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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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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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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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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8. 2022 플레이오프(1)

DUMMY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함성,

지난 10년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순위, 그 어느때보다 높은 팬들의 기대


와~~~~~~~~~~~~~~


관객들의 함성이 구장을 가득 덮었다.


1차전 선발은 2022 다승왕인 에이스 켈슨,

16승 4패 2.54의 흠잡을 데 없는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

지난 몇 년간의 포스트시즌에서 항상 승을 거두어온 절대적인 에이스였다.


“야, 야, 저거 봐라, 쟤네 4번타자가 김이성이다. 크크크크”

출전할 일이 별로 없는 백업포수이자 최고참인 허수환 선배가 내 어깨를 잡고 킬킬거린다.


전광판에 들어온 라인업에는 3번 이창후, 4번 김이성, 5번 푸이드의 클린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뭐, 시합은 붙어봐야 아는 거니까요. 풋”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웃었다.


김이성은 훌륭한 타자다.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최고의 2루수지만 장타력은 없었다.

1년에 홈런 4개 치는 타자를 4번에 놓아야 할 정도로 히어로즈는 힘겨운 상황이었다.


전문가 예측 10:0


모두가 압도적으로 우리의 승리를 점췄다.


“야!! 야!!! 긴장풀지 말고!! 어? 나가서 즐기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았어?”

“에!!!!!!!!!!!!!”


주장 오지훈 선배의 구령에 맞춰 원형으로 진을 짠 우리는 손을 모아 기합을 넣었다.


‘팔이.. 다시 저려 와.’


팔이 저린것만 빼면 완벽한 하루다.


까만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

떠나갈 듯한 관중들의 환호

살짝 입김이 나오는 쌀쌀한 기온이 가을야구라는 걸 실감나게 해 주었다.


3차전 선발 예정인 나는 천천히 몸을 풀고 있었다.


“자!! 파이팅 하고!! 파이팅 하고!!!”


더그아웃에 코치님들, 운영팀 매니저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선수들 못지 않게 기합이 들어가있다.


1차전은 대체로 쉬다 나온 팀이 불리하다.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위권 팀이 1차전에서 오히려 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우리는 에이스 켈슨이 나가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했다.


평소에 항상 온화한 켈슨도 이런 날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된다.

비장함 그 자체, 193의 큰 키에 긴 장발을 휘날리며 성호를 긋고 마운드로 향하는 켈슨의 모습은 전사 그 자체였다.


1년에 144게임하는 정규시즌이 레저라면 포스트시즌은 전쟁이다.

선수들은 그 전날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신인들은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1회초 수비, 우리의 9명의 전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간다.

나는 그들의 등뒤에서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보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심판의 경기시작 콜이 들린다.


테이블 세터인 1, 2번 타자는 김준관과 김태준, 둘 다 성적이 별로인 선수들, 심지어 김태준은 장타력이 전혀 없음에도 1루수를 맡았다.

그만큼 히어로즈는 고육지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얇디 얇은 선수층이었다.


켈슨의 초구


“스트~~라이크!”


“나이스!! 나이스 켈슨!!!!”

“뽈 좋아!! 뽈 좋아!!!”


1구 1구가 들어갈때마다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른다.

포스트시즌은 전쟁이고, 전쟁은 기세다.

기세에서 밀리는 팀은 진다.


딱!


‘쳤다?’


선두타자 김준관이 밀어 친 타구가 좌익수 앞으로 날아간다.

순간적인 느낌은 텍사스 히트성 타구


육중한 김헌수 선배가 쿵쿵거리며 뛰어나온다.

‘제발, 제발~~’


시간이 슬로우 비디오 처럼 흘러간다.

바람도 살짝 분다. 타구가 좀 더 바람을 탈 가능성도 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나이스!!!!!!”


김헌수 선배가 몸을 날리며 공을 잡고 바닥에서 두바퀴 구른다.

전쟁모드의 투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이스, 헌수 최고다!!”

코치님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밀리지마! 밀리면 안 돼!!”


1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켈슨, 모두와 가벼운 손터치를 하고 벽에 고개를 댄 채 입으로 무언가 계속 중얼거린다.

긴장의 끈이 풀리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노련한 켈슨이라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은 쉽지 않았다.


많은 국내 야구팬들이 착각하는 것은 건장한 서양인들은 떨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내 선수들보다 더 떠는 선수들이 허다하다.

왜냐하면 외국인 선수들은 이렇게 열광적인 게임을 해 본 선수들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 야구보다 잠들어도 모르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오고, 메이저리그를 들락거려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한국까지 바로 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떠는 선수들도 허다하다.


물론 켈슨은 노련했지만 노련한 만큼 나이도 들었다.

첫 해 한국에서 153까지 던지던 공은 이제 148정도로 줄었다.


2회가 되자 켈슨이 연속안타를 허용해서 1사 1, 2루에 몰린다.


“켈슨 힘내자!! 켈슨 파이팅!!!”


켈슨은 누구보다도 ‘파이팅’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파이팅은 사실 이런 응원 용도로 쓰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미국인들은 보통 파이팅 구호로 “Let’s go twins!!”라고 한다.


그런데 켈슨은 유독 큰소리로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투쟁!!” 하고 외치는 식이다.

켈슨은 그 파이팅 구호를 굉장히 좋아했다.

가끔 그런 원초적인 구호를 좋아하는 미국 선수들이 있었다.


우리는 덕아웃에서 영혼을 모아 켈슨 파이팅을 외쳤다.


“켈슨!!! 파이팅!!!!!!”


딱!

딱!


우리의 염원 덕분인지 하위 타선을 쉽게 플라이로 요리하고 2회를 마친 켈슨, 위기뒤에 찬스라고 우리는 2회에 곧바로 선취점을 냈다.


문보성 - 문성수 문문 듀오가 연속안타로 출루를 하자 강북이형의 평범한 내야땅볼을 상대 2루수 김이성이 무리한 점핑스로우를 하다가 악송구를 하고 말았다.


“선취점 좋아!!!”

“나이스 강북이!!!”


유강북!! 유강북!!! 유강북!!!


관중석에서 유강북 콜이 메아리 친다.

안타건 에러건 상관이 없다. 그냥 점수만 나면 영웅인 것이다.


우리는 외국인 타자가 없기 때문에 더 국내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해야했다.


“오케이, 오케이.”


켈슨은 매회 위기를 맞았다.

경기감각이 절정에 달한 히어로즈 선수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투 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이창후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2사 2, 3루의 위기, 안타 하나면 역전이다.

4번 김이성의 먹힌 타구가 3루수 보성이의 머리를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보성아!!!!!!!!!!!!!!”


덕아웃에서 목청이 찢어져라 외치는 형규형.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점프한 보성이의 글러브 끝을 맞고 공중에서 한 번 더 튕기는 공을 보성이가 착륙하며 다시 잡아냈다.

슈퍼 파인플레이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문보성!!! 문보성!!!! 문보성!!!!!


켈슨이 들어오는 보성이와 글러브로 하이터치를 한다.

관중석에서는 보성이를 연호하고 우리는 완전히 기세를 탔다.


위기뒤에 찬스라고 우리는 3회말에 히어로즈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연속안타와 헌수선배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한 우리는 2사 1, 3루 상황에서 3회초 수비의 영웅이었던 보성이가 타석에 나왔다.


딱!!


맞자마자 내야 높게 솟구친 타구!


“뛰어!! 뛰어!! 무조건 뛰어!!”


타구가 애매하다.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인가? 라고 생각한 공이 자꾸 뒤로 뻗는다.


유격수 김밀집이 콜을 한 걸로 보이는데 자세가 불안하다.

1루주자인 노련한 오지훈이 이걸 놓칠리가 없었다.


‘이거 어쩌면···’


오지훈 본인도 유격수기 때문에 얼마나 잡기 어려운 공인지 잘 안다.

김밀집이 콜을 하며 팔을 휘두르는 동안 오지훈은 벌써 3루에 거의 도착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오지훈의 등 뒤에서 벼락같은 환호성이 들린다.

오지훈이 정면을 바라보는데 망연자실해서 머리를 감싸는 히어로즈 팬들의 얼굴이 보인다.


‘놓쳤구나.’


직감한 오지훈은 곧장 3루를 돈다.

급하게 공을 주어든 중견수 이창후가 홈에 송구를 해 보지만 어이없이 지나가 버린다.

기록은 원 히트 원 에러지만 사실은 에러 두 개다.


순식간에 4-0 우리는 그냥 승기를 잡아버렸다.


“잘했어!! 잘 했어!!! 지훈이 멋지다!!!”

“오지훈!! 오지훈!!”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

뒤에 앉아있던 켈슨도 살짝 미소를 띄운다.


오늘 1차전은 보성이의 날이었다.

연이은 호수비에 운 좋은 싹쓸이 적시타까지..

5회에도 몸을 날려 기가막힌 호수비로 켈슨을 도왔다.


오늘은 전형적인 되는 날이었다.

6회초에 켈슨이 푸이드에게 불의의 투런 홈런을 맞자, 6회말에 우리는 상대 실책과 서필창 선배의 적시타를 묶어 다시 2점을 도망갔다.

우리의 막강 불펜을 생각하면 사실상 이 지점에서 게임이 끝났다.


8회에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대세에는 지장 없었다.

영우와 우석이가 나머지를 틀어막고 6-3으로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었다.


“나이스!! 나이스!!!”

“오케이!! 오케이!!”


승자는 싸늘한 가을 바람도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우리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감독의 흐뭇해하는 표정과 쏟아지는 물개박수.


우리는 완벽하게 기세를 탔다··· 고 믿었다.


감독은 방송사 승장 인터뷰를 하러 갔다.



****

“오늘의 승자 류시현 감독님 모셔보겠습니다. 감독님, 일단 기선제압 1승 축하드리고요.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80%를 잡으셨는데 어떠신지요?”

“음~~~ 뭐, 에이스인 켈슨 선수가 잘 던져주었고요. 우리 선수들이 공수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승부의 포인트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뭐.. 아무래도 3회에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해서 4-0으로 벌어진 순간, 아, 이거는 쪼금 괜찮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잠실구장을 가득 메워주신 우리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감독님, 2차전 선발투수 말씀해 주십시오.”

“네, 클럿코 선수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승장 류시현 감독 인터뷰였습니다.”



***

“Nice Pitching”

“Thank you, Woon”


나는 샤워하고 나오는 켈슨을 기다려 몇가지를 물어봤다.


“히어로즈 타자들 어땠어?”

“어, 굉장히 샤프했어, 배트에 자신감이 많은 듯한 느낌이었어. 어떻게 2점으로 잘 막긴 했지만 운이 없었다면 실점도 훨씬 늘어났을 거야.”

“이창후랑 푸이드는?”

“봤잖아? 이창후는 2루타를 치고, 푸이드는 홈런을 쳤지. 역시.. 예상을 하고 들어갔는데도 쉽지 않아.”

“그래도 켈슨 네 덕에 이긴건데 뭐..”

“하하, 썽운, 3차전은 너 덕에 이길거야.”

“그래, 기대해.”


시합이 끝나고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우리가 나오는 입구는 팬들에게 빙빙 둘러싸여 있었다.


진성운!!! 진성운!! 진성운!!!


나는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2차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자, 자, 3연승으로 끝내고 한국시리즈 가자!! 파이팅!!”

“파이팅!!!”


주장인 지훈이형의 구호에 다들 신이나서 화답했다.

제일 걱정이던 1차전을 무난히 이기고 다들 신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클럿코가 55일만의 실전 피칭에 나섰다.

15승 5패 2.39의 에이스 삼각편대의 한 축이다.

모두들 클럿코가 늘 그러하듯 편안하게 던질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리에게 재앙과도 같은 대참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클럿코 이 새끼야!! 정신 차리라고!!"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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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윈터리그(1) +5 24.05.14 169 10 12쪽
61 61. 2022년의 마무리 +6 24.05.13 176 7 14쪽
60 60. Not Fate - Playoff again(6/END) +4 24.05.12 1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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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Not Fate - Playoff again(4) +4 24.05.10 182 5 13쪽
57 57. Not Fate - Playoff again(3) +2 24.05.09 185 8 13쪽
56 56. Not Fate - Playoff again(2) +4 24.05.08 179 7 12쪽
55 55. Not Fate - Playoff again(1) +4 24.05.07 196 11 15쪽
54 54. 흑룡잔영(黑龍棧影) +6 24.05.06 193 7 15쪽
53 53. 봉인 +6 24.05.05 213 7 16쪽
52 52. 한 여름밤의 벤치클리어링 +8 24.05.04 229 9 16쪽
51 51. 기자회견(2) +4 24.05.03 209 8 15쪽
50 50. 기자회견(1) +4 24.05.02 229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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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2018 아시안게임(1) 나의 불사신 +4 24.04.30 24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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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걱정 하나도 안 해 +6 24.04.27 261 7 13쪽
44 44. 성운아 우리 강해지자 +2 24.04.26 267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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