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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님의 서재입니다.

제작에 진심인 자본주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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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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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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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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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DUMMY



뮤턴트를 만드는 몬스터 소울은 비단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동물도 몬스터 소울에 영향을 받아 그대로 토착 몬스터로 각성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무생물인 바위나 동상에 마력이 깃들어 움직이는 경우도 소수지만 존재했다.


그런 와중에 식물이 영향을 안 받는다면 거짓말일 터.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업형으로 거대한 농지를 가꾸는 경우에 이 농작물에 마력이 깃들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군. 얼른 시료 확보해!”

“후우, 600헥타르에서 이거 하나 찾자고 그 고생을 했다니. 진짜 본부장 머리에 정의의 납탄이 마려워지는군.”



미국 중부, 옥수수 농장.

그곳의 광활한 옥수수밭에서 변이 옥수수 종자를 찾고자 수백 명의 요원이 몇 날 며칠에 걸쳐 수색에 주력했다.


이들이 뒤진 600헥타르의 옥수수밭의 규모를 보다 쉽게 말해주자면 대략 서울 잠실 야구장 600개를 합친 넓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터.


그 넓은 공간을 수색하는데 드론도 쓰지 않고서 일일이 사람이 뒤졌으니 며칠 만에 발견한 게 행운일 정도였다.



“이게 우리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란 말이야?”

“흠, 형광색 팝콘은 영화관에서 민폐인데.”

“글쎄. 튀기면 색이 빠지지 않을까.”



뿌리를 내린 흙 전체를 그대로 떠다가 수송용 헬기에 연결된 포대로 옮기며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말처럼 마력의 영향을 받은 옥수수는 대낮에도 은은하게 주황빛 섞인 노란색으로 발광하고 있었는데, 당장 그 모습만으로는 방사능 옥수수라는 멸칭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현재 특이점으로 연결된 베르와 마력에 대한 연구에 가장 앞선 국가인 미국은 다가올 신세계를 대비해 전방위적으로 국력를 투사하느라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존 농산물의 마력 변이를 연구하고 확보하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로. 앞으로 인류는 이 마력을 얼마나 통제하에 둘 수 있는지에 따라 세계 패권마저도 달라질 거라 예측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어서 그렇지 독일과 영국 프랑스 삼국이 연대한 유럽과 오일 머니로 대표되는 중동, 구시대의 패권국인 러시아 및 중국과 일본에 인도까지도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라는 체스판 아래.

움직일 수 있는 체스말을 하나라도 가진 이라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이 거대한 게임에 전격적으로 참전한 것.


이런 흐름에 따라 모든 거인의 이목이 한 사람에게 모이는 건 필연적인 운명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 태풍의 눈은 현재.



“역시 농사는 사람 손이 타야죠?”

“쟈들을 사람이라 쳐도 되는가 모르겠어.”

“에이, 할아버지. 쟤들 다 걷고 뛰고 다 해요? 설마 우리 할아버지가 뉴스에나 나오는 인종차별하는······?”

“에라, 이놈아! 쇳밥 먹는 녀석이 요즘 농사에 외국 일손이 얼마나 귀한 줄이나 알아?”



박춘희 옹의 질타에 민우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처음 마을 농지를 정비하고 어느덧 4개월.

원래라면 아직 무언가 작물을 심기에는 아직 정비한 밭의 비료도 채 섞이지 않아 무리였을 테지만.


열령리의 드넓은 밭은 녹색 빛깔로 뒤덮여 있었다.


드넓은 농지를 가득 채운 건 베르에서 가장 흔한 잡초이면서 베르 문명에서 대체불가의 농사 필수 식물인 ‘풍년초’다.


이름이 풍년초로 해석되는 것으로 봐서 원래 베르에서도 풍년이란 개념의 단어가 그대로 붙은 잡초다. 그리고 그 이름에 맞게 이 풀은 농사에 있어 최고의 식물이다.



“저 풀떼기가 벌레나 들쥐를 잡아먹는다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확실히 본 건 아닌데 저쪽 세계에서는 일단 풍년초부터 심고 본다고 해요.”



수십여 개의 베르 문명에서 거의 동일한 기록이 있다.

이 풍년초가 존재하기에 베르에서 농사 관련한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고 일정 수준에서 그대로 정체된다.


이는 베르가 행성으로 탄생하고 지금까지를 통틀어 가장 번영한 문명의 주류 학문이었던 마도학에서도 마찬가지.


자연계 정령에 등식물과 소통하고 조종하는 마법을 지구의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단말기에 넣던 때에도 농사는 이 풍년초가 담당했을 정도였다 하니 그 효율을 알만 할 거다.



“일단 분류상 식물형 몬스터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쪽보다는 동충하초나 버섯 같은 부류하고 보는 게 더 맞을 거예요.”

“할애비는 네가 뭔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저기다가 농작물을 심으면 알아서 해충도 잡아먹고 밭도 지켜주고 지력도 키워준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베르에서는 이를 두고 식물 몬스터냐 아니면 그저 독특한 식생의 식충식물로 보는 게 맞는지로 말들이 무척 많았던 것 같은데.

지구인인 민우가 보기에 풍년초는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 곤충 내지는 균류라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 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땅속에 숨겨진 풍년초의 뿌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풍년초의 중심 뿌리는 암반지대에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내려가 더는 뿌리를 뻗을 수 없는 부근까지 자란다.


당장 민우가 베르에서 풍년초를 뽑아다가 마을 밭에 옮겨심기 위해 파내린 땅의 깊이가 가장 낮은 게 50m였는데.


그만큼이나 깊이 뿌리가 내린 풍년초는 뿌리 끝에서부터 잔뿌리를 뻗으며 땅속의 벌레와 소동물을 잡아먹는다.


그를 위해 당분을 잔뜩 함유한 고구마와 같은 덩이뿌리를 맺어 벌레와 소동물을 유혹한다.

그렇게 덩이뿌리를 갉아먹은 벌레나 소동물은 몸이 마비되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겉이 갉아먹힌 부위에서 뿌리가 나라나 근처 벌레를 휘감는다.


그렇게 뿌리에 감긴 먹잇감은 서서히 뿌리에 잠식되고.

다시 새로운 덩이뿌리를 자라는데 쓰이는 영양분이 된다.


여기서 처음 갉아 먹힌 덩이뿌리는 그대로 떨어져 나가 썩어 주변 흙에 영양분이 되어주고.


지반 아래에서부터 식물의 진액이나 그 작물을 먹이로 삼는 거의 모든 벌레와 소동물을 그런 식으로 땅에 끌어들여 풍년초가 심어진 땅을 무한히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더욱이 이 풍년초는 땅에 뿌리를 뻗고 사는 모든 식물과 공생하기 때문에 만약 땅에 가뭄이 들면 지하 깊숙이 흐르는 지하수나 수분을 끌어와 식물 뿌리에 퍼트려줬고.


식물의 뿌리 주변으로 예의 덩이뿌리를 만들어 대다수의 해충을 끌어와 그걸 다시 흙으로 되돌려주었다.


작물의 뿌리와 얽혀 더욱 얕은 지반에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주고 늘 적절히 토양을 적시고 영양분을 채우며 관리해주며 작물 대신 해충과 소동물에 먹혀 그들을 박멸한다.


더욱이 지상으로 솟은 풍년초의 잎사귀도 중심 뿌리가 암반지대까지 뻗으면 더는 자라지 않고 열매나 잎사귀를 떨궈 익충을 끌어오고 작물의 잎을 먹는 해충마저도 박멸해주니.


풍년초야말로 기록적인 폭우로 일대가 물에 잠기거나 지하 깊이 암반층까지 물이 마르지만 않는다면 어떤 땅이든 비옥한 흑토로 만들어주는 농사의 신과 같은 식물인 것.



‘때문에 베르인들은 씨만 뿌리면 먹을 게 나서 인구도 많고 전쟁도 자주 일어났다고 하니까.’



어디 금지라 불릴 만큼 대단히 위험한 땅이 아니면 어지간해선 날씨에 상관없이 풍년이 보장되니 기근이나 흉작으로 인한 사건이나 문화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천문학도 딱히 발달하지 않았는데.


베르에서 대부분의 천문학은 마법사가 자신의 학파나 계통의 마법적 성취를 높이고자 연구하는 비주류학문 취급이다.



“먹을 거 걱정이 하나 없는 세상이라니. 그쪽 세상은 참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이었겠구나.”

“으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냐? 하긴. 사람 욕심이란 게 다 그렇지.”

“하하, 할아버지 말씀이 꼭 맞네요.”



민우는 핵심을 짚는 할아버지의 말에 웃어 보였다.

실제로도 베르 역사는 피와 전쟁의 역사라 한다.


풍년초는 지성체에게도 축복이 되었지만 몬스터에게도 풍요를 안겨주었고, 먹이사슬 최하위의 곤충이 무리를 이뤄 사슴을 사냥하게 진화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니까.


풍년초 때문에 베르의 많은 곤충은 식물의 진액이나 열매 따위를 먹는 객체와 달리 보다 공격적으로 육식을 지향하게 되면서 마을이나 도심에서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는 기록이 상당했다.


집에서 발견한 바퀴벌레가 사람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어 살점을 깨문다고 생각하면 절로 아찔하지 않겠나?



‘제게 가호를 내려주신 드 회장님 리스펙!!’



일단 민우는 절대적으로 드래곤에게 충성하기로 했다.


어쩌면 처음 소환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몬스터나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곤충에게 사냥당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던 민우였고.

때문에 늦게라도 직접 곤히 잠든 영역 속 드래곤에게 찾아가 큰절을 올리며 열심히 감사의 기도를 올렸더랬다.



“그런데 민우는 너는 여에 뭐를 심을 작정이냐?”

“처음에는 적당히 국산 작물을 심으려고 했었는데요.”



새삼 드래곤에게 압도적인 감사를 올리던 중.

무럭무럭 자라는 풍년초를 보며 박춘희 옹이 민우에게 키울 작물에 대해 물었다.



“정부랑 말이 잘 된 덕에 바로 저쪽 세상의 농작물을 재배하려고요. 적당한 작물도 몇몇 개 확보하기도 했고요.”

“농협도 그렇고 정부 놈들 책상머리에서만 있어서 유도리가 없는데 용캐 설득을 했어?”

“큰손주 수완이 좀 좋은가요.”


수완 때문이라기보다는 곧 신설될 한국 종합동식물 연구소에 베르의 동식물을 기증하기로 약속해서이지만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야생에서 또는 농장에서 일어난 변이종을 찾는 반면.


대한민국은 박민우를 국민으로 둔 덕분에 그러한 노력과 뒤따르는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도 생물학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의 선두에 설 기반을 쉽게 손에 넣었다.


그 대가로 민우가 앞으로 재배해 판매하는 모든 작물과 관련 식품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검증과 허가를 약속했다.


거기에 추가로 앞으로 베르와 관련된 모든 종자와 작물 및 식품의 생산과 가공을 포함 유통과 판매에 있어 독점권까지 받아냈으니 민우로서는 이익만 가득한 거래였다.



“저희 집안이랑 저희 회사는 곧 떼돈을 벌 겁니다.”

“허이구. 말년에 손자 덕분에 호강하겠구나.”



이젠 딱히 돈에 얽메이지 않는 박춘희 옹이었으나 손자의 장단에 맞춰주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밭의 관리와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떠들던 민우는 순간 강렬한 감각에 할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인적이 없는 공터로 움직였다.



“지구에서 좀비가 공격받았다라···.”



근처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민우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방금 결속이 끊긴 좀비가 있는 방향을 지그시 바라봤다.


저 멀리 선산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에게 돌아온 망령을 불러와 기억을 살핀 민우.



“재밌네. 뮤턴트라는 게 저런 거구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섬짓한 살기에 털이 곤두서는 걸 느끼면서도 민우는 주먹을 꾹 쥐어보였다.


아무래도 오늘 늑대사냥으로 밤을 새울 것 같았다.


작가의말

다음 챕터로 넘어가며 조금 다듬느라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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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NEW 2시간 전 63 1 12쪽
44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22 175 5 13쪽
43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21 223 10 11쪽
42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20 245 9 12쪽
41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9 306 12 13쪽
40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8 329 14 12쪽
39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7 356 16 11쪽
38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5 394 15 13쪽
37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4 420 16 12쪽
36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3 458 14 15쪽
35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1 509 15 12쪽
»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0 528 16 11쪽
33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9 551 17 13쪽
32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8 580 18 12쪽
31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24.05.07 642 17 13쪽
30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5 24.05.06 683 21 13쪽
29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4 739 22 14쪽
28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3 24.05.03 748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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