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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님의 서재입니다.

제작에 진심인 자본주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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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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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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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DUMMY



베르에 존재했던 문화와 기술은 이제 실전되어 그 원형을 아는 존재가 사라졌으나 그 지식만큼은 드래곤의 고상한 취미생활 덕분에 상당수 미래에 전달되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전달받은 대상이 이계인인지라 베르 고유의 언어와 같은 문화적인 색채가 싹 빠져버렸다.


대표적으로 마법을 꼽을 수 있는데.


민우가 개인적으로 익힌 네크로맨시가 바로 그렇다.

원래 베르에서는 그러한 고유명칭으로 불리지 않았을 테지만 드래곤의 권속이 되며 해당 마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지구인인 민우의 인지와 기억에 편중되어 전해진 것.


그 과정에서 각 마법의 고유한 명칭들도 민우의 인지와 이해에 맞춰 자연스럽게 번역이 되었고.


이는 마법처럼 지구에는 없는 개념이 한글부터 한자, 영어, 라틴어나 심지어는 인터넷 밈 따위로도 읽혀지고는 했다.

때문에 민우가 쓰는 마법의 이름만 보면 같은 학파 내에서도 어떤 건 한자어로, 어떤 건 영어로 읽혀 이를 보고 익히는 민우조차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곤 했다.



“미스터 박. 마법에 관한 이야기는 사전에 없더군요. 추가적인 설명이 절실한데 간단하게라도 설명해주겠습니까?”



대담회에서 처음으로 마법을 시연한 이후.


이어지는 대담은 어영부영 흘러가며 급하게 마무리가 되고 이어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군사 외교, 무역과 경제 등 전방위적인 협상을 예고하며 기자들을 해산시켰다.


대담회가 끝나고 곧 열령리를 중심으로 영동 북동부 일대에 민간인 출입제한이 걸리면서 도로 통제가 시작됐다.


이미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의 방한을 거론했고.

두 국가수장이 만날 협상 장소로 영동이 지목된 상태.

벌써 세계는 이를 두고 온갖 말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당연히 민우의 존재와 그런 민우가 밝힌 특이점에 대한 거대한 진실과 복잡한 정보가 세상에 공개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건 다름 아닌 민우가 대담장 안에서 시연한 베르의 마력 기술인 마법 때문.

뮤턴트와 몬스터가 등장한 와중에 마법이 그렇게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앞선 두 존재는 순수하게 물리적인 변화와 존재에 대한 부분만 꼽힐 뿐이다.


그들의 초능력과 설명할 수 없는 생명력이나 신체 능력은 하나같이 초능력이라 칭하기 모자람이 없다.


몸이 투명해지거나 날개가 돋아난다거나.

뮤턴트의 그런 초능력은 대부분 몬스터에게서 왔고.

그들이 등장하기 전에 동일한 능력의 몬스터가 토벌되었기에 ‘몬스터 소울’이라는 특수한 에너지로 뮤턴트의 존재를 어느 정도 설명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마력이라는 확고한 개념.


아직 특이점 연구에 전력을 다하는 미국조차 마력이란 개념을 조심히 연구하며 이를 통해 뮤턴트의 능력을 복제하려는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따지고 있던 중.


그런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마치 유인원의 미개한 무언가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척 보기에도 우월한 마법이란 기술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마력이란 개념조차 민우의 길고 복잡한 설명을 듣고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는 미국과 세계 최고의 석학들의 고민과 연구가 순식간에 의미를 잃게 생겨버린 거다.


여태까지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과 중국 등의 강대국과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며 주도권 싸움을 한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되게 생긴 만큼 당장에 민우에게 마법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했다.



“흠, 베르는 행성의 탄생 때부터 마력이 존재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베르의 원주민들이 마력를 활용하는 방법론을 체득하고 이를 체계화한 것이 바로 마법입니다.”

“그렇다면 미스터 박은 어떻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지구인도 그 방법을 안다면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요?”



사실상 첫 질문은 이를 위한 포석.

진짜 궁금한 건 바로 저 부분일 터였다.


마법을 지구인도 방법만 알면 쓸 수 있는가.


당연하게도 이제야 마법의 존재를 밝힌 민우가 그에 대한 답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 질문.



“제가 언젠가 흥미로운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영상 이야기요? 계속 해보시죠.”

“예, 그러죠. 그 영상은 미국 유명 다큐멘터리 팀에서 전직 CIA요원을 인터뷰하며 놀라운 기술을 소개해주더라고요.”



민우는 어떤 대답 대신에 갑자기 과거에 시청한 타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서 나온 CIA요원이 그러더군요.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말하는 사람의 음성과 표정을 찍은 영상만 봐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

“아마 저도 그렇겠죠? 그 영상을 본 게 10년은 더 됐으니 지금은 그보다 더한 기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딱히 대답을 준 건 아니지만 이미 충분한 대답이었다.


여기서 민우가 거짓말을 하든 안 하든 중요하지 않다.

당장 그가 직접 마법을 시연한 순간 정답은 정해졌으니.


민우가 거짓말로 불가능하다든지 말을 지어내더라도 민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 방법을 알아내려 할 터.

그리고 민우는 그러한 불편한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거래하시죠. 제가 보여드린 마법. 알려드리겠습니다.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받고 싶군요.”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땅에서 가장 높은 권한을 쥔 주한미국대사가 표정을 찡그리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들로서도 지금의 민우에게 안겨줄 꿀단지가 없을 거다.


돈이라면 마석을 구매하며 개인이 다 쓸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치게 주기도 했고 가족과 일상의 안전 및 보호는 그 첫 거래에서 사전조건이나 다름없었던 부분.


이제 민우에게 마법에 대한 걸 받아내려면 물질적인 대가로는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결국 무형의 권리나 개인에게 줄 수 없을 거대한 이권 같은 걸 주어야 되는 상황.

그런 대가를 주한미국대사가 제시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당장 조건을 들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한국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라서요.”

“함께 보고하도록 하죠. 오늘은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대사님도요. 이제 제가 나설 일은 없겠죠?”

“약속대로 미스터 박과 가족들의 보호와 일상을 우리 미국이 보장할 겁니다.”



저 말이 어찌나 믿음직스러운지.

민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국대사를 만나기 전에 대통령과 정부 관료와 대화를 나눴기에 그 길로 경호원의 보호를 받아 열령리로 넘어갔다.



“형. 지금 인터넷에 난리가 난 거 알아?”

“대충은? 내가 진짜 개쩌는 마법을 보여줬거든.”

“언데드 소환?! 그걸 거기서 했어?”

“겠냐. 당연히 다른 마법이지.”



마을 입구에 마중을 나온 동생 민호의 호들갑에 민우는 민호에게 어깨동무하고는 느긋하게 걸었다.


쓸쓸하고 황량하던 열령리는 이제 사라졌다.


휑한 마을 입구 어귀에는 4층 높이의 커다란 창고와 그런 창고와 비슷한 외형의 창고형 공장가 늘어섰고.

창고와 공장이 좌우로 늘어선 초입을 지나면 깔끔하게 정비한 직선 도로를 따라 광활한 농지가 펼쳐지는 모습은 한국의 농촌이라 생각될 수 없는 풍경.


미국이 본격적으로 통합 미군기지 건설을 발표할 무렵.


영동 일대에 민간 기업과 재단의 투자로 몰려든 고급 인력과을 잠시 빌려다가 필요한 공사를 빠르게 마친 덕에 국내부터 세계 전체가 난리가 난 상황에도 평온했다.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공사를 먼저 끝내두고.

건축 자재를 미리 쌓아둬서 나머지 단순한 현장일과 손재주가 중요한 작업은 민우의 좀비가 투입해 해결했다.


처음 100명만 가볍게 소환했다가 점차 숫자를 늘려서 처음 고목저택을 짓던 만큼 경이로운 속도로 완성해냈다.



“다른 마법도 할 줄 알았구나.”

“생각보다 네 형의 능력이 대단해.”

“흠, 아무튼. 엄마가 밥 다 했대. 얼른 가자.”

“오냐.”



민호의 재촉에 걸음을 빨리한 민우였다.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대통령에 주한미국대사에.

수백의 카메라 앞에 앉았던 것이 꿈이라는 듯.


평온한 일상에 접어든 민우는 헛헛한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저 멀리 연기가 올라오는 본가로 향했다.



***



무엇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


이는 사업부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통용되는 격언이라 할 수 있는데.


시작이 어긋나는 순간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배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기에 중요하고 무거운 일일수록 진행이 더디고 결정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진다.


쉽게 생각하자면 어디 지인의 부탁으로 하루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쓰는 계약서와 임직원 수백 명의 기업체 전문경영인으로 고용되어 쓰는 계약서의 차이라 보면 쉽다.


누가 봐도 후자일 경우에 따지고 고민할 게 더 많다는 건 딱히 이견의 여지가 없으리라.



“아무래도 독립적인 사유지를 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으음, 차라리 국내라면 모를까. 그가 원하는 땅이 한국이라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군요. 특히 대한민국은 대중여론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한 터라 밑작업도 필수고요.”



태평양 상공을 활주 중인 에어 포스 원 기내.

대통령을 앞에 두고 참모진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측에서 영상 촬영을 금지했다지만 반골 기질이 다분한 기자들과 언제나 말썽인 내부 스텝들을 전부 감시하고 관리할 수 없는 탓에 대담회 유출 영상이 퍼졌다.


그런 영상의 거의 대다수가 요인으로 지정한 박민우의 마법 시현 장면이란 건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바로 그 요인이 선보인 마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신세계의 패러다임이 거래 리스트에 올라왔다는 점과 그것이 가져올 세계 파급력이 인류 역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 거라는 예정된 미래뿐.



“하필 한국이라니 골치가 아프군.”



현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자 불과 사 개월 후 재선을 앞둔 조지 프랭클린 대통령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미국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참 복잡한 국가이다.


외교적으로는 분명한 아군에 속하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고집불통의 독재자를 곁에 둔 시한폭탄 같이 멀리 하게 되는 국가였다.


그런 반면에 경제에서는 세계적으로 꽤 높은 비중을 지녔으며 때문에 세계무역에서도 나름 지분을 차지했다.


다만 그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인 문제로 인해 중국의 영향에 쉽게 흔들릴 여지가 있으며 실제로도 차이나 머니가 쏟아져 일부 친중세력이 단단히 자리하기도 했다.

거기에 역사적으로 미국과 파트너 관계인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자국 내 친일세력도 뿌리를 깊이 내린 탓에 미국의 입맛대로 굴릴 수가 없었다.


정치부터 외교, 무역, 경제에서 그러한 골치인 만큼.


군사 부분에 있어서도 동아시아의 화약고인 만큼 미군의 주둔 같은 현재 민감한 사안에서도 변화를 주기 어려울 정도.


당장 이번 주한미군 통합 기지 발표에 중국이 공식적으로 강력하게 항의하고 이북의 독재자도 거품을 물지 않던가?


그렇다고 파트너 관계인 일본이나 소 닭 보듯 하는 러시아가 이에 대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킨다면 모를까.

전쟁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하는 얄미운 러시아와.

겉으론 침묵하면서 은근하게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일본.


세계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조지 프랭클린은 수많은 이유로 한국과 엮이는 걸 무척 꺼려했다.



“조건이 그렇다면 단기적인 손해를 감안해야겠지.”

“그렇지만 곧 있을 재선을 생각하면 지금도 리스크가 심한 상황입니다.”



보좌관의 우려 섞인 조언에 조지 대통령이 침음했다.

그러나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결심을 밝혔다.



“나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네. 하지만 조국의 무한한 번영과 승리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면 감내해야겠지.”



뼈대부터가 대대로 공화당 출신의 정치인을 배출한 명문가 태생의 조지 프랭클린에게 있어 ‘팍스 아메리카나’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기꺼이 희생할 숭고한 가치였다.


잠시 복잡한 눈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지켜보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노트북에 정지한 영상을 바라봤다.



“마법이라······.”



그 안에는 은은한 미소를 띤 민우가 한 손을 뻗어 허공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가리키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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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NEW 3시간 전 67 1 12쪽
44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22 177 5 13쪽
43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21 225 10 11쪽
42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20 246 9 12쪽
41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9 307 12 13쪽
40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8 331 14 12쪽
39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7 357 16 11쪽
38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5 395 15 13쪽
37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4 421 16 12쪽
36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1 24.05.13 459 14 15쪽
35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1 510 15 12쪽
34 5장. 거인들의 체스판을 뒤엎어라 24.05.10 529 16 11쪽
33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9 552 17 13쪽
32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8 581 18 12쪽
»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24.05.07 643 17 13쪽
30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5 24.05.06 683 21 13쪽
29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5.04 739 22 14쪽
28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3 24.05.03 748 23 13쪽
27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24.05.02 784 21 11쪽
26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24.05.01 812 23 12쪽
25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4.30 854 21 12쪽
24 4장. 폭풍을 부르는 귀환자 +1 24.04.29 86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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