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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대찬 사나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송담(松潭)
그림/삽화
필로스
작품등록일 :
2014.10.23 21:43
최근연재일 :
2014.12.01 07:0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1,345
추천수 :
3,086
글자수 :
73,009

작성
14.11.28 18:31
조회
3,005
추천
115
글자
10쪽

제 5 장 꼬치구이 1

DUMMY

파장은 여전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잿빛세상이 맑아지면서 안에서 보는 파장 또한 투명하게 변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바깥세상이 훤히 보였다.

잿빛 기운의 정수를 흡수한 대철은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

그의 시력은 이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터였다.

“저 저게 뭐냐?”

대철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몰라서 물은 게 아니었다.

(오 오크다! 오크야! 엄마야, 무서워!)

그때서야 바깥을 보게 된 카스라가 비명을 지르며 대철에게 날아들었다. 녀석은 아예 대철의 등 뒤로 돌아가더니 배낭에 머리를 박았다.

“오크가 아니라 저 도야지 새끼들이 왜 저렇게 많이 있냔 말이야?”

대철이 다시 물었지만 카스라는 아예 대답조차 없었다.

맑은 하늘아래 드러난 바깥세상이었다.

지난번에는 밤이었지만 지금은 환한 대낮이었고 대철의 시력은 한계를 초월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진 눈에 저 멀리 울타리가 보였고 그곳에 오크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게 들어왔다.

예전의 대철이었다면 지금의 자리에서 1킬로미터를 더 나간다고 해도 볼 수 없는 거리였다.

실제로 처음에 낭패를 당하고 돌아 온 곳이 경계로부터 1킬로미터 지점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보이는 오크마을의 울타리를 보지 못했었다.

“저 저것들이 모두 오크란 말이야?”

대철이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하나 실제로 물은 것은 아니었다. 워낙에 어이없는 상황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불과했다.

그것을 자신에게 물었다고 생각한 카스라가 숨도 쉬지 않은 채 대답하고 나섰다.

(오크 맞아. 정말 무섭지? 저 오크들은…….)

대철이 이마를 구겼다.

또 다시 두통이 밀려들고 있었다.

‘아아, 이 녀석 정말 대책이 없어.’

카스라와 이대로 같이 다니다가는 정신이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카스라의 수다는 장난이 아니었다.

“카스라야, 말은 짧고 간결하게 하는 거야.”

마침내 참다못한 대철이 카스라를 향해 엄중히 말했다. 이때까지와 달리 무거운 목소리였다. 거기에 두통으로 인한 짜증을 살짝 얹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스라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대철에게 밀려들던 두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한숨을 돌린 대철이 다시 오크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제법 짜임새가 있는데?”

좀 더 자세하게 놈들의 모습을 살핀 대철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오크마을의 울타리는 꽤나 잘 만들어져 있었다.

“질서도 제법 엿보이고?”

놈들이 몇 마리씩 무리를 이룬 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내린 판단이었다.

“하아, 어찌 이런 일이…….”

대철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런 황당한 상황에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나 이곳은 지구가 아니었다.

“진짜 이상한 세계였구나…….”

그렇게 대철은 이곳이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울타리로 보아 저 도야지 새끼들이 옛날 부족사회처럼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말인데…….”

경계에서부터 시작된 길은 오크마을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고 그 중간에 다른 장애물은 없었다. 더군다나 경계는 언덕위에 있었고 초입을 조금 지나면 경사가 잠깐 이어지다가 다시 평탄한 길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대철이고 보니 5킬로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리였지만 오크마을을 보는 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

“카스라, 오크들이 있는 곳에 원래 마을이 있었나?”

대철이 카스라를 보았다.

(없었어.)

좀 전에 했던, 대철의 짧게 그리고 간결하게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카스라는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 짧기만 한 단답형의 대답에 왠지 불만이 섞인 것 같았다.

“카스라, 불만 있나?”

(없어.)

카스라의 대답은 여전히 짧고 불퉁스러웠다.

하나 대철은 녀석의 그런 불만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연히 어르고 달랜다고 했다가 또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그땐 정말 대책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허어,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꽤나 숫자가 많아 보이는 오크 마을이었다.

대철은 그곳을 지나가야만 한다.

그냥 보기에도 상당히 흉험한 놈들이었다.

코밑으로 뻗어 나온 송곳니는 얼마나 날카로운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했다. 거기에 부리부리한 눈과 울퉁불퉁한 근육들은 대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보던 돼지새끼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능까지 있는 놈들이었다.

단전의 기운이 도토리 크기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꽤나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호기를 부리며 여유로워 보이던 것은 오크 다섯 마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지금은 그것과는 완전히 규모가 달랐다.

하나 그렇다고 기가 죽을 그가 아니다.

예전에 아프리카에서는 이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었다.

“그래봐야 도야지 새끼들이지. 어쨌든 좀 더 알아보는 게 좋겠다.”

혼자 중얼거린 대철이 마침내 안전지대의 파장을 통과해 바깥세상에 발을 들였다.

“자근자근 짓밟아 주마, 이 도야지 새끼들…….”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데도 그는 스스로 감격에 젖었다.

“도야지 새끼들아, 내가 왔다! 이 남대철이 왔단 말이다!”

대철은 스스로 도취된 기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자신이 살던 세상이었다면, 더구나 지금처럼 적과의 조우를 앞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오크마을과의 거리가 워낙 멀었다.

그러다보니 대철은 자신이 하는 말을 놈들이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대철은 오크가 몬스터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리고 몬스터라는 것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전혀 모르면서도 섣불리 행동하고 있었다.

놈들을 간과했던 것이다.

하나 몬스터는 일반적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예민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크라는 놈들은 최상위 포식자로 분류되고 있었다.

놈들은 귀가 밝고 냄새를 잘 맡았다.

그런 쪽으로는 정평이 나있는 견공들보다도 청각과 후각이 더욱 예민했다.

“으응? 저 놈들 뭐야?”

대철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을에서 갑자기 오크들이 뛰쳐나왔는데 놈들이 달리는 방향이 바로 그가 있는 경계 쪽이었다.

오크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놈들은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아직도 거리가 멀었지만 대철이 놈들을 보는 것처럼 오크무리 또한 그가 지른 소리와 냄새를 맡은 터였다. 오크 마을과 대철이 있는 곳은 거의 5킬로미터쯤 되는 거리였음에도 그들은 서로를 알아 본 것이다.

“뀌이이익! 인간이다!”

“뀌익! 먹거리가 저기 있다!”

흉측한 몽둥이와 손도끼를 든 채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오는 오크 떼는 그 자체로 공포였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의 얘기였다.

대철은 그저 조금, 그것도 아주 잠시만 당황했을 뿐이었다.

지구에서 숱하게 치러왔던 전투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의 경지는 예전에 땅바닥을 뒹굴며 안전지대로 피신했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결국 그는 놈들이 질러댄 소리에 인내를 버렸다.

“머 먹거리? 내가 먹거리라고? 이런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도야지 새끼들이 감히!”

대철이 대뜸 노성을 터트렸다.

잔뜩 분노한 그가 오크 떼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 그의 전신에는 어느새 단전의 기운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운이 퍼짐으로 인해 옷으로 감추어지지 않는 부분의 피부가 잿빛으로 변했지만 대철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워낙에 분노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그는 온 신경을 오크에게 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크 떼는 더욱 많아 보였다.

“뭔 놈의 도야지 새끼들이 저렇게 많아!”

대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얼추 헤아리기에도 스무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 스무 마리였다.

그렇게 2미터에 달하는 흉측한 몰골의 오크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오고 있었다.

하나 그는 달려가던 것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성질을 부렸다.

“나를 보고 감히 먹거리라고? 아아, 그래. 생각났다. 저번에는 꼬치구이라고 했었잖아? 싸가지 없는 것들, 모조리 바비큐로 만들어 주마.”

대철이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동안 오크 떼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뀌익! 먹거리가 뭐라고 떠든다!”

“말 많은 인간은 고기가 질기다! 뀌익!”

“저거 말 못하게 막아야 한다. 뀌이익!”

“먼저 때린 오크가 반을 먹는 거다! 뀌익!”

오크들이 질러대는 소리는 고스란히 대철의 귀에 들렸다.

“이런 바비큐 새끼들이! 우아아아!”

꼭지가 돈다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의 대철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주 주인님, 무섭다. 엄마아! 나 집에 갈래! 엉엉, 오크도 무섭고 주인님도 무서워 엉엉!)

“카스라! 조용히 해! 도야지 새끼들 때문에 가뜩이나 시끄러운데 너까지 그러니까 더 정신이 없잖아!”

(히끅!)

대철이 느닷없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자 놀란 카스라가 울던 것도 잊고 딸꾹질을 해댔다.

“어떻게 된 놈의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대철이 또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벌어진 이 모든 소란의 시작이 바로 안전지대의 경계를 벗어나면서 질러댔던 자신의 포효 때문이었음을 대철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히끅!)

등 뒤에서 카스라가 딸꾹질을 해댔다.

“뀌이익! 먹거리가 저 앞에 있다!”

“나는 꼬치구이를 해 먹을 거다. 뀌익!”

“우아아악! 시끄러워!”

대철의 입에서 급기야 괴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 질러댄 소리에는 그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산천초목이 부르르 떨다가 잎을 축 늘어트렸다.

그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며 대철을 먹거리로 생각하던 오크 떼 또한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그렇게 미끄러지며 멈췄다.


작가의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네요.

저는 오늘 같은 날이 참 좋습니다.

비를 좋아 하거든요.

한 편 올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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