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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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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333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2.06 08:00
조회
189
추천
18
글자
8쪽

인디언 동굴 (1): 전생

DUMMY

"이곳은 추장이나 제사장으로 추대된 인디언들이 수행하던 곳입니다. 아무나 올 수 없었던 아주 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동굴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깊게 패여 있어서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이름이 샤먼스 케이브 Shaman’s Cave이군요."


윌은 스티브가 하는 설명을 들으며 동굴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오른쪽 벽 중간에는 어른 키 만한 높이로 둥그스럼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창문 같았다. 창문으로 바싹 다가가자 절벽 아래 너머로 올라올 때 보았던 짙푸른 작은 호수가 보였다. 넘실거리는 호수 위로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들이 거울처럼 그대로 비쳤다.


"맞습니다. 이곳에 며칠 동안 단식을 하며 대자연의 정령에게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검증을 받거나, 부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신비한 약초를 태우며 노래를 부르고 기도하면서 답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장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수행장소로도 쓰였다고 하지요.

이곳에서 명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시도록 하라고 마스터 Z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마치실 때까지 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스티브는 자신이 기다릴 곳을 알려주고는 윌을 남겨둔 채 바로 자리를 떴다.


아니, 그렇다고 이런 곳에 이렇게 혼자 남겨두다니.


윌은 스티브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러라고 했지만 혼자 동굴에 남겨지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후두둑


얕은 잔목이 자라난 사막에 짧은 단비가 내렸다. 동굴 맞은편의 붉은 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켜켜이 얹혀진 웅장한 시크릿 마운틴 위로 무지개가 떴다.

태양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뾰족한 봉우리와 봉우리들을 거쳐 대지로 연결되는 무지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대자연이 주는 장관이었다.


이왕 이렇게 왔으니.


무지개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윌은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입구를 향해 자리를 잡았다. 시크릿 마운틴이 정면으로 보였다.

호수를 내려다보았던 동굴 창문으로 멀리 몸통과 가지 전체가 소용돌이치듯 꼬여 있는 소나무와 향나무 몇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윌은 전날 스티브가 가르쳐 준 대로 푸른 하늘과 시크릿 마운틴이 맞닿은 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역시 하늘과 산이 맞닿은 부분에서

아지랑이같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에너지가 보이는군.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을 따라

백색의 에너지 띠가 저렇게 아름답게 산을 감싸고 있다니.

산이 춤을 추는 구나.


윌은 세도나에 온 지 불과 이틀째였지만 대자연을 느끼며 표현하는 것이 무척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이곳에 오면 다 예술가가 된다고 하더니.


윌은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도 놀라며 빙긋이 웃었다. 그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숨이 점점 길어지면서 생각이 가라앉자 가슴에 따뜻한 기운과 잔잔한 평화로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윌은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오래전 거룩한 침묵과 마주했을 인디언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한 인디언 소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홀로 성인식을 위해 숲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백인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인디언 소년이었다.


둥! 둥! 둥!


귀에는 희미하게 동물가죽으로 만든 북소리가 들렸다. 죽은 소년을 찾다가 슬픔에 빠진 가족들, 그들을 위로하는 긴 머리를 내려뜨린 추장, 그리고 그의 옆에 알록달록 색색으로 짠 가느다란 머리띠를 두르고 왼쪽 귀에 새 깃털 장식을 꽂은 어여쁜 소녀도 보였다.


윌은 연이어지는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숨이 막힐 듯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오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윌, 오늘은 어떠셨습니까?”


마스터 Z가 호텔로 돌아온 윌을 접견실에서 맞으며 물었다. 그는 윌을 손님이라기보다 오랜 친구를 만난듯이 가깝게 대했다.


"아주 신기한 체험을 했습니다. 환영을 보았어요. 분명 환영이었습니다. 한 인디언 소년이 가족을 떠나 성인식을 치르기 전에 죽는 장면이었습니다. 슬퍼하는 그의 가족과 추장, 추장의 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환영을 보며 제 가슴에 통증이 오고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 느낌이 참 묘했습니다. 낯선 환영을 보고 그렇게 슬퍼하다니 말입니다."


"환영이 아니라 전생을 보신 거군요."

"전생? 그런 것이 정말 존재한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그 인디언 소년은 바로 윌 자신이었습니다. 세도나에서 전생을 보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이죠."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그런데 왜 그렇게 슬펐을까요?"

"인디언 소년의 영혼에게 슬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못다 한 삶에 대한 미련과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들이었겠죠.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던 동족이 이주민들에 의해 무력하게 사라져 가는 운명에 대한 회한도 있었을 것입니다.

전생을 보게 되면 그런 감정들이 그대로 재현되며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전생이라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요."


"세도나는 지구에 있는 21개의 강력한 볼텍스 중 네 개가 있는 곳입니다. 붉은 바위들 아래 묻혀 있는 거대한 수정의 힘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 강력하고 순수한 에너지가 우리 내면의 깊은 무의식을 정화시켜 주고 열어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입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신비함이 풀리는 곳이지요."

"인간의 뇌에 그런 기능이 있다면 그럼 누구에게나..."

"그렇습니다. 아마 단선적인 기독교의 생사관에 익숙하시다면 이해가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말한 천당과 지옥이란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로지 한 번뿐인 삶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면요?"

"윤회하는 삶을 알고 나서 사람들이 깨달음을 미루며 삶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었던 것이지요. 지역마다 사람들의 문화와 인성이 다르니까요. 경전을 은유적인 내용으로 보고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실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또 다른 체험은 없으셨나요?"

"그런데 더 신기한 일은 영상이 보이고 나서 갑자기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였습니다. 동굴에는 저 혼자였는데요. 잠들지 않아서 꿈은 아닌 게 분명하니 그거야말로 환각이 아니었을까요?"


마스터 Z가 윌의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제가 듣기에... 사실 정말 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느낌이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여간 자신은 '마하스카'라는 이름의 인디언 야바파이족 추장이었는데, 제가 동굴에 온 이유를 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나는 그대가 오랜 방황 끝에 이곳에 당도했음을 안다."


윌이 물었다.


"방황이라니요. 제 인생은 그 누구보다 도전적이었고 지금까지 충분히 그 보상을 받고 누리며 성공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런 부족함도 어려움도 없습니다."

"형제여, 그렇다면 그대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모...모르겠습니다. 무언가에 이끌려왔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저 자신도 아직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형제여, 그대가 누려 온 행복과 기쁨 너머의 무언가를 찾고 있어서가 아닌가?"


그런 것이었나?


윌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형제여, 그대가 세상의 어떤 도전에 맞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게 된 이유를 발견하라! 그대가 가진 위대함을!"


위대함?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의 영혼이 찾고 있는 소리를 들어라! 영혼의 소리를 믿고 따르라! 그대를 축복하노라!"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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