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fle 님의 서재입니다.

Image Ma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2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5.29 13:00
조회
1,213
추천
16
글자
12쪽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DUMMY

한 단어씩, 뚝뚝 끊어지는 말이 마치 자신의 생명같아 두려웠다. 그래, 드로울은 두려웠다. 지금 당장 죽음으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천하다, 천하다 무시한 인간에게 이리 모욕을 당하고, 위협을 당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두렵다.

이 존재가 무슨 짓을 저지를 지 그것을 알 수가 없어 두려웠다. 지금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를 느끼고서야 간신히 깨달은 그 존재의 크기가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기에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온몸에서 힘을 빼고, 가만히 그렇게.

그렇게 공포에 질린 짐승이 머리를 집어 넣는 것을 느낀 아인즈는 잔인한, 포식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히 도망을 친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화가 나 있는데?

용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아인즈는 꼬리를 말고, 머리를 집어넣는 버러지를 다시금, 밖으로 끄집어낼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만 두시오.”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며 반으로 접혀 있던 검신이 펴져 아인즈의 목을 겨눴다. 명백한 적대의 행동.

하지만 어쩐지, 아인즈는 무척이나 기꺼워 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목숨만은, 보존해 주기로 했다.


“너는 운이 좋군.”


“······?!”


미처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루난의 검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검을 쥐고 있던 손과, 팔마저 그대로 흩어져 먼지로 화했다.

그 모습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루난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풀의 그것과 같은 향을 내는 체액을 흘리며 쓰러지는 그를 보며, 아인즈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좋아. 그럼 지금 당장 너희 귀 큰 것들을 몰살시켜도 되는 거겠지?”


그 말에 드로울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무, 무슨······!”


간신히 흘러 나오는 목소리로 의문을 표시해 보지만 그의 시야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보인 것은 잔인한 미소를 머금은 입술뿐이었다.


“그야, 너희가 나를 위협하고, 또 나는 위협받았으니 그에 따른 보복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물론, 그 기준은 내가 정하겠지만.”


‘이 자는, 진심이다.’


그 눈을 통해, 잔인하고 포악하지만 잔잔히 가라앉은 그 눈을 통해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정말이지 강하고, 자신의 결정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자 그제야 눈이 트이는 것 같았다. 세계수가 100년간 없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반드시 전대의 뒤에 바로 나타나는 세계수가 어째서 100년동안 침묵했다 갑자기 나타났을까?

그런 세계수에게 갑자기 아비라는 존재가 생겼다. 고작 인간. 그것도 아직 무척이나 젊은 나이인 인간이 세계수의 아비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인간이, 평범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친구도, 남매도 아닌 부녀지간이 평범한 존재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평범하게 생각해도 그 답은 아니다. 였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수를 묶어 두었던 그 무언가. 그리고 필시 그것을 해결했을 이 남자. 세계수라는 지고한 존재를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구속했던 것을 해결한 남자가 평범할 리가 없다.

적어도 단에 섰거나, 혹은 문을 연 존재.

드로울의 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망연하게 흔들렸다.


‘우, 우리는 대체 무슨 짓을······!’


어리석었다. 진정 어리석었다. 고작해야 약간의 우월감 때문에, 오만 때문에 진정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했다.

고작 해야 인간이라는 껍데기 때문에 세계수에게 아비라 칭해짐을 받는 이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본질까지 갈 것도 없다. 그저 세계수가, 에아가 아비라 부르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할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세계수가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에 의심했다. 인간의 형상이기에 얕보았다. 나무가 아니기에, 익숙한, 신성시되던 형상이 아니기에 그러했다.

이번대의 세계수는 무어가 다르다고, 하등한 인간의 모습이기에 무언가 모자라다고. 그래, 그것은 오만이고, 어리석음이었다.


‘끝이다.’


세계수는 어떤 형상을 하고 있건 세계수. 그들, 엘프의 근본이며 신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그를 의심하고, 깔보기까지 했다.

그래, 자신들은 이미 배교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동족들만은······!’


하지만 그래도, 동족들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배교자인 것은, 어리석은 것은 자신들만으로 충분했다.

이리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세계수의 은혜조차 없이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신들이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드로울은 자신을 옥죄는 마력을 사력을 다해 밀어내며 힘겨운 목소리를 간절히 토해냈다.


“부디······동족들만은······살려, 주십시오······!”


평생에 이런 감정을, 진심을 실어 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하게 외쳐지는 목소리였건만, 그의 앞에 있는 이는 평생에 다시 없을 재앙과도 마찬가지의 존재였다.


“내가 왜?”


“제, 발······!”


“잘 생각을 해 봐.”


아인즈가 발을 떼고는 드로울의 목을 잡아당겨 눈높이를 맞췄다.


“네가 나를 위협하고, 모욕하고, 네 동료가 나에게 위해를 가하려 검을 들이밀었다. 그런데도 내가 그 모든 것을 참고, 아량을 베풀어야 하나?”


드로울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단에 오른 이들은 그 이름 자체가 그의 존재를 입증하기 시작한다.

헌데 그 이름이 더럽힘을 당하고, 모욕을 받았다. 그것은 일종의 중대한 도발이며, 공격이다. 이름을 직접적으로 위해하려 한 것이니까.

신성모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대상의 격이 차이가 날 뿐. 그렇기에 그저 침묵만을 고수하는 그에게 비웃음을 보인 아인즈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거다. 그게 네가 범한 죄이고, 네 동료가 저지른 잘못이지. 너희의 신인 에아를 모욕하고, 나를 모욕했다. 그래, 나를 모욕한 것은 넘어가 줄 수도 있다.”


“······”


“하지만 너희는 너희의 신인 에아를 모욕했다. 너희의 근본이며 언제나 섬기고, 그 가호가 없다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스러지고야 말 나약한 존재인 너희가 너희의 신을 모욕했다. 너희 스스로를 부정했다.”


“······”


“그런데도 살기를 바라나?”


아인즈의 차갑게 식은 시선이 드로울의 눈동자를 그대로 바라보았다. 모든 것을 파헤치듯이.


“묻겠다. 살기를 바라나?”


“······.”


드로울은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지금 눈을 감으면 이 남자는 분명 자신을 죽이고, 루난을 죽이고, 일족을 몰살시킬 테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은 어찌 답하면 좋을까. 살고 싶다고? 아니면 차라리 죽이라고? 어떻게 답을 하든 그는 만족치 못하고 일족을 몰살할 것이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모습에 아인즈가 피식, 비웃음을 뱉었다.


“그래, 그렇지. 너희에게 답을 구하려 한 것이 어리석은 것이겠지.”


털썩. 자신을 끌어 올리고 있던 모든 힘이 사라졌기에 바닥에 쓰러져버린 드로울이 의아한 눈으로 아인즈를 올려다 보았다.

어째서? 왜?

그렇게 묻고 있는 듯한 그는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아무런 반응도 볼 수 없었다. 차라리 조소하고, 멸시하고, 경멸하기라도 했다면 후련하기라도 하련만.

그는 그저 등을 돌리고, 외면할 뿐이었다.


‘끝이다.’


아마도 이것을 끝으로 자신들은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을 터였다. 그리고 다시는 세계수를 모실 수 없을 터였다.

그에, 그저 후회만이 닥친다.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조금만 더 지혜로웠다면, 조금만 현명했다면 일이 이리 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렇게 후회만을 남기며 고개를 숙이는 드로울을 뒤로 하고, 아인즈는 무감정한 눈으로 사라져버린 루난의 팔을 내려다 보던 에아와 마주했다.


“에아.”


부름에 에아의 시선이 올려져 아인즈를 마주했다.


“가지 말아라. 저 녀석들은 편협하고, 졸렬하고, 어리석은 이들일 뿐이야. 가 보았자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 말에 에아의 시선이 아인즈의 뒤편에서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바닥을 바라만 보는 드로울에 가 닿았다가 떨어져 다시 아인즈를 마주했다.


“하아.”


그리고 이어진 짧은 한숨. 아인즈가 고개를 갸웃거릴 틈도 없이 에아의 발길질이 아인즈의 정강이에 닿았다.


“윽?”


제법 아픈 탓에 아인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에아가 그를 끌어 안았으니까.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딸의 모습에 아인즈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에아······”


“······”


“왜 그래, 아빠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 혹시 팔을 날려 버린 것 때문에 그런 거야?”


그 말에 에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 움직임이 곧장 느껴졌기에 아인즈의 미소가 조금 더 곤란하다는 색을 띄었다.


“그럼 왜 그런지 아빠한테 말해 줄 수 있어?”


“······아빠.”


“그래, 에아.”


“아빠, 나 갈 거야. 가야만 해.”


“하지만 에아.”


“갈 거야.”


“에아.”


“갈 거야.”


가늘고, 떨렸지만 분명 그 안에는 강경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에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아인즈가 다시 물었다.


“왜?”


“내 아이들이니까.”


“······에아.”


“아빠, 내 아이들이야. 비록 내가 탄생시킨 아이들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책임을 지게 된 것도 아니지만 분명 내 아이들이야. 세계수의 아이들이고, 내가 세계수인 이상 그건 바뀌지 않아.”


“에아.”


“아빠, 내 아이들이야.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아이들이야. 그러니까 아빠가 이해해 주면 안돼?”


그 말에 아인즈는 탄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조금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자신의 아이는 이토록 크게 자랐는데 어째서 자신은 알지 못했을까.


“정말······가야겠니?”


“응.”


‘그리고 이건 아빠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에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인즈에게 필요한 것은 요만큼의, 작고 작은 행복이 아니었다.

더 많은 인연과,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이 필요했다. 그를, 상처를 입고, 또 입어도 세상에 붙들어 둘 만큼 많은 것들.

그렇기에 아인즈는 밖으로, 세상으로 나가야만 했다. 적어도, 에아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아빠.”


“대신, 조금만 있다가, 그래. 한달 정도는 있다가 가렴. 널 위해 준비할 것들이 제법 많구나.”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에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아인즈가 곧장 걸음을 돌려 문을 나섰다. 그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에아에게 문득, 드로울의 목소리가 닿았다.


“썩, 보기 좋은 부녀지간이군요.”


언제 일어나 저렇게 멀쩡해 진 것일까. 처음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그 모습을 일별한 에아가 바닥에 볼품 없이 쓰러져 있는 루난에게 향했다.

이미 7할 이상의 체약이 빠져나가 주변은 온통 풀내음만이 가득했다. 인간이라면 한참 전에도 죽었겠지만 그는 엘프였기에 아직도 모진 목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담담히 응시하던 에아가 가만히 손을 뻗었고, 루난의 안색이 평안을 되찾았다. 어느새 사라졌던 그의 팔이 다시 멀쩡해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8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1) +1 16.06.04 1,153 17 12쪽
28 27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3) +1 16.06.04 1,076 16 12쪽
27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1 16.06.04 1,132 16 13쪽
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09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24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099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59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1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1 21 11쪽
»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4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5 19 12쪽
17 16화-만남을 위한 이별(2) +2 16.05.15 1,483 18 13쪽
16 15화-만남을 위한 이별(1) +1 16.05.08 1,342 22 13쪽
15 14화-별의 노래(4) +1 16.05.01 1,529 17 12쪽
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4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67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4 18 12쪽
11 10화-세계수(3) +1 16.04.03 1,773 20 12쪽
10 9화-세계수(2) +2 16.03.27 2,034 18 12쪽
9 8화-세계수(1) +1 16.03.20 1,957 21 13쪽
8 7화-천문대(2) +2 16.03.19 2,269 27 13쪽
7 6화-천문대(1) +2 16.03.19 2,698 32 12쪽
6 5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3) +2 16.03.19 2,902 29 12쪽
5 4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2) +1 16.03.19 3,397 33 12쪽
4 3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1) +1 16.03.19 4,610 32 12쪽
3 2화-로그인 +4 16.03.19 6,721 52 13쪽
2 1화-이별 +4 16.03.19 9,975 52 15쪽
1 프롤로그 +5 16.03.19 12,355 8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