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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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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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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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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 옥월향의 출산

DUMMY

‘그렇지! 어차피 월향이가 아들을 낳으면

가르쳐야 하니 차라리 이 기회에 서당을

하면 되겠어!’

홍상익은 발걸음을 돌려 가쾌(家儈:공인중개사)가

상주하고 있는 시전입구의 주막으로 갔다.


“나리! 어서 오십시오.”

“탁주 한 되와 안주는 아무거나 주고 가쾌를

불러주게,”

“예, 나리!”


주모에게 주문한 홍상익은 마당 한쪽에

놓인 평상으로 갔다.

‘휴-우! 몸이 좀 식은 듯하구나!’

한기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지만 찬 평상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니 문씨부인에게 받은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리! 소인을 찾으셨습니까?”

“어서 앉게,”

“예, 나리!”


가쾌는 평상으로 오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평상바닥에 엉덩이만을 붙였다.


“나리! 마땅한 안주가 없어서 삶아놓은

돼지고기를 가져왔습니다.”

“잘 가져왔네!”


주모가 작은 주상에 술과 고기를 담은

접시를 올려서 왔다.


“자네도 한 잔 받게,”

“예, 나리!”


홍상익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른 뒤

가쾌에게 술을 권하자 놀란

가쾌가 재빠르게 짚신을 벗고 평상에 올라

무릎을 꿇고 술을 받았다.


“커-험! 시원하구나!”


탁주 한 사발을 한 번에 들이킨 홍상익은

술잔을 상위에 놓았다.


“이보게! 내가 서당을 하려고 하는데

쓸 만한 곳이 있는가?”

“예, 나리! 서당을 할 만한 곳이 있습니다만,

소인의 생각에는 공부하는 학동들이 있는

황 초시(初試)의 서당을 인수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황초시라니?”

“현청에서 이곳을 오다 보면 우측에 있는

서당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 그럼 이걸 마시고 가볼 수 있겠는가?”

“예, 나리!”


가쾌의 대답에 홍상익은 지나쳐온 서당 쪽을

바라보며 탁주를 마셨다.

‘다행히 훈장질을 하는 황초시란 자가 서당을

하기 위해 수리를 마친 곳이라 하니 따로

고칠 것이 없겠어!’

가쾌와 함께 서당을 둘러본 홍상익은 가쾌가

황초시를 데리러 간 사이 잠시 마루에 앉았다.


“나리! 황초시의 건강이 안 좋아 서당을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서류를

가지고 현청으로 가기 전 매매대금만 치르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자네가 그 서류를 들고 날 따라오게나.”


집으로 온 홍상익은 가쾌와 함께 현청으로

가서 서류를 접수한 뒤 다시 서당으로 가서

가쾌에게 구전(口錢:수수료) 한 냥(칠만 원)과

함께 매매대금을 건넸다.

이제 자신의 서당이 됐다고 생각한

홍상익은 학동들이 공부하는

서당의 방으로 들어가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밖으로 나왔다.


“월향아! 몸은 좀 어떠냐?”

“예, 서방님! 사랑채에서 편히 쉬다 보니

딱히 힘든 것은 모르겠습니다.”

“그래! 오늘 새로 태어날 내 아들을 위해

서당을 사드렸다. 그러니 꼭 건강한 아들을

낳아야 한다.”

“예, 서방님!”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홍상익이

서당을 샀다는 말이 문씨부인의 귀에도

들어가고 있었다.


****


정읍현과 장성현의 경계지역에 작은 초가를

사드린 임상근은 그곳에 홍화를 머물게 하고

여종을 보내 홍화의 시중을 들게 했다.


“이리 오너라!”


임상근의 사가에 정이품의 고관들이나 탈 수

있는 가마가 멈춰 섰다.


“누구신지요?”

“이분은 종삼품의 병마동첨절제사 나리로

이곳 정읍현감의 처가 쪽 형님 되시네.

얼른 안에 들어가서 양씨마님께 친정에서

오라버니께서 왔다고 전하시게,”


할 일이 없어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상머슴인 김춘만은 임상근도 어려워하는

양씨부인의 오빠가 왔다고 하자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예, 예!”


상머슴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씨부인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멀리 대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만, 그만 멈춰라!”


가마 위에서 비스듬히 앉아있던 양석열은

가마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잘 있었느냐?”

“예, 오라버니! 그런데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세요?”

“허허허! 네가 내 조카를 가졌다는 소식에

공무가 손에 잡히지 않아 이렇게 왔구나!

날이 차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예, 오라버니!”


양석열이 아랫목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석열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임상근이

방으로 들어왔다.


“형님! 오셨습니까?”

“그래! 자네 처가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달려왔네.

임서방! 그동안 맘고생 많았지?”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 맘고생이라면

저보다 제 처가.....,”


불필요한 말을 한다고 생각한 임상근은

말끝을 흐렸다.


“임서방! 이곳으로 오기 전 최동묵영감을

만나고 왔네. 조금만 기다리면 최동묵영감이

자네를 궐로 부를 것이네.”

“감사합니다. 형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밖으로 나온 임상근은 찬모에게 빨리

술상을 올리라고 말한 뒤 마당을

가로질러 멀리 영은사가 있는

영은산(현 내장산)을 바라보았다.

‘홍화가 내 아들을 낳으면 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리거나 멀리 쫓아야겠어! 비록 홍화의

몸을 빌려 내 아들이 태어나지만

그 아이만큼은 절대 나처럼 서출로 태어나게

해서는 안 돼, 암! 외가의 권력을 등에

업으려면 절대 안 되는 일이지!’

서출로 태어난 임상근은 이복형을 대신해

큰집의 양자로 가면서 서출이란 신분상의

차별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임상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었다.

양자로 들어온 큰집의 많은 재산 전부를

여기저기 뇌물로 뿌리고 나서야 임상근은

온전한 양반이 될 수 있었다.


“이보게, 임서방! 내 조카가 태어날 때쯤

자네를 한양으로 부를 테니

내 동생을 잘 부탁하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형님!”


다음 날,

가마에 오른 양석열은 선뜻 떠나지 못하고

임상근의 손을 잡고 말했다.

원래 양석열의 형제간은 총 팔 남매였다.

집안의 장자이자 맏이인 양석열은 자신의

집안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자

어린 양씨부인만을 데리고 멀리 피신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안이 역모에 휘말렸다는

소리를 듣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몇 년을 숨어 살았었다.

왕이 바뀌고 수년이 흐르자 사면복권 된

양석열과 양씨부인을 찾는다는

임금의 방문이 전국에 나붙었다.

산을 내려와 방문을 본 양석열은

어린 여동생인 양씨부인을 업고

걷고 걸어서 한양에 도착했다.

그러나 남매가 도착한 집에는 모든 사람이

도륙되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남은 두 사람 그래서 두 남매의

정이 각별한 것이었다.

‘오라비인 내가 어린 여동생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아기를 못 갖는

것이 아닐까?’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석열의 가슴을

후빈 후회와 회한이 가득한

자책이었다.

그런 여동생이 아기를 가졌으니 양석열은

자신의 아기를 갖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내 아기가 태어나면 나도 이제 공신의

가문인 양씨가문의 어엿한

사람이 될 거야!’

멀어져가는 양석열이 탄 가마를 보면서

임상근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장성현의 홍상익의 본가와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한 홍상익의 서당,


“중니거(仲尼居)!”

“중니께서 어느 날 댁에서 한가로이

계셨는데,”

“증자시(曾子侍)!”

“증자가 시종하고 있었다.”


효경(孝經)의 제 일장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을

홍상익의 낭랑한 선창에 따라 학동들이

후창을 하고 있었다.


“나리! 빨리 사랑채로 가보아야겠습니다.”


“기삼이! 무슨 일인가?”

“사랑채마님의 산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뭐-라? 방금 산통이라 했는가?”


자리에서 일어난 홍상익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예, 나리! 소인이 오면서 산파는 보냈으나

빨리 나리께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애들아! 오늘은 여기서 그만 마쳐야 하겠다.”


서당을 나온 홍상익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응-애 응-애!

숨을 헐떡인 홍상익이 집 근처에 다다르자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허허허! 고놈, 울음소리 한번 우렁차구나!’

홍상익은 사랑채의 마당에서 서성이며

산파가 나오길 기다렸다.


“나리! 경하드립니다. 아주 건강한

도련님입니다. 허나 마님께는.....,”


따뜻한 물로 아기를 씻겼는지 밖으로

나온 산파의 손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그래? 자네가 수고가 많았네!

월향이가 왜?”

“예, 나리! 소인의 생각에는 산통으로

생각합니다만,”

“알았네! 그만 들어가 보게,”

옥월향의 몸 상태가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홍상익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이제 영감의 원대로 됐으니 그년을

당장 정읍현청으로 돌려보내세요.”


아기의 울음소리에 작은 협문을 열고

사랑채의 마당으로 들어온 문씨부인이

처마 끝에서 떨어진 고드름보다

더 날카롭게 말했다.


“부인! 돌려보내다니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과한.....,!”


말을 하던 홍상익의 입은 문씨부인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하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내 오라비들이 다시 조정의 실세인

도제조영감께 전답 문서를 바치고

영감을 나주목사로 천거해 달라고

하고 있으니 영감도 정신 차리고 저년을

정읍현청으로 돌려보내셔야 합니다.

저년이 우리 집에 있는 한 영감의

조정복귀는 절대 불가한 일이니

말이에요.”

“.....,”

“영감! 내 말 명심하세요.”


홍상익은 몸을 돌리며 안채로 향하는

문씨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주목사라? 예전의 이조참의에 비하면

비교 자체가 불가한 한직이지만.....,’


“휴-우!”


문씨부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뗀 홍상익의

입에서 갈등이 가득한 한숨이 나왔다.


“월향아! 어서 일어나야지.”


“예, 서방님!”


아기를 낳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옥월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월향아! 우리 두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길(吉)한 꿈을 꾼 다음

태어난 아이라 우리 아들의 이름을

길동(吉童)으로 지었다.”

“아! 서방님! 두 분의 도련님들처럼

‘동’자 돌림자를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아들이니 당연한 일이 아니냐?

피곤할 테니 그만 나가 보마.”

“예, 서방님! 누워만 있어서 송구합니다.”


사랑채를 나온 홍상익은 문씨부인이 있는

본채로 향했다.


아침,

홍상익은 문씨부인의 지극한 수발을

받으며 아침을 먹고 있었다.


“영감! 아무래도 사랑채에 있는 저년이

우리 집을 나가지 않으려 꾀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오, 부인! 의원의 말을 들으니

난산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하니

그만 놔두시구려, 내 이제부터 부인께

잘하리다.”

“쳇! 영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지켜보겠어요.”


홍상익의 말에 쌀쌀한 표현과 달리

문씨부인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어렸다.


****


정읍현의 외곽,

임상근의 머슴인 김춘만은 홍화의 출산일이

다가오자 산파와 여종을 데리고 홍화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어젯밤,


“현감나리! 소인을 찾으셨습니까?”

“춘만이! 들어오게.”


‘무슨 일일까? 나에게 ’오게‘ 라고

하시고?’

김춘만은 임상근의 달라진 말투에

불안해졌다.


“어서 앉게, 우리 집안의 상머슴인

자네하고 술 한잔을 하고 싶어서

불렀네.”

“아이고, 현감나리! 저 같은 천것하고

술이라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어-허! 앉으래도, 자네가 우리 집에

와서 한 고생이 얼마인데 내가

언제까지 자네를 머슴으로만 부릴 줄

알았는가?”

“예? 현감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김춘만은 임상근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까이 오게.”

“예, 현감나리!”


두 손바닥을 방바닥에 붙인 김춘만은

무릎을 끌며 소리가 나지 않게

임상근 앞으로 갔다.


“지금부터 내가 한 말은 자네하고

나만이 알아야 할 비밀이네,

알았는가?”

“예, 현감나리! 소인을 믿어주십시오.”


임상근의 낮은 목소리에 김춘만도

숨소리마저 죽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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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옥월향 22.05.12 627 48 12쪽
1 1. 용꿈 22.05.11 1,050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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