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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채병일l

전직의 거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채병일l
작품등록일 :
2015.04.12 14:52
최근연재일 :
2015.04.30 07:4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7,831
추천수 :
15,556
글자수 :
68,374

작성
15.04.21 09:16
조회
23,653
추천
688
글자
8쪽

전직의 거인 -10-

DUMMY

보름 넘게 쉬지 않고 매일 블랙 박스의 몬스터들을 사냥 한 뒤에야 ESP의 양이 처음에 비해 많이 줄었구나 하는 걸 느꼈을 정도.

무한대의 ESP를 가진 건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박스 헌터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갖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아니, 정확히는 거인으로 변신을 하면 ESP의 양도 스탯 수치가 증가하듯 커지는 것이다.

‘이 정도 양이면 3~4일은 더 사냥해도 되겠는데.’

내 몸 속에 남은 ESP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알고자 하면 대충은 가늠할 수가 있었다.

의식하지 않을 때는 느껴지지 않지만 의식을 하려고 하면 마치 허기나 포만감과도 비슷한 감각으로 ESP의 양을 느낄 수 있었다. ESP가 가득 차 있을 때는 배가 빵빵해질 정도로 음식을 먹었을 때의 느낌이고, 부족할 때는 배가 고플 때의 감각.

그런데 ESP가 거의 가득 차 있는 상태였을 때도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났을 때 갑자기 지독한 허기가 밀려들 때가 있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랬다.

거인 변신을 풀면 그 허기도 이내 사라져버리곤 했지만 밥을 먹은 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도 피떡이 되어 죽어 있는 몬스터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극심한 허기가 밀려왔다.

현재 내가 몬스터 레이드로 번 돈은 약 32억, 50억까지 채운 뒤에 한 4~5일 정도 쉬면서 ESP를 회복하기로 했다.

오전에 블랙 박스 하나를 열어 잿빛 늑대 떼를 사냥하고 사냥터에서 나온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엄마가 일하는 신림동의 식당으로 갔다.

오늘이 엄마가 식당 일을 하는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정오 전에 일이 끝나는 터라 엄마를 만나 외식도 하고 내 은행 통장도 만들기로 했다.

버스 환승을 해가며 부지런히 이동해 정오 전에 엄마의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들어가지는 않고 식당 바로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기를 20분, 엄마가 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자 나를 발견한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우리 아들하고 밖에서 외식도 다 하고, 엄마가 요즘 너무 기뻐.”

정말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기뻐하는 엄마였다. 엄마가 기뻐하니 나도 기뻤다. 거인이 돼서 정말정말 다행이다. 더 열심히 사냥을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뭐 먹을까?”

엄마가 물었다.

“아무거나.”

일단 택시를 타고 집 근처로 갔다. 혼자서라면 절대 택시를 타지 않는 나지만 엄마와 함게라면 괜찮았다.

집 근처에 있는 고기집에서 삼겹살과 돼지갈비를 구워 먹었다.

외식이라고 해서 화기애애하거나 대화가 많진 않았지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일단 한두 달은 엄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푹 쉬어.”

내가 말했다.

늘 쫓기듯 살아온 엄마, 늘 근심걱정을 달고 살았을 엄마, 삶의 낙이 없었을 엄마, 무엇보다 먼저 엄마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갔다 오고, 다 해. 내 걱정은 말고.”

“그래, 우리 아들 말 대로 할게. 고마워, 아들.”

괜히 고맙다는 엄마의 말이 쑥스러워 대꾸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다시 고기만 먹었다.

식당에서 나온 뒤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으로 갔다. 엄마가 옆에서 도와줘 쉽게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내 통장도 생겼으니 엄마가 엄마 통장에 있는 돈을 이체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됐다고 했다. 귀찮게 뭘. 32억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벌수도 있는 돈이었다.

엄마와 헤어진 나는 다시 서울 남부 터미널로 가 블랙 박스 하나를 구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용인으로 갔다.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도 엄마도 운전 면허증이 없었다. 면허증을 따러 가야겠다는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차를? 그러나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냥터에 도착한 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절차들을 거친 뒤 신 사냥터로 들어가 블랙 박스를 열었다.

53등급 블랙 박스에서 나온 몬스터는 오전에 잡은 몬스터와 같은 잿빛 늑대 떼였다.


/


“크르릉!”

덩치가 황소보다도 큰 잿빛 늑대 7마리가 나를 둘러싸며 으르렁거렸다.

뿔 오크와 트윈 코볼트와 함께 가장 자주 나오는 몬스터라고 하더니 정말 자주도 나왔다. 그러나 그린 마정석을 자주 드랍하는 몬스터라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사냥도 아주 쉽다.

퍽!

“케헹!”

콰직!“

“켕!”

퍼억!“

“크헹!

한 마리씩 공격을 하는 습성을 가진 놈들이라 제자리에 선 채로 주먹만 몇 번 휘둘러 사냥을 끝냈다.

그런데 그때 또 극심한 허기가 밀려들었다. ESP가 많이 떨어져서일까, 다른 때보다도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진짜 이젠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아 진짜 왜 이러지?’

내 주먹에 맞아 머리가 터지거나 심하게는 바닥에 납작하게 눌러 붙은 채 죽어 있는 몬스터 시체들을 보며 대체 왜 허기가, 미칠 노릇이었다.

결국 일을 쳤다.

잿빛 늑대 시체가 사라지기 직전, 나는 시체 하나를 덥석 쥐어 순간적으로 입에 넣고 으적으적 씹었다. 심지어 꿀꺽 삼켜버리기까지 했다.


/


“봐, 봤어?”

“뭘 한 거야?”

“몬스터를 먹었어!”

돔 실드 밖에서 거인으로 변신한 직한의 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던 기자들과 박스 헌터들이 일제히 경악성을 터트리며 난리가 났다.

정확히는 사냥을 끝낸 뒤 몬스터 시체를 먹은 것이었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거인은 자신이 잡은 잿빛 늑대를 전부 자신의 입 속으로 넣어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거인이 워낙에 커서 잿빛 늑대가 작아 보이는 것인지 황소보다도 큰 몬스터가 잿빛 늑대다. 그 탓에 뼈가 씹히는 소리가 돔 실드 밖에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애초에 박스 헌터와 박스 몬스터의 존재가 상식을 초월해 있다 해도 비상식을 한 번 더 초월해 버리는,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광경에 기자들과 박스 헌터들은 이내 경악성까지 잊고 넋을 놓은 얼굴로 거인을 올려다봤다.

누구는 겁에 질린 얼굴로 돔 실드에서 멀찍이 물러섰고, 누군가는 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또 누군가는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않고 서서 거인만 올려다봤다. 그러나 다들 한 가지, 공통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거인에 의해 세상이 다시 발칵 뒤집히게 될 것이다.

거인이 식사를 끝냈을 즈음, 거인의 코와 입에서 마치 겨울날의 입김이나 담배 연기 같은 자욱한 연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한 여름, 그리고 연기는 입김이나 담배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도 검고 그 양도 많았다. 몸속에서 불이라도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사실은 거인의 몸속으로 들어간 잿빛 늑대의 시체들이 폴리곤 파편이 되어 소멸하면서 생긴 연기였다.

그러나 단순히 몬스터가 소멸하면서 생기는 연기와는 달랐다. 거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소멸한 연기들 중 대부분은 거인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었다. 지금 기자들과 박스 헌터들이 보고 있는 연기는 거인의 몸으로 흡수가 되고 남은 찌꺼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어!”

기자들 중 한 명이 거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헉 소리를 냈다. 연기를 쫓던 기자들과 박스 헌터들이 다시 일제히 거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 커진다!”

누군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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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직의 거인 -1- +31 15.04.13 29,504 70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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