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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대찬 사나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송담(松潭)
그림/삽화
필로스
작품등록일 :
2014.10.23 21:43
최근연재일 :
2014.12.01 07:0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1,339
추천수 :
3,086
글자수 :
73,009

작성
14.11.20 00:38
조회
3,804
추천
143
글자
9쪽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3

DUMMY

커다란 입술이 대철의 눈앞에 둥둥 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일반적인 게 아니고 온통 시커먼 색깔의 두툼한 입술이었다.

(이게 제 모습입니다. 아공간 개식이 주인님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도 도대체 정체가 뭐냐!”

(저는 아공간 개식이입니다. 주인님의 휴대용 개인 창고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엇이든 보관하고 꺼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명령어를 정해 주십시오.)

개식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철은 갈수록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정말 꿈에서도 생각 못했던 기연이었다.


말 한마디면 모든 게 가능했다.

“주둥이 나와.”

대철이 신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모습은 개구쟁이가 마음에 쏙 드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공간의 이름도 바꿨다.

두텁고 시커먼 입술 모양은 개식이보다는 주둥이가 훨씬 잘 어울렸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아공간 또한 개식이보다 주둥이라는 이름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물론 대철의 느낌일 뿐이었지만.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주둥이 열어.”

대철의 명령에 주둥이가 입술을 쩍 벌렸다.

그러자 주둥이의 입 속에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생수병 두 개와 잡다한 물품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철은 세 개의 무기를 제외하고는 몸에 지닌 게 없었다.

그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것들을 모두 주둥이의 공간에 들여놓았던 것이다.

‘뱉어.’

대철이 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직접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마음만 먹어도 알아듣고 지시를 따른다고 했다.

하나 주둥이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왜 안 뱉어?”

(뱉어야 할 물품을 지정해 주십시오.)

감정이 깃들지 않은 말이었다.

대철은 아차 싶었다.

‘생수병 하나 뱉어.’

의지를 품어 지시를 내림과 동시에 대철은 생수병의 이미지를 그렸다.

주둥이의 내부 공간에 있던 생수병이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생수병을 잡으려던 대철이 멈칫했다.

“허공에 띄우지 말고 내 손에 줘 봐.”

혹시나 싶어서 해 본 말이었다.

굳이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려는 참이다. 하나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마 그 정도까지 가능할까 싶었던 것이다.

“헉!”

대철이 헛숨을 들이켰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생수병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이거 정말 편리하잖아!’

대철의 입이 귀에 걸렸다.

아공간 주둥이는 그저 물건을 보관하고 꺼내는 데 사용하는 창고가 아니었다. 녀석은 주인이 필요로 하는 곳에 물건을 직접 전달까지 해 주는 훌륭한 심부름꾼이었다.

주둥이의 능력에 한껏 고무된 대철은 그 뒤로도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보았다.

‘한계가 있다는 말이지.’

녀석은 주인인 대철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반경 십 미터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둥이를 10미터 거리에 놓고 대철이 멀어지면 녀석은 그의 속도에 맞춰 따라왔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만큼은 대철의 의지에 따라 어느 곳이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또 어떤 물건이든지 먹고 뱉어내는 게 가능했다. 다만 살아있는 것, 다시 말해서 생물은 해당되지 않았다.

잘만 활용하면 손 안대고 코를 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철은 주둥이를 보다가 자신을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무기인 대검과 쌍수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흐음, 굳이 세 개가 다 필요할까…….’

쌍수도를 쓸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주둥이한테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넣어두었다가 10미터 안쪽에 적이 나타났을 때 눈앞에서 뱉어내게 하면 상당히 위협적이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대철은 그것을 연습해 보았다.

무기는 쌍수도였다.

‘으음, 너무 길어.’

그렇다고 대검을 넣기에도 그런 것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인 때문이다.

대철은 한참을 고민했다.

‘하긴 내가 언제부터 무기에 의존했다고…….’

잠깐 아쉬운 눈으로 대검 한 쌍을 바라보던 대철이 마침내 그것들을 주둥이에 넣었다.

쌍수도와 달리 대검은 길이가 짧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먹고 뱉어내는 게 조금 더 빠르면 좋겠는데 이게 연습으로 가능할까…….’

대철은 그렇게 주둥이에 대해 하나하나 파악해 나갔다.

‘주둥이 닫아.’

대철의 명령은 주둥이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공에는 시커멓고 두터운 입술만이 남았다.

대철은 이내 주둥이를 돌려보냈다.

“좋구나…….”

뒷말의 여운을 남기며 대철이 웃음을 지었다.

생각도 못했던 장소에서 평생 있을 수 없는 기연을 얻었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허어, 내가 세상에서 한 게 뭐가 있다고 이런 기연이 주어졌을까…….”

나직하게 중얼거린 대철이 하늘을 보았다.

맑았다.

잿빛으로 가득하던 세상이 아니었다.

“하늘의 뜻이려니…….”

지금 그의 얼굴은 참으로 신비로웠다.

얼핏 볼 땐 험한 인상이었다.

하나 조금 더 보면 지극히 인자하고 자비로웠다. 그리고 가만히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의 얼굴 안에는 인간 세상의 온갖 감정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뿌드득!

어느새 예전의 험상궂은 얼굴로 돌아 온 대철이 눈을 부릅뜨며 이를 갈아댔다.

“이제 오크 통구이를 맛 볼 것이야. 그리고 특히 그 놈, 활을 들고 있던 놈만큼은 특별히 대우해주마.”

대철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치욕도 그런 치욕이 없었다.

변종 돼지에 불과한 놈에게 말이다.

폼생폼사를 외치던 그가 땅바닥을 뒹굴면서 간신히 달아난 상황이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솟구쳤다.

대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몸 안에 기운이 충만했다.

그 기운을 끌어올리자 그의 전신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크 따위는 한 트럭이 몰려온다고 해도 단숨에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 대철은 이내 얼굴빛을 굳혔다.

“먼저 왔던 이들은 모두 오크에게 당했다고 보는 게 좋을 거야…….”

정황상으로 보아 거의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복수를 겸해서 도야지 새끼들이 보이는 족족 자근자근 밟아줄 것이야.”

복수 운운하는 그의 모습은 비장해 보였다.

“이제 가자, 도야지 새끼들을 밟으러!”

대철은 이내 마음을 다졌다.

“어?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해?”

일어나려던 대철이 뭔가 잃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왠지 쇠붙이 더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둥이를 만나 씨름하다 보니 워낙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제야 언덕을 이루었던 쇠붙이들이 엄청 줄어 있음을 알아보았다.

“허어, 기사로다…….”

대철이 망연히 중얼거렸다.

“하긴 알 수 없는 세상이니까.”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지만 대철은 곧바로 수긍했다.

그는 없어진 쇠붙이들을 찾는다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원인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쇠붙이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도야지 새끼들부터 밟아줄 것이야.”

그의 말투가 왠지 가볍게 들렸다.

행동거지 또한 예전과 달랐는데 어떻게 보면 다소 경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높은 경지에 오르다보니 모든 면에서 여유가 생긴 때문이었다. 자신감과는 또 달랐는데 여유로움은 그만큼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대철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르니까 생존자도 찾아보고.”

당당하게 의지를 표현한 대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왜 이리 어지러워?”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비틀거리는 몸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대철은 결국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쇠붙이 더미의 변화를 뒤늦게 알아챈 것처럼 긴장이 풀리자 몸의 현재 상태에 정신이 적응을 하게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몸이 왜 이래?”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자신을 돌아 본 대철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말 황당하게도 그의 몸은 비쩍 말라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하도 어이가 없어 물었지만 대답할 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스스로가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아는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은 답답함을 이길 수 없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또 다시 놀랄 일이 벌어졌다.


작가의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독자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울산 현장에 당분간 일이 없어서 구리쪽으로 가게 됐습니다.

오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짐 정리하느라 정신 없네요.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연재분을 지금 올립니다.

죄송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날이 정말 추워졌습니다.

겨울철 감기 조심하시고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덧붙여  댓글로 힘을 실어 주시는 분들과,  또 흔적을 남기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해주시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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