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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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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48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9
조회
1,001
추천
14
글자
12쪽

45화-에아, 납치, 분노(2)

DUMMY

“그 뒤 저는 마스터의 흔적을 쫓아 사력을 다해 이곳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녀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 아인즈는 눈으로 손을 가져갔다. 지금,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지경이었으니까.


“그래서 너는 혼자서 이곳까지 도망쳐 왔다는 말이로구나. 에아를 내버려 둔채.”


“······네.”


가슴을 헤집는 그의 말에 루나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직접 겪는 것은 확실히 그 데미지가 달랐다.

그에게서 질책 받기를 원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토록 아픈 것이었다면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팠으니까.


“마스터······”


바이올렛이 걱정스레 그를 불렀지만 그는 단지 손을 들어올려 제지할 따름이다.


“그래, 혼자, 혼자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녀의 울음에 찬 목소리에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심장이, 분노로 터져나갈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 납치. 납치라······ 그것도 에아를······ 후후.”


쉼 없이 입이 움직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날카로운 이성이 분노로 끓어오르는 가슴을 식혀간다. 그의 이성은 고작 분노로 인해 그의 판단력이 저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에아······에아······”


하지만 분노 역시 쉽게 사그라들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에아가 누구인가.

세상에 상처입고 만신창이가 되어 이곳으로 도망쳐와 처음으로 온전히 마음을 준 그의 첫번째 딸이다. 세상과도 바꿀 수 있는 그런 딸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


“빠드드득.”


그의 이가 험악하게 마찰했다.


‘에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형편 좋게 무너져 내릴 시간이 없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게럴트.”


“예, 마스터.”


잔뜩 갈라진 그의 목소리에 게럴트가 허리를 숙였다. 그를 모신지 6개월여.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 시간. 하지만 여태껏 주인의 저런 감정 가득한 목소리를 그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수도에서 벌여놓은 모든 것들을 정리해라. 이곳도. 아카데미도.”


“예, 마스터.”


아인즈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져 내려와 목에 걸고 있던 반지에 손이 닿았다. 언젠가 에아에게 주려 준비해 놨던 반지.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아무래도 이번 외유는······ 제법, 길어질 것 같다.”


* * *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봄 학기가 끝나고 방학 기간이니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쿠르단이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아인즈의 시선을 마주쳤다.


“다음에 또······ 이런 인연이 이어졌으면 좋겠군요.”


“그럼 훗날 또······”


“예.”


건조한 몇 마디의 대화 후 총장실을 나서는 아인즈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낯설다. 고 쿠르단은 느꼈다.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는 이미 대강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토록 그대를 흔들어 놓은 것인가요.’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의 감정의 격동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손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환히 느껴졌다.


“부디, 안녕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라버니!”


뒷편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작고 가벼운 발걸음 소리. 급한 마음인 탓에 다소 힘이 실리기는 했지만 틀림 없이 여성의 발소리다.


“이리안.”


“오라버니!”


그의 앞에 도달한 그녀는 얼마나 달려온 것인지 얼굴에 흘러내린 땀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손을 들어 땀을 닦아줄 무렵 그녀의 시선이 그와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에 가득한 당혹감과 떨림에 이내 깨달았다.


“들으셨군요.”


“예! 도대체 왜 떠나신다는 거에요!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저한테도 아무 말 없이 떠나실 만큼요?”


실망과 슬픔이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어라 말을 할까. 지금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그저 비겁자의 핑계일 따름이다.


“제가, 제가 싫어지신 건가요?”


“아닙니다.”


그럴리 없다.


“그럼 제가 무언가 실망시켜 드린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럴리 없다.


“그럼, 그럼 왜?”


물기를 가득 머금고 눈시울을 붉히는 그녀의 눈가를 살짝 닦아 주었다. 물기가 묻어 나왔다.


“미안합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했다. 에아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그렇기에 인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면······ 그녀의 눈을 보게 된다면···...

에아를 찾아 떠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정말 미안해요.”


쓴웃음이 나왔다.

자신은 본디 겁쟁이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겁쟁이. 그렇기에 이 세계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마음을 여는 것을 거부했다.

왜?

다시금 소중한 이가 생기고, 다시금 일어날 상실에 상처를 입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으니까.


“정말, 정말.”


지금 에아를 찾아가는 것 역시 두려웠다.

지금의 이 평안이, 행복이 깨어져 나갈까 봐.

다시는 돌아와 이곳에 있는. 눈앞의 그녀를 볼 수 없을까 봐.

다시금, 또다시 상실을 경험할까 봐.

그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보니 오히려 결심이 굳어졌다. 적어도 그녀가 원했던, 원하는 오라비는 그런 비겁자는 아닐 것이 틀림 없으니.


“꼭, 돌아오도록 하죠.”


“정말, 정말이죠······?”


불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고, 당겨왔다. 그리고 이어진 짧은, 소중한 이를 위한 약속.


“반드시 돌아오마. 이리.”


“네······”


결국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이마에 다시금 입을 맞추고 공간을 넘어 저택으로 돌아왔다.


“마스터.”


자심을 바라보는 시선들. 그에 문득 손을 들어보았다. 아무런 상처도, 굳은 살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유약한 손. 하지만 이제 그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그래······”


이리안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랑스러운 누이. 그녀와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와 쌓은 정은 결코 작지 않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겠지.”


이치에 닿은 마법사의 약속은 왕의 선언보다도 무거운 것. 그 마법의 언어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가지.”


“예, 마스터.”


Parallel 서비스 시작 437일째. 마침내 그가 움직였다.


* * *


-아아, 어두워. 너무 어두워. 여긴 어디? 그리고 나는 누구지?


칠흑과도 같은 짙은 어둠의 가운데 의식이 부유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어디일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뭐가?


한번 시작된 상념이 멈추질 않는다. 최초의 생각은 자아를 찾고, 자아는 ‘나’를 확정 지으며, 확정된 나는 기억을 더듬고, 떠오른 기억은 감각을 일깨워 깨어난 감각은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아아아아아악!


아프다, 너무 아프다. 이 고통이. 세계로부터 부정당했던 순간의 기억이, 부정당한 지금의 현실이, 세계로부터 부정당한 자신을 공격하는 세계의 분노가.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너무나도 지독한 고통에 그저 한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억겁과도 같은 찰나의 이후에 다시 의식이 흐려진다. 그제야 깨닫는다. 이것이 수 없이 반복한 수순이라는 것을.


-아빠······


간절하게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 언제나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원한다면 스스로의 심장이라도, 영혼이라도 기쁘게 건네어 줄 그런 사람.


-보고 싶어요.


* * *


부글부글부글


“음?”


관 안에 담긴 그녀에게서 거품이 올라오자 크라켄의 시선이 관으로 향했다.


“흐음.”


유심히 살펴보기는 했지만 크게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발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지. 그녀는 이미 세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으니까.

저 안에 담긴 액체는 그저 그녀를 이 세계에 붙들어두는 엑토플라즘(Ectoplasm). 가장 미개한,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외계의 생명을 가공해 만든 하나의 법기다.


“흐으음.”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다시 한번 일체의 상태를 점검했다. 아무리 완벽하다 생각될지라도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아무런 문제 없군.”


이내 내려진 결론에 무관심한 눈동자를 다시 실험대 위로 옮겼다. 가장 큰 준비가 완료되었지만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이 있었다.


-보고 싶어요.


작은, 그리고 미약한 소망이 세계에 퍼져나가고 관 속의 잠든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19. Finding(수색)


푸르른 하늘 아래 곳곳에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상흔들이 비춰진다.

간간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줄기와 이 장소 자체를 뒤덮고 있는 파괴의 흔적들. 피어오르는 죽음의 향기와 죽어간 이들이 흩뿌린 절망과 고통, 슬픔, 눈물의 자취들.

본래라면 이곳에서는 보여서는 안될 처참한 흔적이 아인즈를 반겼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 하하, 하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게 다 무엇일까.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딸을 빼앗아간 그들은 어디에 가고 어째서 이 따위, 허망한 자취만이 남았을까.


“에, 아······”


힘없이 그 사랑스러운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폐허가 풍기는 멸망의 향기뿐이었다.

왜, 왜 이렇게 된 걸까.

알 수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알 수 없었다.

틀렸다.

자신은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단지.


“왜, 왜! 왜?”


어째서 세상은 이다지도 자신에게 잔혹한 것일까.

어째서 세상은 이다지도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분명 그가 바란 것은 크지도 않은, 소박한 소망이었다. 그저 슬퍼할 일 없이 평온함을 즐기며 평범하게 지나가는 나날을 누리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것이 잘못인가?

평범하게, 평온하게, 평상적으로, 평안을 누리며.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단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바란 것은 이 세계가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하지만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를 불행하게 하기 위해.

그를 상처 입히기 위해.

그를 눈물 흘리게 하기 위해.

소중한 이들이 상처 입어야 하는 것일까?


“하, 하하하하.”


그저 웃음이 나왔다. 허탈함에, 분노에, 슬픔에, 고통에, 상처에. 하지만 그 감정을 누릴 권리조차 그에게는 없다.

굳건한 정신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가슴은 그에게 그 어떤 감정의 격동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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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외전 그들의 이야기(1) +1 16.06.10 98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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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Finding(수색)(2) 16.06.04 1,018 14 12쪽
47 46화-Finding(수색)(1) 16.06.04 989 13 12쪽
» 45화-에아, 납치, 분노(2) 16.06.04 1,00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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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마법사, 그리고 마술사(1) 16.06.04 99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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