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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회빙환은 질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신비록
작품등록일 :
2024.03.13 18:23
최근연재일 :
2024.05.08 17:5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0,613
추천수 :
1,419
글자수 :
222,911

작성
24.03.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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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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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1쪽

ep15

DUMMY

"역천기는 오러유저가 도달할 수 있는 최종적인 힘이에요. 저나 오라버니들도 알 수 없는 영역이죠. 그러니 실제로 오러 성급은 로한 스승님과 같이 오러의 극에 이르러 의도적인 역천을 터트리고 미래를 넘볼 수 있는 마스터들이 구분해주죠. 오러유저가 거스를 수 있는 미래의 길이에 따라 일 성에서부터 오 성까지, 그리고 같은 순간을 몇 번 거스를 수 있는지에 따라 단수를 매겨서 몇 성 몇 단의 오러유저다. 이런 식으로, 이해되죠?"

"단이라는 건 처음 듣는데, 오러유저는 미래를 여러 번 거스른다는건가요?"

"그렇죠. 아마 이런 내용은 어디에서도 못찾으셨을거예요. 민간에서는 단순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성급이 높으면 강하다. 성급은 오러량이나 강함의 척도다. 이런 식으로 알고 있지만, 오러유저들 사이에서 진정한 힘의 차이는 단 차이에서 나거든요."


한 번 미래를 거스르는 자는, 두 번 미래를 거스르는 자에게 패배한다.

이는 평범한 괴수를 상대할 때보다 오러유저가 오러유저와 충돌했을 때는 승패의 기로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곧 죽음과 생존을 나눈다.


"이 단을 처음으로 나눈 것도 우리 드래곤샹귤러스류구요..."


신세희의 말투에는 자랑스럽다는 감정보다는 비애에 젖은 감상이 도드라졌다.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힐링팩터를 이용한 무제한급 수련이 과거 드래곤샹귤러스류의 강점이었다면, 지난 한 세기를 인류 공공의 적으로 천대받으면서도 생존해온 현대 드래곤샹귤러스류는 대인전에 특화된 기술. 특히나 오러유저나 마나유저를 상대할 때 최강 상성을 드러냈고.


"...그렇기에 우리 유파는 막내를 굉장히 가려받습니다."


가려받는 게 맞는걸까.

내가 보기에 마스터 로한은 한지수가 건네는 정체불명의 골동품 양피지 두루마리에 홀딱 넘어가서 눈물마저 흘리며 나를 기여입학 시킨 것처럼 보였는데..


"별도의 입학시험같은건 안 치른 것 같은데요."

"치렀을거에요. 유 막내의 시간대는 없겠지만 로한 스승님이 별도로."


신세희는 개구쟁이같이 웃었다.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그럼 이론은 여기까지, 시험은 따로 안 보겠지만 다음 수업 때 머릿 속에 넣고 있는지 한 번씩 물어봅니다? 이리와요."


칠판을 벗어난 신세희가 입고있던 원피스를 벗었다. 헌터 최무혁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 있기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원피스 속에 입고 있던 신세희의 전신헌터슈트는 최무혁의 그것과 달리 육감적인 몸매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헌터들이 기본적으로 입는다는 헌터슈트는 가벼운 찰과상이나 자상 정도는 쉽게 막아주는 현대식 개념의 갑옷이지만 소재에 따라 굉장히 얇고 방어력도 높았다.

척보기에도 신세희의 헌터슈트는 최고급.. 얇았다.


"바로 오러심법부터 할까 했는데, 아직 막내 신고식도 없었죠? 어느 정도 하나 한 번 봐야겠어요. 일반인일 때 운동은 좀 했어요?"


나는 입고 있는 츄리닝이 펄럭일 정도로 몸을 털며 스트레칭했다.


"아~ 전혀 안했구나."

"테니스랑 헬스 조금 했습니다."

"그러니까요. 전혀 안했네. 제가 말한 운동은."


신세희의 모습이 슥 하며 사라졌다. 지하훈련장이지만 조명은 굉장히 밝은 편이었는데, 신세희가 사라지자마자 어두워졌다.

유체이탈이라도 한 듯이 지하훈련장 바닥전경을 천장에서 보는 시야가 보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컥!"


목에서 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훈련장 바닥에 코가 닿았다.

신세희가 내 뒷목덜미를 잡고 있었기에 추락하진 않았지만, 낙하운동의 에너지가 목에 죄다 쏠렸다.


"격투기를 말한거에요. 헨리 형제랑 한바탕했다더니.. 아직 기초도 안 배웠어요?"


잊고있었다.


"저번에 만났을 때 헤어지면서 물어봤었죠? 왜 우리보고 이 유파에 입문했나고, 이름이 드래곤샹귤러스인데."


헌터.

그것도 B급, B급 헌터.


"뭐 알죠? 우리가 드래곤샹귤러스류를 배웠단 게 언론에 노출되면 우리가 어떤 취급을 받을지도.. 그래서 로한 스승님도 성까지 베르딕으로 바꾸셨잖아요? 구 오라버니나 최 오라버니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 이게 마음에 들더라구요."


누구냐에 따라서 혼자서 군대도 궤멸시킬 수 있다는 인간 괴물.


"우리 유파사람들은 때려도 때려도 금방 회복한다는 거.. 마음 놓고 패도 되는거? 그거 보고 정식으로 가입했죠."


소주광고 포스터 속 신세희의 친근한 미소와 나긋한 목소리에 잊고있었다.


"두 발 딛고 서세요. 우리 유파에 왜 막내가 없는 줄 알아요?"


신세희가 전신에 흉흉한 오러를 뿜어냈다.


"스승님한테 합격점을 받아도 저랑 구 오라버니한테 두들겨 맞고 도망친 애들이 한트럭이거든요."


나는 온 몸에 오러를 둘렀다.

B급 헌터 파쇄의 마녀를 상대로,




***




"선생님?"

"어.. 어어.."


키 큰 여학생 하나가 쑥 들어왔다.

틈만나면 보건실 침대에서 낮잠 한 시간을 자고 가는 백유나다.

쟨 이제 노크도 없이 보건실을 쑥쑥 들어온다.


"쌤 괜찮아요?"

"어어.."

"쌤이 침대에 누워있는 거 처음봐서요."


알고 있다.

보건의들 사이에는 그런 말이 있다.

보건의가 보건실 침대에 눕는 순간, 1년 내에 전출당한다고.

안그래도 눈치 볼 일 없고 한가한 직책이기에 본인 스스로 자중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금방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어디 아프신거 아니죠?"

"아냐 괜찮아. 어디 안 좋아서 왔니?"


학생에게 병세를 문진당하는 보건의라니..


하지만 다 이유가 있다.

파쇄의 마녀가 토요일로 수업일정을 잡은 건, 다음날 일정 신경쓰지않고 제 마음대로 줘팰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거말고는 설명이 안된다.


파쇄의 마녀는 천사가면을 쓴 싸이코패스 변태년이다.

태생적으로? 아니면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이 고장나버린 미친년이 분명하다.

내 삶에 미친년은 한지수 하나로 차고 넘친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신세희는 그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다.

한지수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오기라도 했지.. 신세희는 그냥 미친년이다.


하기로 한 오러심법도 쏟은 토사물과 피웅덩이 한가운데 빈사상태가 된 내게 반강제로 주입시켜놨다.

사실 정확히 기억도 안난다. 아무리 대단한 드래곤샹귤러스류라 할지라도 뇌진탕을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팔다리가 부러지는 건 헨리 형제 앞에서 이골이 날 정도로 붙여봤기에 금방했지만, 신세희가 가볍게 치는 주먹질에 내장이 뒤엉키는 기분은..


"욱.."

"쌤! 안 괜찮잖아요!"


상상만으로도 입구멍으로 위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육체는 회복했어도 정신적 붕괴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아냐. 아니다. 어디 안 좋니?"

"...어.. 아뇨. 쌤 다시 누워계실래요?"


괜찮다고 말할 기운도 없어, 여학생의 손길에 이끌려 침대에 누웠다.


"쌤, 전 다음에 올게요. 쉬세요."

"그래.. 고맙다."


백유나가 나가 보건실 문을 잡으려는 순간,

드르륵 하며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안녕 백유나 선배, 안녕 유의태 선생님."


한지수였다.

아카데미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했다.


"선배, 이거 먹을래?"

"...치워."


백유나는 한지수가 건네는 초콜렛을 치우고 보건실을 떠났다.

한지수는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내가 누운 침대 곁으로 와서 앉았다.


"일정보다 빨리 왔죠?"

"둘이 아는 사이야?"

"속에 들은 나랑은 초면이지만."


한지수는 자기 머리를 한 번 가리키고 나서 제 얼굴을 전체적으로 훑으며 말했다.


"오리지널 한지수랑은 구면."


그러곤 아까 백유나에게 건네려던 초콜렛을 까먹었다.


"있어요~ 조금 복잡한 사연이. 아침드라마같은.. 이게 게임이 아니라 원작소설 내용까지 알아야되는 비하인드인데, 한지수 집안이랑 수원백가랑은 악연이 좀 깊거든요."


시비걸만한 기력이 없었기에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한지수가 이렇게까지 일찍 올거라곤 예상 못했다. 지금은 내 몸을 돌고있는 흐트러진 오러를 정렬해서 드래곤샹귤러스류로 아직 덜 회복된 내상을 살펴야했다.


"선생님 그 사이에 스탯 많이 올렸던데? 이런 루트는 나도 처음 타봐서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잘해낼 줄은 몰랐네. 드래곤샹귤러스에서 뭘 배우길래 오러가 이렇게 높아지는거야?"


한지수는 초콜렛을 씹으며 허공에 손짓했다.


"이게 게임이랑은 확실히 달라, 실제로 몸으로 뛰니까 나흘 예상했던 탑도 하루만에 정리되고 필드보스는 하루에 두 개 세 개씩 금방 정리되더라니까? 근데 또 반대로 남부쪽 정세가 워낙 험하다보니까 이동하고 신분확인하는 게 복잡해서 그렇지 그거만 아니었으면 저번주에 끝났을지도 몰라요. 몰살루트라고 죄다 다 박살내면서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이러면 알잖아요? 완전 빌런수배 떨어져서 중반부터는 진행이 안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키면서 살아야하는거니까."

"조용.. 조용히 좀.."


파쇄의 마녀가 말하던 외부 자극이 이런걸까.

한지수가 떠들어대는 통에 도통 오러심법 내강기가 전혀 효율을 내지 못했다.


"이해해줘요 쌤, 그래도 내가 다른 세상에서 온거 아는 게 쌤 밖에 없어서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니까? 한지수 연기하느라 얼마나 귀찮았는데, 한선그룹에서 나온 보디가드 같은 인간들이 따라 다니느라 그거 피하는 것도 빡셌고... 주말에 신세희한테 수업 받았다더니, 아직 회복 안된거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게임할 때도 티쳐로 신세희는 양성소에 안 넣거든. 하급 헌터 얼마나 깨먹는데.. 일러스트가 그렇게 예뻐도 못 쓴다니까? 잠깐 기다려봐요."


한지수가 인벤토리에서 관상용 수석같은 큰 돌을 꺼내더니 내 배 위에 올렸다.

마신석이 내 심장을 파고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돌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온 몸이 불타는 감각은 한 번으로 족했다.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돌을 내려놨다.


"너 또 뭔가 하려고 하는거지?"

"에이 뭐래요, 푸하하하. 쌤 놀라서 그러는구나?"


나는 그래도 깨름직한 돌을 발로 살짝 밀어냈다.

그러자 한지수가 돌을 다시 들어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놨다.


"쌤, 쌤은 잘 모르겠지만 쌤 지금 역대급 축캐예요. 단순 성장치만 봐도 패을평이나 레온 길리언급이라.. 이게 단순 운빨인지 게임이랑 다르게 실제 현실로는 동료성장폭이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제가 쌤한테 호감도 더 떨어뜨릴 일은 없어요 알겠어요?"


나는 한 쪽 눈살을 찌푸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쌤, 솔직히 쌤 첫 동료로 고른 건, 일단 뒷배경도 없고 내가 예상 못한 이상한 짓하면 뭐.. 처리하기도 쉽고 하니까 쌤 고른 것도 있어요~ 저도 혼란스럽고 워낙 예측 안되는 상태였으니까 위험부담이 적은 쌤이면 되겠다 싶었어요. 근데 지금 쌤 성장치 있죠? 제가 게임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게 단순히 마신석 먹였다고 이렇게 높아지진 않는데 쌤이 절 전적으로 믿어주고 의지를 가져 준 덕분이에요. 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니까요?"

"하나 물어보자."

"뭔데요?"

"너 저 세상에서는 몇 살이었니?"

"그건 왜요?"


공감능력이나 사고능력이 사춘기도 오지않은 미취학아동급이라서 그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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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40 개와 늑대의 시간 - 6 +2 24.04.22 228 15 11쪽
39 ep39 개와 늑대의 시간 - 5 +2 24.04.21 228 10 16쪽
38 ep38 개와 늑대의 시간 - 4 +6 24.04.20 276 13 13쪽
37 ep37 개와 늑대의 시간 - 3 +1 24.04.17 326 18 12쪽
36 ep36 개와 늑대의 시간 - 2 +4 24.04.16 334 16 12쪽
35 ep35 개와 늑대의 시간 - 1 24.04.15 358 18 13쪽
34 ep34 푸른 수염의 사나이 - 3 +3 24.04.14 366 22 11쪽
33 ep33 푸른 수염의 사나이 - 2 +5 24.04.13 398 23 14쪽
32 ep32 푸른 수염의 사나이 - 1 +3 24.04.12 463 20 12쪽
31 ep31 누구나 비밀은 있다 - 2 +5 24.04.11 522 29 12쪽
30 ep30 누구나 비밀은 있다 - 1 +3 24.04.10 542 28 11쪽
29 ep29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4 +5 24.04.09 573 27 12쪽
28 ep28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3 +6 24.04.08 582 24 11쪽
27 ep27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2 +4 24.04.07 644 31 13쪽
26 ep26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1 +8 24.04.06 677 35 11쪽
25 ep25 프롤로그 +11 24.04.05 725 53 13쪽
24 ep24 +5 24.04.04 694 35 14쪽
23 ep23 +1 24.04.03 644 36 12쪽
22 ep22 +2 24.04.02 657 27 11쪽
21 ep21 +1 24.04.01 682 34 11쪽
20 ep20 +1 24.03.31 696 39 12쪽
19 ep19 +1 24.03.30 698 40 11쪽
18 ep18 +4 24.03.29 706 33 12쪽
17 ep17 +2 24.03.28 733 33 11쪽
16 ep16 +4 24.03.27 727 36 12쪽
» ep15 +5 24.03.26 757 44 11쪽
14 ep14 +2 24.03.25 792 40 12쪽
13 ep13 +1 24.03.24 814 42 11쪽
12 ep12 +3 24.03.23 830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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