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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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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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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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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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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8화 그녀의 이름은

DUMMY

468화 그녀의 이름은


“도쿠가와?”

“조금 더 쉽게는 수양딸로서 시집을 가시라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바라는 바를 가리지 않고 이르는 말에 간에이는 막부가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이 제안에 담긴 속뜻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녀가 승낙한다면 도쿠가와가 그녀의 후견인이 될 것이다.


이는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말이고 막부가 그녀의 배후가 되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 일은 필연적으로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교토 조정, 천황가와의 단절 말이다.


“제게 연을 끊으라고?”

“형식을 빌린 것에 불과하거늘,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도쿠가와라는 성을 얻는다고 하여 간에이님이 세상에 나게 된 것은 오로지 천황 폐하와 중궁께서 계신 덕입니다. 제가 이름을 여러 번 바꾸어도 여전히 앞에 로쿠죠의 여식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만노카타가 나름대로 말하였지만 간에이가 듣기에 지금 나온 말들은 그저 새로운 족쇄며 우리와 다르지 않게 들렸다.


이러한 이치는 오만노카타 역시 알고 있으니, 그녀는 포근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막부는 이미 여러 번 저들과 교류하였으며, 이미 저 멀리 조선에 사람을 두어 필요할 때마다 청이며 명에 보내어 이야기를 전합니다. 또한 양국에 필요하는 사람이며 재물을 내어주고 거래하고 있지요.”


사람을 보내어 안면 익힘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재물이 실제로 오간다는 말에 간에이는 살짝 놀랐다.


그런 이야기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깊게 교류하고 있습니까?”

“예. 하여 막부는 간에이님께 이것을 하여 달라, 저것을 하여 달라 요청하는 일이 그리 없을 겁니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저 바다 건너 대륙을 양분하는 이들 가운데 하나의 주인과 결혼하는 겁니다. 어찌 그 힘이며 영향력이 낮겠습니까?”


오만노카타는 이렇게 말하고는 보란 듯이 가슴을 피며 말을 이었다.


“본디 에이코인이라는 이름으로 끝날 인생이, 낮지는 않아도 대단하다고 하기 어려운 삶을 살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보다 위에 있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잠시 혹하였던 간에이는 이내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당신이 재주가 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간에이님은 더 잘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이 아니라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시는 건 분명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장담하실 수 있는지요.”

“당연히 바뀔 일들을 알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바뀔 일이라고 한 오만노카타는 그 일들을 제 입으로 늘어놓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만 하여도 공적인 자리에서 간에이님을 향해 말을 높이지 않는 이는 극히 적을 것입니다. 설령 쇼군이라고 하여도 말입니다.”

“쇼군이라고 하여도······.”


오만노카타가 한 말을 소리 내어 되새기던 간에이는 이어진 말에 크게 놀랐다.


“또한 지금과 같이 막부에 초청하는 일은 한참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장담하지요. 아니, 가히 불가능이라 함이 옳겠습니다.”

“!”


이 자리에 있게 된 이유라 할 일이 앞으로 어려워질 거라는 말에 간에이는 크게 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유가 그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토는 그렇지 않지요. 오로지 연은 간에이님뿐이시니, 그로 인해 더욱 나서고 더욱 휘둘려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사이가 나쁘다고 한들 세상에 내어준 부모를 잊고 단절하기란 어렵지요. 특히나 그것이 귀찮고 사소한 것에 그친다면 말입니다.”


일견 듣기에는 교토를 비하하는 것으로 들리나 간에이는 다르게 여겼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천황 자리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다고도 할 수 있지만 덕분에 교토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바랄 만한 일들은 얼추 알고 있었다.


명분만 남은 그들의 지위에 실제로 힘을 더해줄 재산과 힘.


교토 조정에 속한 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니, 에도 막부는 일전에 이를 채워주듯 10만에 이르는 영지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물론 다이묘라는 이들 가운데는 이보다 수 배, 혹은 수십 배에 이르는 영지를 품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음은 물론이고 천황이며 조정에서 제법 어깨에 힘을 주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다시 바란다고 하여도 그저 귀찮고 사소한 것에 그친다고 하니 간에이는 저 너머에 있는 나라, 청나라의 힘에 순간 매료되었다.


“물론 원하신다면 그리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막부는 기꺼이 그 과정에 힘을 빌려드릴 겁니다.”


도움이며 감시 혹은 검열이기도 할 거라는 걸 모를 정도로 간에이는 어리석지 않았다.


동시에 그렇게 한다고 한들 도쿠가와며 막부에 대한 연결과 간섭을 뿌리치기는 무리라는 것도 말이다.


“또한 정히 싫다면 그도 좋습니다. 에도를 구경하신 후에 다시 오셨던 곳으로 돌아가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이상은 에도에서 어떠한 손도 벌리지 않을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저 원래대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는 말로 들리지만 간에이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요란하게 해놓고 돌아간다면 절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온갖 질문과 의심 그리고 감시가 그녀를 따라다닐 게 뻔했다.


“······음습함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설마하니 에도에서 그보다 더함을 볼 줄은 몰랐군요.”

“후후, 위안이 되실지 모르나 저는 교토 출신으로 에도의 방식을 보고 익혔습니다. 아마 저만한 사람은 다시 있기 힘들겠지요.”


오만노카타의 말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다시 있기 힘들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몰랐다.


당장 이렇게 엮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카스가노츠보네에 이은 보좌관이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으니, 간에이는 결심을 굳히며 물었다.


“쇼군께 하나만 여쭈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하시지요.”

“저는 어떠한 이름으로 살게 됩니까?”


이 물음은 오만노카타로 하여금 처음 당황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것을 본 덕일까, 간에이는 가슴 깊은 곳에서 승리감이 만족감이라는 동반자와 함께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걸 느꼈다.


그러한 간에이의 기색을 알아챘는지 아니면 스스로 부족함을 알았는지 오만노카타는 이내에 신색을 회복하고 입을 열었다.


“천황가의 사람, 천황이었던 자, 상황, 승려, 쇼군의 딸, 청나라의 비.”


간에이가 살아온 인생을 정의하듯 여러 단어를 읊은 오만노카타는 간에이와 두 눈을 마주하고 말을 이었다.


“이 모두 만족스러운 호칭이 아니며, 대부분은 원해서 얻으신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전부가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건······.”


입을 열었던 간에이는 미혹 끝에 입을 도로 다물었다.


오만노카타의 말이 아주 틀리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다.


승려의 길은 분명 그녀가 인생에서 처음 선택하였다고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녕 바라서 고른 길인가 하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같을지, 아니면 다를지 저는 모릅니다. 전자라면 막부를 위하여 좋은 일일지도 모르나, 저는 부디 후자이길 개인적으로 소망합니다.”

“어째서입니까?”

“동정인지, 아니면 투영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속에서 이르고 있으니, 적어도 간에이님께 이것만은 진심으로 드러내고 싶다고 여겼을 따름입니다.”


진심인지 잘 가장된 거짓인지는 몰랐다.


간에이에게 그러한 것을 살피는 눈이 없다고는 아니하나 상대는 에도 실세 가운데 하나인 오만노카타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허실을 간파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한 이치를 잘 알고 있는 간에이는 이내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변변치 못했습니다.”


오만노카타가 대답하며 고개 숙여 예의를 차리자 간에이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쇼군께 전해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모두 기억하여 전하겠습니다.”


기억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간에이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한 번 더 다진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앞으로 도쿠가와 오키코로 살 것입니다.”

“!”


쇼군을 뜻하는 도쿠가와라는 성과 간에이가 메이쇼 덴노라 불리기 전 가졌던 오키코라는 이름이 아울러 나왔다.


이는 제안을 받아들이나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겠다는 말이니 오만노카타는 잠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윽고 감정을 다스려 평온함을 얼굴에 드러낸 오만노카타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과연, 훌륭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나마 쇼군께 꼭 전하여 이루어지도록 힘을 쓰겠습니다.”



***



“도쿠가와 오키코. 좋은 이름이다.. 시덥지 않다고 하여도 놈도 부모, 모든 걸 자르긴 어렵겠지.”


오만노카타에게 간에이, 아니 이제는 도쿠가와 오키코라 칭할 자와 그녀가 나눈 대화를 들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도 불도 보이지 않았던 그는 이내에 냉정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오만.”

“예.”

“교토에 사람을 보내어 전해라. 의장이니 뭐니 하는 건 다 도쿠가와에서 비용을 댈 것이니, 수행인과 허락을 보내라고 말이다.”

“조금 부족할 것입니다.”


알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하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 이에미츠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걸로 놈들이 체면 세워줬다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굶어도 이를 쑤신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자들이 교토 조정에 몸을 둔 사람들이었다.


“허나 이 이상 세워줄 생각도 없다.”

“반발을 감수하시겠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참이다만 어렵겠지.”


교토라는 존재는 언제고 골치 아프고 귀찮은 존재이니, 마냥 힘이 강하다고 하여 누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누르는 건 영 탐탁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천황은 일본을 다스리는 황제.


아주 좋은 방패막이며 허수아비니 그 유용함을 전에 있던 막부들이 그러했듯 이에미츠 역시 버릴 생각은 없었다.


“영지를 조금 더 얹어주겠다. 시마바라에 조선과 경계한 부분에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걸 내주면 놈들도 만족하겠지.”

“그 땅은 사실상 조선에 인정한 권한으로 인해 농지로 쓰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지. 허나 사과의 의미로 적지 않은 영지를 내어준다면 막부에서 교토에 충분히 사의한 셈이지.”


실익은 하나 없이 그저 명목상으로만 내어주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진짜로 재물도 얼마간은 줄 것이다. 근래에 사람이며 양곡을 내어 파는 일로 부유해진 창고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래, 로쿠죠에게도 달리 재물로 사례한다고 전해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조정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 고미즈노오를 설득할 사람 하나를 오만노카타를 통해 마련한 이에미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혈통을 내어주니 청나라도 당초 말했던 최고 수준, 혹은 그에 준하는 혈통을 내어주겠지. 하하, 이 이에미츠는 실로 정통한 쇼군이구나. 이리도 온갖 귀함이 몰려드니 말이다.”

“날 때부터 쇼군, 실로 그 말이 어울리십니다. 이에츠나 도련님 역시 그럴 것이라는 걸 이 오만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만노카타가 하는 말에 만족스럽게 웃은 이에미츠는 그날 하루를 즐거움으로 보냈다.


이 일이 그의 의도대로 흐르고 있으며 그 끝 역시 그러하리라고 확신하며 말이다.


그러한 이에미츠의 확신이 옳다고 하듯 오래지 지나지 않아 교토에서 사람들이 도착했다.


고미즈노오가 아니꼬움을 엄청 참아가며 쓴 허락과 감사의 서신과 함께 말이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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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1.17 21:16
    No. 1

    이야, 이렇게 되면 청나라의 '답신'이 궁금해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땅늘보
    작성일
    24.01.17 22:30
    No. 2

    찾아보니 순치제가 1638년생이고 오키코가 1624년 생이니 14살 차인데... 후계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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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9 508화 부모의 마음 +3 24.02.29 173 16 12쪽
508 507화 파멸이 기다린다고 하여도 +5 24.02.28 186 16 15쪽
507 506화 정사와 부사 +4 24.02.27 182 18 14쪽
506 505화 또 다른 자신 +1 24.02.26 180 14 12쪽
505 504화 천하의 사지(四肢) +3 24.02.25 185 19 15쪽
504 503화 맞는 않는 자리 +2 24.02.24 176 16 12쪽
503 502화 시왕 +2 24.02.23 182 13 14쪽
502 501화 불변 +4 24.02.22 178 17 13쪽
501 500화 살아있는 말 +4 24.02.21 183 22 13쪽
500 499화 삼국분봉 +7 24.02.20 202 15 12쪽
499 498화 귀국한담 +3 24.02.19 185 16 13쪽
498 497화 서방견문 +6 24.02.18 193 16 13쪽
497 496화 유종의 미 +1 24.02.17 190 15 13쪽
496 495화 불빛이 하나라면 아무리 작아도 중요하다 +2 24.02.16 194 15 12쪽
495 494화 포기할 수 없는 일 +2 24.02.15 207 14 12쪽
494 493화 여기에 조선이 있다 +4 24.02.14 230 17 15쪽
493 492화 경험 +3 24.02.13 190 13 13쪽
492 491화 충과 효는 일방향이 아니다 +4 24.02.12 207 15 15쪽
491 490화 예외는 없다 +2 24.02.11 200 14 14쪽
490 489화 고래의 움직임 +1 24.02.10 203 13 12쪽
489 488화 대신할 사람 +2 24.02.09 200 13 14쪽
488 487화 적임자 +3 24.02.08 207 13 13쪽
487 486화 바다를 향하여 +3 24.02.07 199 15 13쪽
486 485화 경쟁자 +4 24.02.06 197 14 12쪽
485 484화 정화의 꿈 +2 24.02.05 191 19 14쪽
484 483화 풍요로운 땅 24.02.04 206 14 14쪽
483 482화 산둥 아문 +1 24.02.03 209 17 12쪽
482 481화 일은 살아있는 한 이어진다 +5 24.02.02 214 14 13쪽
481 480화 잡탕군 +5 24.02.01 212 17 14쪽
480 479화 때로는 서로 간절하다 +2 24.01.31 194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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