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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99의 과학과 1의 판타지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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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6.08 19:04
최근연재일 :
2016.09.26 21:4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70
추천수 :
14
글자수 :
52,943

작성
16.06.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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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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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3

DUMMY

해는 어느 덧 천장의 중점에서 이글거리는 잔디를 연출한다. 샤프를 책갈피 삼아 노트를 접어두고 급식실로 향한다. 에어컨 특유의 냄새. 교실과 마찬가지로 빈자리가 가득한 구내식당. 분위기는 공기의 온도처럼 삭막하기 그지없다. 모든 학생은 묵묵히 기계처럼 밥을 먹는다. 대화를 나누어 봤자 잃어버릴 친구만 만드는 꼴이다. 그래서 친구 한 두명쯤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지루한 일상인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해버리면 옆의 빈 자리를 채웠던 무덤 속 학생에게 실례다. 무덤에 조차 묻히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오늘도 살아남은 것을 감사하며 식사를 시작한다. 고기 냄새가 코를 찌르며 군침을 돌게 만든다. 나이프로 냉동 돈까스를 썰으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

하얀 머리의 인형같이 아름다운 소녀. 그리고 그 소녀가 쓰고 있었던 모자에 새겨진 클랜마스터의 상징.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고 있기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꿈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뮤튜브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을 보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고 실감나게 해준다. 나는 얼마 안되는 정보가 담긴 '클랜안내서'앱에서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기술을 찾는다. 'landmessiah' 적절한 기술 이름 이었다. '메시아' 오늘 아침에 본 소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구원자였다. 찬란한 빛줄기들로 부서지는 밤.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파란빛. 사람들을 전율시키는 대지의 울림. 그리고 아름다운 소녀?..그건 제쳐두더라도 그녀의 화려한 기술은 가볍게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매일매일을 썩어가며 보내는 우리들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처럼.

클랜은 우리들로 하여금 되지 못함에도 그것에 갈망하며 존경하고, 매료되며, 꿈으로 삼게하는 이상하면서도 당연한 아이러니에 빠지게 만든다. 어쩌면 역사에 서술된 '아이돌'이라는 존재와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돌'이라는 거만하고 잔인한 직업과는 달리 클랜은 그들의 정보에 대해 매우 폐쇄적이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과 기술이름, 1등급의 경보를 울리며 네임드를 가지게 된 괴물들이 기술된 '안내'앱이 다였다.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클랜이라는 직업이 당당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것에는 혹시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해서의 이유인가라고 자유롭게 상상해본다.

얼마안되는 양의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다시 기계처럼 걸어간다. 괴물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자금 및 양식 면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글자 한자라도 머릿속에 더 집어넣기 위해서. 이런 방식은 사회적으로 봤을때 너무 비실용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간간이 떠오르다가 곧 영어단어에 의해 치워진다.

하교. 스산한 공기가 감도는 인공 빛으로 밝아진 도심을 걷는 나. 밤문화가 발달한 나라답게 밤일 수록 거리가 더욱 활발하다. 분식을 파는 포장마차, 노래주점, 건물 벽에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LED간판, 그리고 모ㅌ... 포장마차는 가끔식 이용하지만, 노래주점 같은 경우는 노래에 취미가 있더라도 일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는 지금에 와선 거의 상류층의 문화나 다름 없었다. 저런 곳에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금수저이거나 부자들이다. 지금도 내 옆으로 스윽 지나가면서 노래방에 입장하는 남녀가 보인다. 규정을 따라 학교에서 500m 떨어지게 지어지는 유흥문화제도 덕분에 그나마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그림 안의 떡 같은 광경을 보지 않기 위해 상가를 피해 가끔씩 멀리 돌아가는 학생도 있으나, 걷는 시간도 아까워 하는 나는 앞만 보고 묵묵히 걸어간다.

기계같은 일상을 보내던 내게 무언가 변화가 일고 있음을 느낀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마음에 동요가 일기 시작한다. 혹시 내가 클랜에 입단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증거는 없지만 입소문에 따르면 클랜에 속한 사람은 은하관리위원회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만큼 굴려다녀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기계같은 삶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난 초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미래가 보인다. 아마도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고시에 합격하고,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노후를 보내고, 안락하게 죽는다. 만약 괴물에 의해 목숨을 잃지 않는다면.

맞다. 학교에 다니는 모두가 볼 수 있는 미래다. 사실 초능력은 아니다. 그만큼 미래가 눈에 선할 뿐. 그렇다면 클랜에 입단하면? 존경의 눈빛을 받으며 사람들을 구원하고, 지원금으로 삶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클랜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클랜에 입단하면 믿기지 않는 보너스가 있다. 생명동결, 영원한 삶, 불로불사. 10세 쯤에서 25세 사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상능력발현을 생각하면 그것은 환상의 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의욕을 흘리며 입단을 요청할 만한 조건이다. 통계에 따르면 능력을 가진 이들은 수백억명에 이르지만 클랜에 입단할 수 있었던 능력자는 196명밖에 안 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입단에는 완벽한 보상만큼이나 완벽한 조건이 뒤따른다. '행성단위의 물질을 일격으로 격파할 것'이다. 나는 금세 클랜이 내건 조건을 자신에게 상기시키며 잡념을 지운다. 어느새 환한 밤거리를 지나 가로등만이 비추는 주택가 도로변을 걷고 있다. 공터를 지나던 중, 나는 장난삼아 공터를 향해 팔을 뻗어본다. 괴물을 제거할 때 어느 군인이 불을 사용하면서 취하던 자세를 그대로 따라한 것 이었다. 팔을 뻗은 쪽으로, 공터에 자그마한 폭발이 발생하였다. 반짝이다 사라진 불씨와 함께 풀이 타는 냄새가 미약하게 전해져온다.


"응?"


'내가 한 건가?' 주변을 돌아본다. 담장과 도로 사이사이를 비추는 가로등과 전봇대 말고는 없다. 다시 한 번 팔을 뻗어본다. 펑ㅡ 내 손에서 능력이 나왔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뒤돌아본다. 같은 반의 루시가 전봇대 뒤에 서있었다. 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아나.. 장난하지마."

"미안 재미있어보여서."

"하나도 재미없다."


숨죽여 웃는 루시를 진지하게 노려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온 청아한 갈색머리. 쌍꺼풀 아래로 듬성듬성 주근깨가 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루시는 폭염능력자이다. 조금 전 내가 팔을 뻗었던 공터에 그녀가 대신 폭염을 일으킨 것 이다. 덕분에 완벽하게 착각했다.


"그보다 회장, 집이 이 근처였어?"


평소 능력자와 비능력자는 편이 갈리며 서로 말을 걸지 않지만 루시의 경우는 특별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나 뿐 만이 아니라 다른 비능력자들에게도.


"응, 너도?"

"아니 난 잠시 친구 집에."

"이 시간에?"


그러자 루시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왼쪽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나..난 먼저 가볼께. 내일 보자."


그리고 급하게 사라진다. 능력자 만의 일이 있는 걸까? 그녀도 리스트에 등록되어 있을 테니.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능력이 발현되었다는 환상에 잠시 두근거렸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작가의말

아 한 달 쉬었더니 글 쓰는 속도가 가관이 되었어. 1시간동안 1000자..흙흙..


간간이(사이사이) 간간히 (음식 간, 매우 간절하게)


아니 근데, 밤마다 컴퓨터로 글 쓰고 있으니까 내가 인터넷 도박하는 줄 아네? 어이가 없어가지고. 근데 소설 쓰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으니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지..


아이돌은 직업설명 기술이 바뀌어야 겠어요. 대중이 보면 위험한 내용을 감추기 위해 필요할 때 써먹는 가림패. 그래서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에 뜨면 외신 뒤져봄. ..ㅈㅅ, 내 성격이 원래 이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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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3 16.07.25 20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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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7 16.07.06 13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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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1 16.06.15 21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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