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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회귀로 메이저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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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15 16:4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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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298

작성
24.05.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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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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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56. Not Fate - Playoff again(2)

DUMMY

다음 타자는 2번타자로 올라온 호타준족의 김이성, 워낙 발이 빨라 스치면 안타다.


‘확실히 김이성이 2번으로 올라오고, 4번을 정수가 치니까 더 강해보이네.’


우투수인 나를 겨냥해서인지 1~4번을 죄다 좌타자로 줄줄이 붙여놓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나는 김이성에게 초구로 벌칸 체인지업을 던졌다.

흑룡잔영의 감각이 남아있을 때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한 번 더 던지고 싶었다.


슈우우우우우웅


부우우웅



“스트~~라이크!!”


똑같다.

마치 방금 전의 영상을 반복 재생 한 것 같다.

타자만 이영규에서 김이성으로 바뀌었다.

김이성의 몸이 발레 하듯이 팽이처럼 핑그르르 돈다.


‘역시 속구에 촛점을 맞추고 나왔구나.’


2구는 백도어 슬라이더,


슈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완벽하게 제구 된 백도어 슬라이더를 꽂아넣었다.

초구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속았던 김이성의 배트가 반응하지 못한다.


삼~~구삼진!!

삼~~구삼진!!


관중석에서 삼구삼진 콜이 또다시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냉정하게 투구를 이어나간다.


일단 1회를 완벽하게 제압해야 한다.


3구는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커브,

4구는 하이패스트 볼


김이성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다시 5구째 체인지 업,


슈우우우웅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아~~~


김이성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최고의 타자 이창후,


확실히 상위타선의 힘은 히어로즈도 대단하다.


‘이창후건 뭐건.. 지지 않는다.’


나는 더 강하게 던지기 위해서 힘을 모았다.


차가운 밤 공기,

입김이 나오려나?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몸 안의 온도를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초구는 직구’


슈우우우우웅


“스트~~~라이크!!”


152km까지 구속이 올라간다.

회귀이후에 공식전에서 찍힌 최고의 구속.


하지만 이창후의 얼굴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그냥 공을 한 개 봐주고 시작하는 느낌,



2구는 인코스를 파고드는 슬라이더,


“볼~~”


‘볼 이라고?’


이번 공은 분명히 스트라이크였다.

이창후도 반응하지 못한 완벽한 꽉차는 공이었다.

하지만 이창후 뿐만 아니라 심판도 반응하지 못했다.


카운트 1-1


나는 다시 힘으로 밀어붙였다.


슈우우우우웅


따악!!!!


맞자마자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타구,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옆에 떨어져 있는 로진백을 집어 들고 툭툭 두 번정도 턴다음 내려놨다.


투수도 타자도 맞는 순간 안다.

미묘하게 타이밍이 빨랐다.

파울일게 뻔했다.


‘151km짜리 직구에 타이밍이 빨랐다 이거지?’


밀린 것도 아니고 타이밍을 빨리 돌렸다.


나는 김강삼 투수코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번 삶에서가 아닌, 지난 삶에서의 대화 말이다.




“야, 이창후 뭐에 약해?”

“바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그리고 몸 안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요.”

“근데 넌 체인지업 없잖아? 그러면 몸쪽으로 꽂아 넣어.”




‘이제는 체인지업이 있다고요.’


나는 강북이형과 사인 교환을 하고 힘차게 체인지업을 뿌렸다.

마치 직구를 던지는 듯한 팔동작으로 말이다.


슈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웅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세 명의 타자를 세 개의 체인지업으로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내 체인지업은 22년 후반기에 덕수형과 함께 만든 체인지업이다.

실전에서 많이 던지지 않았고, 두 팀 상대로는 1구도 던지지 않았다.


바로 랜더스와 히어로즈였다.


포스트 시즌에서 상대할 가능성이 큰 이 두 팀에게 굳이 비밀병기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 전력분석 팀에서는 내가 체인지업을 장착했다고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알려준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타자는 타석에서 자신이 직접 겪어봐야 한다.


체인지업이라도 투수마다 모두 각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궤적이 어찌 될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


“성운이 나이스!! 잘했다!!”

“나이스 피칭, 나이스 피칭!!!”


나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관객석 여기저기를 쳐다 봤지만 역시 내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부모님은 오늘 너무 떨린다고 일부로 오지 않으셨다.

오히려 당신들께서 오셔서 자식이 더 신경쓸까봐 안 오신 것이었다.


이 예매전쟁에서 내가 선수 표를 구해주지 않는 이상 부모님이 오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내 지인들은 아무도 야구장에 없었다.


‘쓸데 없는 생각말고 시합에만 집중하자.’


나는 하이파이브와 주먹인사를 하고 덕아웃 맨 구석 선발투수 자리에 가 앉아 유광점퍼를 걸치고 담을 닦으며 파워에이드를 마시고 있었다.


상대선발 요리시가 마운드를 고른다.

야구란 선발투수들끼리의 턴제 승부다.


내가 세 턴, 상대 선발이 세 턴

하지만 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면 턴이 계속 유지되는 가혹한 싸움,


결국 누가 더 오래 마운드를 지배하느냐의 싸움이다.



‘이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건 압도적으로 이긴다.’

나는 투지로 온 몸을 태울 듯 불살랐다.



2회초가 되었다.


마운드 위로 뚜벅뚜벅 올라간다.

저기는 나의 고지, 모든 환호와 열정을 차단하는 나만의 쉘터, 냉정하고 이지적인 나의 기지,

나는 손가락 끝으로 공을 빙글빙글 돌리며 포수의 사인에 집중한다.


타자는 4번타자 문정수


오늘 정수의 영혼을 여기서 묻는다.

정수를 밟고, 이창후를 넘고, 푸이드를 이겨내고 나는 승리할 것이다.


초구 인하이 패스트 볼


공의 심을 두어바퀴 돌리던 내 손가락이 글러브안에서 멈춘다.


포심


슈트회전이 먹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좌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와인드 업,


항상 셋 포지션에서만 던지던 내가 와인드 업을 했다.

밸런스?

그런거 신경쓰지 않는다.


공에 내 몸을 그대로 실을 것이다.

초구로 제압한다. 감히 칠 수 없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실밥이 터지듯이 공을 움켜쥔다.


왼 발로 힘차게 박차고 허리를 돌린다.

어깨 턴, 허리 턴, 힙 턴, 디셉션, 회전, 브레이크,


여기서 쏜다.


파앙!!!!


공기를 가르는 느낌,

손이라는 총에서 쏘아진 공은 총알같이 회전하며 정수를 집어삼키듯 날아간다.


슈우우우웅


정수의 옆구리 살을 긁어낼 것같은 늑대의 발톱같은 날카로움으로 몸쪽으로 파고든다.


팡!!


정수의 양팔이 위로 들리며 몸이 뒤로 제쳐진다.

그나마도 공이 지나간 다음에 말이다.


“스트~~라이크!!”


‘153.7km/h’


‘154라고? 154가 나왔단 말이야?’


회귀한 이후 최고 구속이다. 분명히 구속제한은 걸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4가까운 구속이 나왔다.

나의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한 번 더..’


슈우우우웅


똑같은 코스, 똑같은 구종


인하이 패스트 볼


부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정수의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당황함이 역력히 묻어나오는 표정


‘152.8km/h’


강북이형으로부터 체인지업 사인이 나온다.

패스트 볼 두개에 바깥쪽으로 빠지는 체인지업이야 말로 정석 플레이


나는 반응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을 온 몸으로 하는 중이다.


포수 강북이형의 사인이 계속 변한다.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나는 조용히 응시한다.

내가 원하는 사인이 아니다.


그리고 사인이 한 바퀴 돌았다.


직구


비로서 내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여진다.


정석을 무시한 플레이,

이렇게 던져서 맞으면 충격이 두 배다.


하지만, 피해갈 생각은 없다.


‘특능: 구슬치기 발동.’


오히려 더 정교한 컨트롤을 위해 구슬치기 특능까지 사용한다.


‘이제 있는 힘껏 던지기만 하자.’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내 팔은 채찍과 같나니, 나의 오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빛이자 총알이자 대포이니라.’


슈우우우우우우웅


정수의 배트가 바로 나온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체인지업 따위는 없다.

나를 잘 아는 정수다.

직구 2개를 던졌다면 다음 공도 직구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부우우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아웃!!!”


‘154.3km/h’


또 다시 신기록 경신, 전광판에도 154가 찍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당황한 얼굴로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정수,

분명히 알고 스윙했는데도 공을 맞추지 못했다.



나는 정수를 흘겨봤다.


‘오늘 대강할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어.’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푸이드,

5번이 되어서야 처음 나오는 오른손 타자다.


푸이드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3할을 칠 정도로 정교한 타자다.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간결한 스윙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구 스위핑 커브


슈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각이 큰 커브가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며 존에 걸친다.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푸이드.


2구는 슬라이더,


슈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에서 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맥없이 헛스윙하는 푸이드,

내 슬라이더는 스위퍼 정도이 각은 아니지만 제구를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다.

공 한 두개를 넣었다 뺐다 자유자재로 한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


‘결정구는 이거지, 스플리터.’


슈우우우우우웅


부우우웅~


“스트~~라이크 아웃!!”


시원하게 선풍기를 돌리는 푸이드, 중심을 잃고 쓰러질듯 회전하고 나를 노려보더니 덕아웃으로 들어간다.


정수에게는 직구만 세 개,

푸이드에게는 변화구만 세 개,


그릭고 다음타자는 컨택에 능한 김태준,


스트라이크 아웃!!


볼로 빠져나가는 하이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하고 만다.


이저라 관중석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여섯타자 연속 삼진이라고?”

“미친.. 이거 기록 나오는 거 아냐?”



***

“이상운 위원, 박재훈 위원 지금 진성운 선수가 시작부터 6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압권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투수가 저렇게 던지면.. 참 치기 싫을 것 같아요. 저 공을 치기가 어려워요, 지금 맞추기도 어려울 정도로 회전력이 좋은 공을 던지고 있거든요?”

30-30을 기록했던 왕년의 대타자 박재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상운 위원은 어찌 보세요?”

“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진성운 선수 각오가 남달라 보여요, 보세요, 저 눈빛을요.”


“아..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저희가 자체 조사를 해보니까 포스트시즌 연속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998년 플레이오프 3차전에 구원등판한 손동률 감독이 가지고 있네요. 무려 8타자 연속 삼진 기록입니다. 이게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캐스터의 설명에 박재훈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덟 타자요? 포스트 시즌에서 여덟 타자라.. 정말 손 전감독은 뭐 괴물이네요.”


그러자 이상운이 캐스터에게 묻는다.


“그럼 정규리그까지 합치면 몇 명 연속이죠?”

“지금 저희가 찾아본 바로는 1998년 5월 14일에 타이거즈 이대준 전 코치가 기록한 10타자 연속삼진 기록이 우리나라 기록입니다.”

“10타자요, 정말 대단하네요.”


“자.. 오늘 진성운 선수가 어디까지 갈런지요. 이상운 위원 후배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어.. 삼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팀의 승리거든요? 진성운 선수가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차분하게 템포를 유지하는게 관건 일 것 같습니다.”



***


야구장의 함성은 떠나갈듯 시끄러웠지만 덕아웃 내 주변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아직 2회였음에도 아무도 내 근처에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나의 분위기, 우리 팀의 각오는 결연했다.


‘27명 모두 삼진으로 잡아주마.’


나는 긴장감에 휩싸여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의 공격이 끝나고 0-0에서 맞이한 3회,


나는 다시 마운드를 향해 걸어나가고 있었다.


“휴우”


심호흡 소리가 내 귀에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뛴다.

몸 안에 개미들이 기어가는 것처럼 온 몸이 근질댄다.


“그래, 다 막아줄게.”


나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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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Not Fate - Playoff again(6/END) +4 24.05.12 181 6 12쪽
59 59. Not Fate - Playoff again(5) +4 24.05.11 177 6 13쪽
58 58. Not Fate - Playoff again(4) +4 24.05.10 183 5 13쪽
57 57. Not Fate - Playoff again(3) +2 24.05.09 186 8 13쪽
» 56. Not Fate - Playoff again(2) +4 24.05.08 181 7 12쪽
55 55. Not Fate - Playoff again(1) +4 24.05.07 197 11 15쪽
54 54. 흑룡잔영(黑龍棧影) +6 24.05.06 194 7 15쪽
53 53. 봉인 +6 24.05.05 215 7 16쪽
52 52. 한 여름밤의 벤치클리어링 +8 24.05.04 230 9 16쪽
51 51. 기자회견(2) +4 24.05.03 210 8 15쪽
50 50. 기자회견(1) +4 24.05.02 230 11 15쪽
49 49. 2018 아시안게임(2) 금메달 +2 24.05.01 236 10 15쪽
48 48. 2018 아시안게임(1) 나의 불사신 +4 24.04.30 243 9 20쪽
47 47. 클로저 진성운(2) 트레이드 +4 24.04.29 255 9 15쪽
46 46. 클로저 진성운(1) +4 24.04.28 248 7 14쪽
45 45. 걱정 하나도 안 해 +6 24.04.27 263 7 13쪽
44 44. 성운아 우리 강해지자 +2 24.04.26 267 11 16쪽
43 43. 5회차 삶의 시작 +6 24.04.25 293 10 13쪽
42 42. 나의 마지막 잠실구장 마운드 +10 24.04.24 265 9 14쪽
41 41. 실패가 아니야, 다시 시작할 수 있어 +6 24.04.23 255 10 14쪽
40 40. 2022 플레이오프(3) +8 24.04.22 246 8 23쪽
39 39. 2022 플레이오프(2) 24.04.21 23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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