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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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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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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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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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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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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4쪽

1장 좋은 이야기(7)

DUMMY

“뭐야, 있으면 대답을 하라고.”


껄끄럽다는 반응을 그리 숨기지 못하는 두 사람과는 정반대로 새로이 안으로 들어선 사내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더니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어이, 네놈들! 안이 좁다! 일이 끝날 동안 바깥에서 기다려!”

“예! 대장!”

“알겠습니다!”


사내의 명령에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리발은 찌푸린 인상을 더욱 안 좋게 하며 물었다.


“자르달, 무슨 용무냐.”

“으음, 잠깐만 있어 봐. 오늘 종일 고생했더니 영 목이 칼칼하군. 일단 한잔해야겠어.”


리발에게 자르달이라고 불린 사내는 그렇게 말하더니 바로 손을 품에 넣어서 휴대용 물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경계심을 가득 보이는 두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로 내용물을 마셨다.


“후우, 이제 좀 살 거 같군.”


우득


물병에 담긴 내용물을 단번에 비워낸 자르달은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피곤을 떨치듯 목을 풀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리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 종일 길목을 지켰는데 허탕이었어. 그리고 다른 놈들이 낚아챘는지 확인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 다들 만나보니 투덜거리기만 하더라고.”

“흥, 그런 흔한 일을 꺼내서 어쩌라는 거지? 우리도 오늘 일이 안 풀려서 별로다. 쓸데없는 넋두리는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자르달의 짜증 섞인 말에 리발 역시 불쾌한 감정을 담아서 말을 되돌려주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르달은 그 말에 오히려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역시 그런가. 그런데 말이야.”

“?”

“내가 오늘 친구를 하나 사귀었는데, 이 친구가 좋은 말을 해주더라고.”

“친구?”

‘그런 게 있을 놈이 아닌데?’


자르달의 말에 리발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자르달은 친구라고 할 부류의 관계가 없었다.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싶겠지만 자르달은 진짜로 그랬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는 오직 2가지뿐이었다. 그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못한가. 그런 사람이 친구라고 부르는 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껄끄러운 기분만 한가득 들었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문득 리발은 눈앞에 있는 자르달이 누군가를 친구라고 부른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떠올린 순간, 리발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르달을 보았다. 그 눈초리를 받은 자르달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바깥을 향해 크게 외쳤다.


“어이, 그 친구 좀 데리고 들어와!”

“아, 아악!”

“쯧, 고작 이 정도로 엄살 피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고.”

“명색이 조합 소속이면 이 정도는 일상다반사 아니겠어?”


자르달의 부름에 바깥에서 부하 두 사람이 양쪽 어깨를 붙들고 한 사람을 끌고 들어왔다. 끌려 들어온 이는 어딘가 불편한 곳이 있는지 아니면 이끄는 이들의 손길이 거칠었는지 내내 아픔을 호소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자르달 옆까지 다가와서는 그를 꿇어 앉혔다.


“낯이 익지 않나?”

“낯이 익어? 무슨 헛소리야?”


자르달은 자신의 옆에 꿇려둔 이를 보며 리발에게 물었다. 그에 리발은 힐끗 그를 보았지만 그리 익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답하는 리발의 목소리는 상당히 퉁명스러웠다. 그 목소리에 조금은 기분이 상할 법도 하건만, 자르달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기껏 도와줬더니 쓸데없는 짓이었군그래. 얘들아, 뭐 하냐. 가서 쉬게 해줘라.”


느릿하게 나온 자르달의 말은 얼핏 듣기에는 무릎 꿇은 이를 배려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듣는다면 그 누구라도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간단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쟁이는 어떻게든 나아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가장 확실한 치료는 대가를 비싸게 치르는 거지. 사람이라는 게 생각보다 멍청한 생물이라 아파야지 고치더라고.”

“자, 자, 잠깐......읍!”


자르달의 말에 사내는 순식간에 끌어 올려지더니 바깥으로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말도 못 하게 입을 막힌 채 그대로 우악스럽게 끌려나가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좋게 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리발은 물론이고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만 있는 렉스 역시 그런 것으로 인해 나서는 정의감을 가진 이들이 아니었다.


딱히 그들이 남이 못 되는 꼴을 즐기는 악한 성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모르는 이를 위해 굳이 나설 선한 이들도 아니었다. 때문에 리발과 렉스는 오로지 자르달만 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인지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악! 이 새끼가!”

“퉷, 이봐! 거기 뒤에 있는 당신! 으악, 나, 납니다! 으각! 사, 사람 살려! 살려, 살려 줘, 켁!”

“누구? 나?”


상황이 달라진 것은 문까지 끌려간 이가 자신의 입을 막은 손을 물어뜯고는 다급히 렉스를 부르면서였다. 물어뜯긴 손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듯이 자르달의 부하가 그를 두들겼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렉스를 향해 외쳤다. 그 모습에 렉스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보던 그는 간신히 지금 처맞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거 같기도......아.’

“형님, 다른 쪽에 있던 놈인데요.”

“다른 쪽? 설마 그 산 아래 멍청이들 가운데 하나?”

“네.”


끌려가던 이가 누군지 간신히 알아본 렉스는 리발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에 리발은 한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에 렉스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고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자르달은 그에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아, 약간 오해가 있었군. 도로 데려, 아니 모셔와라.”

“옛!”


자르달의 말에 물린 손을 흔들며 자신을 문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던 이가 힘차게 대답하며 그를 도로 끌고 왔다. 힘찬 대답과는 달리 표정은 마뜩잖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역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 손을 문 사람을 좋아할 특이한 취향은 그 사람에게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거 내가 성급했던 모양이야. 미안하게 되었네.”

“......”


도로 무릎 꿇었던 장소로 돌아온 사내는 자르달의 말에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르달은 그에게 더 말하지 않고 리발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친구 말을 들으니 렉스랑 만났다고 하던데?”

“그래서?”

“저 친구, 너랑 그렇게 뭐라도 되는 마냥 붙어 다니는 사이잖아? 그런데 이런 곳에서 따로 떨어져 있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겠지?

“......이쪽 사정을 일일이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는데.”


더는 대화하기 싫다는 의미로 말했으나 상대는 그런 것에 넘어가줄 정도로 친절하지 않았다.


“아아, 나도 사내놈의 일상 따위에는 관심 없어.”

“......”

“그런데 말이야, 이런 군침 도는 일에서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지 않겠어? 나도 체면이라는 게 있다고.”

‘체면? 흥, 네놈에게 있는 건 탐욕뿐이겠지.’


속으로 자르달의 말을 비웃은 리발이었지만 겉으로는 그런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격려 비슷한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니 안타깝군. 행운이 함께하길 빌어주지.”

“미안하지만 나는 행운 같은 거 안 믿어. 오직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지.”

“끄윽.”


리발의 입 발린 말에 자르달은 얼굴에 살짝 담겨 있던 미소를 지우고 무표정으로 렉스와 만났던 이의 어깨를 잡고 힘을 주었다. 이미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었던 사내는 고통에 찬 신음을 입에 담았다. 그 모습을 힐끗 본 자르달은 리발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이 자식이 말하길, 목표와 조우했다고 하더군.”

“으으으......”


이미 창백한 표정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거품을 물 거 같은 사내의 모습은 보기에도 너무나 안쓰러웠기에 뒤쪽에서 보던 렉스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낼 지경이었다. 하지만 자르달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멍청하게 털렸지. 그러고서는 니놈 부하랑 만났고.”

“......그래서?”

“두말 안 한다. 어디로 갔는지 불어.”


무표정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듯 묻는 자르달의 모습은 옆에서 신음도 제대로 흘리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내의 모습과 맞물려서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였다. 그 덕에 일견 자르달의 위협은 상당히 크게 보였다. 당장이라도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사내와 같을 꼴을 만들어버릴 거 같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리발은 그런 것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한번 해봐.”

“......”

“네놈은 다를지, 어디 한번 보여 봐.”

“......하.”


자르달의 입에서 나온 소리와 동시에 이제 건물 내부는 일촉즉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위기로 화했다. 이제는 두 사람만 아니라 렉스와 안에 있던 자르달의 두 부하 역시 서로를 견제하듯 슬쩍 자리를 옮겼다. 이제 작은 계기 하나, 아니 소리 하나만 있어도 폭발할 게 분명했다. 적어도 렉스와 자르달의 부하들은 그리 생각했다.


“역시 능력 있는 친구는 다르구만. 좋아좋아. 그 정도는 해야 손을 잡을 가치가 있지.”

“손을 잡아? 웃기는 소리군.”

“너는 행방을 알고 나는 확실하게 잡을 손들이 있다. 둘보다는 이십이 일하기에 쉬운 거 아니겠어?”


은연중에 자신들의 숫자를 과시하며 하는 제안은 협박과 권유를 겸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발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비웃었다.


“네놈을 포함한 떨거지, 그 배가 되어도 가뿐하다. 그보다 더 많아도 마찬가지야. 네놈들은 절대로 날 이기지 못해.”

“귀찮게 할 수는 있지. 나도 얻지 못한다면 너도 마찬가지.”


털썩


“으윽.”


리발과 자르달이 기 싸움을 하는 동안 자르달이 어깨를 잡고 있던 사내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모로 쓰러지며 신음을 흘렸다. 한순간에 비어버린 손의 감촉에 자르달은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두 부하에게 말했다.


“아, 이 친구를 너무 오래 세우고 있었군. 이만하면 충분하니 데리고 나가.”

“괜찮으시겠습니까?”


부하 하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자르달은 그를 가만히 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괜한 걱정하지 말고 얼른 나가봐. 도움이 되었으니 죽이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약간만 힘들어지게 하지요. 그 정도는 괜찮겠죠?”


한 명은 즉시 대답했지만 사내에게 물린 쪽은 아직 감정이 남아있었기에 슬쩍 물었다. 사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자르달은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처도 대단치 않으면서 괜한 짓 하지 마라. 고이 보내줘.”

“쳇, 알겠습니다.”


자르달의 대답에 물린 부하는 아쉬워하면서도 고이 사내를 끌고 나갔다. 그 모습에 잠시 시선을 준 리발은 자르달을 보며 물었다.


“무슨 수작이냐?”


방금 전까지 살기를 피워댄다는 표현이 어울리던 중이건만 스스럼없이 부하들을 내보내는 모습에 리발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자르달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이번 일, 고작 네놈과 기분 풀이로 투닥거리며 말아먹기에는 아깝지.”

“호오, 자르달이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지?”

“방금 이곳에 오기 전에 조합에서 연락이 왔다.”

“연락?”

“값을 세 배로 쳐준다고 하더군.”

“세 배!?”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리발은 두 눈을 조금 크게 하며 말했다. 처음에 제시했던 금액도 적지 않은, 많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세 배로 올리다니, 여러 의미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로 끝이 아니지. 금액에 더해서 일이 끝나고 나면 편의도 보아주겠다더군. 적어도 이 일로 쫓기고 살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야.”

“......대체 의뢰인이 누구지?”

“글쎄, 그건 잘 모르지만 덕분에 조합도 진심이 된 모양이야. 확실한 정보가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더군.”

‘대체 그 신전 기사가 가진 물건이 뭐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의뢰인의 정체도 궁금했지만 여기까지 듣고 나니 이제는 뭘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나 원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설마 이번에야말로 당첨인가?’

“.......좋아. 손을 잡지. 조합에 대한 걸 알려준 대가다.”

“호오? 그럼 정보는?”

“내가 길을 안내하지. 조합에 전해라. 2시간 내로 이곳에 말을 보내라고.”

“말?”

“목표는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말이라도 없으면 따라잡기 힘들어.”

“말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말이군. 좋아좋아. 어이, 당장 조합에 연락 넣어!”


바깥을 향해 크게 외치자 자르달의 부하 가운데 한 사람이 바삐 움직이더니 전서구를 날렸다. 그걸 문 너머로 본 자르달은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조합에서 받은 단거리 전서구다. 오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말이 도착하는 건 2시간 이내, 늦어도 3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야. 아, 배반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되면 내가 죽어도 널 죽일 거야.”

“흥, 네놈이야말로 중요한 순간에 뒤통수나 치지 마라.”


꽈악


손에 가득 힘을 주어 맞잡은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대로 떨어져서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이제 기다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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