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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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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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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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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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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29화 공과 사

DUMMY

629화 공과 사


“제길.”


하남 수군 총병 좌량옥은 영 떨떠름함을 떨치기 어려웠다.


자신이 제안한, 더욱 정확히는 부총병 황주가 제안하고 제 생각인 마냥 포장한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는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매사에는 정도라는 게 있는 법.


제안을 보내자마자 바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날이 밝자마자 하남 수군을 포함한 명나라 군사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 이상으로 빠른 반응과 흐름에 좌량옥은 찝찝함을 좀처럼 덜어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느끼는 감상과 별개로 이미 일을 시작되었고, 실제 사정이 어떠하건 겉으로 보기에 시작은 그가 보낸 제안이었다.


물론 그가 보낸 제안이 그대로 통하지는 않았으니, 바라던 것처럼 전투 개시를 병부시랑 오삼계 휘하 군사들이 하지 않고 또다시 제가 이끄는 하남 수군이 하게 되었다는 게 이를 증명했다.


이 점 역시 좌량옥을 찝찝하게 하는 이유 하나,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었다.


‘이 새끼가 나서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데 말이야.’


만약 일이 그렇게 된다고 하면 좌량옥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을 궁리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껏 올린 전공을 생각하면 역시 ‘살아남았다’보다는 ‘이겨냈다’가 더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생존 욕구와 의심 그리고 공명심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좌량옥은 애써 담담함을 가장하며 명령을 내렸다.


“배를 띄워라! 오늘은 전과 다를 것이다!”


전과 다를 거라는 말이 있으나 직접이든 아니면 한 다리 건너서 듣건 하남 수군은 그 말을 진심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좌량옥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목청을 키워 최대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우리 하남 수군이 난국 타개를 위한 선봉에 설 것이니, 이번에야말로 제방을 쌓고 저 북적들을 쓸어버릴 것이다! 대명 만세! 대명은 지지 않는다!”



***



“지긋지긋한 놈들 같으니라고.”


강을 타고 거슬러 오는 하남 수군을 멀리서 바라면 회순왕 경중명은 혐오와 경멸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뜬 그는 고개를 힐끗 돌리며 물었다.


“그래, 나서시겠소?”

“나서지 않을 수가 있나. 저렇게 대놓고 나오는데 말이야.”


가벼이 대답하나 그 눈에 담긴 뜻은 한없이 무거운 지순왕 상가희의 대답에 경중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긴 하지.”


아침 일찍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의 부름에 모인 자리에서 논한 이야기들을 기억한 상가희는 전과 비슷하면서도 좀 달리 보이는 적 수군을 바라보았다.


“전과 같은 곳일 거 같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이렇게밖에는 대답할 도리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개봉 근처에서 그 성과를 가리지 않고 하자면 제방 쌓을 곳은 너무나도 많았다.


이곳은 수로를 제 혈맥으로 삼은 땅, 개봉이었으니 말이다.


“나가고, 마주하면 쫓아갑시다.”

“그리고 놈들이 물러나면 또 돌아오고?”


지금까지 했던 그대로인지 묻는 말에 상가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경중명은 크게 기뻐하며 말로서 그가 표현하기를 기대하니 이윽고 상가희는 입을 열어 소리로서 제 뜻을 드러내었다.


“오늘 들었듯, 저들은 전과 다르오. 허니 우리도 달라야지.”


달라야 한다고 이른 상가희는 더욱 확실하게 하듯 힘을 주어 말을 또박또박 일렀다.


“오늘은 물러서지 않소. 끝까지 갈 거요.”

“그 말을 기다렸지!”


상가희가 낸 말에 경중명은 우렁차게 외쳤다.


“수군은 들어라! 오늘 우리는 쥐새끼 같은 명나라 수군 놈들을 칠 것이다! 전처럼 도망간다고 그대로 보내주는 건 없다! 오늘, 놈들에게 전에 개봉에서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정의는 대청에 있다!”


와아아!!!

정의는 대청에 있다!!!


그간 쫓기만 하는 쪽이었던지라 내심 저들을 얕보는 마음이 생긴 지라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경중명의 말을 복창했다.


뿐만 아니라 전에 개봉에서 명나라가 저지른 일은 청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도의를 저버린 악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졌다.


전쟁에서 그런 것만큼 의미가 없는 말이 없건만, 기이하게도 가장 사람을 홀리는 말 또한 이것이니 청나라 수군들은 금세 사기충천하여 배를 몰았다.


“적 수군이 보입니다!”

“더욱 배를 빨리 몰아라! 이대로 접근전에 들어간다!”



***


“대인! 놈들이 옵니다!”

“제길, 쓸데없이 재빠르기는.”

곁에 있는 병사의 외침에 좌량옥은 한껏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적들을 한참 살피니 이내에 저들이 전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긴 그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화포를 준비해라!”

“예! 화포를 준비하라!”

“화포를 준비하랍신다!”


전에는 적을 조우하면 그저 물러나기 바빴던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물러나는 게 아니라 화포를 준비하라고 하니 하남 수군들은 이제야 실감했다.


출진 전에 좌량옥이 호언했듯 오늘 전투는 다르다는 걸 말이다.


“으으.”


지금까지는 그저 도망치면 그만이었고, 그 와중에 상한 이들은 없다시피 했다.


있다고 하면 운 없이 배에서 굴러 강에 떨어지거나 재수 없게 배를 몰다가 다친 이들이 전부였으니 그간 좌량옥이 전공 장계를 올린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피해며 부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나 오늘은 그렇지 않을 것이, 사람이 죽고 피가 흐를 것이 분명하니 하남 수군은 너나 할 거 없이 긴장했다.


그나마 작은 위안이 있다면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접근하라는 게 아니라 화포를 쏘라는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다가오기 전에 쏘아서 침몰하게 하면 그만이야.’

‘저놈들은 변변한 화포도 없어서 매번 도망하고 우릴 놓쳤잖아. 괜찮아. 우린 괜찮을 거야.’

‘화포만, 화포만 잘 맞추면 돼.’


그런 하남 수군 병사들의 머릿속에 깃든 생각들은 대동소이했으니 이들은 긴장한 얼굴로 화포 쏠 준비를 마치고 명령을 기다렸다.


“놈들이 옵니다!”

“전에 비해 빠릅니다!”


호들갑이 가득한 말이나 이는 아주 거짓이 아니니 오늘은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에 청나라 수군이 모는 배는 지금까지 보아온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망할 것들이. 화포도 없으면서 이 무슨 저돌적인 행태냐?’


속으로 한차례 투덜거렸으나 오히려 그것이 저들을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걸 간과한 좌량옥은 병사들처럼 화포를 의지하는 마음을 품고 자신 있게 외쳤다.


“방포하라!”



***



“수군이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명나라 진지 내부에서 장수들과 모여서 논의하던 오삼계는 부관 우승조의 보고에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청군의 태세는?”

“강변을 넘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단 말은, 전과 같은 일을 하겠다는 뜻이군.”


오삼계가 눈을 빛내며 묻는 말에 우승조는 동감을 표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양쪽 모두 수군을 제하고 시작한 전투니 반드시 먼저 상륙하려고 시도하는 쪽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겠지요.”

“저들은 그 전제를 뒤집을 수단이 있지. 아니 있었다고 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빙그레 웃으며 말한 오삼계는 이내에 진중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화포를 전진 배치하고 적들을 강변에서 서서히 몰아내라. 또한 도하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군데군데 목책을 세워서 아군을 가린다. 이는 전일에 논한 대로 그대들에게 맡기겠다.”


어제 군사들을 배불리 먹을 준비를 하면서 장수들과 회동하였던 오삼계의 말에 두 장수가 군례를 올렸다.


“예, 장군!”

“차질 없이 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오삼계는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시선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며 입을 열었다.


“기병을 둘로 나눈다.”

“어디를 주공으로 하시겠습니까?”

“가까운 쪽이다.”


기병을 이끄는 장수 가운데 한 사람이 묻는 말에 오삼계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놈들이 부리는 수작을 알아챈 것은 좋으나 아무래도 우리가 말을 달리는 실력은 저들에 비하면 한 수 부족하며, 말들의 상태도 그러하지. 여기선 도박하지 않고 저들의 길목 하나는 선점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선점은 곧 저들을 향한 공세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승조가 말을 보하니 오삼계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었다.


“그렇게 되어야지. 기병대, 논한 대로 출발하여 기만과 공세를 취하라.”


오삼계가 명하는 말에 기병대를 이끄는 장수들은 군례를 올린 직후 그대로 막사를 빠져나갔다.


이제 제법 장수들이 빠져나가서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눈에 담은 오삼계는 이를 악물었다.


‘이긴다. 여기서 이기고 개봉을 되찾는다. 여기가 대명 천하 회복의 시작이며 나 오삼계가 구국의 영웅으로 바로 서는 시작이 될 것이다.’



***



“역시.”


멀리서 수군이 싸우는 양상을 지켜보던 요토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읊조렸다.


그 말에 곁에 있던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속히 달아나던 이들이 오늘은 사뭇 다르군요. 한 꺼풀 벗었다 정도로 표현하면 적에게 미안한 일로 보일 지경입니다.”

“제법이지만 딱 그 정도지.”


냉정하게 수군의 싸움을 살핀 요토는 금세 저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헤아렸다.


“사수, 오로지 그뿐인가?”

“허면 명나라는 지상에서 싸움으로 결착을 내고자 하는 것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전장은 강을 사이에 두고 겨루는 형세. 기병은 발을 묶이기 십상이야.”


기병은 소용이 없고 보병은 그저 쏘는 이들이나 쓸모가 있는 형세가 지금 형세였다.


이런 식으로 전장이 흘러가면 유리한 것은 아무래도 그들보다는 명나라 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석대로 싸우면 결국 강을 두고 화포 싸움이 되겠지요.”


잉굴다이가 이르는 말에 요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포야 우리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들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


개봉에 있는 걸 그대로 가지고 와서 쓰고 싶기는 한데, 그랬다가 개봉 방비가 약해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 피곤한 일이 될 터였다.


“그대가 움직일 때인 모양이군. 녹영들과 내가 전선에서 버티겠소.”

“으음.”


요토가 하는 말에 잉굴다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례한 일이나 요토는 화내지 않았다.


정치라면 모를까 전장에서는 잔뼈가 굵었으니 그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간만 끌면 충분하오. 예친왕이 곧 온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러시다면야.”


다시금 하는 말에 잉굴다이는 더는 고민하지 않고 말을 몰았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요토는 앞으로 나가며 자신 있게 외쳤다.


“오늘은 승리의 날이며 저들을 징치하는 날이니 녹영들은 주늑들지 말고 자리를 굳건히 지켜라! 허면 모든 것이 너희에게, 대청에게 있을 것이다! 다이칭구룬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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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1 24.07.10 86 16 12쪽
633 632화 파도와 같은 흐름 +3 24.07.09 95 14 14쪽
632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24.07.08 91 16 12쪽
631 630화 각자의 책임 +2 24.07.07 93 14 13쪽
» 629화 공과 사 +1 24.07.06 99 14 11쪽
629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1 24.07.05 107 16 12쪽
628 627화 등롱 +1 24.07.03 96 13 12쪽
627 626화 들으면 궁금해진다 +2 24.07.02 95 15 13쪽
626 625화 자질구레한 일 +1 24.07.01 98 14 12쪽
625 624화 알지만 모르는 사람 +2 24.06.30 124 15 13쪽
624 623화 숫자를 살리는 방법 +2 24.06.29 108 16 12쪽
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106 15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98 17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102 18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108 14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103 14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115 14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98 16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98 14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109 15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98 14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95 14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105 14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96 13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98 15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92 15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110 12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111 13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100 13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12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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