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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님의 서재입니다.

자객역정(刺客歷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악천후]
작품등록일 :
2018.04.16 19:45
최근연재일 :
2019.03.27 18: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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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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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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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80. 귀환

DUMMY

80. 귀환


겨우 몸을 추스른 나는 객잔으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후3초식을 펼친 여파는 그리 크지 않았다. 몸이 뻐근한데다 뒤틀렸던 근육에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움직이는데 큰 무리도 없었고 다른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워낙 많은 내공을 한 번에 쏟아낸 터라 기력이 쇠잔해있을 뿐이었다.

예상대로 객잔에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객방에 투숙했던 행상인들은 물론 점소이와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들은 나 때문에 횡액을 당한 것이다.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시원하게 복수를 해주었으니 조금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나는 진심으로 이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차가운 물로 피를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니 배고픔이 느껴졌다. 밤사이 지독한 혈전을 치른 터라 육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이 쌓여있었고 기운도 없었다. 영양보충이 필요했다. 주방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손님이 많지 않은 탓인지 보관된 재료가 많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적당히 배를 채운 나는 벽파심법을 운용하여 몸을 보하고 기력을 북돋웠다. 두 차례 운기행공을 끝내고 나니 사공과 약속했던 9시가 다 되어있었다. 영양도 보충하고 운기를 통해 기력을 회복한 덕분인지 몸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였다.

그때 마을 쪽에서 사공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공에게 객잔에서 벌어진 사태를 보여 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나는 짐을 챙겨 객잔을 나섰다.

“제 시간에 오셨군요.”

“허허, 벌써 준비하고 있었소? 갑시다.”

나는 말을 끌고 사공의 뒤를 따랐다. 사공의 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말을 싣고 강을 건너기에는 충분했다. 말과 함께 배에 오른 나는 멀어지는 객잔을 보며 다시 한 번 불의의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사공의 솜씨는 훌륭했다. 나이답지 않게 힘 있게 노를 저었다. 배는 부드럽고 빠르게 강물을 헤쳐 나갔다. 폭이 1킬로미터가 넘는 강을 건너는데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강을 건넌 나는 말에 올라 길을 나아갔다. 원석중과 비영대의 무리까지 처치한 마당이니 더 이상 추격자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1년 반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 길은 과거와 달리 자유를 향한 길이었으니 더 마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좀 편히 가볼까?

강을 건넌지 이틀이 지났다. 강을 건넌 후 만난 세 번째 마을이자 첫 번째 도시에 들어선 나는 마방에 들러 말을 내어주고 역으로 갔다. 말로 이동하면 빠르기는 하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숙달된 기수라도 장시간 말을 타면 심신이 지치기 마련이다.

나는 1등석에 탔다. 돈이 좀 들기는 해도 귀찮은 일 없이 마음 편히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열차로 사흘을 간 후 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사흘을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열차 이동 중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무탈하게 여정을 이어갔다. 그렇게 엿새가 지나고 저만치 내가 살던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집이구나.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감격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비록 내 고향도 아니고 기다리는 가족이나 친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마음 편한 곳이자 작지만 아늑한 내 집이 있는 곳이었다.

아아! 정말 힘겨운 여정이었어.

지난 1년 반 동안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실로 파란만장한 여정이었다. 보통사람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연거푸 겪으면서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고 괴이한 경험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내 안에 자부심이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동안 열차가 미끄러지듯이 역으로 빨려 들어갔다. 승강장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응? 뭐지?

느긋하게 열차에서 내린 내가 승강장을 벗어나 대합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출구에 사람들이 몰린 채로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왜 이렇게 무인들이 많지? 아직 무림대회가 열릴 때는 아닌데······. 응? 저들은 귀화전······?

흘낏 역 광장을 내다보니 평소와 다르게 무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귀화전의 복장을 한 무사들이 유독 많았다.

이 도시에 귀화전의 본거지가 있다 보니 성내 다른 도시에 비해 무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정기적으로 1년에 한 차례씩 성내 무림인들이 참여하는 무림대회와 귀화전의 무사를 뽑는 행사가 열리고, 부정기적으로 각종 명목의 비무대회가 개최되며, 또 무림의 거대문파가 자리한 곳에는 자연적으로 그와 관련된 상단이나 무관 등이 몰리기 마련이라 무인들의 수가 많은 것이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역 광장에 귀화전의 무사들이 진을 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좀 의아했다.

어떤 거물이라도 오는 건가?

자주는 아니지만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무인들이 귀화전을 방문할 때 귀화전에서 환영단과 함께 경호를 위해 무사들이 파견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 오기에 저리도 삼엄하게 경계를 서는 거지? 하긴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대합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출구에 늘어선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 그런데 줄이 매우 느리게 줄어들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기에 이렇게 느린 거야?

짜증이 슬슬 밀려오려는 찰나 앞쪽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뭡니까? 무슨 권리로 이러는 거요?”

기다란 장검을 소지한 무인 하나가 귀화전의 무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뭐지?

귀화전의 무사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합실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살피다가 무기를 소지했거나 무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무인들이 거칠게 저항하며 항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귀화전의 무사들은 저항하는 무인들을 우악스럽게 제압하고 있었다.

뭐, 뭐야?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단순히 경호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귀찮은 일에 연루될 필요는 없지. 일단 피해가는 게 좋겠군.

나는 출구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승강장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대합실 출구로 향한 틈을 타 철로를 건너 방음벽에 다다랐다. 방음벽은 제법 높았지만 내게는 문제되지 않았다. 방음벽을 가볍게 뛰어넘은 나는 도시 속으로 스며들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1년 반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골목과 거리의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렇게 집 근처 시장에 다다랐다. 시장은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비며 시끌벅적했다.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소리와 흥정하는 소리, 가끔씩 티격태격 하는 소리들로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아! 정말 집에 왔구나.

활기 띤 시장을 보니 집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실로 감개무량했다.

출출한데 밥이나 먹고 갈까?

나는 자주 들리던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창 너머로 주인아줌마가 보였다. 새로 들어선 음식점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투덜거리더니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밝은 웃음으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정겨운 모습을 보니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러나 내 발걸음은 해장국집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해장국집 벽에 작게 새겨진 암호표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누군가 낙서를 해놓은 것처럼 보일 테지만 내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암호표지는 나와 동료들만이 읽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벌써 소식이 전해졌나 보군.

희락교의 성채마을에도 귀화전에서 보낸 첩자들이 살고 있을 테니 부교주의 사망소식이 빠르게 전해졌을 것이다. 나는 암호표지 옆에 내가 돌아왔음을 표시하고 해장국집으로 들어섰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도대체 얼마만이야?”

주인아줌마가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그런데 어떻게 지냈어? 한 1년 넘게 못 본 것 같은데 어디 갔다 온 거야?”

“예, 일이 있어서 좀 멀리 갔다 왔어요.”

“그래? 어디 좋은 데라도 다녀온 모양이지? 얼굴이 좋아졌네? 좀 젊어진 것도 같고 말이야.”

“오랜만에 봐서 그렇겠죠. 오히려 아줌마가 더 젊어진 것 같은데요?”

“뭐? 호호호,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그새 말주변도 늘은 모양이네.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네.”

내 말에 주인아줌마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배고파요. 국밥 주세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아주 맛있게 말아줄게.”

칭찬 한마디에 신이 난 주인아줌마가 싱글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자, 천천히 먹어. 부족하면 말하고.”

“예.”

정말 오랜만이구나. 맛도 그대로일까?

“캬아! 좋구나.”

절로 감탄사가 터졌다. 국물 맛은 예전 그대로였다. 아니,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전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나는 걸신들린 것 마냥 연신 숟가락질을 했다.

“잘 먹었어요. 오랜만에 먹어도 역시 최고네요.”

“그래? 호호호, 자주 들러.”

“그럴 게요. 여기요.”

“아냐, 됐어. 그냥 가.”

“에이, 어떻게 그래요.”

“됐대도 그러네.”

“안녕히 계세요. 나중에 또 올 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

밥값을 마다하는 주인아줌마에게 억지로 돈을 쥐어주고는 해장국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주인아줌마의 푸근한 인정을 접하고 보니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해장국집을 나와 시장을 가로지른 나는 금세 집 앞에 도착했다. 전보다 더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의 모습은 내가 떠날 때와 다름없었다. 조금은 황량하게 보이는 집안의 모습이 내게는 그 어떤 호화로운 저택보다 편안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것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음울했던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쓸고 닦았다.

청소를 마치니 어느덧 해질 무렵이 되었다.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간편한 옷차림에 환도와 암기만을 휴대한 채였다.

가죽 띠를 팔뚝에 차던 나는 회수하지 못한 암기의 빈자리가 조금 아쉬웠다. 오가대장간의 오 노인이 만든 암기는 실로 훌륭했다. 이 정도 수준의 암기를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긴 굳이 채울 필요는 없지.

자유를 얻는다고 무공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되도록 암기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암기만큼 유용한 것도 별로 없고, 암기를 주무기로 하는 문파나 무인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암기나 독을 사용하는 무인은 무림에서 백안시되는 편이기 때문에 유성우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웬만하면 암기 따위는 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고 버릴 필요는 없겠지.

오랫동안 자객으로 살면서 암기를 써왔기 때문에 쉽사리 버릴 수는 없었다.

집을 나선 나는 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낯익은 사내 하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곡주의 전령이었다. 나를 발견한 사내의 눈에 순간적으로 이채가 띠었다. 아무래도 젊어진 내 모습에 살짝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나 금세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전과 다름없이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내 곁을 스쳐 지나며 곡주의 전언을 흘리고 지나갔다.

여전하군.

사내를 일별한 나는 전언을 주워들었다. 전언의 내용은 간단했다.

곡주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여긴?

전언에 적힌 장소는 곡주와 자주 만났던 요릿집 같은 곳이 아니라 나와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안가 중 하나였다. 도시의 동쪽외곽에 위치한 공방거리로 한때는 번영을 구가했지만 이제는 쇠락하여 대부분의 공방이 문을 닫아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곳의 안가는 사육장을 나온 초기에 몇 번 이용한 이후로 거의 이용하지 않은 곳이었다.

첩자들의 눈을 피하려는 것인가?

귀화전이 희락교의 성채마을에 첩자를 파견하거나 협력자를 포섭하는 것처럼 이 도시에도 희락교의 첩자와 협력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부교주가 암살당했으니 그 배후로 귀화전이 지목되었을 테고, 당연히 정보당을 맡고 있는 곡주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왕이면 요릿집에서 만나자고 할 것이지······.

간사한 게 사람마음이라더니 과거에는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요리라도 곡주와 함께하면 아무 맛을 느낄 수도 없었고, 그 자리가 불편하기만 했었는데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요릿집의 고급요리들이 생각났다.

뭐, 꽃구경도 식후사라 했으니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요릿집에 가지 못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푸짐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느긋하게 안가로 향했다.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유람하듯 걸음을 옮겼지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나는 두 시간이 조금 못되어 공방거리에 들어서게 되었다. 행정구역상으론 도시의 일부가 분명했지만 외곽에 위치한데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다시피 한 탓에 관목과 수풀이 우후죽순으로 자라나 도시보다는 시골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이건 뭐······. 흉가촌이라 불러도 될 정도군.

공방거리는 1년 반 전에 비해 더욱 황폐화되어있었다. 그래도 전에는 몇 되진 않아도 끈질기게 문을 열고 있는 공방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불 켜진 공방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황량하기만 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공방거리를 걷다보니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졌다.

하고많은 곳 중에 왜 하필 이런 곳에서 보자는 거야?

음산하기까지 한 공방거리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곡주가 이곳을 선택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밤 곡주를 만나 임무완수를 보고하고 자유를 얻게 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더 이상 어둠에 휩싸인 채 음침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유성우와 함께 밝은 곳에서 내 의지대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공방거리의 음침함마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안가는 공방거리의 끝에 위치한 객잔이었다. 공방거리가 몰락하면서 문을 닫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안가로써의 역할도 줄어들게 되었다.

객잔으로 이어지는 길은 무척 고요했다. 푸르스름한 달빛만이 희미하게 비출 뿐 그 흔한 풀벌레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잠깐! 벌레소리가 없어?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면서 경계심이 일었다. 나는 오감을 열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예리한 감각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훗! 내가 너무 과민했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오랜 시간을 자객으로 살면서 늘 위험을 예비한 채 생활하다보니 다른 사람이라면 가볍게 지나칠 것도 조금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만 것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발걸음을 재촉해 객잔에 다다랐다. 그러나 객잔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좀 일찍 왔나?

자유를 얻는다는 기쁨에 들떠서 좀 서두른 모양이었다.

들어가서 기다릴까?

잠시 객잔 앞에서 서성이던 나는 객잔에 들어서기 위해 입구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핑! 핑! 핑! 핑!

미세한 소음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코 듣지 못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땅을 차며 몸을 날렸다.

타다닥!

퍼버버벅!

내가 몸을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방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4개의 암기가 연속해서 박혀들었다.

“웬 놈이냐?”

나는 환도를 뽑아들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신 미세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벽파보법을 펼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이동하여 환도를 휘둘렀다.

핑! 핑! 핑!

그때 다시 미세한 파공음이 들리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암기가 날아들었다. 워낙 빠르고 소리 없이 날아든 탓에 지척에 당도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미처 피할 틈이 없었던 나는 급히 환도를 거둬들여 날아오는 암기를 향해 휘둘렀다.

촤라랑!

마른 불꽃과 함께 암기들이 튕겨나갔다. 나는 재빨리 암기 3개를 뽑아 암기들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강한 내공을 실어 연속해서 내던졌다.

“윽!”

우측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른 2개는 목표물을 빗나갔는지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섬뜩한 기운과 함께 칼날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처음 공격했던 자를 잊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벽파보법을 밟아 칼날을 피하고는 벽파도법의 일초를 펼쳤다.

쐐애액!

매서운 기세로 뻗어나간 환도의 날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큭!”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뭔가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손목이었다. 그러나 손목이 잘리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어둠속의 상대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고, 그 짧은 순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매우 잘 훈련된 자객이 분명했다.

누구지? 누가? 왜?

하지만 의문을 풀 시간이 없었다. 내 시선이 잠시 바닥을 뒹구는 손목을 향한 사이 등 뒤와 좌우 그리고 위쪽에서 암기가 날아들었다.

핑! 핑! 핑! 핑!

나는 벽파보법을 극상으로 펼쳐 암기가 날아들지 않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퍼버버벅!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암기들이 차례대로 박혀들었다. 그와 동시에 검은 그림자들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들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네 방향에서 각기 다른 부위를 노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들이 뻗어오는 칼날이 순식간에 지척에 도달했다. 하나를 피하면 다른 하나가 머리를 쪼갤 것이고, 그걸 막으면 또 다른 하나가 심장에 박혀들 것이다. 그것까지 피해낸다 해도 마지막 하나의 칼날에 등줄기가 난도될 것이다. 실로 절묘한 연수합격이었다.

빌어먹을!

나는 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빠르게 회전하면서 거칠게 환도를 휘둘렀다.

펑! 펑! 펑! 펑!

“크윽!”

“커억!”

“으윽!”

“으악!”

연이은 폭음과 함께 네 명의 검은 그림자가 거의 동시에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저만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래도 죽은 자는 없는지 넷 모두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꿈틀거리고 있었다.

윽!

하지만 나 역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비록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급박한 순간이라 제대로 공력을 끌어내지 못해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였다.

내가 순간적으로 주춤하는 사이 갑자기 아래쪽에서 불쑥 칼날 하나가 솟아올랐다.

“헉!”

육성으로 탄성이 터졌다. 나는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공격인데다 충돌의 여파가 완전히 가신 것이 아니어서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큭!”

천만다행으로 급소는 피했지만 복부가 베이고 말았다. 상당한 통증이 느껴졌다. 만약 벽파보법의 신묘함이 아니었다면 복부가 갈라져 내장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빠르게 혈도를 짚어 지혈했다.

기회를 잡은 검은 그림자가 기세를 올리며 달려들었다. 매우 민첩하고 날카로운 칼질이었다. 나는 통증을 참으면서 벽파보법을 펼쳐 칼날을 피했다.

응? 이건?

검은 그림자의 칼질이 무척 낯이 익었다.

삼재육합도법?

그랬다. 검은 그림자가 펼치는 도법은 나도 익히고 있는 삼재육합도법이 분명했다.

이 자가 어떻게······. 서, 설마······?

삼재육합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도법을 만든 곡주와 12명의 교관들 그리고 사육장에서 살아남은 동료들이 전부였다. 아니, 내가 가르친 마동필과 유성우도 있지만 그들이 여기 있을 리 만무하고 설령 여기 있다고 해도 나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검은 그림자들은 교관 혹은 동료들이란 말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들이 희락교의 자객이라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왜지?”

당혹스러움이 담긴 내 말에 검은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검은 그림자에게 다가가 혈도를 짚었다. 화들짝 놀란 검은 그림자가 급히 몸을 피하려했지만 벽파보법의 신묘함에 당할 수는 없었다.

나는 천천히 복면을 벗겼다. 나도 모르게 복면을 벗기는 손길이 떨렸다.

아닐 거야. 아니겠지? ······빌어먹을!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복면 아래서 드러난 얼굴은 84호였다.

“84호? 네가 왜······? 그럼, 저들도······?”

나는 아직도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꿈틀거리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검은 그림자들에게 달려가 복면을 벗겼다.

7호, 36호, 97호, 101호.

그들의 고통스런 얼굴엔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이 담겨있었다.

“으으······. 오, 오랜만이야. 훗! 그동안 기, 기연이라도 얻었나보지? 시, 실력이 꽤······ 으윽!”

웃는 듯 우는 듯 어색한 표정의 7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고통 때문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7호는 말이라도 했지 다른 이들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그 중에서도 손목이 잘린 97호와 암기가 어깨에 박힌 101호의 상태가 위중했다.

강력한 내공이 담긴 벽파도법의 초식을 온몸으로 맞았으니 즉사를 면한 것만 해도 행운이랄 수 있었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그래서 훨씬 더 많은 공력을 실었다면, 이들 모두는 원석중의 비영대가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쩌면 곡주는 처음부터 자유를 줄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임무가 완수되면 연락책을 통해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동료들이 살아있을 리도 없고, 지금 내 앞에 나타날 리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 머릿속은 어지럽게 헝클어졌다.

“왜 나를 공격한 거지? 곡주가 시킨 거야?”

내 물음에 84호가 약간 화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껏 도망쳤으면서 왜 돌아온 거야? 그대로 숨어 살지 그랬어? 뭣 하러 이 진흙탕 같은 곳에 다시 돌아온 거야? 게다가 부교주까지 암살하다니······.”

84호의 말투에는 책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더구나 부교주를 암살한 것이 잘못이란 투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소리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난 도무지 모르겠어.”

“전쟁은 끝났어.”

“뭐?”

“귀화전과 희락교는 종전에 합의했어. 이제 협정서에 서명만 하면 기나긴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거야. 그런데 네가 부교주를 암살하는 바람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게 생겼어. 너 때문에······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이, 이게 뭔 소리야? 전쟁이 끝났다니······?

“임무는? 너희들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났잖아.”

“그랬지. 하지만 한 달쯤 지났을 때 임무를 보류하라고 연락이 왔어. 그리고 석 달째가 되었을 때 임무를 중지하고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어.”

그, 그럼······?

갑자기 축귀가 사라졌던 것이 곡주가 호출했기 때문이었던가?

“자세히 설명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너······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84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몰라. 그러니 설명해줘.”

“하아······!”

84호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84호의 말을 듣는 동안 내 얼굴을 수시로 일그러졌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갔다.

84호의 설명에 따르면 나와 동료들이 마지막 임무를 부여받고 길을 떠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연락책으로부터 곡주의 전언이 전해졌다. 내가 흑점에서 붙잡혀 불귀도로 향하는 배 안에 갇혀있을 때였다.

곡주의 전언은 임무를 보류하라는 것이었고, 84호를 비롯한 동료들은 다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은밀하게 표적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더 지난 후 곡주로부터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귀환한 동료들에게 곡주는 자유를 주었다. 다만 완전한 자유가 아닌 조건부자유였다. 곡주는 동료들에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었고, 귀화전의 정식무사로 삼으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자신을 도우라고 말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남든지 떠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동료들은 비록 완전한 자유를 얻진 못했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숨어살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당당한 한 사람의 정식무사로 살아갈 수 있게 되어 그럭저럭 만족했다고 한다.

이후 동료들은 협정의 책임을 맡은 곡주를 도왔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밀고 당기는 기나긴 협상 끝에 최근에 와서 최종합의에 이르렀다. 종전선언과 함께 상호협력방안까지 첨부된 협정서는 양측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제 서명만 하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될 찰나였고, 며칠 후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아하! 아까 낮에 역 광장에서 벌어진 소동이 그것 때문이었군.

이제야 역 광장에 귀화전의 무사들이 몰려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으로 곡주는 귀화전의 총당주로 승진했고, 동료들도 총당주 휘하의 특별부서에 배속되어 나름대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부교주가 암살되는 바람에 협정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협정을 반대하던 강경파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영향력을 키워 권력을 움켜쥐려했고, 반대로 협정을 이끈 온건파들은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더구나 희락교는 암살의 배후가 귀화전이라 단정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왔다. 궁지에 몰린 곡주는 결국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 난국을 타개하려고 마음먹었고, 나를 처리하기 위해 동료들을 보낸 것이었다.

“거의 1년 넘게 고생을 했어. 반대파들과의 유혈충돌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지. 그렇게 겨우 합의를 도출하고 이제 협정서에 서명만 하는 끝나는 것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부교주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처음엔 반대파의 소행이라 생각했어. 그들이 꾸민 음모라고 여겼어. 귀화전뿐만 아니라 희락교에도 반대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희락교에서 보내온 자객의 인상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1년도 더 전에 사라졌던 네 얼굴이 인상서에 그려져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왜 그랬어?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거야?”

84호가 원망이 담긴 목소리로 추궁하듯 물었다.

제기랄! 내가 종전협정을 하는지 마는지 어떻게 알았겠냐?

“무, 무슨 생각이긴······. 나,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야.”

나도 모르게 변명하듯 말했다.

“도망쳤으면, 그렇게 사라졌으면······.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갈 것이지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명령을 따른 거야? 도대체 이유가 뭐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험난한 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내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부터 애써 돌아와 위험을 무릅쓰고 암살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유성우 때문이라는 걸. 내 생애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자의로 위험 속에 발을 들인 이유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때문이라는 걸. 그 기묘한 감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곡주에 대한 공포심도 한 몫 하긴 했다. 그러나 나 혼자였다면 굳이 돌아오지 않고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서 조용히 살아갔을 것이다. 곡주가 보낸 추적자들을 피해 이리저리 떠도는 삶일지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 그, 그럼······. 희락교의 교주나 대장로도 죽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난 그것도 모르고······. 제기랄!

84호의 말로 유추해보자면 교주는 진짜 폐관에 든 것이고, 대장로도 정말 병환 중이었다는 말이다.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맘대로 해석하여 조급함을 가졌던 내가 참으로 어리석게 여겨졌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어도 단순히 동료들이 실패했을 거라 생각했을 테고 임무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테니 별 차이가 없긴 매한가지였다.

그나저나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했다.

젠장! 지금까지 그 개고생을 한 게 전부 다 헛짓거리라니······. 이런 씹할! 뭐 이런 좆같은 경우가 다 있어? 으아아아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나는 마음속으로 절규하고 말았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니 하지 말았어야 될 일을 하겠다고 그 먼 길을 고생해서 온 것도 그렇고, 곡주에 대한 공포심과 유성우의 안전에 대한 근심걱정으로 밤낮없이 불안감에 떨어야 했던 시간들이 너무도 억울했다.

빌어먹을! 재수도 더럽게 없지.

한동안 나는 물론 84호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화도 나는데다 짜증까지 치밀어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인상만 구기고 서 있었다. 84호는 그런 나를 조금은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84호가 급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망쳐! 곡주가 우리들만 보내진 않았을 거야. 곧 곡주가 보낸 자들이 올 거야.”

나는 84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젠장! 벌써 왔군.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빠르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염병! 많이도 몰려오네.

언뜻 감지되는 것만 100명이 넘었으니 실제로 다가오는 적들은 더 많을 것이다. 저들과 마주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겨우 집에 돌아왔는데······. 에이, 썅!

나는 84호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84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아플 거야.”

내 말에 84호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널 공격하고 싶지 않았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어. 꼭 살아남아.”

84호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래, 알아. 고마워.”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일장을 날려 84호의 어깨를 쳤다. 기술적으로 교묘하게 후려쳐서 큰 부상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상당한 부상을 입은 듯 보일 것이다.

“윽!”

84호는 신음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나는 84호를 비롯한 동료들을 일별하고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쫓아라!”

내가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당도한 무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뒤쫓기 시작했다.

젠장! 뭔 놈의 인생이 이따위야?

나는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어둠을 헤치고 정신없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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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어르말
    작성일
    19.09.13 09:27
    No. 1

    감사히 잘 읽고있습니다..
    반전이 된것은 그렇다해도.. 희락교에서 지내는동안 연락을 한했다는것이 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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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71. 전달자 1 19.01.24 1,485 22 17쪽
138 70. 시험 19.01.22 1,449 22 17쪽
137 69. 거래 +2 19.01.18 1,509 24 18쪽
136 68. 구원 19.01.15 1,459 20 13쪽
135 67. 위기 19.01.12 1,561 20 13쪽
134 66. 도둑의 사정 2 19.01.09 1,475 21 10쪽
133 66. 도둑의 사정 1 19.01.07 1,489 21 15쪽
132 65. 희락교 7 +2 19.01.03 1,497 21 15쪽
131 65. 희락교 6 18.12.31 1,491 20 11쪽
130 65. 희락교 5 18.12.28 1,567 20 15쪽
129 65. 희락교 4 18.12.26 1,588 19 12쪽
128 65. 희락교 3 18.12.24 1,607 24 17쪽
127 65. 희락교 2 18.12.21 1,572 19 16쪽
126 65. 희락교 1 18.12.19 1,637 18 12쪽
125 64. 임무복귀 2 18.12.03 1,778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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