,698 32 12쪽
6 5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3) +2 16.03.19 2,902 29 12쪽
5 4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2) +1 16.03.19 3,397 33 12쪽
4 3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1) +1 16.03.19 4,610 32 12쪽
3 2화-로그인 +4 16.03.19 6,721 52 13쪽
2 1화-이별 +4 16.03.19 9,975 52 15쪽
1 프롤로그 +5 16.03.19 12,355 8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