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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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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71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8
조회
1,028
추천
12
글자
11쪽

44화-에아, 납치, 분노(1)

DUMMY

“뭐 하는 거냐! 어서 일어나! 너의 책무를! 소임을 잊었나!”


‘아아, 마스터. 하오나 저는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제가, 제가 너무나 미력한 탓에, 제가 너무나 태만했던 탓에 그 어느 것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닥쳐! 그래서 그런 식으로 달아나려는 것이냐! 그렇게 도망치면 평안할 줄 아느냐!”


‘마스터, 저는 힘이 필요합니다. 힘이 있었더라면, 힘이 있었더라면······!’


“그러면? 힘이 있었다면 지킬 수 있었겠지. 그럼 그 힘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 이치에 도달해야만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것이다. 그런 것을 네가 원하는 것이냐? 그런 분에 넘치는 힘을?”


‘아아, 마스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괴롭다. 슬프다.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수가 없다.


“이제 그만 눈을 뜨고 밖으로 나와라. 그곳에 있으면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가 없으니까.”


흐릿하게나마 비치지만 충분히 알 수 있다. 얼마나 그 모습을 그렸는데 그것을 못 알아볼까.


‘마스터, 울지 마십시오. 눈물은 마스터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가 울고 있다. 딸에 대한 걱정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의 딸. 에아만이 아니다. 그로 인해 태어난 이. 자신도 그의 딸이다.

그가 자신으로 인해 슬퍼하고, 자신으로 인해 눈물을 흘린다.


‘그건 안돼!’


자신은 수호자. 주어진바 주인을 지키는 이. 그녀의 주인이 이토록 슬퍼하거늘 자신이 슬퍼할 여유따위 있을리 없다.


“마스터!”


그렇게 미몽이 깨어졌다.


* * *


“하아, 하아.”


숨을 몰아 쉬던 루나가 뺨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흠칫 몸을 떨었다. 떨리는 눈동자.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옆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형언키 어려운 표정의 아인즈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터.”


“잘 왔다. 잘 했어. 정말······ 잘했다.”


아인즈가 그녀를 감싸 안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윽, 흐윽. 으으윽!”


“괜찮아. 괜찮다.”


에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가 자신을 싸늘히 바라볼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하지만 이제 알았다.


“괜찮아. 괜찮아.”


자신을 보듬어 주는 이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 그녀를 사랑하는 이라는 것.

안도감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의 품은. 너무나 따스했다.


* * *


“이제 진정이 좀 되?”


“네, 네.”


시리아가 건네주는 잔을 받으며 루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상당히 진정이 된 듯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상당히 사라져 있었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것만 해도 상당한 무리였다. 엘프들의 숲에서 이곳까지 약 2000km. 만신창이가 된 육신을 이끌고 이곳에 온 것만 해도 그녀의 강철과 같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이다. 그녀의 행적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소임이 다한 것은 아니다.


“루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흠칫, 그녀의 어깨가 떨려오고 푸른 보석과도 같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가 아인즈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은 그저 깊이를 알 수 없이 고요히 침잠해 있을 뿐이다.


“흐읍! 하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던 그녀의 눈이 다시금 아인즈와 마주하고 그날의 기억이, 괴로웠던 그 순간의 참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 * *


북부의 푸르른 하늘과 엘프들이 자리한 이곳 특유의 감색이 도는 숲. 모든 것이 조화로이 어우러진 이곳은 수천년 전부터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이 있다면 끝이 있고, 안정이 있다면 불균형해지듯이 기나긴 시간 동안 지켜진 평화는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저항하는 녀석은 죽이고 다른 녀석들은 생포해! 다 돈이다!”


“와아아아!”


지나치게 오랫동안 보장된 완전한 평화로 더없이 나약해진 종족은 그대로 파탄에 이르렀다.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 능력.

인간보다 우월한 마나 호응력.

인간보다 우월한 친화력.

하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평화는 그들로부터 투쟁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참상이다.


“하하하! 엘프도 별 것 없구만!”


“어서어서 잡아들여라! 한탕 해야지!”


광기와 탐욕,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 이 가운데에서도 루나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챙!


“크으윽!”


신음과 함께 뒤로 밀려나는 그녀의 실루엣. 시작점에 선 자들 조차 그녀의 상대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대적자가 길을 걷는 이일까? 아니, 그것은 아니다.

대적자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아직 시작점에 조차 도달하지 못한, 그런 하찮은 수준이다.


‘크윽! 이 빌어먹을 안개만 없었어도!’


이곳을 뒤덮은 검은 안개. 처음에는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용도라 치부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


“제기랄!”


그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이것만! 이것만 아니었다면!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아, 응. 괜······찮아.”


“크윽.”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안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의 작용이 어떠한 것인지는 확실했다.

엘프의 힘을 억압하고, 자신의 힘을 짓눌렀으며 에아에게 맹독으로 작용했다.

그 탓에 저항다운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이토록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지금으로서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것뿐.


“젠장.”


검을 다시금 고쳐 잡으며 각오를 다졌다. 지금 그녀가 이곳에서 쓰러진다면 에아를 지킬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반드시, 반드시 지킨다!’


스악. 스아악.

검이 공간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렸다. 흐릿하게 비치는 적의 실루엣에 차단된 기감을 포기하고 확실치 않은 시각만에 의지해 기계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 그것조차 길은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에게는 위협적이었다.


“호오, 정말이지. 무시무시하군요.”


“확실히. 엄청나군.”


건들거리는 태도로 감탄을 터뜨리는 남자의 말에 라니안은 작게 동의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펼쳐져 있지만 그것은 인간에게는 작용하지 않는 종류의 것. 그 안에서 바스타드를 휘두르며 무용을 과시하는 그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이지? 엘프도 아닌 것 같은데 저런 힘이라······”


실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금 이곳에 차출되어 온 것은 조직에서도 가장 상위의 무력부대 세곳. 개 중에는 소드마스터도 몇몇 끼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해조차 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일격에 제압당하고 극심한 부상에 구석에서 신음하고 있을 뿐. 지금 이곳에서 그녀의 무력은 그야말로 규격 외의, 반칙에 가까운 존재였다.


“쿡쿡쿡,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죠.”


“아, 그래. 시간이 되었군.”


안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인원을 투입한 것은 단순한 객기의 차원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시간이었을 뿐. 그리고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라니안이 검푸른 빛의 구슬을 들어올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자,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아가씨.”


“무슨?!”


갑작스럽게 시작된 변화에 전신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주변에 간간이 보이던 인영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건 대체······!”


주변의 공기가, 마나가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 아니, 이 안개의 영역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적의를 보이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에아에게 더욱 두드러졌다.


“하윽! 으으윽! 흐윽!”


“아가씨!”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든 기색을 내비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욱 심각했다. 전신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렸고 안색이 창백해져 갔다.


“아가씨!”


그녀는 이 세계의 중심이며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 그녀가 이 세계 자체는 아니겠지만 세계는 그녀의 전부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세계에서 부정 당한다면 그녀는 존재할 수가 없다.


“아가씨! 정신차리십시오!”


“후후, 소용 없을 거다.”


쉬악!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검을 휘두르자 그곳에는 냉막한 인상의 남자가 서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무슨 뜻이지?”


그녀의 으르렁거리는 질문에 그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모르겠나? 그녀는 이 세계의 기둥이다. 그런데 기둥이 세계에게 부정당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의 말에 루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런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 거리며 웃던 그가 장난스레 손을 오므렸다가 무언가가 터지는 시늉을 했다.


“펑! 하고 사라지는 거지. 세계가 전부인 존재가 그 존재를 부정당했으니 어찌 이곳에 머무를 수 있을까.”


“당장 돌려놔라!”


목에 검날을 대며 위협하는 그녀의 서슬 퍼런 모습에도 그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못하는데?”


“뭐?”


어깨를 으쓱거린 그가 비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차갑게 조소했다.


“그거, 내가 만든게 아니라서. 나도 적용하는 방법밖에 몰라.”


“무슨?”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저런 수준의 흉기를 가지고 다닌다면 응당 그 해결법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안다는 듯 라니안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인간에게는 해가 없는 물건이라서 말이야.”


그의 말에 그녀는 안색이 창백해질 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이대로 간다면! 그녀는 틀림 없이!


-루나.


갑작스럽게 들려온 영언에 그녀의 동공이 커졌다.


‘아가씨?’


-루나 아무런 티도 내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그리고 내려진 잔혹한 명령.


‘아가씨!’


-미안해. 하지만 이게 최선이야.


‘아가씨, 제발!’


-미안해. 루나. 그리고 아빠한테 내 안부 전해줘.


대기에 충만한. 그리고 그녀들을 공격하던 마나가 어떠한 강제력에 의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강대했지만 이제는 간신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그 힘으로 그녀는 간신히 하나의 이적을 행사했다.


-미안해. 이렇게 고집만 부리는 상전이라서. 항상 너한테는 폐만 끼친 것 같네.


“안 됩니다! 아가씨!”


남좌 9성

공간 이동형 술식

텔레포트(Teleport)

변형식

긴급회피(緊急回避)


“뭐냐!”


갑작스러운 마나의 유동에 라니안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구축한 술식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을 가로질러 루나를 이동시켰고, 에아는 자신을 적대하는 힘을 강제한 대가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까.


‘아아, 아파······’


흐려져가는 하늘의 그림자 저편으로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늘 자상한 얼굴로 자신을 쓰다듬어주던 그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아빠······’


그녀의 의식이 세계에서 추방당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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