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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전직의 거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채병일l
작품등록일 :
2015.04.12 14:52
최근연재일 :
2015.04.30 07:4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7,830
추천수 :
15,556
글자수 :
68,374

작성
15.04.12 14:53
조회
35,802
추천
710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인터넷이 뜨거웠다. 바다에서 발 달린 보물 상자들이 육지로 올라와 도시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체불명, 최초 발견자의 신고 후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발 달린 보물 상자들이 떼를 지어 바다에서 육지로 몰려 올라오고 있으니 바다에서 나온 건 확실한데 대체 어디서부터 왔고 무엇이며 생물인지 물건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괴현상이었다.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바다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마치 게처럼 달린 갑각의 다리를 움직여 육지로 몰려 올라오는 발 달린 보물 상자들을 볼 수 있었다.

보름 정도가 지났을 즈음 육지로 나오는 보물 상자의 행렬은 그쳤으나 시골 마을, 산, 해변, 도시 할 것 없이 세상은 온통 발 달린 보물 상자들에게 점령되다시피 변해 버렸다.

보물 상자 안에서는 온갖 것들이 나왔다. 상자 안에서 나온 빛에 의해 초능력을 얻은 사람들이 생겼고, 이 세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진귀한 물건이나 보석을 얻는 사람도 있었으며, 상자 안에서 나온 괴물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러나 초능력이나 마법과도 같은 힘을 얻거나 진귀한 다른 세계의 물건과 보석을 얻는 사람은 소수이고, 보물 상자에서 나온 괴물들에게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뉴스들이 연일 TV 뉴스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사람들은 신이 내린 대재앙이라 했고 두려움에 떨며 멸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가 더 지났을 때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보물 상자는 크게 검은 상자와 하얀 상자로 나뉘는데 검은 상자는 사람이 직접 열지만 않으면 저절로 열리는 일이 없고, 검은 상자에 비하면 그 수가 극히 적은 하얀 상자만이 자동으로 열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부터 정부와 세계의 힘 있는 기구들이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세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화이트 워킹 박스 프로젝트.

랜덤하게 자동으로 열리는 흰색 보물 상자에서 나오는 괴물로부터 발생할 피해를 없애고 안전하게 사냥하기 위한 매뉴얼이 미국 주도 하에 UN에서 만들어졌고 한국 정부도 화이트 워킹 박스 프로젝트에 착수를 했다.

그러나 발 달린 보물 상자 떼의 도시 침공도, 화이트 워킹 박스 프로젝트도 내겐 딴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워낙 TV와 인터넷에서 화이트 워킹 박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라 가끔 클릭해서 보다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것일 뿐,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내 일과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게임, 밥, 잠, 게임. 그게 내 하루 일과였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은 인터넷이었다.

소위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부류, 그게 바로 나였다. 군 제대 후 벌써 2년 째, 엄마가 나가고 집이 비면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제하고는 오직 방 안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었다.

벌써 24살,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일을 구할 능력은커녕 집 밖으로 나갈 용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도 전혀 변하지 않은 내 모습에 엄마도 포기를 했는지 이젠 문을 두드리며 설득하는 일도 없고 식사 때마다 밥만 문 앞에 두고 가곤 했다.

공허하고 무의미한 하루하루, 오직 게임만 했고 밥만 먹고 잠만 잤다.

한 달이 더 지나 8월, 창문을 열고 잠을 자다 일어나보니 발 달린 정사각형의 보물 상자, 블랙 박스가 내 방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 블랙 박스는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던 뉴스 아나운서의 말이 떠올랐다. 즉 내가 열지만 않으면 위험해지는 일은 없다. 귀찮아서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방치해두는데 신고를 하거나 밖에 내다 버리고 싶을 리가. 무엇보다 거대한 벌레 같은 느낌에 만지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나는 옷장과 서랍장 사이의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 블랙 박스에서 눈을 돌리고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블랙 박스는 옷장과 서랍장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창문까지 암막 커튼으로 가려버려 햇빛 한 줄기 쐬지 않은 채 엄마가 매 끼니 때마다 가져다주시는 밥을 먹고 게임만 하며 하루하루를 몽롱한 정신 속에서 보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치고 망가져 버렸고, 이젠 게임에조차 어떠한 재미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의자 위로 올라선 직후, 옷장과 서랍장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블랙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저기 있었나?’

문득 궁금해졌다. 괴물이라도 나올까봐 열지 않고 그대로 뒀던 저 블랙 박스 안에 정말 뭐가 들어 있는 건지.

의자에서 내려온 나는 옷장과 서랍장 사이로 손을 뻗었다. 화이트 박스에는 집게도 달려 있지만 블랙 박스에는 오직 게처럼 생긴 다리 세 쌍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물릴 일은 없었고, 박스들은 생물처럼 위기를 느껴 도망치는 일도 없었다.

뚜껑 부분을 잡아 끄집어내자 블랙 박스는 얌전히 끌려 나왔다.

어차피 끝내기로 한 인생, 괴물이 나와 그 괴물에게 잡아 먹혀도 딱히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혹 보물이 나온다면 속만 썩인 부모님께 그 보물이라도 드리고 떠나고 싶었다. 주저함은 없었다. 바로 뚜껑을 열었다.

훙!

열린 뚜껑 안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눈앞에 마치 게임처럼 투명한 유리판 같은 게 생겨나며 그곳에 글씨가 새겨졌다.

이런 내용이었다.


[거인으로 전직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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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직의 거인 -15- +24 15.04.25 22,067 6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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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직의 거인 -13- +26 15.04.24 23,401 654 7쪽
13 전직의 거인 -12- +16 15.04.23 23,181 663 6쪽
12 전직의 거인 -11- +20 15.04.22 23,716 660 6쪽
11 전직의 거인 -10- +29 15.04.21 23,653 688 8쪽
10 전직의 거인 -9- +22 15.04.20 23,564 686 7쪽
9 전직의 거인 -8- +22 15.04.19 24,147 667 7쪽
8 전직의 거인 -7- +20 15.04.18 24,897 702 7쪽
7 전직의 거인 -6- +21 15.04.17 24,128 688 8쪽
6 전직의 거인 -5- +14 15.04.16 24,285 709 6쪽
5 전직의 거인 -4- +21 15.04.15 24,440 678 7쪽
4 전직의 거인 -3- +17 15.04.14 25,915 635 6쪽
3 전직의 거인 -2- +22 15.04.13 27,057 668 7쪽
2 전직의 거인 -1- +31 15.04.13 29,504 707 6쪽
» 프롤로그 +24 15.04.12 35,803 71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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