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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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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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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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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12 13:00
조회
1,358
추천
15
글자
13쪽

52화-외전 그들의 이야기(3)

DUMMY

“같이, 같이 있어주시면 안되요?”


“해연아······”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어리광. 하지만 그녀의 그런 작은 어리광마저 저버릴 만큼 그때의 나에게는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그것은 단지 핑계일 뿐이고 사실은 그저 빨리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아니, 아니에요. 제가 괜히 심란하게 만든 것 같네요. 어서 가보세요.”


“미안.”


“어서 가보세요.”


“그래. 금방 돌아올게.”


그렇게 병실을 나섰지만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르겠나?”


눈앞의 짜증나는 남자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멸시와 조소.


“그.러.니.까.”


뱀의 그것과 같이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서늘한 빛을 뿌렸다.


“네놈은 그 기술의 권한만 곱게 바치고 가라고. 그게 너와 같은 프롤레타리아의 태도이며 직분이다.”


쾅!


“닥치시오!”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이것이 정녕 이 나라의 기업이라는 말인가? 강도나 다름 없는 그 행태에 분노가 솓구쳤다.


“이 따위 회사에 내 기술을 넘길 생각 따위 추호도 없소!”


“정말요?”


그 번들거리는 눈을 외면하고 곧장 방문의 고리를 잡았다.


“후회하실 텐데요?”


“적어도 너희 같은 작자들에게 이것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낳겠지.”


쾅!

사납게 닫히는 문을 뒤로 하고 나는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태도에 상대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승냥이와 같은 돈이라는 권력에 지든 짐승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한번씩 생각했다.


‘그때 내가 순순히 기회를 포기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부질 없는 생각이라는 것은 안다. 그것이 후회라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도.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날 나는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었으니까.


“해연아!”


병실로 돌아온 나를 반긴 것은 싸늘하게 식어있는 병상의 쓸쓸한 풍경이었다. 무슨 일일까 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기다렸지만 해연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다 못해 담당 간호사를 붙잡고 물어봤지만 그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네? 김해연 환자분 보호자께서 데리고 나가셨는데요?’


그럴리가. 나는 부인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고아. 보호자는 서로밖에는 없다.


“뭐지? 뭘까.”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 능글맞은 누군가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후회하실 겁니다.”


“설마, 설마!”


아니길 바랬다.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며 그녀를 찾아 헤맸다. 오랜 지기인 형사의 도움을 받아 도시 곳곳을 아니, 이 나라 곳곳을 철저하게 뒤집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낼 수 있었다.


“해······연아······!”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져 영혼이 사라져 버린 채 숨만 붙어 있던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그녀의 곁에 있던 무엇인지 모를 것으로 적힌 문장이 나를 절망으로, 분노로 이끌었다.


‘후후, 제법 즐거웠습니다. 의외로 능력이 좋으시군요? 아, 따님이 태어나셨더군요. 축하 드립니다. 이야, 어머니를 닮았다면 그 아이도 분명 미인으로 자라나겠지요? 정말이지 기대가 됩니다.’


“이놈! 이노옴!”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스쳐 지나간 불길함이 이해되었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게획된 것이라는 것도. 이 세상이 얼마나 썩어 있는 것인지도.


“으아아아아!”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무엇인가가 끊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뒤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 기억의 가장 앞에는 그녀의 눈물 흘리는 얼굴이 있다는 것과 정신을 차린 내 주변에는 정체 모를 시신들과 해연의 시신이 있었다는 것 정도.

그 뒤로는 미칠 듯이 일에 파묻혔다. 기술을 개발하고 적대 기업을 무너뜨려 흡수하고. 진흙싸움의 반복이었다. 그 결과 내 딸은 훌륭히 자라났다. 훌륭한 환경에서 훌륭한 이들의 지도를 받으며 바르게 자라났다.

나는 왕좌에 올라섰고 내 딸아이는 훌륭히 자라났다. 하지만 그 끝에는 허망함만이 감돌 따름이다.

내 딸은 내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단지, 어디서엔가 만난 두명의 아이와 교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탐탁치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당신! 현휘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그날이 내 딸아이가 내게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것을 보인 날이다. 얼굴을 잔뜩 붉힌채 분노로 떨리고 있던 그 가녀린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주제를 모르기에 훈계를 내려줬을 따름이다.”


“뭐?”


감히 그런 격 떨어지는 녀석이 내 딸의 곁에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훈계를 내린 참이다. 그로 인해 제법 다쳤다는 말이 들려왔으나 그것은 그야말로 내 알 바 아니었다.


“정말이지 쓰레기야! 당신은! 엄마도 지키지 못했으면서! 그런 상처를 안고 있는 주제에······!”


철썩!


“아, 아?”


어째서였을까. 어째서 더 참지 않았을까. 아니, 어째서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격렬한 분노는 내 아이와의 대화를 파국으로 몰고갔다.

그 눈물, 그 당혹한 얼굴. 모두가 나의 잘못이다.


“저, 정현아······!”


탁.

다가서는 내 손을 쳐내고 나간 뒤. 나는 그 아이와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못했다.


“하핫.”


허탈함에 웃음이 나온다.

내 아래로 보이는 저 세상. 모두가 내 아래에 있을 만큼 나는 높은 곳의 왕좌에 앉았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일까.

복수도 했고, 힘도 얻었고, 그토록 원하던 왕좌 역시 얻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내 사랑하는 아내는 이미 세상에 없고, 그녀의 단 하나뿐인 흔적은 나를 떠나가 배척한다.

결국 내게 남은 것은 메말라 버린 감정과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쓸모 없는 힘뿐.

나는···... 실패한 것이다.


“그러니 힘을 가지겠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아니, 그 누구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힘을 가질 것이다.


“그 무엇도 이룰 수 있는 그런 힘.”


결국에는 기적조차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그런 강대한 힘을 가질 것이다. 설사 그 일에 누가 얼마나 다치건 희생되건 상관없다.


“되돌려 복구하면 그뿐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원했던, 하지만 이제는 없는 그 세상을 원하기에 나는 지금의 세상을 희생해 내 세상을 되찾을 것이다.


“방해는······ 모두 치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모두 치울 것이다.


* * *


“여보.”


아련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이선문이 부드러운 손길로 매만진다. 그녀는 웃고 있고 그 역시 웃고 있지만 둘 모두 이제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저 같은 여자에게 정말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었으니까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아뇨.”


그녀가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정말이지 자신에게 축복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많은 괴로움이 있었다. 종종 보이는 미래와 그로 인한 혼동에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 지경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자신과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없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몰랐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도 없었다. 단지, 그들과는 다른 자신을 흡사 괴물을 보듯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

마침내 지치고 지쳐 삶을 놓으려 할 때쯤. 그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어두운 하늘을 밝히며 떠오르는 새벽의 태양과도 같았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많이 힘들었죠?”


자신과 대면한 그의 첫마디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과 같지만 다른 힘을 가진 그는 바른 길을 보여주며 이끌어 주었다.

그 인연으로 인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인 것 같다.

쿠웅. 쿠구구궁.

멀리에서부터 폭음이 들려왔다. 저것이야 말로 그녀와 그를 죽음으로 이끌 종말의 음성이다. 그녀가 처연하게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 도망치는 건 무리겠죠?”


“미안.”


그의 웃음에서 슬픔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 자책감에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을 향했다. 그리고 이어진 짧은 입맞춤.


“자책하지 말아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천명이었을 따름이니까요.”


“하지만!”


격앙된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밝게 미소지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그녀와 그. 둘 모두 미래를 볼 수 있는 이들이다. 그 미래에 개입하는 힘 역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죽음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어떤 가능성을 바라보아도 보이는 것은 그저 다양한 형태의 죽음일 뿐. 죽음의 손길은 자신들을 견고하게 가두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불쌍한 우리 아이들은! 현휘는! 연영이는! 그 아이들은 이제 겨우 열살도 되지 않았어!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의 눈물 어린 말에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부드러운 뺨을 쓰다듬는 것 뿐이었다. 그녀의 마음이라고 어찌 다를까.

그녀의 배 속에서 열달을 지내고서야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어찌 가엽지 않을 수 있을까.


‘아아아, 미안하구나. 얘들아.’


더군다나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확실한 미래를 보는 그녀의 남편과는 달리 그녀의 예지는 순간순간 불현듯이 찾아온다.

그 안에서 비춰진 것은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들과 너무나도 일찍 떠나버린 자신의 딸의 그림자.


“여보, 정말 미안해요.”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분명 미래는 다가올 거고, 우리는 그 안에 최선을 다해 안배를 남겼어.”


“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를 선문이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아까와는 반대의 상황. 그녀의 눈물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불쌍한 아이들! 어째서 그 아이들에게 그토록 가혹한 운명이 주어진 거에요! 왜! 왜! 도대체 뭐가 잘못 되었기에!”


그녀의 비통한 외침에 그의 가슴조차 미어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도 알고 있다. 그녀가 본 미래는 그에게도 말로써 전달되었으니까.


“괜찮아.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분명, 분명 우리 아이들이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거야. 아이들을 믿어.”


“흐윽, 흐으으윽!”


그렇기에 최선을 다했다. 저 너머에 가늘게 이어진,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연약한 인연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안배는 모두 끝이 났다. 비록 그로 인해 죽음이 당겨졌지만 후회는 없다.


“괜찮아. 우리 아이들이니까. 거기다 봤잖아? 현휘의 영혼을. 현휘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네. 저도, 믿어요.”


여전히 흘러내리는 눈물에 심장을 적신 채 그녀는 잘게 흐느꼈다. 그런 그녀의 잔뜩 젖고만 얼굴을 들어 입술을 찾았다. 그와 그녀의 입술이 만나고 처음 만난 그때처럼 다시금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며 슬프게 미소 지었다.

쿠쿵! 쿠과과광!


아아, 신이시여.

보고 계십니까.

이 작은 종이 당신을 간절히 부르나이다.

나의 소망이 그대에게 닿을지는 알 수 없나이다.

다만 이 작은 부름을 그대가 듣기를 간구하나이다.

이 작고 미천한 이에게 내려진 시련을 더하시옵고,

이 작고 미천한 이에게 내려진 아픔을 더하시옵고,

이 작고 미천한 이에게 내려진 슬픔을 더하시옵고,

이 작고 미천한 이에게 내려진 눈물의 무게를 더하시옵소서.

하여.

부디, 부디.

간절하게 바라옵건데.

불쌍하고, 가련한 저의 아이를 굽어 살피시어

아이들에게 주어질 시련의 무게를 다만 일푼이라도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 비통의 아픔을 다만 일푼이라도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 눈물의 무게를 일푼이라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 가련한 이가 간절히 간구하나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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