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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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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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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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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3 17:05
조회
340
추천
8
글자
13쪽

1장 좋은 이야기(8)

DUMMY

“후우.”


상당히 고풍스러운 문 앞에 선 이는 긴장을 풀듯 한껏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똑똑


“경,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두드린 이는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선 그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방 가운데에 있는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움이 확 느껴지는 책상에 앉아서 그를 보는 이의 시선이었다.


“무슨 일이지?”

“크흠. 경, 조금 전 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꼬리를 잡았는데, 따라잡으려면 필요하다고......”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뭔가 곤란한 듯한 반응이었지만 보고를 받는 이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 정도는 상정 내다. 금액을 올리고 각종 편의를 약속할 때부터 예상한 범위가 아닌가.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아닐 텐데.”

“그게......말을 이십 필 정도 이쪽에서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조금 주저하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그에게 건넸다. 그에 보고를 받은 이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에 대단치 않은 일이라는 투로 입을 열었다.


“이십이라, 조금 많군.”


사실 살짝 놀란 거 같기는 했지만 그뿐, 그리 대단하게 여기는 느낌은 들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투로 왜 사내가 자신에게 왔는지 알기 어렵다는 투이기도 했다. 대답을 요구하듯 바라보는 시선을 받은 사내는 두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말을 입에 담았다.


“죄, 죄송합니다. 저의 실책입니다.”

“문제가 있나? 보상금을 올리고 필요하면 향후 편의를 비롯해서 여러 방면에서 지원해주자고 의견을 낸 건 자네였던 거 같은데.”


그의 질문에 보고하던 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하기 어려워했다. 그에 누군가는 화를 내거나 대답을 독촉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듣고 있는 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대답을 기다릴 따름이었고, 그 기다림은 생각보다 금세 끝났다.


“......상금을 올리는 것과 편의 보장, 지원 등은 분명 제가 말씀드린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요청에서 조합에 미리 준비된 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급한 마음에 현물이라는, 증거가 남을지도 모르는 걸 반출한 셈입니다. 거기에 급히 말을 공수하느라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문제라? 구체적으로는?”

“말의 출처를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


그 말을 듣자 사내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무얼 걱정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걱정이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럼 준비를 해야지.’


걱정을 그저 걱정으로 남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걱정은 걱정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걱정이 되지 못하도록 처리하는 게 좋았다.


“이쪽에서 제공한 말, 공급처는 어디지?”

“공용 마구간입니다. 그 가운데 퇴역 처리 중인 말들을 이쪽으로 돌렸습니다.”

“퇴역 처리? 그럼 대단한 문제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묻어버리는 것도 좋겠군. 근방에 처리할 자들을 보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인선은 이쪽에서 따로 준비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처리되도록 하고. 아니, 이쪽 녀석들이 움직이거나 끼어들 여지를 아예 주지 마.”

“예, 경.”

“좋아, 이제 끝인가? 다음에는 중간 보고가 아니라 결과 보고로 찾아오길 기대하지.”

“예, 알겠습니다.”



***



“제길, 이제야 온 거냐?”

“이쪽은 2시간으로 요청한 거 같은데, 이게 뭐야!”

“아, 아니 제게 그리 말씀하셔도......”


말을 건네주러 온 조합 대리인은 리발과 자르달의 닦달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다만 이는 세 사람에게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었고, 다른 이들은 바지런히 움직이며 말을 인계받고 있었다.


“여기에 서명. 말은 대여라는 거 잊지들 말고 조심히 다뤄.”

“관리는 잘 된 거 같지만 다 늙은 말인 거 같은데 조심히? 우리가 지금 애들 가르치러 가는 줄 알아?”

“제길, 이것도 급히 구한 거라고. 니들이 그렇게 장담하지 않았으면, 아니 다른 정보가 하나라도 들어왔으면 이것도 힘들었을 거야.”

“다른 것들이 무능한 걸로 고생한 건 알겠는데, 그건 그쪽 사정이지.”


감지덕지하라는 말에 자르달의 부하 중 2인자 혹은 3인자 정도 되는 이가 코웃음을 치며 말에 올랐다. 그 모습에 그와 실랑이를 하던 조합 대리인은 뭐라도 씹은 얼굴로 다급히 외쳤다.


“아, 진짜 그러지 말고! 문제가 생기거나 소모가 너무 크면 내 목이 가장 먼저 날아간다. 그간 정을 봐서 적당히 다뤄. 과반수만 무사히 돌아오게 하면 돼. 부탁 좀 하자고.”

“뭐, 생각은 해두도록 하지.”

“빌어먹을, 하여간 성격하고는..... 음? 거기, 무슨 문제 있어?”

“아, 대단한 건 아니고요......”


실랑이를 벌이던 중 말에게 다가가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렉스를 발견한 조합 대리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자르달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유명한 리발이니 그와 함께 다니는 렉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 이가 묘한 얼굴로 말들을 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조합 대리인은 그가 왜 그런 얼굴을 했는지 들을 수 없었다.


“젠장, 이럴 시간도 아까운데 무슨 짓이람. 자르달, 일단 출발한다! 서두르면 늦지 않을 거야!”

“내가 니 부하냐!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거기 너, 만약 이걸로 못 쫓아가면 니 탓이니까 잘 기억해둬!”

“뭐!? 그게 왜 내 탓이야!”

“다들 출발! 렉스, 우리가 선두다!”

“리발 녀석 꽁무니 놓치는 놈, 돌아가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줄 알아!”


조합 대리인은 생각지도 못한 엄포에 당황하는 표정과 음성으로 본인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리발과 자르달, 두 사람 모두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자기들 말만 하고는 그대로 가까이에 있는 말에 올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니 다른 이들 역시 빠르게 말에 올라서는 뒤를 따랐다. 졸지에 남겨진 신세가 된 조합 대리인은 멍하니 보다가 투덜거리며 불평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빌어먹을, 이놈의 조합에 정상인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



‘내가 그걸 어디서 봤더라?’


말을 달리면서 렉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서 자신이 탄 말의 뒷쪽을 보았다. 사실 그가 보고자 한 것은 말의 엉덩이에 있었기에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니 조금 전에 본 것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분명히 본 적이 있는 표식인데......’


지워지기는 했지만 그건 분명 누군가의 소유임을 명시하는 인장이었고, 빈번히는 아니어도 제법 익숙함이 느껴질 정도로 본 것은 확실한 인장이었다.


‘흐으음.’


신경 쓰인다. 그가 타고 있는 것을 포함해 일행이 타고 있는 말들은 모두 도둑 조합에서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출처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멀쩡하게 구매한 물건이나 받은 것들보다는 장물이 더 많은 게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참, 영 떠오르질 않네.’


렉스의 고민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번 머리에 자리 잡은 의문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떠나보내기 힘들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이봐! 대체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야!”

“나도 모르지! 우리는 지금 마차를 쫓고 있다고!”

“젠장, 이렇게 고생고생을 했는데 허탕이기만 해봐!”

“망할 자식, 조금은 인내하고 달리기나 해!”

‘달리면서 잘도 저렇게들 하네.’


리발 옆에서 달리는 렉스의 귀에는 온종일 리발과 자르달이 서로 다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렉스는 의도적으로 시끄러운 소리와 짜증에서 멀어지기 위해 다른 몰두할 생각거리를 바랐고, 말을 받을 때 보았던 표식에 대한 의문은 그 생각거리로 적당했다.


‘가만있어 보자, 이 말은 장물이다. 그러면 어디서 훔쳤을까?’


의문을 푸는 첫 단계는 항상 출처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의문은 여기서 막혔다. 이유는 하나, 출처가 될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았다.


‘수도 마시장? 남부 경마장? 상단의 말? 조합의 상품? 동업자들의 유품? 가만, 농가의 말이라는 가능성은......적으려나?’


하지만 이것도 렉스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의문을 푸는 것보다 지금 바로 옆에서 소란을 벌이는 두 사람에게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변화만으로 끝없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득이 되고 있었다.


“모두 정지!”

‘어?’


생각에 빠져서 반쯤 상황을 흘려보내고 있던 렉스를 강제로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내지른 자는 다름 아닌 자르달이었다.


“또 뭐야? 설마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인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저쪽을 보라고.”

“저쪽?”


리발은 자르달에게 지금까지 받은 짜증을 배로 돌려주려는 듯한 표정으로 험악하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달려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일단 자르달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 사이를 좁히며 가만히 바라보던 리발은 불빛을 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찾았군.”

“확정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그건 지금부터 확인하면 될 일이다. 렉스!”


기껏 올라간 기분에 초를 치는 자르달의 말에 리발은 한순간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렇지만 자르달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기에 리발은 곧장 렉스를 불렀다.


“예, 형님.”

“확인하러 간다. 준비를.......”

“잠깐.”


렉스와 함께 멀찍이 보인 불빛을 확인하려는 리발을 제지한 사람은 자르달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두 사람을 멈춘 후 뒤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부하 가운데 두 사람이 조용히 다가왔다.


“가는 건 너와 내 부하들이다. 그 친구는 여기서 조금 쉬게 두라고.”

‘이 자식이?’


자르달의 말에 리발은 대번 의도를 읽어내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이었지만 자르달은 그저 웃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혀, 형님.”


렉스 역시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리발을 불렀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인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리발이나 렉스의 의지와 별개로 험한 꼴을 보기 십상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

“......”


렉스의 떨리는 말을 끝으로 깔린 침묵이 깔렸다. 자르달의 부하들이나 렉스는 그저 리발이나 자르달이 뭔가 말하기를, 혹은 특정한 결론을 내길 기다릴 뿐이었다.


“.......네 부하들, 쓸만하겠지?”

“거추장스럽다면 버리고 와라. 그 정도도 못 하는 놈들을 부하로 둔 기억은 없어.”

“그렇다면 좋아. 어이, 따라와라!”


리발은 그렇게 말한 후 돌아보지도 않고 불빛을 확인하러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자르달이 부른 두 부하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그 모습을 보던 자르달은 세 사람이 상당히 멀어지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서 렉스를 보았다.


“자, 저 친구는 유능하니 알아서 잘하겠지. 붙여준 녀석들도 자기 한 몸 건사하는 재주는 있으니 문제없을 거고. 그럼 저쪽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동안 우리는 돈독한 관계라도 쌓자고. 그래, 식사가 좋겠군.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말이야.”

“하, 하하, 하하.”


자르달의 은근한 말에 렉스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자르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에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휴대 건량이라도 가지고 와라. 좀 나누어 주어야지. 니들도 알아서 쉬고.”



***



“이거 받게.”

“아, 감사합니다.”


가르섹이 내민 접시를 양손으로 받아든 아레타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내용물을 살폈다. 채소와 감자 가득에 약간이지만 고기도 들어 있는, 야영지에서 먹기에는 충분히 영양가 높은 스프였다. 그걸 보자니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헌데 가르섹은 그걸 보고 뭔가를 지레짐작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레타에게 말을 건넸다.


“고생이 많았겠지. 따뜻한 음식을 챙기기도 고난이었을 터, 오늘만큼은 안심하고 맘껏 들게나.”

“예?”

“경계나 그런 건 나를 비롯한 우리 펠사 형제들이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 예. 가, 감사합니다.”


실제로 쫓아오는 이와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고, 그 첫 상대는 리발과 렉스였다. 그런 만큼 가르섹이 생각하는 고생길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걱정해주면서 선의를 보이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말하면 괜히 신경 써준다고 할 수도 있으니 여기서는 가만히 받아두는 게 낫.....저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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