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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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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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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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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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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5화 쇼군의 가족

DUMMY

465화 쇼군의 가족


“이야기는 들었겠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꺼낸 말에 모인 사람들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마츠다이라 노부츠나, 야규 무네노리를 비롯해 이에미츠가 각별히 여기는 자들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러한 신임을 보여주듯 청나라 사절을 환영하는 자리에도 함께하였던 이들이었으니 이에미츠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청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게 어떤지, 한번 말해봐라.”


이에미츠가 일단 듣겠다는 태도로 묻자 조금 전부터 불안한 기색이 가득하던 무네노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주군, 먼저 사죄드립니다.”

“무네노리, 네가 사죄할 일이 무엇이냐?”

“불민한 자식을 그대로 두어 이런 일을 미처 알지 못하게 한 죄입니다.”


무네노리는 진심이라고 하듯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밖았는데, 그 모습에 이에미츠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해는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미츠요시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함이 당연하니, 개의치 말아라. 나도 듣기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녀석이 어찌 듣고 생각하여 말하겠느냐.”

“허나 그런 것을 알아 오라고 보내신 자리가 교신사입니다.”

“그저 편히 연락하고 교류하기 위함이다. 물론 엄한 일을 사전에 알림은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은 무리지.”


머릿속에서 양친왕 아이신기오로 와극달이 이 일을 제안하게 된 경위를 그린 이에미츠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을 덧붙였다.


“조선왕과 친왕이 서로 대담하는 자리에 미츠요시 정도로 어찌 끼어들며 그 일을 들을까.”


쇼군인 그가 직접 그 자리에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로 미츠요시를 탓하고 싶지 않았던 이에미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또한 사전에 녀석은 여러 정황을 적어서 상세히 알렸다. 그만하면 녀석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너도 그러하고 말이다. 그러니 이 일로 미츠요시나 너를 책망하고 벌 줄 일은 내 할아버님께 맹세코 없다.”


이에미츠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하여준 사람이자 가장 존경하고 각별히 여기는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름을 걸고 말하자 그제야 무네노리는 진심을 알았다.


“이 부족한 것들을 이렇게 용서하시다니, 쇼군께 갚을 은혜가 삼생으로도 모자랍니다!”

“되었다. 그보다는 이 일이 가한지 아닌지, 위험한지 아닌지나 논해봐라.”


손을 내저으며 대답을 요구하니 무네노리는 사죄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하듯 입을 열었다.


“어려운 일이며 위험함은 아주 오랜 후에나 있을까 말까 할 것입니다.”

“흐음.”


무네노리가 입에 담은 말을 곱씹은 이에미츠는 다시 물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봐라.”

“천황이 아무런 힘이 없고 대단하지 않음은 막부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며, 이 신토를 다스리는 게 천황이 아니라 막부라는 것은 산촌 무지렁이라도 압니다.”

“그렇지.”

“허나 여전히 천황은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입니다. 설령 물러났다고 한들 한번 천황 자리에 앉았던 이를 청나라에 보내다니, 누구나 충격을 받고 막부를 비난할 것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손이며 득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무네노리의 말에 이에미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황을 머리에 그려서 살핀 이에미츠는 곧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쯧, 이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교토가 아니라 이 에도인 것을.”

“그러한 이치를 알아도 비난할 것입니다. 사람은 익숙한 것이 사라지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일단 아쉬운 소리와 불평을 입에 담으니 말입니다.”

“무네노리가 하는 말이 참으로 옳다. 헌데 위험함은 정녕 없겠느냐?”


아직 듣지 못한 부분을 묻는 말에 무네노리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바다를 건너는 일이며, 무엇이 오가든 수십일은 걸립니다. 그리고 중간에는 조선이 있습니다. 교토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무언가를 받는 일이며 꾸미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식에게 짐을 떠넘겨 항의하는 이가 여전히 전횡하고 있습니다.”

“하.”


무네노리의 말에 같잖다는 얼굴로 비웃은 이에미츠는 그 감정을 제대로 담아서 말했다.


“마사코만 아니었으면 별 볼 일 없는 놈이 말이지.”


제 동생의 덕을, 더 정확히는 막부라는 위광을 뒤에 업은 주제에 귀찮은 짓을 일으킨 전전 천황 고미즈노오를 떠올린 이에미츠는 고까움을 담아서 말을 이었다.


“놈은 신경 쓰지 마라. 도망치고 제 딸에게 양위하는 놈이 뭐 대수라고.”


이에미츠가 하는 말에 자리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부정하지 않고 저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가운데 이에미츠는 아직 엎드린 무네노리를 물렸다.


“무네노리,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 물러나라.”

“하!”

“이와 달리, 아니면 더하여 말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나서서 말해라.”


나서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자리한 이들 대부분은 하나 같이 눈치만 살필 뿐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네노리의 말에 공감하건 아니하건 굳이 나서서 괜한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무네노리가 이미 한 말과도 맞닿은 점이 있었는데, 바로 사람이 익숙함이 어그러지면 일단 불평하고 본다는 점에 있었다.


이 일이 성사되든 깨어지든 여기서 말을 낸 이들은 알음알음 바깥에 이름이 들리게 될 터, 무지렁이든 아니면 다이묘들이나 혹은 교토에서 말이 나와 귀찮게 되는 건 확정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으니, 무네노리와 비견된다고 하는 이가 입을 열었다.


“주군,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무네노리의 말과 달리?”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다르지?”


흥미를 품고 이르니 노부츠나는 무네노리가 처음에 했던 말과 비슷하게 말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며 위험합니다.”

“호오.”


말하는 방식은 비슷하나 그 뜻은 정반대니 사람의 호기심을 절로 자극하는 방식이었고, 이에미츠 역시 그러했다.


“자세히.”

“그분은 이미 메이쇼가 아니라 간에이입니다. 천황이 아니라 비구니이니, 같지 않습니다.”


물러난 천황을 천황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에 이에미츠며 무네노리를 제한 사람들의 시선에 놀람이 드러났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한 말이 아닌가?”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지. 하물며 그분은 이미 물러났고 천황 자리에 있던 것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던 나이가 아니었으니.”

“으음, 그렇긴 하지.”


사람들은 소곤거린다고 하나 모두가 함께 그러하니 소란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귓가를 거슬리는 말들을 가만히 듣던 이에미츠는 이내에 더 새로운 게 없다고 판단하고 그들을 잠재웠다.


“정숙하라.”


이에미츠의 말이 나직히 공간을 울리기 무섭게 사람들은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본 이에미츠는 노부츠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 봐라.”

“이미 물러나 속세를 등지고자 한 사람이니 옛 인연은 끊어졌다고 하여도 무방합니다. 허나 사람이 끊고자 하여 끊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 인연이니, 여전히 쇼군께서는 그분께 집안 어른이십니다.”

“그래, 그렇지. 노부츠나, 네가 하는 말이 옳다.”


교토에서 무슨 반발이 있을지는 그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이 어떻게 반발한다고 한들 가소롭기 짝이 없고, 무엇보다도 전전대 천황 고미즈노오가 위세 부림이 그의 동생 도쿠가와 마사코를 부인으로 맞이하였기 때문임을 생각하면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조카의 행복을 위해 나서는 것도 집안 어른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지.”

“쇼군께서 이르심이 옳습니다. 다만 말씀드렸듯, 이는 분명히 향후 위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위협이라.”


이에미츠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조금 전 무네노리가 입에 담았던 말을 고스란히 따라 했다.


“청나라는 멀다. 그리고 중간에 조선이 있다.”

“교토에서 어떻게 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교토가 수작 부리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고?”


교토에서 건방진 일을 벌일까 걱정하던 와중에 노부츠나의 지적은 여러모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 색다름을 잠시 즐기던 이에미츠는 이내에 냉정함을 갖추고 물었다.


“허면 어디를 걱정하라는 거냐? 설마하니 죽은 관백이나 이시다의 망령이 나타나서 청나라 군사들을 데리고 온다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걱정하는 건 저들이 군사들을 끌고 오는 일이 아닙니다.”


물음에 부정하고 전제에도 부정하는 말에 이에미츠는 미간을 좁혔다.


노부츠나가 걱정하는 게 도무지 무엇인지 그로서는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에미츠를 향해 노부츠나는 긴장한 얼굴로 우려를 입에 담았다.


“청나라는 바다 너머에 있습니다. 이제 막 짐을 벗어 던진 분에게 그런 곳에 가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품을 것이며, 또 그 생각을 과연 청나라 높은 이들이나 황제에게 불어넣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키코가 나설 거라고.”


메이쇼 천황의 본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한 이에미츠는 미간을 한껏 좁히며 고민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이에미츠는 노부츠나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아녀자라고 무시하기에는 이미 이에미츠는 그 아녀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오랫동안 지켜본 바가 있었다.


바로 카스가노츠보네라는 가장 아끼는 신하이자 사랑하는 어머니를 통해서 말이다.


“확실히 노부츠나가 말한 대로다. 아무리 한심한 교토 놈의 피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녀석도 절반은 도쿠가와다. 그저 가만히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진 않겠지.”


멀리 갈 거 없이 어느 정도 시기가 되자 그대로 천황직을 양위하고 출가해 버린 것을 보면 명백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에서 나아짐을 꾀한다.


분명히 메이쇼 천황, 아니 오키코의 행동은 여기에 부합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행동이며 그 원인을 살피니 오히려 이에미츠는 이 일을 추진하는 데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오키코는 분명히 머리가 있다. 설득이며 거래를 할 수도 있겠지.’


이에미츠 내면에 있는 저울이, 쇼군의 저울이 이리저리 기울며 재기 시작하더니 이내에 저울은 한쪽을 가리키며 기울었다.


기운 저울을 확인한 이에미츠는 곧바로 믿을만한 이를 찾았다.


“무네노리.”

“여기에 있습니다.”

“다이묘들에게 말을 흘려라. 가리지 않고 전원에게, 그리고 민간에도다.”

“얼마나 흘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무네노리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이에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확정된 일이 없으니 모두 소문으로 흘려라.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있더라 수준으로 말이다.”

“하!”


기세 좋게 무네노리가 대답하자 이에미츠는 다음으로 소문 흘릴 곳을 생각하였다.


‘으음, 교토는 오만에게 부탁하는 게 낫겠구나.’


아끼는 여인, 오만노카타를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을 품은 이에미츠는 이어서 노부츠나를 찾았다.


“노부츠나.”

“하.”

“사람을 보내라.”

“교토에 말입니까?”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 이에미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천황이나 공가 놈들은 다른 이에게 부탁하여 말을 흘리겠다. 너는 가서 오키코, 아니 간에이를 에도로 모셔 와라.”


모셔오라고 하여 그녀를 중하게 표현한 이에미츠는 진득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덧붙였다.


“쇼군의 가족으로서, 귀한 몸이 될지도 모르는 이로써다.”

“하! 쇼군께서 뜻하시는 대로 귀히 모시겠습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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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7 비르지니
    작성일
    24.01.14 21:27
    No. 1

    아니 천황이 아무리 토템이라지만ㅋㅋ 본인은 신부 외삼촌이라는 입장 내세워서 혼담 제시하면서 명색이 신부 아버지인 상황은 안중에도 없을 줄이야...그래도 어쨌든 결혼하는 당사자 의견이 가장 우선시되게 되었으니 괜찮?은가?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1.14 23:44
    No. 2

    누군가 했더니, 잠깐이나마 덴노까지 해봤던 여인이네 ㅎㄷㄷ... 그나마, 한심한 아비에 비해 본인은 그럭저럭 말귀는 통할 인물이란 암시가 있으니 그나마 협상의 실마리는 보이는구만. 성사되면 실로 청과 일본 최고 혈통이 합쳐진 로얄 블러드의 후손이 나올 수 있는 건데...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3 K.S
    작성일
    24.01.16 19:05
    No. 3

    신기한 상황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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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9 508화 부모의 마음 +3 24.02.29 173 16 12쪽
508 507화 파멸이 기다린다고 하여도 +5 24.02.28 186 16 15쪽
507 506화 정사와 부사 +4 24.02.27 182 18 14쪽
506 505화 또 다른 자신 +1 24.02.26 180 14 12쪽
505 504화 천하의 사지(四肢) +3 24.02.25 185 19 15쪽
504 503화 맞는 않는 자리 +2 24.02.24 176 16 12쪽
503 502화 시왕 +2 24.02.23 182 13 14쪽
502 501화 불변 +4 24.02.22 178 17 13쪽
501 500화 살아있는 말 +4 24.02.21 183 22 13쪽
500 499화 삼국분봉 +7 24.02.20 202 15 12쪽
499 498화 귀국한담 +3 24.02.19 185 16 13쪽
498 497화 서방견문 +6 24.02.18 193 16 13쪽
497 496화 유종의 미 +1 24.02.17 190 15 13쪽
496 495화 불빛이 하나라면 아무리 작아도 중요하다 +2 24.02.16 194 15 12쪽
495 494화 포기할 수 없는 일 +2 24.02.15 207 14 12쪽
494 493화 여기에 조선이 있다 +4 24.02.14 230 17 15쪽
493 492화 경험 +3 24.02.13 190 13 13쪽
492 491화 충과 효는 일방향이 아니다 +4 24.02.12 207 15 15쪽
491 490화 예외는 없다 +2 24.02.11 200 14 14쪽
490 489화 고래의 움직임 +1 24.02.10 202 13 12쪽
489 488화 대신할 사람 +2 24.02.09 199 13 14쪽
488 487화 적임자 +3 24.02.08 207 13 13쪽
487 486화 바다를 향하여 +3 24.02.07 199 15 13쪽
486 485화 경쟁자 +4 24.02.06 197 14 12쪽
485 484화 정화의 꿈 +2 24.02.05 190 19 14쪽
484 483화 풍요로운 땅 24.02.04 206 14 14쪽
483 482화 산둥 아문 +1 24.02.03 209 17 12쪽
482 481화 일은 살아있는 한 이어진다 +5 24.02.02 213 14 13쪽
481 480화 잡탕군 +5 24.02.01 212 17 14쪽
480 479화 때로는 서로 간절하다 +2 24.01.31 194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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