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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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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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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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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DUMMY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등롱 같은 신세.


자신들의 처지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여긴 하남 수군 부총병 황주는 슬쩍 주변을 살펴 경계하곤 입을 열었다.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고.”


황주가 한 말이 썩 마음에 차지 않는지 하남 수군 총병 좌량옥은 이맛살을 크게 찌푸렸다.


그에 황주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병부시랑도 솔직히 여기서 더 나아가길 권하지는 않으며, 일단은 항상 나서며 전쟁한다는 빌미로 이쪽에 보급이 우선하여 돌아옵니다. 뿐만 아니라 남경 조정에 보내지는 장계에는 대인의 크나큰 공적과 그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하나 저를 비롯한 하남 수군의 공적이 가장 우선하여 많이 실립니다.”


그만하면 아주 손해는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며 동시에 이 전쟁에 가장 공이 있는 건 좌량옥이라는 아부기도 했다.


전자의 의도는 몰라도 후자의 의도는 제대로 통하였는지 좌량옥의 얼굴에는 순간 자부심이 떠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이 곤란하고 피곤한 처지에서 참고 견디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댈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당장의 공훈을 그가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이내에 좌량옥은 제가 달가워하는 점이 있다는 건 머리에서 싹 지우고 투덜거렸다.


“겉으로는 그렇지.”


사실 당장 그가 최고로 불린다고 한들, 아니 영세불변 오래도록 대대로 그렇게 된다고 한들 달갑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장수하며 누리는 것이니 죽은 뒤의 일 따위는 어찌 돼도 좋은 것이다.


하여 이어지는 좌량옥의 말에 담긴 감정은 곱지 않았다.


“분명 나는 공을 세우고 있고, 이번 전쟁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퉁명스레 말한 좌량옥은 그것만으로는 제 감정을 모두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


“허나 상세를 살피면 다르지 않나! 이건 우리만 내세워서 전력을 온존하고자 함이며 그저 버티며 자리를 지켰다는 생색 내기 위한 수작이란 말이다! 이래서야 돌아가면 전처럼 이름만 남고 휘하에 병사며 손에 쥔 힘은 하나도 없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란 말이다!”

‘그 병부시랑이 말입니까?’


다른 건 몰라도 병부시랑 오삼계가 그간 보인 태도를 생각하면 그저 자리 지키며 현황 유지에 만족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오히려 오삼계라면 호시탐탐 기회를 보아 나서고 그 나서는 자리를 크게 하여 자신들 역시 곤란하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허나 당장 이런 말이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으니 황주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좌량옥이 그나마 들어줄 말을 입에 담았다.


“허면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걸 시도하심은 어떻습니까?”

“억지로 움직이게 한다?”

“미뤄두었던 일을 시도하여 생색내고 저들이 움직이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미루었던 일을 생색내라는 말에 좌량옥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당장 이렇게 성토하긴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좌량옥과 그가 이끄는 하남 수군이 이리 등롱, 혹은 미끼 마냥 쓰이는 건 그들이 할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바로 제방 건설이니, 당장 그들이 나타났다고 하면 청나라에서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유기도 했다.


“끙. 그게 말처럼 쉽나.”


오삼계 앞에서는 아주 쉽게 말했지만 사실 좌량옥은 그게 두 번 통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청나라 군사들이 거품 물고 달려드는 꼴을 보아도 이는 명백하니, 그 일을 이루어 생색내고 발언권을 얻는 일이며 오삼계 휘하 병력들이 움직이게 하는 건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


“대인, 굳이 이게 정말일 필요는 없습니다.”

“응?”


그런 와중에 황주의 말이 귓속에 빨려 들어오니 좌량옥은 조금 더 말해보라는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어렵지 않게 알아본 황주는 은근하게 일렀다.


“상황이 이러함을 과연 병부시랑이라고 모르겠습니까?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더 열받는 거고.”


눈살을 찌푸린 좌량옥이 당장에 분을 터트릴 것처럼 입을 오물거리자 황주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 더 후안무치하다고 할 수 있지요! 허나 기대하기 어려운 일을 계속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니, 병부시랑도 분명 국면 해결을 위해 다른 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 겁니다!”

“흐음.”

“그러니 역으로 제안하는 겁니다. 우리가 날을 정하여 제방에 진심으로 도전하고자 하니, 그쪽에서 시선을 끌어달라고 말입니다.”

“호오.”


마뜩잖다는 얼굴이던 좌량옥의 얼굴에 달가움이 깃들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어찌하여 왜 진즉 그리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래, 나만 고생할 필요는 없는 법이지.”

“대의를 위한 대인의 희생은 참으로 갸륵하고 칭송받기에 합당하나 이곳에는 도울 아군이 있습니다. 먼저 나서서 이끌고자 하였으나 어려워졌으니 조금은 그 의기로움을 다른 분께 양보하심도 가하다고 여깁니다.”


적나라하게 중얼거린 말을 황주가 애써 포장하니 좌량옥은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군. 확실히 그간 나만 너무 공을 독점했지. 슬슬 병부시랑도 기회를 얻는 게 합당하겠어.”



***



“개소리를 이렇게 진지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능이라니까.”


좌량옥이 보낸 서신을 읽은 오삼계는 차갑게 중얼거리며 종이를 구겼다.


그러나 그것을 던져서 버리진 않았으니 슬슬 방법을 달리 취할 시기가 되었다고 가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추 파악은 끝났다. 이제 하나, 딱 하나만 더 찾으면 되는데 말이야.’


다만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 때문에 오삼계는 나서길 주저하며 좌량옥이 이끄는 하남 수군을 강아지풀처럼 청나라를 향해서 계속 흔들고 있었다.


물론 청나라는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니 이런 짓을 계속하는 건 위험함은 오삼계도 잘 알고 있었다.


일이 잘못될 경우 적어도 하남 수군이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건 분명하며, 조금만 일이 잘못 흘러도 그가 이끄는 군사들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거라는 것 역시 잘 알았다.


허나 마지막 한 가지 정보를 얻지 않고 움직이면 열에 일곱은 패할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니 오삼계는 이 위험한 미끼질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장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바깥에서 자신을 찾는 말에 오삼계는 구겼던 서신을 적당히 접어서 옆에 두었다.


“들어와라.”


오삼계가 허락하는 말을 내자 곧 바깥에서 장수 하나가 들어와서 군례를 올렸다.


여기까지는 평시와 다를 것이 없지만 오늘은 무언가 다르다.


직감적으로 그리 느낀 오삼계는 저도 모르게 은근히 기대하며 물었다.


“알아냈더냐?”

“두 곳, 의심스러운 장소를 발견하였습니다.”

“하하하!”


의심스러운 장소라는 말에 오삼계는 자리로 잊고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그는 빙그레 웃으며 제가 접어서 곁에 두었던 좌량옥의 서신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답신을 빨리하게 되었군그래.”



***



“성친왕 전하, 여기에 계셨습니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는 강 너머에 멀리 있는 명나라 진지를 살피는 것을 그치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 마주한 것은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니 그를 본 요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저들을 살피는 것이 이제는 일과가 되었지.”


해가 질 무렵에 개봉 높은 곳에 올라서 적들을 살핀다.


자잘한 소모전, 아니 소모전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움직임만 서로 보였던 이후로 요토는 이렇게 함으로 일과를 마치곤 했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저 단순한 일과는 아니었으니 요토는 잉굴다이에게서 몸을 돌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과 손가락은 명나라 진지를 향하니 그것들을 따라 시선을 준 잉굴다이는 이내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고 입을 열었다.


“밥 짓는 연기가 조금 많은 거 같군요.”

“조금 많은 게 아니지. 내가 어제까지 본 것에 비하면 족히 두 배는 될걸.”

밥 짓는 연기가 두 배로 늘었다는 말에 잉굴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쪽이라고 여기십니까?”

“어제오늘 대단한 군세가 합류하는 건 보지 못하였으니 답은 뻔하지.”


보통 전과 달리 밥 짓는 연기가 늘었다고 하면 보통은 둘 중 하나다.


그만큼 입이 늘었던가, 아니면 전에 없이 든든히 먹도록 하거나 말이다.


그러나 요토가 보기에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이는 그저 그만한 군세며 인파가 명나라 진지에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늘었다면 그저 밥 짓는 연기만 늘리면 끝이 아니었으며, 그 숫자가 본래 있던 숫자에 비견될 정도로 많다면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밥 짓는 연기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변하는 것이나 소동이 전혀 없으니 답은 결국 하나였다.


“거북이 같던 놈들이 움직일 모양이오.”

“어찌 대처하시겠습니까?”


대처 방안을 묻는 말에 요토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방식이 떠올랐다.


그러나 무엇하나 영 이거다 싶어 마음에 차는 게 없었으니 요토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쯧, 이것도 저것도 영 별로인데.”

“허면 수성하시겠습니까?”


웃으며 권하는 말에 요토는 피식 웃었다.


“전부터 느꼈지만 의정대신께서는 농담하는 솜씨가 참으로 탁월하시구려. 우리 팔기가 성안에서 싸운다고 부족하진 않겠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수성의 이점을 품고 싸우는 것은 분명 정석이었다.


그러나 수성할 때 그들이 보일 수 있는 전력이 오십이라면 말에 타서 적들을 몰아칠 때는 백이며 이백에도 이르기도 하니 확실히 그건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전에 사용한 방식, 여전히 통할까?”

“직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불명입니다. 저들 역시 대처를 하겠지요.”


잉굴다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 후에 명나라 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머리가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겠지. 허면 정면으로 붙는 건?”

“당장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긴다면 그것으로 끝이나 아무래도 어디선가 놓치는 게 생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당장은?”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과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하는 듯하나 전제조건이 붙었음을 안 요토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요토의 시선을 받은 잉굴다이는 미처 알리는 게 늦었다는 얼굴로 일렀다.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연락?”


어리둥절하여 되묻는 요토에게 잉굴다이는 앞뒤를 자르고 대답했다.


“내일 새벽녘, 늦어도 정오에는 도착한다고 하셨습니다.”

“하하하!”


당장이라도 올 것처럼 굴더니 한참을 기다리게 한 이가 온다는 말에 요토는 크게 웃었다.


실컷 웃은 후에 웃음을 그친 요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명나라 진지를 보면서 말을 냈다.


“드디어 이 지루한 전쟁이 끝나겠군.”

“이곳에서 끝날 뿐입니다. 이기면 개봉을 수비할 이들을 얼마간 남긴 후에 곧장 순나라 방면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녀석이 그리 전했소?”

“크흠, 대답은 그렇다지만 다소 불편하군요.”


잉굴다이가 스스럼없는 말에 불편함을 토로하니 요토는 제가 알 바가 아니라고 하듯 고개를 돌렸다.


“공적인 자리에서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도 충분히 공적인 자리지 않습니까.”

“이 정도는 넘어가 줄 사람이 있는 자리지.”


요토가 너스레를 떠니 잉굴다이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모습에는 긍정하는 뜻이 담겨 있으니 적어도 여기서 제가 마음껏 말한 이야기가 새어나갈 걱정은 없음을 안 요토는 기분 좋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이제 우리도 준비해 볼까. 연기 좀 저들처럼 늘려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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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4.07.05 21:07
    No. 1

    좌량옥의 떠넘기기와 오삼계의 조바심 때문에 청나라가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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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632화 파도와 같은 흐름 +3 24.07.09 95 14 14쪽
632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24.07.08 90 16 12쪽
631 630화 각자의 책임 +2 24.07.07 92 14 13쪽
630 629화 공과 사 +1 24.07.06 97 14 11쪽
»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1 24.07.05 107 16 12쪽
628 627화 등롱 +1 24.07.03 95 13 12쪽
627 626화 들으면 궁금해진다 +2 24.07.02 94 15 13쪽
626 625화 자질구레한 일 +1 24.07.01 98 14 12쪽
625 624화 알지만 모르는 사람 +2 24.06.30 123 15 13쪽
624 623화 숫자를 살리는 방법 +2 24.06.29 107 16 12쪽
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105 15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97 17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101 18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107 14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102 14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114 14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97 16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97 14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108 15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96 14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94 14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102 14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95 13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97 15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92 15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110 12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110 13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99 13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119 12 12쪽
604 603화 같은 진지 +1 24.06.07 11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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