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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74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3 14:19
조회
490
추천
35
글자
12쪽

3. 옥월향과 홍화

DUMMY

“죄인 홍상익은 어명을 받으시오.”

“신 홍상익! 어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홍상익은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어명을 전하러 온 관리 앞에 엎드렸다.


“죄인 홍상익은 과거 자신의 정삼품지위를

이용하여 정읍현감인 임상근을 겁박하여

임상근에게 향응을 제공하게 하였으며 관기와

민기의 신분을 바꿔 국법을 어지럽혔으니

그 죄가 심히 크도다. 하나 그간 나라를 위한

공을 인정하여 삭탈관직의 처분을 내리니

평생 근신하면서 남은 생을 살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엎드린 홍상익은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누굴까? 임상근이 혼자서 벌인 일이 아니다.

혹시 영빈의 오라비인 최동묵?’


“큭-큭-큭! 내가 너무 오래 녹을 먹었어!”


관리가 현청을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선 홍상익은

하늘을 보면서 공허한 웃음과 함께 후회의 말을

내뱉었다.

‘그년으로 인해 큰 곤혹을 치를 줄 알았어!’

홍상익의 부인 문씨는 본가의 오라비가 전해온

서신을 읽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홍상익이 고향인 장성현으로 가려고 하는데

하늘에서는 진눈깨비가 휘날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관도로 인해 점심 무렵이 되자 홍상익의

일행은 겨우 금성현(현:나주)에 도착했다.

‘해가 넘어갔으니 저곳에서 자고 가면 되겠다.’

주막이 보이자 홍상익은 말을 멈춰 세웠다.


“부인! 여기서 점심이라도 들고 갑시다.”

“난 입안이 거칠어 생각이 없으니 영감이나

드시구려. 아니, 영감의 벼슬을 빼앗은 그 기생년과

함께 드시구려.”


탁!

가마의 문을 열고 말했던 문씨가 한기를 내뿜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았다.

‘원 사람하고는? 남들처럼 첩실을 서너 명 둔 것도

아닌데.....,’

두 개의 객방을 잡은 홍상익은 아내 문씨와

아이들, 그리고 가솔들이 들어가게 했고, 또 하나의

다른 방으로 옥월향을 데리고 들어갔다.


“주모! 사람 수에 맞춰 국밥을 내오고 이 방으로

국밥을 가져올 때 법주도 한 병을 가져오게나.”

“예, 나리!”


홍상익은 추운 날씨에 옥월향과 함께 마실

생각으로 법주를 주문했다.


욱-욱!

“월향아! 왜 그러느냐?”


김이 나는 국밥과 법주가 들어오자 상 앞에

앉은 옥월향이 헛구역질했다


“모르겠습니다. 서방님!”

“허-어! 아침도 들지 않았는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속을 진정시켜 조금씩 들어보아라.”


욱-욱!


“서방님! 천첩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몇 차례 헛구역질을 한 옥월향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법주를 급히 마신 홍상익은 국밥을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향아! 의원을 데리고 올 테니 잠시 누워

있거라.”

“예, 서방님!”


옥월향이 자리에 눕자 홍상익은 이불로

옥월향의 몸을 덮어준 뒤 주막을 나섰다.

‘임신이라면 좋으련만......,’

주막을 나선 홍상익은 옥월향과 초야를 치루기 전

말 위에서 잠깐 졸면서 꿨던 꿈 생각이 났다.


“나리! 마님께선 아기씨를 잉태하셨습니다.”


주막으로 와서 옥월향을 진맥한 의원이 홍상익에게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

“예, 나리!”

“허허허! 이보게, 의원! 수고했네.”


홍상익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의원의 손에

돈을 쥐어 주며 말했다.

장성현으로 향하는 옥월향의 가마 안에는

홍상익이 어렵게 준비한 화로가 들어 있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 홍상익의 식솔과 가솔들은

홍상익의 본가에 도착했다.

홍상익의 본가에 남아서 본가를 지키던 가솔들이

홍상익일행을 맞을 준비를 해 놓고 기다려서

홍상익은 옥월향을 데리고 따뜻한 사랑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감! 오늘부터 사랑채에서만 계실 생각입니까?”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홍상익의 얼굴을 본

문씨가 역정을 내면서 말했다.


“부인! 오해요.”

“뭐가 오해란 말입니까?”

“그 아이가 우리 장손 기동의 동생을 가져서

내가 잠시 보살핀 것이오.”

“뭐요? 아무리 영감의 씨라고 하지만 천한

몸뚱어리를 빌어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우리 장손의 동생이 되겠소?”


말을 마친 문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 버렸다.


****


임상근은 정읍현청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홍상익! 그자의 괄괄한 성격으로 볼 때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놈은 왜

안 오는 거야?’

임상근은 조정에서 임금의 명을 전달하는

관리가 함평현으로 파견됐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임상근은 홍상익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말을 잘 타는 정읍현청소속의 병사인

성용칠을 함평현으로 보냈었다.

‘경전하사(鯨戰蝦死: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고 하더니 내가 괜한 일에 휩쓸어서

이게 무슨 꼴이야? 휴-우! 그러나저러나

홍상익의 반응을 알아야 대처를 할 것인데.....,’

따-각 따-각!

함평현에서 올라오는 길,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임상근은 그쪽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용칠아! 어떻게 됐느냐?”


성용칠이 탄 말이 멈춰 서기도 전에 임상근은

입을 열었다.

황급히 말을 멈춰 세운 성용칠은 말에서

급히 내렸다.


“예, 현감나리! 홍상익영감이 데리고 간 옥월향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홍상익영감은 급하게 자신의

본가가 있는 장성현으로 갔습니다.”

“거기 까지만 보고 온 것이냐?”

“아닙니다. 현감나리! 소인은 홍상익영감의 본가

담장 밑에 숨어 있다가 홍상익영감이 옥월향이

차지한 사랑채로 들어간 것을 보고 담을 넘어

사랑채로 가까이 갔습니다.”

“그래! 두 사람이 무슨 말을 나누었느냐?”

“예, 현감나리! 평소 소인은 매창불매음하는

옥월향의 새침하고 쌀쌀한 목소리만 들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습니다.”

“허! 옥월향이 홍상익영감에게 뭐라고 했는데?”


성용칠의 긴 사설에 임상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옥월향이 홍상익영감께 ‘서방님! 천첩을 혼자

두고 어디로 가지 마시와요.’ 라고 하자,

홍상익영감은 ‘허허허, 월향아! 내가 널

두고 어딜 가겠느냐?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 하거라.’ 라고 하면서 방의 호롱불을

껐습니다. 나리!”

“허허! 그래? 수고했다. 자, 받거라.”

“예, 현감나리!”


임상근은 성용칠에게 은덩이 한 개를 주고

자신의 사가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무슨 일 때문에 현감나리가 홍상익영감과

옥월향과의 관계에 목을 매는 것일까?’

밤하늘을 보면서 길을 걷는 성용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


‘이제 최동묵영감이 내게 줄 승차 소식만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임상근은 밤길을 걸으며 기분 좋은 기대를

했다.


“나리!”

“허-헉! 누구.....,?”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부르자 임상근은

땅바닥에 주저앉을 만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천첩 홍화입니다.”


어둠 속에서 나온 사람은 관기의 행수인

홍화였다.


“네가 여기에 어쩐 일이냐?”


홍화로 인해 너무 놀란 임상근은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나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왜?”

“오늘 천첩의 속이 체한 듯 거북해서 의원으로

갔더니 임신이라 합니다.”

“뭐야?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단 말이냐?”

“예, 나리!”


순간 표정이 변한 임상근은 자신도 모르게

갈등했다.

‘아니지! 집에 있는 부인이 불임이니 홍화를

통해 얻은 자식 또한 하늘이 내게 주신

자식이다!’

임상근의 표정이 장마철 날씨만큼 순식간에

변했다.


“허허허! 경사가 겹으로 오는구나! 자자 어서

정심루로 가자.”

“나리! 거긴 싫어요. 오늘은 급한 대로 객방에서

자고 내일 천첩이 지낼 집을 구해주세요.”

“응, 그게 좋겠구나!”


주위를 살핀 임상근은 홍화의 손을 잡고 객잔으로

향했다.


“홍화야! 오늘은 내가 집으로 갈 테니 오늘 밤만

혼자 보내거라.”


객방으로 들어간 임상근이 홍화를 눕힌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리! 왜.....,?”

“부인의 오라비가 종삼품의 병마동첨절제사라

아직 애를 못 낳는 부인의 눈치를 보며 내가 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네가 이해를 하길 바란다.”


“예, 나리! 어두운 밤길 조심하세요.”

“그래! 홍화야, 너는 내 아이를 갖더니 어찌 말하는

것도 봄바람처럼 나긋하구나!”


****


객잔을 나온 임상근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나리! 이제 오십니까?”

“예, 부인! 잔무를 처리하느라 좀 늦었소.

날이 차니 어서 들어갑시다.”


임상근이 방으로 들어가니 방에는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부인! 잠깐 앉아보시오.”


부인양씨가 밥과 국을 가지러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임상근이 양씨를 붙잡았다.


“예, 나리! 말씀하시지요.”


결혼을 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임상근의

아기를 갖지 못한 양씨는 항상 죄인이 되어있었다.


“부인! 내가 오래전부터 우리 아기를 대신

낳아줄 대리모를 백방으로 수소문하였지만

구하지 못했소. 그러다가 최근 관기들의 행수로

있는 홍화에게 관기의 신분에서 평민으로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부탁을 하여 홍화가

우리들의 아기를 갖게 되었소.”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나리!”

“그렇소! 그러니 부인은 가솔들이나 친척들에게

임신했다고 하여 부인이 출산한 것처럼 하시오.”

“흑-흑-흑! 감사합니다. 나리! 시장하실 텐데

얼른 저녁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임상근의 처사에 감격한 부인양씨는 쉼 없이

흐느끼며 밖으로 나갔다.

‘홍화가 내 아이를 낳으면 쫓아버리거나 아니면

상것하고라도 결혼을 시켜버려야겠어!’

임상근의 부인양씨는 밥과 국뿐만 아니라 법주를

한 병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


이른 새벽, 등청한 임상근은 나이가 가장 많은

아전을 불러 홍화가 살만한 작은 집을 알아보라고

했다.

아전들이 현청을 나가자 임상근은 홍화가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갔다.


“나리! 아직 별빛이 남아있는 이른 아침에 어인

일이십니까?”

“홍화야! 홑몸도 아닌 너를 홀로 객잔에 두고

가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이렇게 빨리

왔구나! 밤새 잘 잤느냐?”

“예, 나리! 주모에게 일러 나리의 조반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아니다. 홍화야! 차라리 천향루의 행수에게

아침을 준비하라고 하여 너와 함께 겸상하고 싶다.”

“예, 나리! 천향루를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객방을 나온 임상근은 가마를 준비하게 하여

홍화가 밖으로 나오자 홍화를 가마에 태워

천향루로 향했다.


****


‘안 되겠다! 낮은 담장이라도 쌓아야지.’

홍상익은 자신의 부인 문씨가 옥월향이 사랑채

밖으로 나오면 자꾸 옥월향을 노려보고 서 있자

하인들을 시켜 담을 쌓게 했다.


“이보게! 여기 이 지점에는 작은 협문(夾門)을

달아야 저기 사랑채의 방문과 정면이 되지

않을 것이네.

“예, 영감마님! 이곳에 말뚝을 박아 표시를

해두겠습니다.”


쿵-쿵-쿵!

홍상익은 하인들이 말뚝을 박는 것을 지켜보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본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인 문씨였다.


“크-흠! 수고들 하게,”

“예, 영감마님!”


홍상익은 자신을 노려보던 문씨부인이 들어간

안채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영감말대로 영감의 씨를 잉태한 아이요. 내가

그 아이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담장을 쌓으려는

겁니까?”

“부인! 내가 그런 이유로 설마 담을 쌓겠소?

부인에게 미안해서 그렇소.”

“아기를 낳으면 내가 쫓기 전 제 발로 나갈

아이이니 오늘부터 없는 사람 취급하겠소.”

“부인! 쫓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옥월향을 쫓아낸다는 문씨부인의 말에 홍상익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영감! 내 오라비들의 구명으로 영감이 다시

입궐하게 되었는데 저년 때문에 영감의 신세는 물론

내 오라비들의 노력이 수포가 되게 되었는데 내가

저년을 용서할 줄 알았소?”

“휴-우! 부인, 그만합시다. 저 아이만 내쫓지

않는다면 내가 부인께 더 잘하리다.”


홍상익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이거 원! 소일거리라도 찾아야지.’


“부생아신(父生我身) 모국오신(母鞠吾身)

아버지는 날 낳아주시고 어머니는 날 길러주셨다!”


자신의 본가를 한 참 벗어난 홍상익의 귓가로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사자소학 외우는

소리가 담을 타고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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