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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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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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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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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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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DUMMY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부교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결과는 보란 듯이 도하할 길이 속속히 생기고 있으니 부관 우승조의 음성에는 당혹과 의아함, 그리고 그 둘을 합친 것보다 큰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에 병부시랑 오삼계는 정말 승리가 이제 손바닥 위에 놓였음을 실감했다.


이제 그걸 쥐기만 하면 되니,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좋다! 화포병은 공격을 더 멀리하고 다른 아군은 부교를 건너라! 강 저편을 획득하면 이쪽의 승리다!”


이대로 넘어가고 밀어내면, 그렇게 되기만 하면 명나라 군은 이 일대를 수복할 수 있었다.


개봉에 남은 적들?


그런 거야 여기서 적병을 크게 깨트리면 되찾기란 여반장이었다.


또한 이를 통하여 이제 순나라며 대리국이며 가리지 않고 위엄을 드러낼 수 있으니 명나라가 상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대명 부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빠르게 부교를 타고 도하하기 시작하는 아군이 보이니 오삼계는 그들을 눈여겨보았다.


그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가 담겨 있으니 그 기대에 응하듯 명나라 군사들은 이내에 파죽지세로 강변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아군이 병기를 휘두르면 그에 적이 하나 쓰러지고 서넛이 도망한다.


이미 한계에 달했던 청나라 화포병들은 더욱 줄어들어서 이제 아군을 향하는 화포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에 반해 아군은 아군이 넘어가서 점령한 강변을 넘어 적을 타격하니 이제는 후방도 요동하는 게 보였다.


사실상 전장을 지배하는 것은, 흐름에 올라 승리를 향해 다가가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명나라 군이었다.


“할 수 있다! 이걸로 밀어낼 수 있어! 대명 만세!”


승리를 확신한 순간 오삼계는 기쁨에 겨워서 저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다.


분명하게 승패가 갈렸음이 명백했기 때문이니, 그는 이 기세며 형세가 뒤바뀔 일은 이제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매우 안타깝게도, 이는 매우 이른 만세며 기뻐함이었다.



***



“아악!”

“제기랄!”


일찌감치 몸을 뺐음에도 바로 뒷편에서 비명이 들리니 녹영 장만필은 더욱 걸음을 빨리했다.


한번 글렀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니 그가 정답을 맞춘 걸 축하하겠다고 하듯 비명이 뒤따라 붙는다.


축하든 보상이든 그로서는 달갑지 않으니 장만필은 이제 아군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마구 밀치며 후방을 향해서 달렸다.


“어?”


그렇게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줄고 쫓아오는 저승사자를 떨쳐냈다고 여긴 순간, 그는 후방을 보고 당황했다.


“창을 든 놈들은 자리에서 버티고 조총 든 놈들은 말을 쏴라!”

“밀리지 마라! 밀리면 끝이다!”

“버텨라! 버티면 다른 곳에서 전황을 바꾸어 줄 것이다!”


이제는 글렀다고 여긴 전방에서 도망하여 후방까지 왔건만, 정말 온갖 용을 쓰며 달려왔건만 허망하게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안전한 후퇴나 도망이 아니라 또 다른 전장이었다.


“대체 왜!”


지금 그의 신세는 저승을 피해 도망한 곳이 저승이라는 말이 꼭 맞았다.


뿐만 아니라 장만필은 제가 뿌리친 줄 알았던 저승사자가 앞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환상을 보았다.


물론 후방에 적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 때문에 이제 글렀다는 마음이 한층 더 강하여져서 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광경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장만필은 그저 후방이기에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좋게도 나쁘게도 장만필이라는 사람은 아주 최후의 최후에나 그러한 것을 인정할까 말까 한 사람이니 그는 자신을 탓하기에 앞서서 남을 탓했다.


“대체 후방 놈들은, 만주족 새끼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역정을 내며 외치나 누구 하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만주족 지휘관이 이걸 들었다면 가차 없이 그를 베어 기강을 바로잡고자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당장의 목숨을 건진 것과 별개로 그는 여전히 전장의 한중간, 아니 두 전장의 가운데에 있었으니 선택해야 했다.


돌아가서 싸울지, 아니면 더 도망하여 후방에서 싸울지 말이다.


“크악!”

“적 기병이 파고든다!”

“버텨! 버티라고!”

“정면에서 막지 말고 비스듬히 막아! 그리고 기수가 아니라 말을 상하게 해라!”


명나라 기병이 가볍게 찌르고 빠져나가는 꼴을 본 장만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다른 광경이 보였다.


“끄억!”

“적병이 다가온다! 백병전으로 적들을 몰아내라!”

“적들과 섞이면 화포로부터 안전하다!”

“달려들어! 붙으라고!”


화포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적과 붙어서 접근전을 벌이며 죽고 죽이는 싸움을 반복하는 아군이 거기에 있었다.


딱히 후방에 비하여 나아 보이진 않았으며 오히려 더 나빠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느 쪽도 고르기 싫다는 마음이 차오르니 장만필은 울상을 지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젠장!”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우물쭈물하다가 죽을 판이니 그는 세상을 향한 원망을 담아서 외치며 달렸다.


그가 왔던 방향을 향해서 말이다.



***



“전방이 무너졌습니다!”

“적들이 강변에 상륙, 진형을 구축하고 몰려들고 있습니다!”

“후방, 기병들을 막기 어렵습니다!”

“이대로는 양쪽에 포위당해 버립니다!”


다급히 외치는 목소리들을 들은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는 우습게도 마지막 말에 대한 반박을 먼저 떠올렸다.


‘이미 포위당했다.’


아직 이성이 남아서 입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현실은 딱 그러했다.


후방을 교란하던 이들은 이제 전선이 되어서 그들을 압박하고, 본래 전선이었던 전방은 이미 저들에게 기세가 넘어가서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요토가 이끄는 녹영들 그리고 전령 등의 일을 위해 남은 소수의 팔기는 앞과 뒤로 포위당하여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와중에 포위 당해버린다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가벼이 흘려낸 요토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고 지금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았다.


이윽고 그 답을 찾은 그는 그대로 그를 입에 담았다.


“퇴각해야겠군.”


사실상 패배 선언에 주변에 있던 이들은 말을 잃고 안색을 굳혔다.


허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니 요토가 말한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는 없는 듯하군. 허면 의정대신과 이성왕들에게도 신호를 보내서-.”

“전하!”


요토가 별동대를 이끄는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와 수군을 이끄는 지순왕 상가희, 회순왕 경중명에게 연락을 보내고자 하던 차에 한 사람이 그를 막았다.


이에 요토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는데, 그자는 무례하게도 손을 들어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군입니다!”

“뭐?”


성을 내고자 생각한 것도 잠시, 아군이라는 말에 요토는 저 멀리 깃발이 나부끼는 걸 보았다.


그곳은 적 기병대가 있는 곳보다도 후방이니 거기에 날리는 깃발을 용케도 읽어낸 요토는 피식 웃었다.


“개자식 같으니라고. 빌어먹게도 늦었고, 빌어먹게도 적절하구나.”


저 멀리 휘날리는 깃발이 뜻하는 자,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을 욕하는 말을 입에 담은 요토는 바로 몸을 돌렸다.


“퇴각은 없다! 여기서 버티며 버텨라! 그러면 아군이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



“상황이 상당히 지저분하군.”


도르곤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말에 바투루 구왈기야 오보이가 다가와서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여기서 다른 선택이 있나?”


뭘 당연한 말을 묻느냐는 말에 오보이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확실히 여기서 그들이 선택해야 할 일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바로 전장으로 달려가는 것 말이다.


“이 오보이에게 부디 선진을!”


한쪽 팔이 없음에도 오보이는 여전히 바투루라고 주장하듯 당당하게 청했고, 이 청이 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에 도르곤 역시 응하니 그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했다.


“바투루 오보이, 적들을 물리치고 아군을 구하라.”

“삼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오보이는 당차게 대답한 후에 곧장 말을 몰아 앞서기 시작하니 그는 곧장 달리며 크게 외쳤다.


“대청 팔기들이여, 가자! 다이칭구룬을 위하여! ”


다이칭구룬을 위하여!


사방을 울리는 함성과 함께 도르곤이 이끌고 온 지원군, 북경에 남았던 팔기군이 달리며 전장에 끼어들었다.



***



“어째서, 대체 어째서!”


멀리서 승리를 확신하던 오삼계는 돌연 변한 상황에 분개하며 망연한 얼굴로 외쳤다.


그를 비롯한 지휘관들 역시 전진하여 나아가고 있으니 이는 최전선과 간극을 줄여 지휘를 더욱 세밀히 하고자 함이었다.


위험한 일이기는 했지만 이미 승기를 잡았으니 그 위험은 적었고 아군에게는 높은 사람들이랍시고 그저 팔짱만 끼고 앉아서 두고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나중을 생각하면 대단치 않은 수고로 큰 것을 얻는 일이니 오삼계는 전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허나 그렇기에 전장이 어그러지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이는 그에게 있어서 불행이자 다행인 일이었다.


승리가 저 멀리 떠나는 것을 바로 보았으니 불행이요, 바로 대처할 기회를 얻기는 했으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 사람은 제게 닥친 일들이 여럿이라면 그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자극적인 일에 시선을 주기 마련이며, 행운보다는 불운이 더 자극적인 법이었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현실을 부정하듯 외치는 오삼계였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오삼계는 냉정하게 이후 전장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냈다.


후방을 치고 있는 기병대는 그대로 적들에게 휩쓸려서 전멸할 것이다.


전방에서 저들을 밀어내고 있는 아군은 금세 강변까지 밀릴 것이며, 여차하면 부교를 넘어간 이들은 모두 죽거나 사로잡힐 터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밀리기 시작하면 이제 하남 수군을 이끄는 총병 좌량옥은 미련 없이 제 목숨 구할 방도를 고를 것이니 더는 버티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대로 칼을 반대로 겨눌지도 몰랐다.


‘하, 그나마 그건 아니겠군.’


반대로 겨누고자 하나 청나라 놈들이 좌량옥을, 그가 한 일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걸 생각한 오삼계는 쓰게 웃었다.


그런 것은 행운이나 다행한 일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상황을 반전하기는 어려우니, 아마도 좌량옥이며 그가 이끄는 수군들은 적군을 돌파하여 도주하거나 아니면 후방으로 전력을 다해 도망할 터였다.


아군 부교가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그놈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다.’


좌량옥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교제가 깊다고 하긴 어려우나 그 성정은 잘 아는 바니 오삼계는 상황에 따라서 적보다 아군에게 더 많은 피해가 날 수 있음을 알았다.


마치 직접 보고 온 듯이 생생한 그 광경은 어느새 그 일각을 현실에 드러내고 있었다.


적들의 후방을 치던 기병대가 팔기를 맞닥뜨린 것이다.


거리가 있어서 잘은 보이지 않으나 기세며 흐름이 바뀌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 오삼계는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렸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승리할 방도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맥없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가 죽으면, 아니 이곳에 있는 병사들이 모두 당하면 명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구나.’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선구자를 따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이를 악물었다.


‘홍 대인, 내게 힘을 주시오! 가능하면 내 목숨도 지켜주시고!’


이제는 작고한 섬서 삼변 총독 겸 병부상서 겸 북방군 장군이었던 홍승주를 향해 가득 열망을 담아 속으로 외친 오삼계는 큰 목소리로 명령했다.


“아군을 되돌려라! 부교로 적들을 막고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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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1 24.07.10 87 16 12쪽
633 632화 파도와 같은 흐름 +3 24.07.09 96 14 14쪽
632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24.07.08 92 16 12쪽
631 630화 각자의 책임 +2 24.07.07 93 14 13쪽
630 629화 공과 사 +1 24.07.06 99 14 11쪽
629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1 24.07.05 107 16 12쪽
628 627화 등롱 +1 24.07.03 96 13 12쪽
627 626화 들으면 궁금해진다 +2 24.07.02 95 15 13쪽
626 625화 자질구레한 일 +1 24.07.01 98 14 12쪽
625 624화 알지만 모르는 사람 +2 24.06.30 124 15 13쪽
624 623화 숫자를 살리는 방법 +2 24.06.29 108 16 12쪽
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106 15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98 17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102 18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108 14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103 14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115 14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98 16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98 14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109 15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98 14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95 14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105 14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96 13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98 15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92 15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110 12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111 13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100 13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12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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