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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회빙환은 질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신비록
작품등록일 :
2024.03.13 18:23
최근연재일 :
2024.05.08 17:5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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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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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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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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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30 누구나 비밀은 있다 - 1

DUMMY

서울 도심 명동의 대성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까이 세워진 오피스빌딩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금방 끌어모였다.


그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한 가디언과 헌터들에 의해 통제되었기에 명동성당 내부로는 관계자 외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근방 2km 내에 헌터협회 본사와 가디언중앙센터가 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다.


“괜찮아요?”


볼에 냉기가 닿았다.

성당 로비 계단에 걸터앉아있던 내게 한지수가 다가와 캔음료를 가져다댄거다.


“어, 에스더는?”

“구급차 탔는데 멀쩡하던데요.”

“강요환은?”

“제가 쌤 드래곤볼탐지기예요? 그만 물어봐요.”


그러면서 한지수는 복도 안쪽을 빼꼼 쳐다봤다.


“저 벽 저렇게 만든 게 강요환이죠?”

“어.”

“아직 에피소드 시작도 안했는데 날개계 성좌 화신체들을 저렇게 만들었다라.. 쉽지않네, 강요환... 안받아요?”


캔음료를 들고 선 한지수를 지긋이 쳐다봤다.


“왜요.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이실까. 우리 유의태 선생님께선. 아 그거?”


내가 받지 않는 캔음료를 까며 한지수가 내 옆에 앉았다.


“재앙의 아이라는 게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쌤 게임 안했죠? 어그로라고 알아요? 어그로? 이 세상에도 있는 단어였나? 영어맞죠?”

“어.”

“어어어 맞구나. 아무튼 재앙 아이라는 게 탱킹용 어그로템인데, 미쳤나 진짜 그 자식은! 후반용 탱킹템을 초반 에피소드도 안 터졌는데 삼켜? 아후.. 아무튼 이게 사방팔방에 뻗쳐있는 뭐 있잖아요. 몬스터, 던젼, 악마든지 뭐든지 다 끌어당기는 거에요. 특히 악성향이 짙은 녀석들한테는 달콤한 꿀..꿀향.. 쌤?”

“어.”

“듣고 있어요?”

“어.”

“쌤, 왜 둔해보이지? 어디 다친거 아니죠? 뇌가 혹시 어디.”

“괜찮아. 만지지마.”

“왜 승질이야. 진짜, 걱정되서 한달음에 날아온 사람한테! ...뭔데요 손에 그건 아까부터.”


나는 손에 들린 은발의 긴 머리카락을 한지수가 내미는 손에 올려주었다.


“머리카락이네? 할머니껀가?”

“너 왜 말 안했어.”

“뭘요.”

“강요환에 대한거, 왜 다 말 안했어.”

“아 그니까 뭘요! 목적어랑 동사를 말해요.”


나는 턱으로 한지수가 잡고있는 머리카락을 가리켰다.


“뭐요. 왜요.”

“그거, 강요환.”

“에? 아니에요. 강요환 흑발인데? 머리 길긴해도 남자 기준에서 장발이지 이 정돈 아니고..”


하하, 뭔소릴하시는지... 하며 한지수는 웃음기를 풀지않았지만, 내 무표정이 한참 더 이어지자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아닌거죠?”

“어.”

“맹세 할 수 있어요?”

“뭐든지.”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강요환이 은장발이라고 말하고 싶은거요. 그게 아니면..”

“여자라고.”


한지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확실해. 의사가 남자 여자 구분도 못할거라고 생각하지마. 여자 골격, 남자 신체특징도 구분 못하는..”


한지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양손바닥을 신경질적으로 휘둘렀다. 방해하지말라는 손짓에 그냥 입을 다물어줬다.

읍..흐흡.. 한지수는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일부는 흘리고 나머지는 꿀꺽 삼키더니 숨을 크게 내쉬며 눈을 떴다.


“뭔데, 안 좋은거야? 이거보다 더?”


나는 고개를 돌려 명동대성당 예배당 안 쪽을 슬쩍 보고 다시 한지수를 쳐다봤다.


“예..헤..에..예예..”


한지수는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그리곤 손톱으로 눈썹을 긁더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한참을 무언갈 검색더니, 내 쪽으로 화면을 비췄다.

나는 갑자기 쏘아진 밝은 화면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가 화면 속 기사 전문을 읽었다.


“러시아 분쟁지역에.. 자연재해.. 이상현상.. 북해빙궁?”

“쌤이랑 저랑 퇴계원에 갔던 날, 북해빙궁이 있는 포르바진에서, 예 맞아요. 그냥 뭐 날씨야 이렇다 저렇다 하는거지 뭐 그게 문제예요? 시기가 미묘해서 머릿 속에 넣어두고는 있었는데.. 이거 같아요.”

“한지수, 풀어서 설명해. 니가 아는 걸 내가 다 알진 않아.”

“북해빙궁은 알아요?”

“...알지? 신혼여행 관광지니까. 요 몇 년은 두 나라가 치고박느라 일반인이 출입 못하고.”

“아~ 아네.. 알아. 아주 소시민적인 관점으로 잘 알고 계시네요.”

“너 설마 옛날옛적에 거기 살았던 빙백신녀가 어쩌고 새외오궁이니 빙혼무니 어쩌고 말할 생각은 아니지?”

“아니겠어요?”

“세상사람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죄다 나 태어나기도 전에 일이야.”

“어쩌라구요. 아차산성 온달은 천 년도 전에 일이었어요.”

“거기에 팬텀 던젼이라도 생겼단거야?”

“장르가 다르긴 한데, 유사하달까? 던젼은 아니고, 빙백신녀가 남기고 간 아주.. 아주 엿 같은 게 하나있긴한데..”


한지수의 시선이 대성당의 외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향했다.


“쟤네가 여기 왜 있어?”


“어, 저깄네.. 한 대장.”

“아니 씨 말을 하고 가라고 말을!”


한지수가 뒷머리를 긁으며 일어섰다.


“어, 어어.. 안녕. 왔어?”


어깨 보호구와 허리춤의 벨트를 보아하니, 당연하게도 헌터들이었다.

키가 멀대같이 큰 긴머리의 남자, 최무혁 대사형이 떠오를 정도로 고릴라같은 남자, 키는 초등학생인데 얼굴만 보면 성인인 작은 미남자까지.

나는 한지수를 쳐다봤다.


“벌써 소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왕지사니까. 이 쪽은 우리학교 보건선생님 유의태쌤이구요. 여기서 이 셋은 뭐, 그 엘타워 같이 공략하는 비즈니스팀이죠 뭐.”

“비지니스팀이죠 뭐? 같이 클랜을 만드니마니 길드회사를 세우니마니 할 때는 언제고, 아이고, 반갑습니다. 헌터 명학선입니다.”


키 작은 미남자 명학선이 툴툴거릴 때와는 반대로 과하게 웃는 상으로 악수를 건네왔다.


“유의태입니다. 이쪽이 다니는 학교 보건교사입니다.”


아직 한지수가 어떤 입장으로 이들을 대하는지 몰랐기에, 본명도 말하지않고 한지수가 전한 정보 내에서만 답인사했다.


“의사선생님이셨구나. 반갑습니다요.”

“난 봉장근이라 하오.”


고릴라 덩치의 남자도 악수를 권해왔다.

손을 잡아보니 돌덩이같았다.


“우리 한 대장 아가씨 남자친구라도 되나보오. 폰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삼십 사 층 서쪽 에어리어 클리어 직전에 뛰쳐나가질않나.,, 여기 이 여시처럼 생긴 자는 소기요, 이름이 좀 거시기한데 한국인 맞소.”


소기라는 긴머리 남자는 팔짱을 낀 채로 날 한 번 쓱 쳐다볼 뿐, 눈인사도 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 관계입니다.”

“그래요. 이 늦은 밤에 호출하는 사제지간이라..”

“에이, 봉 아저씨, 뭔소리하는거야. 자꾸 헛물켤래? 그리고 왜 셋이야? 안오려면 아예 안오던가, 왜 셋?”

“제이슨이랑 백묘는 워낙 눈에 띄는 비쥬얼이라 호텔에서 안 나왔고, 시노히메는 사람 많은 거 딱 싫어하잖아? 그래서 따라는 왔는데 밖에 사람들 몰려있는거 보고 그냥 차에 있어.”


명학선이 빠르게 대답하고, 열려있는 예배당 정문을 들여다봤다. 휘유~,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내고는 쪼르르 뛰어갔다.


“야~ 어떤 놈이 감히 신성화신체를 저따위로 만들어둔거야? 여기 명동성당맞지?”


한지수가 고개를 끄덕여줬다.


“빡세네, 빡세.. 아이고 성모님 실례합니다.”


예배당으로 쏙 들어간 명학선이 뭘 하는지 몰라도, 우당탕탕 큰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를 살피는 것 같았다.


“저저, 야! 너 또 가디언들한테 혼날래? 일 벌어진데는 놔두라고! 증거품 니가 다 부술거야?”


봉장근이 두꺼운 어깨를 들썩이며 예배당에 들어가더니, 한 손으로 명학선을 번쩍 들고 나왔다.

명학선은 매달린 채로도 입을 쉬지 않았다.


“한 대장, 이거 살펴봤는데 보통 놈이 아닌데?”

“알아. 놈이 아닐수도 있고.”

“건 또 뭔소리래,. 야! 소기. 안에 봤냐? 볼래? 뭔 놈인진 몰라도 전투흔적이 아예 없어. 뭔 뜻인지 알아?”


봉장근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명학선이 소기 앞에 섰다. 명학선은 주먹을 꽉 쥐고 소기의 가슴팍에 가져다댔다.


“너처럼 일격필살로 싸우는 놈이라 이거야. 어때? 궁금하지? 네 원수놈일거 같지않냐?”

“...”


밀랍인형처럼 말도 표정도 없던 소기라는 남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얼레? 어디가? 저 문인데?”

“놔둬요.”


한지수는 소기를 따라가려는 명학선의 어깨를 잡았다. 소기는 예배당이 아니라 성당 첨탑으로 오를 수 있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갔다.


“소기는 소기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두고, 아 이거 참.. 왜 부르지도 않았는데 와서 정신사납게해요. 내가 분명 말했죠. 대기하라고.”

“대기는 무슨! 그 괴물들 득실득실대는 삼십 사층에서 대장도 없이 뭐 우리끼리 기타치고 캠핑이라도 하란 소리야? 에이 씨 죽을 뻔 했는데 진짜.”

“학선아. 대장 아가씨 앞에서 된발음 쓰지말랬다. 한 대장, 학선이 말도 영 틀린 건 아니오. 이 서울 하늘 아래 엘타워 공략보다 중한 게 무어라고 다 재쳐두고 여기 명동까지 걸음한게요.”


봉장근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상반신을 눈으로 천천히 훑었다.


“그 또...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큰 그림인가 그거요?”

“봉 아저씨도 쓸데 없는 소릴, 마침 잘됐다. 히메가 오긴 왔다는거지, 그쵸?”

“그치, 저기 주차장에.”

“두 분 가셔서 히메 좀 데려와요. 안그래도 지금 딱 히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하나봐. 역시 한 팀이야.”

“싫어할텐데.”

“여기까지 뚫고 들어온거보면 보나마나 또 내가 A급이네 뭐네 하면서 거드름피우면서 왔을 거 아녜요. 가서 인파 좀 물리고 가디언들 경호로 붙여서 뒷문으로라도 데려와요.”


니가 가, 차키 형님한테 있잖아요. 자 여기. 남자 둘이 옥신각신하고 있자 한지수가 두 어깨를 착하고 때렸다.


“둘 다 가요. 아직 쌤이랑 이야기 다 안 끝났으니까.”


덩치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헌터이 떠나자, 한지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요즘 이러고 살아요. 내가 헌터팀을 꾸리고 있는건지 늙은 애들을 키우는건지,”

“A급?”

“아, 그렇더라구요. 그 정도 수준으로 올라가면 오히려 정부에서 아예 언론통제를 하는지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쌤도 처음보죠?”


A급 헌터부터는 국가 전력이다.

워낙 화려한 업적을 이뤄낸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오히려 B급, C급보다 유명세가 덜한 경우가 많았다.

명학선, 봉장근, 소기. 평범한 동네 아저씨들 같았다. 외모만 조금 특이한.

반면 명학선이 말했던 이름 중에는 내게도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제이슨은 서구권의 흔한 이름이지만 백묘같은 별명이나 시노히메는 흔치 않다.

동東의 공주? 서울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각성자 중에 그런 별명을 쓰는 사람이라면.


“혹시 지금 데리러 간 팀원이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야?”

“오 시노히메는 알아요? 쌤 죽을 때 제일 많이 우는 등장인물~.”


나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한지수가 줄기차게 읽었다는 게임원작소설에서 내가 죽는단 건 아는데, 아직 만나지도 않은 여자가 죽은 날 위해서 울어준다는 이야기까지 스포일러 당하고 싶진 않았다.


“아, 또 제가 쌤 인생 스포일러해버렸죠? 에헤이, 실수. 쌤이랑만 있으면 편해서 막 나와버리네.”


한지수가 캔음료를 한 모금 삼키고 말을 이었다.


작가의말

文pia도치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文pia태양님, 큰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20 와아아
    작성일
    24.04.10 18:07
    No. 1

    흥미진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천마살성
    작성일
    24.04.10 18:22
    No. 2

    설마 원작 소설 쥔공 사실 남자 캐에 빙의 된 여성? 그래서 취향인 양호선생 쥔공에게 잘 대해 준 거고 지금은 머리 색 빼고 본래의 모습 찾은 거고 겜은 그냥 그런 뒷 설정 모른 채 작가에게 야겜 인거 안 알리고 만들어 버린 거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va******..
    작성일
    24.04.11 09:55
    No. 3

    이제 환생자만 나오면 되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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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3 24.05.08 73 4 11쪽
40 ep40 개와 늑대의 시간 - 6 +2 24.04.22 229 15 11쪽
39 ep39 개와 늑대의 시간 - 5 +2 24.04.21 228 10 16쪽
38 ep38 개와 늑대의 시간 - 4 +6 24.04.20 277 13 13쪽
37 ep37 개와 늑대의 시간 - 3 +1 24.04.17 327 18 12쪽
36 ep36 개와 늑대의 시간 - 2 +4 24.04.16 335 16 12쪽
35 ep35 개와 늑대의 시간 - 1 24.04.15 359 18 13쪽
34 ep34 푸른 수염의 사나이 - 3 +3 24.04.14 367 22 11쪽
33 ep33 푸른 수염의 사나이 - 2 +5 24.04.13 399 23 14쪽
32 ep32 푸른 수염의 사나이 - 1 +3 24.04.12 464 20 12쪽
31 ep31 누구나 비밀은 있다 - 2 +5 24.04.11 523 29 12쪽
» ep30 누구나 비밀은 있다 - 1 +3 24.04.10 544 28 11쪽
29 ep29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4 +5 24.04.09 573 27 12쪽
28 ep28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3 +6 24.04.08 582 24 11쪽
27 ep27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2 +4 24.04.07 644 31 13쪽
26 ep26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1 +8 24.04.06 677 35 11쪽
25 ep25 프롤로그 +11 24.04.05 725 53 13쪽
24 ep24 +5 24.04.04 694 35 14쪽
23 ep23 +1 24.04.03 644 36 12쪽
22 ep22 +2 24.04.02 657 27 11쪽
21 ep21 +1 24.04.01 682 34 11쪽
20 ep20 +1 24.03.31 696 39 12쪽
19 ep19 +1 24.03.30 698 40 11쪽
18 ep18 +4 24.03.29 706 33 12쪽
17 ep17 +2 24.03.28 733 33 11쪽
16 ep16 +4 24.03.27 727 36 12쪽
15 ep15 +5 24.03.26 757 44 11쪽
14 ep14 +2 24.03.25 792 40 12쪽
13 ep13 +1 24.03.24 814 42 11쪽
12 ep12 +3 24.03.23 830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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