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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전직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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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작품등록일 :
2015.04.12 14:52
최근연재일 :
2015.04.30 07:4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7,829
추천수 :
15,556
글자수 :
68,374

작성
15.04.24 09:06
조회
23,400
추천
654
글자
7쪽

전직의 거인 -13-

DUMMY

그런데 전기 늑대의 시체는 크레이터 안에 보이지 않았다. 옆으로 피한 것이다.

“크르릉, 커헝!”

절호의 기화라고 생각했는지 놈이 전력을 다한 듯한 포효를 터트리며 달려들어 내 왼쪽 다리를 커다란 주둥이로 물어뜯었다.

그러나 내 물리방어력은 항마력보다도 높은 452. 생체기가 좀 났을 뿐 전기 늑대의 이빨은 거인이 된 내 피부를 뚫지 못 했다.

붕!

콰직!

주먹을 머리 높이에서 그대로 내리찍자 전기 늑대가 퍽 터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걸로 끝.

변신을 해제하고 벗어둔 옷을 입은 나는 드랍템으로 나온 그린 마정석과 강철 방패를 주워들고 사냥터를 나갔다.


/


“엄청나군.”

자이언트, 정직한의 전투가 끝나자 10대 클랜 중 한 곳인 엘리트 파티의 장거리 딜러 겸 스카우터를 맡고 있는 한수찬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전기 늑대를 저렇게 간단히 잡을 수 있다니, 그것도 파티 사냥도 아닌 솔로잉으로.

항마력이 얼마나 높은지 실드 없이는 스치기만 해도 즉사인 전기 늑대의 전격 공격은 자이언트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강철 방패와 갑옷도 단숨에 깨부숴버리는 이빨은 자이언트의 피부조차 뚫지 못 했다.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는, 자이언트의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전기 늑대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라니. 저 정도의 전투력이면 70등급 80등급의 박스 몬스터들도 혼자서 사냥이 가능할 터였다.

더 무서운 건 자이언트가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전기 늑대의 시체를 으적으적 씹어 먹은 자이언트의 키가 10미터 가까이 커져 있었다. 사냥터로 들어왔을 때는 7미터, 나갈 때는 10미터!

‘뭐 이런 괴물 같은…….’

정말 자이언트의 성장에는 끝이 없는 걸까, 과연 몇 미터까지 클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한수찬은 오싹함까지 들었다.

“반드시 우리 파티로 스카웃을 해야 돼.”

자이언트만 스카우트 하면 엘리트 파티는 10대 파티가 아니라 대한민국 부동의 1등 파티가 될 수 있었다. 아니, 세계 제일의 레이드 파티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이언트의 성장이 정말 무한대라면 그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수찬은 정직한이 사냥터 관리 사무실에서 드랍템 정산을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접근을 했다.

기자들은 사냥터 내에서의 레이드 장면은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고 사냥터 관리 사무실에 신청을 해 승인이 나면 헌터들을 인터뷰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의 방법으로 헌터들에게 접근하는 건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었다.

무조건 화제가 되는 게 몬스터와 헌터 관련 뉴스와 기사들이라 기자들은 집요하게 헌터들에게 달라붙었고 기자와 헌터들 간에 얽힌 사건 사고들이 계속해서 터지자 1년 전에 생긴 취재법이었다.

그러나 헌터가 헌터에게 접근을 하는 건 자유였다. 정직한이 정류장에 멈춰 서자 한수찬이 얼른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직한이 한수찬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나 인사는 없었다. 이내 직한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엘리트 파티의 한수찬이라고 합니다.”

인사조차 없자 살짝 당황을 했지만 스카우터답게 한수찬은 이내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직한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런데.

명함만 받아 주머니에 넣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리는 직한.

……무슨.

엘리트 파티는 듣보잡 파티가 아니다. 대한민국 10대 파티, 랭킹 5~6위를 왔다 갔다 하는 일반인들도 아는 파티다. 그런 만큼 이런 반응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한수찬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러나 직한이 한수찬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낯선 사람의 접근에 떨고 있었다.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하는지 난처할 뿐이었다. 직한의 손에서는 땀까지 났다.

겨우 상해버린 자존심을 추스르며 한수찬이 다시 입에 미소를 올리며 직한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 엘리트 파티는 100등급 이상의 블랙 박스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직한은 여전히 버스가 오는 방향만 볼 뿐이었다. 빨리 버스가 왔으면.

완전히 잡상인 취급이군,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한수찬이었지만 파티장의 지시로 온 터라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22명의 파티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혼자 50~60등급의 블랙 박스를 사냥하는 것보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습니다.”

그때 정류장으로 오는 버스의 모습이 보였다. 한수찬이 말을 빨리 했다.

“그래서 저희 엘리트 파티는 정직한 씨를 스카우트 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1.5배, 많게는 2배 이상의 수익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헌터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10대 파티의 경우 수익을 1/N이 아니라 공헌도에 따라 퍼센트로 배분하는 곳이 많았고 엘리트 파티도 그랬다.

버스가 도착했다.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저희 파티에 가입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예, 안 할래요.”

직한이 버스에 올랐다.

“예?”

설명을 잘 이해 못 했나 싶었다.

“저희 파티는 10대 파티인 엘리트 파티로써, 최고의 대우를……!”

그러나 창가 자리에 앉은 직한은 한수찬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자, 잠깐……!

덩그러니 남겨진 수찬, 햇살이 따가웠다.


/


아무리 못 벌어도 의사나 변호사 정도는 버는 게 박스 헌터들이다. 그래서 사냥터 관리 사무실의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사냥터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은 없었다. 오늘도 버스 안은 나 혼자였다.

빵빵하게 틀어진 에어컨에 땀이 식자 기분이 좋아졌고, 나는 쨍쨍하게 맑은 하늘과 뜨겁게 달궈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를 구경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관리되지 않아 으슥하고 이끼만 잔뜩 끼고 쓰레기로 지저분한 골목길도 내겐 특별하게만 보였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매일 드는 요즘이었다. 이런 세상을 두고 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지. 그리고 왜 이 세상을 스스로 떠나려 했는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으로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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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직의 거인 -19- +15 15.04.28 23,141 666 6쪽
19 전직의 거인 -18- +18 15.04.27 22,902 670 6쪽
18 전직의 거인 -17- +30 15.04.26 22,957 673 6쪽
17 전직의 거인 -16- +30 15.04.25 22,334 653 6쪽
16 전직의 거인 -15- +24 15.04.25 22,067 6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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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의 거인 -13- +26 15.04.24 23,401 65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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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직의 거인 -7- +20 15.04.18 24,897 702 7쪽
7 전직의 거인 -6- +21 15.04.17 24,128 688 8쪽
6 전직의 거인 -5- +14 15.04.16 24,285 709 6쪽
5 전직의 거인 -4- +21 15.04.15 24,440 678 7쪽
4 전직의 거인 -3- +17 15.04.14 25,915 635 6쪽
3 전직의 거인 -2- +22 15.04.13 27,057 668 7쪽
2 전직의 거인 -1- +31 15.04.13 29,504 707 6쪽
1 프롤로그 +24 15.04.12 35,802 71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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