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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23 16:40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29,862
추천수 :
864
글자수 :
620,991

작성
24.05.21 11:35
조회
163
추천
7
글자
12쪽

69. 오빠 화이팅!

DUMMY

“잠깐, 아니야, 난 아니야, 이건 오해야, 아니라고요.”

나는 손을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아니긴 뭐가 아냐? 여기 사진도 나왔네.”


디스태치에는 나와 유세아가 차를 마시는 모습이 먼 발치에서 찍혀있었다.


‘분명히 블라인드가 다 쳐져 있었는데?’


어딘가 블라인드가 쳐지지 않은 창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또렷하게 보이지만 유세아의 얼굴은 흐릿하니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와 유세아가 시차를 두고 가게에서 나가는 모습이 으례 그러하듯 사진에 대문짝하게 실려있었다.


[데이트를 마치고 먼저 나가는 국가대표팀 에이스 진성운]

[스텝들과 함께 차에 오르는 유세아]


두 사람은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져..




“야!! 진성운, 너는 연예인이랑 데이트하면서 나 술 마셨다고 깐거였어?”


김강현 선배의 표정이 안 좋다.


“아.. 아닙니다. 선배님, 이거 진짜 오해에요. 저 억울합니다.”


나는 두 팔을 뻗어서 손사례를 쳤다.


“그럼? 나는 가짜 오해냐? 응? 나는 안 억울해?”


“아이.. 그게 아니고요.. 아휴, 환장하겠네.”


나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가게를 나가 유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세아씨 전화입니다.”


전화를 받는 여성매니저,


“아.. 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띠링~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끊어버렸다.

어차피 내 이름 뜬 거 보고 받았을 테니까..


매니저가 받는 걸 보니 또 뭔가 촬영중이거나 하여간 일하는 도중일 것이다.


‘아이.. 진짜 사귀기나 하면 안 억울하지.’


술자리로 돌아왔더니 선후배들이 모두 모여서 나한테 유세아 이야기 들려달라고 난리다.


“아이.. 진짜!!! 진짜 아니에요!! 하늘에 맹세코 아닙니다!!”


“야~ 그럼 차는 왜 마셨어?”

“아.. 그냥, 여기 팬클럽 행사있다고 연락이 와서요.”


“서로 연락하는 사이인거잖아?”

“연락 안 해요. 그냥 드라마 우정출연 하면서 연락처 받았는데 그냥 연락이 한 번 온거에요.”


“뭘 한 번 와 임마? 그럼 유세아 전화번호 나도 줘.”

“나도~~”

“나도, 나도~~ 내가 유세아 얼마나 좋아하는데..”


더럽게 난감했다.


“여러분, 저.. 진짜 아닙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유세아 소속사에서 기사 나올거에요. 아무 사이 아니고요. 번호는 못 드리니까.. 네, 그런 줄 아세요.”


“야, 번호를 왜 못 줘? 그런 사이 아니라며?”

“형, 나 줘요. 나도 유세아랑 통화 한 번 해 보자.”


“아니라고!!”


나는 제대로 술을 마시지도 못했다.

왜 하필이면 오늘 저녁에 이런 기사가..


밤 늦게 호텔 방에 돌아왔더니 역시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났다.



ㄴ 이야, 언 놈은 술 먹고 돌아다니고 언 놈은 연애인이랑 연애질하고

ㄴㄴ 연애인 아니고 연예인

ㄴ 좋겠다, 유세아라니..

ㄴ 아무리 진성운이라지만 유세아가 밑지는 거 아님?

ㄴ 야, 진성운이 메이저라도 가 봐라, 바로 역전이지

ㄴㄴ 유세아가 지금까지 번 돈이 얼만데?

ㄴㄴㄴ 얼만데? 니가 봤냐?


커뮤니티는 누가 아깝다, 진성운 부럽다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나마 4강 가서 다행이지, 못 갔으면 박살이 날 뻔 했구나.’


평소같으면 너무나도 행복할 상황이다.


하지만 사귀는 것도 아니고 사귈 수도 없다.

남들은 내 속도 모르고 부러워한다.


‘하아.. 사귄건 아주 옛날이라고, 평행지구야, 평행지구..’


룸 메이트인 지훈이형도 놀린다.


“야, 성운아, 진짜 사귀는거 아냐? 너희 어디까지 간 건데?”

“아, 형까지 진짜.. 진짜 아니에요. 내가 뭘 유세아랑 사귀어? 형도 평소에 다 보면서..”

“그치? 그렇지 않아도 나도 기사가 좀 뜬금없다 싶었어.”

“아이, 나도 사귀면 좋지, 슈퍼스탄데..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소문이 나니까 억울하지.”

“하하, 알았다. 얼른 짐싸놓고 자자. 내일 바로 미국으로 가야 하니까..”

“네.”




****


다음날 일어나자 유세아에게서 톡이 한 줄 와 있었다.


ㄴ 너무 신경쓰지 말고 미국 잘 다녀와요,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냥 심플한 내용이었다.


물론 나도 에이전트가 있다.

하지만 야구의 에이전트는 연예인 기획사와는 다르다.

물론, 매니지먼트도 하긴 하지만 야구 에이전트의 주요 업무는 계약대행이다.


우리는 늦은 조식을 먹으러 호텔 식당에 내려갔다.

운동선수는 잘 챙겨 먹어야한다.


술 마셨다고 끼니 거르고 하면 안되니까 어지간하면 다들 모였다.

나는 부페식당에서 간단한 식사거리를 챙겨서 빵을 입에 물고 폰을 꺼내들었다.



“어?”



순간 뇌가 멈춘 것 같았다.

빵이 입에서 툭 떨어졌다.



【유세아, 진성운과 알아가는 단계, 사실상 열애 인정】



가수 겸 배우 유세아가 실질적으로 열애를 공식 인정했다.

유세아의 소속사 에인트 엔터테인먼트는 오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유세아와 진성운이 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되어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유세아의 소속사측에 따르면, 시구와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바쁜 일정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는···..(중략)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인 만큼 보듬어주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지켜봐 달라’ 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게.. 뭐···. 야?’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다.

상상도 못한 기사가 났다.


열애설 인정? 열애설 인정이라니? 인정이라니? 내가 인정못하는데 누구 맘대로?


싸늘하다.


식당 안 모두의 시선이 차갑게 나에게 꽂힌다.


왼쪽을 둘러봐도,

오른쪽을 둘러봐도,


모두 한 손에 폰을 쥐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 아니야, 진짜 아니야. 이건 모함이야.”


“와.. 성운이형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호박씨 까는건 최고네, 에이스네 에이스.”

“그래, 유세아랑 만나는데 우리따위랑 술 먹고 싶겠어? 왜 그렇게 비웃었는지 이해가 가네.”

김강현 선배가 싸늘하게 비웃고 지나간다.


“아.. 강현이 형, 선배님, 진짜 아닙니다. 그거 진짜진짜 오해에요. 형님, 정말 아니에요.”


“야, 성운아 섭섭하다. 너 어젯밤까지도 아니라고 하더니..”

“지.. 지훈이형, 아니.. 아냐, 이거 뭔가 잘못된 거야.”


“아 됐어, 다들 그만해, 야, 그럼 연예인이랑 사귀면 숨기고 싶지 니들은 말 하겠냐? 냅둬, 알아서 물고빨고 하게..”

“에이~~ 헌수형 야해요.”

“자. .잠깐만.. 아니라고요. 진짜 아닌데..”


난 당황해서 손을 벌벌 떨면서 유세아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말았다.

또 매니저가 받을 것 같아서였다.


대신 톡을 남겼다.


ㄴ 통화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 때 전화 좀 줘요.


난 오늘 내내 폰만 보면서 지냈다.

왠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대표팀 매니저님이 웃으면서 내 등짝을 때린다.


“야, 일본에도 너희 열애설 기사 다 났다. 이거 봐봐. 일본 야후재팬 메인에 떴잖아?”


글씨는 못 읽어도 사진은 알 수 있다.

나랑 세아 사진이 떡하니 박혀있다.


아마 나는 잘 몰라도 유세아는 워낙 일본에서도 유명하니 잘 알거다.

그녀가 속한 그룹 퓨리티스는 일본에서도 이미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유세아의 드라마는 몇 편이나 일본에서 히트를 쳤다.


“아아.. 미치겠네 정말..”


이번 삶은 왜이리 유독 꼬일까?

뭔가 회귀를 많이 해서 반작용이 일어나는 걸까?


유독 이번 삶은 이상하다.


나영이가 정수랑 사귀지를 않나?

나영이가 시집을 가지를 않나?

정수가 트레이드를 당하지 않나?

마지막 남은 1년, 야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땐데 답답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아냐 가만.. 어차피 미션 달성이 어렵다고 하면, 그럼 내 삶은 끝인데 차라리 유세아랑 사귀어?’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아냐, 나 좋자고 또 1년짜리 상처를 남겨줄 수는 없잖아.’

‘아냐, 어차피 남녀가 사귀고 헤어지는게 일반적인데 뭘.. 아아.. 모르겠다.’


멘탈이 붕괴될 것 같았다.

나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속에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기있다, 진성운 선수.”


공항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우르르 나에게 뛰어온다.

왜 뛰어오는지는 뻔하다.


“6이닝 2실점 역투 축하드려요.~~~” 하면서 뛰어올 리는 없기 때문이다.



“진성운 선수,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네, 미국가서도 최선을 다해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유세아씨랑 열애설 관련하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사시···”


나는 한 마디 하려다가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여자연예인, 그것도 나보다 훨씬 격이 높은 여자연예인 측에서 인정을 했는데 내가 부정을 한다?

그러면 유세아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가 된다.

유세아는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내가 딱딱하게 말하고 이동하자 대표팀 매니저가 얼른 막아선다.

나는 아예 커다란 헤드폰을 꺼내 귀를 덮으며 지나갔다.


‘환장하겠네.. 증말..’


공항에는 아예 WBC 대표팀 전용 라운지가 따로 개설되어 있었다.

이제 전세기로 마이애미에 간다.

어차피 결승에 가지 않는 이상 내 등판은 없기 때문에 다소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전화기의 진동이 내 팔을 타고 올라와 심장을 떨리게 만든다.


‘왔다.’


국제전화 발신, 유세아였다.


“여보세요? 세아씨?”


아차!!


급한 김에 헤드폰을 끼고 블루투스로 받았더니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는 걸 말하고 나서야 인지했다.


대표팀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이야.. 좋겠다, 좋겠어!!”

“와아 너무하네, 어떻게 사람이 하루만에..”


다들 놀리느라고 일부러 더 크게 말한다.


‘아이 씨.. 정말 죽고싶네.’


나는 얼른 헤드폰을 벗고 블루투스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걸어갔다.


“세아씨, 어떻게 된 거에요?”

“뭐가요?”

“아니~~~~ 하이.. 참,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면서요? 맡겨두라고 했잖아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죽이면서도 소곤소곤의 최대볼륨으로 말했다.


“뭐가요?”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유세아의 목소리.


“아니~~ 기사 뭐냐고요? 이거 잘못나온거죠? 세아씨 회사에서 대응하는거죠?”

“대응해서 나온건데요? 틀린 내용이 있나요?”


여전히 생글생글한 유세아,

나는 울고 싶었다.


“아니, 세아씨까지 날 놀리면 어떻게 하냐고? 아이 참.. 세아씨, 여자 연예인한테 열애설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요?”


“괜찮아요, 저도 이제 27살인데요, 연애도 조금 해야죠.”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나를 달래는 듯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연애하는 거 아니잖아요? 네?”

“알아가는 단계, 맞잖아요?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 어디가 틀린거죠 오빠?”

“아..”

“오빠는 저에 대해 잘 아세요? 저는 잘 몰라서 알아가는 건데..”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오빠는 제가 싫어서 그러신거에요?”

“아,, 아뇨아뇨, 싫어서 그런게 아니고요.”

“그럼 왜요?”

“아.. 네, 그게.. 제가 말 못할 사정이 조금 있어서요.”

“네, 알겠어요, 오빠, 미국에서 시합 잘 하시고요? 한국 오면 만나서 이야기 해요.”

“아~~~”


뭔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엄청나게 기뻐해야 하는데.. 기쁠 수가 없는 애매모호한 이 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하아.. 알겠어요. 그럼, 한국가면 연락할게요.”

“네~~ 오빠~~ 화이팅!!”


띠링~


전화를 끊자 모든 시선이 나를 보고 있다가 원상복귀한다.


‘하아~~ 이번 삶은 뭔가 이상해.’


우리는 이제 미국으로 출발한다, 미국과의 4강전을 위하여..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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