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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전직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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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작품등록일 :
2015.04.12 14:52
최근연재일 :
2015.04.30 07:4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7,828
추천수 :
15,556
글자수 :
68,374

작성
15.04.29 00:03
조회
23,096
추천
719
글자
8쪽

전직의 거인 -20-

DUMMY

/


“크히이이익!”

까마귀 머리 괴물이 날카로운 칼날로 쇠붙이를 긁어대는 듯한 비명인지 포효인지 모를 괴성을 터트리며 아래로 길게 구부러진 부리로 헌터들을 마구 쪼기 시작했다.

쩡!

쩌엉!

쩡!

안쪽은 넓적하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호미 같은 부리가 바닥에 꽂힐 때마다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땅이 울렸다.

까마귀 머리 괴물에게 접근해 있던 헌터들은 신체 능력이 강화되는 전사형으로, 부리 공격을 모두 피해내긴 했지만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울리는 것까진 예상을 못 했던 탓에 몇 명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꺄악!”

“아, 안 돼!”

“실드! 빨리 실드!”

“어어어!”

“빨리빨리!”

골든 파티의 헌터들이 일제히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르고 보호막을 치는 보조 마법계 헌터들을 향해 일제히 고함을 쳐댔다.

“크히에에에엑!”

또 다시 괴성을 토해낸 까마귀 머리 괴물이 조금 뒤로 젖히고 있던 머리를 그대로 헌터들이 쓰러져 있는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다.

“꺄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악!”

다시 헌터들의 비명이 터졌고, 다음 순간 허공에서 빛이 번쩍 했다.

후웅!

쩌정!

천만다행으로 보조 마법 계열의 헌터 셋이 연달아 돔 형태의 광범위 방어막을 늦지 않게 쳤고, 그 방어막들이 겹쳐지면서 까마귀 머리 괴물의 부리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광범위 돔 방어막이 3개나 겹쳐졌음에도 2개는 그대로 깨져나가 버렸고 1개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강하다!’

골든 파티의 파티장 함찬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광범위 보호막 3개를 겹쳐 쳤는데도 한 번의 부리 공격에 2개는 파괴가 되고 1개도 거의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자 심장이 조여들고 목덜미가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골든 파티가 그동안 잡은 화이트 박스의 괴수는 총 7마리로 그 중 2마리는 D-등급의 괴수도 있었다.

그때도 고전을 했었다. F등급의 화이트 박스에서 나온 괴수도 블랙 박스의 몬스터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지만 D-등급의 괴수는 정말 위험했다.

하지만 결국 D-등급의 괴수 2마리도 사냥에 성공을 했었다. 다른 파티들과 달리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열매는 아주 달콤했었다.

그래서 함찬식은 이번 D-등급의 화이트박스 레이드 의뢰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승낙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조금 후회가 되었다.

저번에 잡은 D-등급의 괴수 둘보다도 훨씬 더 강한 개체다. 같은 등급의 화이트 박스에서 나온 괴수라 해서 전투력이 다 같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두 괴수의 스탯 수치가 같다고 전투력과 항상 등호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레이드 의뢰를 할 때 몬스터나 괴수의 스탯을 볼 수 있는 아티팩트인 스탯을 보는 망원경 ‘유진’으로 괴수의 스탯 정보를 보여준다.

화이트 박스에서 오픈 전조 현상이 생겼을 때 화이트 박스를 망원경 렌즈에 담기만 해도 괴수의 스탯 정보가 뜨는 터라 레이드 파티는 그 정보를 보고 의뢰를 승낙할지 거절할 지를 정할 수 있었다.

그때 본 까마귀 머리 괴물의 스탯 수치는 이전에 사냥했던 D-등급의 괴수들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막상 전투를 해보니 긴 부리를 이용한 찍기 공격이 굉장히 위협적이고 또 까다로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전사형 헌터들 접근 금지! 대기대기! 마법사와 이능력 헌터들만으로 사냥합니다!”

함찬식이 오더를 내렸다.

전사형 헌터들을 쓰려고 하다간 아까와 같은 상황이 또 나올 테고 그때는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파티원의 죽음은 파티 해체를 부른다. 레이드 중에 일어난 파티원 사망이 가장 많은 파티 해체의 이유였다.

그리고 무능한 정부라는 국민들의 비난과 지탄을 가장 두려워하는 정부 또한 사망자가 나오는 걸 가장 우려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망자가 나오게 되면 그 파티는 아무래도 다음 괴수 레이드 의뢰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든 파티의 화력은 거의가 장거리 딜러라 할 수 있는 마법사형 헌터와 이능력 헌터들이 맡고 있었다.

“김민기 씨가 유인, 보조 마법 헌터 분들은 김민기 씨한테 방어막 집중시킵니다.”

김민기는 창을 쓰고 순발력 스탯이 골든 파티의 전사형 헌터들 중 가장 높은 헌터였다.

그런 그가 어그로를 끌고 장거리 공격 헌터들이 마법과 이능을 써 공격한다면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사냥은 가능할 것 같았다.

화이트 박스 괴수의 특성인지 아니면 돔 실드에 그런 효과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화이트 박스 괴수의 경우는 어그로가 튀는 경우가 없었다.

3대 파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역시 괜히 3대 파티가 아니야. 돔 실드 밖, 골든 파티의 레이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함찬식의 판단력은 정확했고, 까마귀 머리 괴물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기 시작했다. 데미지가 쌓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냥 시작 후 7시간, 드디어 골든 파티가 D- 화이트 박스에서 나온 까마귀 머리 괴수의 사냥에 성공했다. 돔 실드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


골든 파티가 막 후암동 괴수 사냥에 성공한 직후, 현장의 분위기와 달리 헌터부의 회의실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했다.

“저번 D-사냥에 몇 시간이나 걸렸지?”

헌터부의 최선기 과장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푸른 늑대 파티는 2시간 11분, 히어로즈 파티는 2시간 45분, 골든 파티는 3시간 22분이 걸렸습니다. 아, 히어로즈 파티의 경우는 전사자가 둘 있었습니다.”

최선기 과장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골든 파티가 3대 파티들 중에서 최약체 파티로 평가되고 있지만 화이트 박스 사냥에서는 오히려 히어로즈 파티보다도 선방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사냥에서는 전사자가 나올 뻔한 위기가 수차례 있었고 사냥 시간도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렸다.

화이트 박스의 괴수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점점 강한 개체가 담긴 화이트 박스가 열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3대 파티들 중에서 화이트 박스 괴수 사냥 도중 파티가 전멸하는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C등급 화이트 박스와 B등급, A등급 화이트 박스가 열리게 된다면?

아직 D등급 이상의 화이트 박스가 열렸다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화이트 박스들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열린다.

D-등급의 화이트 박스 괴수도 이렇게 고전을 하는데 과연 한국의 3대 파티가 C~A등급 화이트 박스의 괴수들을 사냥할 수 있을까?

최선기 과장은 고개를 저었다. 3대 파티로는 턱도 없다. C등급 화이트 박스가 열리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레이드 강국인 미국과 일본, 독일에 있는 파티라면 C등급 괴수 사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들도 B~A등급의 괴수는 막아내지 못한다. 최선기 과장만이 아니라 헌터부 소속 직원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미래는 암울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요 근래 조금 바뀌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암울하게만 보이던 미래에 희망이 생겼다.

“자이언트가 지금 몇 미터지?”

최선기 과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12미터입니다.”

거인형 헌터, 사람들 사이에서 자이언트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정직한은 괴수형 헌터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불문율을 깨부쉈다.

사냥한 몬스터를 먹으면 성장한다. 몸집이 커지고 스탯 수치까지 증가했다. 조금 크다가 말거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이언트는 5미터에서 현재 12미터까지 자라났다. 스탯을 보는 망원경 유진으로 본 거인의 1000이던 생명력은 5000이 넘었고 300이던 근력은 750이 넘었다.

그야말로 괴물!

아군, 우리 편에 있는 괴물이었다.

“화이트 박스의 괴수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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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직의 거인 -4- +21 15.04.15 24,440 678 7쪽
4 전직의 거인 -3- +17 15.04.14 25,915 635 6쪽
3 전직의 거인 -2- +22 15.04.13 27,057 668 7쪽
2 전직의 거인 -1- +31 15.04.13 29,504 70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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