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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사단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기병사단
작품등록일 :
2020.08.01 15:36
최근연재일 :
2023.02.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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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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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1) 작은 날개짓, 장차 구풍이 되어서(수정)

DUMMY

호조로 재정의 일원화 시도가 일단락이 된 다음에는 천주를 믿는 자들에 대한 단속을 간언하는 신하들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천주를 믿는다는 소문이 있는 남인의 일각인 다산 등도 파직하고 잡아들이라고 청하고 있다. 이가 아무리 조부인 원릉의 그 분이랑 의리를 나눈 이라도 곤란하게 생각하는 주상이다.


남인도 내부 결속이 약화가 되었다. 체제공의 사망 이후로 말이다. 만약 주상이 없다면 더욱 공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최필공의 체포를 피할 수가 없었다.


‘흠, 천주를 믿는, 사교로 인식되는 이들을 더욱 잡자고 그 사교를 믿는 것으로 보이는 다산 등을 잡아들인다? 별로 실익이 없구나. 그들을 굳이 건드리지 않을 명분은 무엇인가? 믿음이 강렬하여서 선별해서 벌할 수도 없다.’


주상이 매우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천주란 상제도 아닌 조물주라는 존재를 믿는 사교집단이 활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벌함으로서 그 사교를 믿으나 자신에게 충성하는 총신들을 저버릴 생각이 없다.


그래서 골몰하고 있다. 그저 덮을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언젠가는 터질 문제라는 것을 고려하니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다가 하나의 생각이 주상의 뇌리를 스치고 있다.


‘그래, 잡아들인다고 위협을 주면서 숨어들게 하고 다산 등은 무고하다고 가는 것이다. 그리한다면 그들을 잃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그들에게 은밀히 어찰로 종용을 해야겠다.’


나라와 나인가? 아님 그 공부가 주인가? 를 선택하라는 가혹함을 천주를 믿는 총신들에게 들이밀 주상이다. 아마 총신들은 그런 주상을 이해하면서도 원망할 것이다.

양자택일을 하라는 강요가 아닌가? 무엇을 선택해도 좋지 않은 것이다.


정약용과 그 형제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세자사가 되어서 그런 다산 쪽을 견제하는 벽파이다. 며칠이 지나고, 주상은 다산과 그 형제들을 불러 모아서 궁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독대를 허락했다. 다산은 주상이 본 것 중에 가장 표정이 굳어 있었고 그의 형제들도 비슷하다.


“주상 전하...”


“어찰은 봤고 태웠을 테지? 내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렇습니다..”


“하지만, 심하면 믿음을 저버리라는 것에 좀 흔들리옵니다.”


정약용 형제 중에서 믿음이 제일 강한 듯 보이는 정약전과 정약종이 제일 머뭇거린다. 정약용은 말이 없이 그저 눈을 감고 있다. 정약종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모를 무부무군이란 것을 태워버린 것을 속으로 안도했다.


정약종의 속을 모르고 정씨 삼형제를 묵묵히 눈으로 압박하는 주상이다. 특히 정약용을 제일 지켜보고 있다. 아마도 정약용 역시도 고심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주상이다.


그러나 마냥 기다려달라고 할 수가 없는 그이기에 좀 더 강압적으로 나설까 결정을 한다. 그들에게 강한 으름장을 놓는다. 그래도 목소리를 매우 크게 말하지 않는다. 사관을 물렸어도 어디에서 사관이 듣고 기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대들의 주군은 누구인가?”


“전하이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여는 주상이다. 다시 냉혹하게도 양자택일 아님 제 3안인 배교했다고 척을 하라고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다른 선택지를 주는 방식도 주어서 일정한 유화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에 더욱 고뇌할 수밖에 없는 정씨 삼형제이다.


“그렇다, 그대들은 믿음을 위하여 나를 저버리겠는가? 유학에서도 이는 불충한 것이다. 나는 천주를 믿는 그들을 사교로 여기나 그대들을 생각하여서 크게 일으키지 않고 덮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건이 그들이 그 믿음을 덮어서 숨기든 아니면 버리라.”


“““전하....”””


고심을 계속하다가 정씨 삼형제는 고개를 숙여서 그에게 절한다. 그 의미를 아직 알 수가 없는 주상이다. 주상과의 절연인가? 아님 그가 말한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인가?


그리고 절을 끝나고 정씨 삼형제가 입을 열었다. 비록 그들의 그 답에 완전한 만족을 하지 못하지만 타협점이라고 여긴다. 아주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저들은 유자이기도 한 자신들을 부정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믿지 않는 척을 하고 이 나라를 위해서 견마지로로 일하겠나이다. 그러니 탄압만은...”


주상은 그들이 믿는 사교는 싫어도 인재인 그들을 보호하기로 한다. 이제 이가환, 권철신 쪽이 남았다. 그는 총신들을 위할 생각이다. 남인도 주상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신하이다. 벽파와 시파의 균형을 맞추어줄 것이니 말이다.


영남의 남인들은 그들을 풀어주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주상이다. 또한 인재들은 경기 근방이면 충분하다고 하기에 영남 남인들을 수혈할 만큼 급하지 않다고 여긴다. 선선대의 일이어서 함부로 풀기도 부담스럽고 그런 위험을 굳이 할 생각이 별로 없는 주상으로 이 사교 처벌로 있을 총신들의 피해를 줄여보려는 생각이 더 크다.


그렇게 어디에서는 왕이 죽고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며 대비와 벽파의 술수로 사교인 천주를 믿는 이들을 숙청하는 박해가 있을 것인데 여기서는 크게 줄어들었다.

청국 천주사제라는 자를 잡아들였으나 그의 자복을 은폐하였다. 주상은 제 이복형제를 건드릴 생각이 없었기에 말이다.


다만 다른 희생양으로 김상헌의 봉사손을 택했다. 또 궁녀라는 희생양도 택했다. 수십 명의 순교자, 조선의 입장에선 사교의 믿음을 지키고 죽은 이들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위, 또 조카사위인 누군가가 매국적인 서신을 쓰는 일도 없어졌다. 설령 썼더라도 정씨 삼형제에서 말렸고 불태웠을 것이다. 또 부득이 하게도 귀양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기실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작이었다. 그렇게 이 박해는 박해라도 대규모로 흐르는 일이 없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신원미상의 표류인들이 등장했다. 제주도보다 더 위에 있는 저기 호남의 우이도에 사는 청년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친구들을 따라서 흑산도에 홍어를 사려고 갔다가 풍랑에 휘말리지 않았는가?


기가 막히게도 그들은 저 먼, 조선의 교린국인 유구국이 있는 곳까지 가버린 그들이다. 단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유구국으로 온 것은 천운이라고 여기는 일행이다. 유구국에서는 그들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박대하지 않았다. 도리어 융숭한 대접을 했다.


“유구인들은 인정이 넘칩니다.”


“우리에게 먹거리를 이리 많이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랑 대화를 하는 문순득이다. 쌀이며 된장을 나누어 주어서 이틀에 한 번은 돼지고기를 주지 않는가? 조선에서는 돼지고기를 저 청과 이 유구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잘 먹지 않는다. 또 그 이유가 집돼지가 작기 때문인데 그래서 돼지를 먹어도 멧돼지를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근데 유구인들, 이들은 돼지고기를 자주 먹는 것이 돼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문순득과 아버지에 아버지의 친구들은 유구의 토종 돼지인 아구의 크기에 놀랐다. 그 크기가 멧돼지 만하니까 말이다.


“아니 저것은 도야지여, 멧도야지여?”


“아주 징하게 크구먼.”


“허벌라게 크당께용.”


그래서 돼지고기를 조선인들은 풍족하게 줄 수 있다를 알고는 사양 없이 맛있게 먹었다. 그 이외에도 아플 것 같으면 유구인들이 의원을 불러서 치료했다. 표류한 자신들을 이리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에서 조선인들은 이 은혜를 잊지 않기로 한다.


또 청년 문순득은 놀랍게도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었다. 바로 유구어를 익히는 것이었다. 8달 정도, 애가 거의 태어날 정도로 지내니까 말이 익는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이들이 훨씬 많으니 재능이지 않을까? 살기 위해서 노력하니까 빨리 익힌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문순득은 아버지와 일행이랑 같이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여러 가지의 수소문을 했다. 마침내 관리를 통해서 갈 방법을 알아냈다.


“조공선이요?”


“그래, 우리가 조선이랑 직접 교류를 하지 않더라도 사대를 하는 천조가 같지 않은가? 그러니 조공선으로 천조까지 가서 조선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네.”


이런 사실을 일행에게 알리는 문순득이다. 아버지며 아버지의 친구들 모두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조선으로 직접 가기에는 배를 얻어도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갈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다. 그러니 얌전히 조공선을 타서 청에서 육로로 돌아가는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조공선을 타고 청을 통해서 돌아가자?”


“그게 낮지 않겠는가?”


“안전하게 가자고.”


“순득이가 알려준 것대로 가자. 그게 답이여.”


“그래, 조공선이 언제 청으로 떠난다고?”


10월이라고 알려주는 순득이고 기한이 1달 정도 남았음을 알아차린다. 금방만 기다리면 된다는 것에 안도하는 그들이다. 10월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면서 조공선이 출발한다는 곳으로 향한다.


게다가 이미 유구 조정에서도 그들의 편의를 봐주기로 했는지 일사천리로 보였다. 10월이 되자 조공선에 올랐다. 집에 무사히 돌아갈 줄 알았던 일행이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조공선이 운이 없게도 풍랑을 만나버렸다. 이번에는 일행이 뿔뿔 흩어져 버렸고 특히아 파도로 멀어진 아버지를 무력하게 볼 수밖에 없던 문순득이다.


‘아버지!!!!!!!’


그리고 문순득은 여기서 운이 좋게도 살았다. 다만 조공선으로 항해하던 곳은 물론이며 저기 유구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여송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송, 그렇다.


필리핀이다. 에스파냐의 식민지 필리핀 중 루손 섬에 표류한 문순득이다.


“나 혼자 남았어....”


문순득은 혼자 떨어진 이 별천지에서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고 믿으면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여기서도 문순득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말을 빨리 익히는 것이다.


말이 익고 그 다음에 유구와 달리 지원이 적은 여송에서는 살기 위해서 장사를 한다. 끈을 꼬아서 판매했다. 중국인이랑 비슷한 그를 화교들이 꽤 도와주었다.


그는 술이며 먹을거리를 살 돈을 잘 모으고 살았다. 이렇게 타지에서 절망하기는커녕 열심히 생활하는 이 남자는 생계만으로 살지 않았다. 바로 삶의 여유도 찾듯이 주변도 둘러보면서 지냈다. 참으로 대단한 사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루손 섬의 에스파냐인들이 퍼트린 가톨릭을 듣고 천주학쟁이들이 떠올랐으나 무시하고 가톨릭의 시설인 성당을 봤다. 돌로 만들어진 그 멋들어진 성당의 멋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던 문순득이다. 시조를 잘 모르는 문순득은 그저 단순한 감탄사만으로 그 진심을 내고 있다.


“어떻게 정보를 얻어서 여기도 청나라를 갈 수가 있구나.”


여송의 말 중에 루손 북부에서 쓰이는 언어인 일로카노어에 익숙해진 문순득은 청으로 가는 배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물론 청으로 가도 육로를 통해서 돌아와야 하지만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서 기뻐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마카오로 가는 선박에 대한 정보이지만 말이다.


저 조선으로 돌아가려면 아주 먼 육로를 걸어야 하지만 말이다. 문순득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순간에 조선에서는.... 다음 해가 지났고 그 다음 해에 궁궐에서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이란 궁궐의 정전이 화재로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그 상황을 보고 상세한 그 보고를 주상이 받고 있다.


“인정전이 불탔구나.”


“그렇습니다, 전하.”


“정전인 그 곳이....”


주상은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이 화재로 소실이 된 사실에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궁궐 내의 화재라도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특히 궁궐 곳곳이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인정전 이상으로 소실을 했다면 아마도 빠듯한 조선의 부로는 그 이상의 전소는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인정전만이라도 전소가 된 것이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주상이다. 잠시 동안은 다른 곳에 모여서 문무백관과 정사를 논해야 하는데 정사를 보는 장소야 이미 선정전이 있으니까 다행이다.


넉넉하게 재건할 것을 명하나 그 기한이 세전, 1년을 넘기어서는 안 된다고 공조의 관원들에게 철저하게 강조하며 말했다. 궁궐의 정전이 불탄 채로 오래 남아있는 것은 청이나 저 왜에게 알려지면 조선의 입장으로는 매우 수치스러운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정전에 대한 수리를 시작하고 중요한 의례에 대한 것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에서 대신하여야 할 것이다.


인정전이 불탄 것 정도로는 주상의 일과 치료에 세자의 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 세자는 세자사에 아버지를 보면서 정치와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마카오에서 내려서 육로로 조선을 향해 걷던 문순득은 1804년 12월에 한양으로 왔다.


그 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서 신기함에 흑산도에서 다시 복직하여 한성으로 올라온 정약전이 그를 빈객으로 맞이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를 잃은 것을 위로했다. 또 그에게 호를 붙여주었다.


천초, 하늘 아래에 처음이라는 뜻으로 조선에서 문순득 같은 이는 최초라는 소리다. 많은 표해 이야기가 전에 남겨진 책에 있지만 천초의 이야기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것이 있는가? 적어도 정약전은 천초가 가장 파란만장하다고 여긴다.


“참으로 그대는 대단히 운이 있고 강한 사람일세, 천초.”


“아닙니다. 나리!”


정약전은 문순득을 빈객으로 접대하면서 표해시말을 적었고 정약용도 문순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리 일을 하면서 쓰고 있는 경세유표에 화폐의 이야기를 참조하고 그 제자인 이강회도 문순득이랑 가까웠다. 그러다가 조정의 고위한 관료들이랑 가깝다

보니까 제주도의 특이한 표류자들이 있고 이들을 송환하려고 노력했으나 청도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몰랐다고 했다. 문순득은 이 사실에 혹시나 감정이 들었다.


유구인들이 아니면 제가 표류했던 여송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문순득은 혹시 저가 나설 수가 있을까봐 정약전 등에게 물었고 그럴 수 있다고 주상의 허락을 받아서 제주도로 내려갔다. 정약전이랑 동행을 해서 말이다.


문순득은 그들이 여송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봤고 정약전도 문순득의 설명이 떠올라서 여송사람이라고 깨닫는다. 문순득은 저가 익힌 여송의 말로 통역하였다. 다행히도 일로카노어를 쓰는 이들이다. 고향의 말을 들은 4명의 여송인은 놀랐고 울며 굳어버렸다. 하지만 마음은 같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


그 중에는 애곡하고 꺼이꺼이 우는 사람이 있었다. 문순득은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여송인들에게 받았던 은혜를 갚으려고 열심히 그들을 보내주려고 노력을 했다. 정약전은 그런 문순득을 도와주었다.


이후에 청을 통해서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을 담은 문서로 1806년에 여송사람들을 송환했다. 문순득은 이러한 공로로 정약전의 추천까지 받아서 무려 정 2품의 공명첩을 조정이 친히 하사했다. 그 외에도 정약전과 정약용은 문순득에게 역관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다. 문순득은 좀 놀라기는 했다.


“제가 역관을요?”


“그렇네, 표해를 하고 유구랑 저 여송의 말을 익힌 그대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일세. 이방의 말을 잘 익힌다는 것은 좋은 것일세.”


“공명첩을 받아서 좋으나 그 능력이면 아마 가능했다면 주상께선 그대를 역관으로 바로 채용하려고 했을지도 모르네.”


정씨 형제의 권유에 문순득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지원에 힘을 입어서 역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또 어물에 관심이 많은 형제랑 서신을 쓰면서 어물에 대한 유서-지금으로 치면 백과사전류-를 같이 작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과 준비에 매진을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정씨 형제와 문순득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주상과 주상을 떠받쳐드는 총신들은 열심히 조선을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러다가 주상은 군정과 재용을 정리한 서책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시대가 바뀔 대로 바뀌었다.


조선의 군주들이 항상 그러했듯이 신하들을 모아서 주상이 해당 목적의 서책을 편찬하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한 반응에 조정의 신하들도 찬성을 한다. 그들도 그런 서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 조선의 재용과 군정에 대한 상황을 담은 서책을 만들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명을 받들겠나이다.”


“이는 나만이 아니라 세자를 위한 것이다.”


세자는 아바마마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마치 자신의 곁에 오래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하는 아바바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두렵다. 이내에 아바마마가 없는 미래가 두려워서 말이다. 그래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너는 잘 할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있으니. 다만 좀 더 정진을 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네.”


그런 세자를 달래는 주상이다. 정씨 형제를 세자사로 붙인 이후로 세자는 더욱 공부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병세를 극복했어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주상은 그저 좀 더 살고 주상이 어른이 되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어의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 찬성하니까 다행이군. 시행하라.”


“예, 전하!”


신하들의 찬성을 바탕으로 그러한 서책을 그렇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주상이다. 신하들도 마침 그런 서책이 있어야 한다고 암묵으로나마 수요가 있었다. 명분이 깔리니 일은 수월할 수밖에 없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다. 그렇기에 이런 저런 자료들을 정리한 서책을 편찬 준비하였다. 이 서적은 군정, 재용 등을 모두 망라한 보고서로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기요람이 이렇게 탄생했다. 무엇보다 이를 만드는 큰 명분이 죽어가는 주상이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세자를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세자는 그런 부왕의 준비에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점점 세자는 아바마마가 당신의 부재를 상정하고 이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바마마, 소자가 비록 부족할지언정 군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국본이니 더 배워서.... 나중에 이 조선을 유지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의 부재를 생각하면 두려우나 그런 미래에 자신이 혼자서도 잘하기 위해서 세자는 더욱 학문을 익히는데 열심이 되었다. 세자사들을 더욱 따랐다. 그런 소식에 자식 걱정이 많던 주상은 다행이라고 여기며 자신이 세자가 더 어릴 때에 급사하지 않은 것을 고맙게 여긴다. 지금도 주상을 살려고 기를 쓰는 어의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의의 요행으로 원래면 8년도 더 전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을 살려주었으니 이제는 여한이 없지 않나 하는 주상이다. 다만 그래도 더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으니,.. 바로 손자를 보고 죽는 것이다. 아직 세자에게 자식이 없어서 그것으로도 걱정인 주상이다.


그리고 그 걱정은 꽤나 빨리 사라졌다. 좀 시간이 지났다. 세자빈의 회임을 알았기에 말이다. 원손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기뻐했다.


근래 왕실에서 손이 귀해진 탓이 크다. 그래서 주상은 매우 기뻐할 수밖에 없다. 손이 워낙 집안에서 그러하니 말이다.


“아들이란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원손이 있어서 더욱 안심이도다!”


이 때에는 어의의 조치에도 죽어가던 주상이다. 그렇기에 주상은 미련이 별로 없다.

다만 있다면 자신이 원손이 돌을 지나는 것을 보고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간절함으로 어의의 조치에도 따랐다. 원손의 돌 때에는 더욱 오래 살 것만 같았다. 그런데, 회광반조였던지 원손의 돌 이후에 두 달 이후에 주상이 잠을 자던 그 밤의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상위복! 상위복!”


내관이 애곡하면서 옷가지를 흔들었다. 부왕에게 아침 문안을 하려던 세자는 놀랐다. 성인이고 아버지인 그도 급작스러운 부왕과의 이별에 울었다.


상복으로 갈아입고 애곡했다. 고인이 된 주상을 10년 가까이 목숨 줄을 붙어놓았던 어의는 죄를 청하고 사직을 청했다. 보위에 오를 세자는 그의 벌을 주지 않고 계속 있어 달라 청했다. 그 이유는...


“아바마마의 어찰이구나.”


세자는 주상이 자신에게 남긴 어찰을 보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미안함과 앞으로 남은 일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우, 사당으로 위장한 지방의 서원들을 원릉에 계신 분이 했던 서원 남설에도 하고 있는 것을 더 방지하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다양하다. 사노비들의 입대를 강조해서 노비를 평민으로 더 만들며 그러면서도 전투력이랑 기강을 유지할 방법을 생각한 것을 전한다. 청과의 경우는 그 대비를 대신들과 논의하고 지방의 민생을 더욱 살피라고 말이다.


민란이 일어나는 것은 옛 향임들이 주도하며 그 원인으로 자신이 한 수령의 권한 강화일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고칠 수 없으나 이를 어느 정도 조정함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정식 3년상이 아니라 나라일이 바쁘니 장례를 간소히 하여 3개월이면 족하다고 적었다. 몸이 아픈 세자를 배려하는 것이라서 이 대목에 마지막으로 매우 사랑했다고 밝히는 주상의 부정에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세자는...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우나 나아가기로 한다.


세자는 과거를 생각한다. 그 과거에서 나약하고 부족하더라도 꿈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아바마마의 자녀로 태어나서 공부에 엄했으나 그 이외에는 자상한 아바마마며 세자사로 임명되어서 그를 가르쳤던 정씨 형제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들의 엄격하지만 따스한 가르침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한역이 되었지만 서역의 이야기와 그 기록을 적은 책으로 말이다.


아바마마와 세자사, 그들의 영향 외에도 지금의 세자가 있게 한 이들은 더 있다. 옥체를 치료하려는 어의는 묵묵히 집무에 임하면서 최선이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알아내려는 자세를 보고 배우면서 자랐다. 또 세자에게 영향을 준 이들은 많았다.


다 아바마마의 사람들이고 그의 사람이 될 이들이다. 즉 세자는 변했더라도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어찰로 세자는 더욱 결의를 했다, 비록 혼잣말일지언정, 결의로 가득한 20대로 들어가는 청년의 기백을 담아서.


“아바마마, 좋은 주상이 되려고 그때처럼 노력을 하겠나이다...”


상을 진행 중이다. 임금에 대한 제사 철차는 복잡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선왕에게 올릴 묘호와 시호를 정하려고 세자와 신료들이 논의를 매우 하고 있다.


“문성무열성인장효, 문을 성하게 했으며 무는 열했으며 성스럽고 인하며 효는 장엄하고 중하셨던 선왕입니다.”


“그리고 정학을 항상 수호하려고 하셨소.”


“정이 옳습니다.”


“정종에 문성무열성인장효를 붙일 것이요.”


여기에 생전의 존호인 장휘가 붙으며 주상의 붕어를 확인한 청나라에서는 사신이 와서 공선이라는 시호를 붙였다. 그렇게 주상, 건릉이라 이름이 붙은 왕릉에 들어가는 정종 '공선' 장휘문성무열성인장효 대왕이다. 시대는 이제 세자에게로 넘어왔으며 이 시대에서 세자는 조선을 신료들과 어떻게 바꾸어 나갈까?


그 것은 세자, 아니 이제 금상의 치세에 달린 일이다. 그는 수성군주로서 조선을 잘 이끌기를 바란다. 금상은 주상의 서거에 책임감이 있던 정씨 삼형제의 사직을 막고 계속 있을 것을 청했으나 그들은 각각 흑산도, 광주, 강진으로 떠나서 은거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복귀가 늦어지지 않을 것을 금상에게 약속하고 나서야 떠날 수가 있었고 금상은 그들을 불러올 생각이 크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작가의말

사실 정조라면 저런 식의 대응을 했을법해서 저렇게 작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천주교 세력은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는 뭐어 알 수가 있을겁니다. 


-


내용을 좀 더 추가해서 보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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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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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9) 군사고문단 들이기 +7 20.09.15 2,385 38 22쪽
29 (19) 군사고문단 들이기 +13 20.09.12 2,685 36 22쪽
28 (18) 조선의 도자기 +11 20.09.10 2,416 41 15쪽
27 (17) 양지로 드러난 조선 천주교회와 다른 갈등의 시작 +7 20.09.08 2,295 36 15쪽
26 (16) 민중의 이야기와 관세 +4 20.09.08 2,254 35 22쪽
25 (15) 조공선은 돼지를 싣고 +11 20.09.05 2,345 32 21쪽
24 (15) 조공선은 돼지를 싣고 +4 20.09.05 2,417 35 20쪽
23 (14) 조법수호통상조규 +12 20.09.03 2,593 40 19쪽
22 (13) 계속되는 경장 +6 20.09.01 2,534 44 25쪽
21 (13) 계속되는 경장 +4 20.08.29 2,512 39 21쪽
20 (13) 계속되는 경장(부분 수정) +6 20.08.27 2,591 41 20쪽
19 (13) 계속되는 경장 +2 20.08.27 2,729 38 23쪽
18 (12) 파장, 그에 따른 변화. +10 20.08.25 2,922 43 25쪽
17 (11) 흔들리는 천명 +3 20.08.22 2,744 39 28쪽
16 (11) 흔들리는 천명 +6 20.08.22 2,724 35 17쪽
15 (11) 흔들리는 천명 +8 20.08.20 2,758 34 19쪽
14 (11) 흔들리는 천명 +6 20.08.20 2,795 39 19쪽
13 (11) 흔들리는 천명 +15 20.08.18 3,168 41 16쪽
12 (10) 통교아문과 박해 +2 20.08.18 3,098 42 18쪽
11 (9) 강남 탐방기 후편, 그리고 양사 개편 +3 20.08.15 3,305 44 18쪽
10 (8) 강남 탐방기 +6 20.08.15 3,486 41 18쪽
9 (7) 또 다른 세대교체, 경장의 시작 +3 20.08.15 3,607 44 17쪽
8 (6) 쌀폭동, 다른 변화의 흐름(일부 누락 수정) +6 20.08.13 3,997 50 30쪽
7 (5) 절반의 개방 +4 20.08.11 4,441 49 29쪽
6 (4) 이별, 대리청정 그리고 그늘의 존재들. +3 20.08.08 4,862 46 23쪽
5 (3) 외척 통제 +2 20.08.08 5,885 47 24쪽
4 (2) 서북의 난, 일어나다 +15 20.08.06 6,681 57 20쪽
3 (2) 서북의 난, 일어나다 +9 20.08.04 8,823 69 18쪽
» (1) 작은 날개짓, 장차 구풍이 되어서(수정) +18 20.08.04 14,038 94 24쪽
1 (1) 작은 날개짓, 장차 구풍이 되어서(수정) +52 20.08.01 29,941 13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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