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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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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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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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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
글자수 :
620,991

작성
24.05.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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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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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62. 윈터리그(1)

DUMMY

“야, 한 나영 얼굴보기 힘들다. 잘 지냈어?”


나는 어색해 할 두 사람을 위해 일부러 오버하며 말했다.


“그냥.. 너희도 잘 지냈어?”


의외로 나영이는 담담했다.

하긴, 담담하지 않을거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나영이는 마지막까지도 나올지 말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었는데 이렇게 중간에 나왔다.


“야, 문정수, 잘 지냈냐고?”

“어? 어.. 그래.”

“모델 여친은 잘 만나고?”

“헤어졌댄다. 헤어진지 오래됐대.”

“잘 됐네, 맨날 차이고 다니더니..”


나영이는 츤츤 댔고, 정수는 별 말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냥 별 일 없었던 사람들처럼 쓸데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정수녀석 의외로 술을 먹네?’


술이 약한 정수가 과하게 마신다 싶긴 했다.


“야, 내가 오늘 왜 나왔는지 아라?”


정수의 혀가 꼬부라진다.


“왜 나왔는데?”

“그냥, 오해는 푸러야게따 시풔서···.”


말을 하면서도 정수의 머리가 푹 떨어진다.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잔만 들고 있다.


‘정수녀석도.. 여러가지 괴로웠겠지.’


“내가 마뤼야..”

“됐다.”


나는 정수의 손을 잡았다.


“응?”


정수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다.


“됐다고, 이제와서 뭘 어쩌네 저쩌네.. 됐어. 흘러간거는 흘러간거야. 뭐가 어떻든간에 너희 둘은 내 친구고, 안 그래, 한나영?”


그러자 나영이가 소주 잔을 쭈욱 들이킨다.


“카아~”


“나는, 나는 글쎄..? 나는 담담한 척은 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 나는 여자잖아, 너희들이랑은 또 달라,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너희들 얼굴 보려고 나왔어. 어쨌건 제일 오래된 친구들인건 맞으니까.”


“마지막? 왠 마지막? 너 우리 안 보려고?”


나는 나영이에게 물었다.

정수도 고개를 들고 내 옆에 앉아있는 나영이를 흘깃본다.




“나, 결혼해.”



“엥?”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놀란 얼굴로 일그러지는 정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정수의 얼굴에는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속에 온갖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죽기 직전의 터미네이터2의 T1000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혼? 누구랑?”

“만나는 사람 있어, 1년 조금 넘었어.”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지만 나영이가 행복해지는 거라면 축하해줘야 하는게 맞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아.. 그래?”


“응, 사실 말 안 하고 그냥 안볼까도 수없이 생각했는데, 그러면 내가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하고 싫어. 그래도 나는 너희를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남편 될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냥.. 그냥 직장인이야.”

“직장인? 너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일반 회사원은 아니구나?”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널 모르냐?”

나는 나영이에게 웃어보였다.


‘내가 널 모르냐? 내가 널 60년째 보고 10년을 사귀었는데..’


“뭐, 하여간 직장인이야, 변호사야, 로펌 다니는..”

“아 그래?”

“뭐 변호사라고 해도 요새는 별거없어. 유명 로펌도 아니고.. 그냥 친구 소개로 만났어.”


“잘 됐다. 그 사람은 야구 좋아해?”

“아니,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해.”


“그럼 우리도 잘 모르겠네?”

“아마도.. 너희 이야기 안 했어. 그냥 옛날 친구들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



정수는 고개만 숙이고 있다.

술이 거하게 취한것도 있고, 아마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겠지.


“나영아, 미안해. 행복해라.”


한참을 듣기만 하던 정수가 입에서 꺼낸 말이었다.

나영이의 표정이 애매모호하다.


둘 사이에 아무리 앙금이 없다고 해도 남녀관계였는데..


“나 잠깐 화장실 좀..”


나는 자리를 피해줬다.

두사람에게 짧은 정리를 할 시간 정도는 주고 싶었다.



‘그래, 이번 삶은 이런 식으로 정리되는구나. 나영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것도 해피엔딩이겠지.’



드르륵


문을 열고 다시 술집의 별실로 돌아가자 정수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 나영이는? 야, 그리고 너 술 그만마셔.”

“괜찮아, 나 술 좀 깼어, 그리고 나영이 먼저 갔다. 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괜찮냐?”

“응, 내가 미안하지, 너 한테도, 나영이 한테도..”


나한테 중요한 건 왜가 아니었다.

여하튼 정수가 정수답게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나영이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났다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


“정수야”

“응?”


“잘 살아 임마, 문 정수 답게..”

“나 다운게 뭐냐? 난 잘 모르겠다. 읔”


정수는 술에 취해서인지 더 씁쓸해 보였다.


“모르겠으면 그냥 착하게 살아, 그게 문정수 다운거야.”

“....”

“일어나자, 나중에 나 죽으면 너 찾아와라.”

“건 또 무슨 소린데?”

“그냥 사람은 누구나 죽어, 내가 먼저 죽으면 찾아오라고.. 너 안 오면 섭섭할테니까..”


나는 웃으면서 정수등을 두드려줬다.


정수를 먼저 택시에 태워 보내고 추운 겨울 새벽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술도 좀 깰 겸 혼자 걷고 싶었다.


‘언제였더라? 예전에 한 겨울에 술 취한 나영이를 엎고 간 적이 있었는데.. 북극곰처럼 무거웠는데 훗’


몇 번째 삶인지 기억도 안 난다.


시계를 보기 위해 폰을 꺼냈다.


새벽 1시 45분,

폰을 보니 나영이에게 톡이 와 있었다.


『성운아 잘 지내, 그동안 고마웠어, 나도 잘 살게.

연락은 못해도 평생 내 친구로 마음속에서는 응원할게.

너한테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잘 지내.』


‘바보야.. 하고픈 말이 진짜 많은 건 나라고.’


담배라도 태운다면 한 대 피우고 싶었다.


다섯 번의 삶속에서 드디어 나는 나영이를 떠나 보낼 수 있었다.




****

시즌이 끝나고 연말정도까지가 야구선수들의 유일한 휴식기간이다.

그래서 야구선수들은 이 시기에 결혼식이 우르르 몰려있다.


짧은 휴식기간동안에도 기본 웨이트 트레이닝 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 번 살이 찌면 감량하는 데 너무나 힘들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시즌은 빨리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WBC가 있으니까..


2023 WBC


내가 대표팀에 뽑힐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WBC도 안 나간지 하도 오래되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승은 못 하더라도..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약팀 취급을 받았는지..’


이번 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빨리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뭐지? 매니저님이시네?’


운영팀 매니저 님이었다.


“저 성운아, 요새 바빠?”

“아.. 아니요. 그냥 개인 운동하는 거 빼고는 특별히 없습니다.”

“연애는?”

“연애 그런거 안 하는데요?”

“아니 넌 왜 사내녀석이 연애를 안 해? 너 좋다는 여자들 줄 서 있잖아? 한참 땐데..”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나도 하고 싶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요.’


“옛날에 연애 충분히 많이 해 봤어요, 왜요?”

“아이··· 빨리 너 연애해서 결혼해야 하는데..”

“하하”


구단에선 팀의 주축선수가 여자친구 만나고 빨리 결혼하면 오히려 더 반긴다.

나 처럼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는 여친이 있는 사람쪽이 오히려 사생활 잡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 결혼하라고 전화하신 거예요?”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전하 해놓고 쓸데없는 소리만 했네. 성운아, 너 잠깐 TV좀 나갈래?”


“TV라뇨?”

“어, 야구 드라마, 이번에 야구 드라마 윈터 리그라고 찍는데, 거기에 우정출연 좀 해 줄수 있냐고, 담당 PD가 열성 우리 팀 팬이야, 작가도 마찬가지고..”


“그래요? 꼭 나가야 되나요?”

“그게.. 초인기작가인 김윤희 작가 새작품인데 너도 알잖아? 김윤희 작가 우리팀 열성팬인거, 그래서 PD랑 작가랑 너 한 회만 우정출연 해주면 안 되냐고..”


“대사도 있어요?”

“그럼~ 극중에서 넌 최고의 스타선수래, 너만 OK하면 바로 할 수 있어, 하루면 된다네?”

“아.. 그래요?”

“응, 구단 홍보팀에서도 은근히 나갔으면 하는 눈치야. 홍보팀이 직접 연락한다는거 네가 곤란해 할 것 같아서 내가 하는 거야.”

“잘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그럼 성운아, 어떻게 할래? 한다고 해?”

“뭐 그러죠, 하루면 되는 건데.. 어떻게 하면 되죠?”

“내일 일단 오전에 11시까지 구단 사무실로 나오면 돼, 잠실구장에서 먼저 찍기 시작하나 봐. 우리 구단 사무실에서도 조금 찍고..”


“네, 그러죠 뭐..”


나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물었다.


“아 참~, 드라마 뭐라고요? 윈터 리그? 김윤희 작가면 재미는 있겠네.. 근데 배우들은 누구 나온데요?”

“아~ 내가 배우들 이야기 안 했나? 내가 요새 왜 이러냐? 자꾸 이야기를 빼먹네?”


매니저님의 허허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응, 캐스팅 엄청 빵빵 해, 주연이 누구더라? 응, 남궁 만이랑, 그리고 차 연우, 아, 그리고 여주인공이 대박, 유세아래. 요새 유세아 가수보다 배우로 더 잘 나가잖아.”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뭐..”

“그래, 내일 보자.~”


띠링~



세아가 출연하는 드라마라고?


이제 한 달만 지나면 나도 또 다시 29살이 된다.

이 말은 유세아도 27살이 된다는 뜻이다.


유세아는 18살 때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이래로 20대 후반에는 거의 배우로 컨버전을 하게 된다.


‘세아 드라마에 내가 나간다고? 살다보니 별의 별 경험을 다 하네.’


어찌보면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내년에도 우승 못하면 내 삶은 끝이다.


공포에 떨면서 마감하고 싶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미션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션 실패에 대한 공포는 없었다.


그러나, 22년도에 결국 우승에 실패하면서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 한 구석에서 스물스물 공포감이 올라오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에이.. 이미 충분히 오래 살았잖아?’


원래 30년을 살았고 대강 50년 가까이를 더 살았다.

충분히 오래 살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생을 산 건 아니다.

20대만 무한반복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실패할 지도 몰라, 어쩌면 이번이 끝일지도 몰라.’


이번 시즌이 끝난 다음부터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후회는.. 남기지 말자. 어떻게 살건간에..’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주변을 정리하게 되었다.


나영이와 정수도 그렇게 정리가 되었고, WBC에서도 멋진 성적을 내고 싶었다.



‘유세아랑 드라마라.. 나름 멋진 추억이겠네.’


어차피 사귀지도 못할 거, 추억이라도 하나 있으면 나쁠 건 없지 않나?




****


다음날 나는 30분 정도 일찍 구장 사무실에 나갔다.


차정석 단장이 웃는 얼굴로 반긴다.


“어이~ 에이스 왔어? 너 살 하나도 안찌고 몸 관리 잘 했구나? 드라마 나가는데 다행이네.”

“단장님도 출연하세요?”

“어, 행인 1 크크크”


우리가 시덥지않은 농담을 할때 제작진이 구단을 방문했다.


“어이구, 단장님 안녕하십니까?”


남자 PD와 김윤희 작가가 우리 팀 모자를 쓰고 구단에 들어온다.


“어머~~ 진성운 선수다, 출연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늘 저랑 사진 하나 찍어주실거죠? 나 진선수 보려고 일부러 촬영장 나왔단 말이야.~”

“아.. 네, 물론이죠.”


김윤희 작가는 나한테 이모뻘이고 우리나라의 유명 인기 작가이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팀의 열혈 팬이었다고 한다.


“저기.. 저 배역이 뭔가요? 대사도 있나요?”

“그럼~~ 물론 있죠, 슈퍼스타이자 주인공의 전 남친, ‘진 정훈’ 이라는 투수에요. 대사는 많이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 네. 알겠··· 잠시만요, 전 남친이요?”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집단이 우르르 들어오자 모두의 눈이 한 인물에 쏠렸다.

바로 100미터 밖에서도 눈에 띄는 그녀, 여주인공 유 세아였다.


“안녕하세요.~~”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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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 2023 WBC(2) +2 24.05.17 178 8 12쪽
64 64. 2023 WBC(1) +2 24.05.16 183 9 12쪽
63 63. 윈터리그(2) +4 24.05.15 187 7 12쪽
» 62. 윈터리그(1) +5 24.05.14 18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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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Not Fate - Playoff again(4) +4 24.05.10 200 5 13쪽
57 57. Not Fate - Playoff again(3) +2 24.05.09 203 8 13쪽
56 56. Not Fate - Playoff again(2) +4 24.05.08 19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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