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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님의 서재입니다.

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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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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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46,761

작성
22.05.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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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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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보물 성. (3)

DUMMY

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바이올런스 디바가 일어난다.

59도에 달하는 달구어진 아스팔트 바닥에 방치된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적을 본다.

가시갑옷의 피해를 입은 이들은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그저 기어다니고 비명지를 뿐이다. 육신을 향해 쏘아진 가감 없는 고통은 정보생명체를 갉아먹는 쓰레기파일보다도 더 끔찍한, 더 괴로운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기어 다니는 적을 외면하고 아군의 캄피오네스가 부서진 성을 향해 걸어간다.

성은 본래의 튼튼한 성벽을 모두 부수고, 다른 성을 파괴하기 위한 기구로 변했다. 붉은 성은 어떤 방어기능도 없이 적의 캄피오네스가 보물고로 들어오는 것을 방관할 뿐이다.



메로머신(붉은 성): 아, 안 돼. 막아. 아파, 너무 아파서······. 붙잡아야······.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죽여서라도 막······.



메로머신이 유일하게 몸을 일으켜 보물고로 향하는 적을 막는다.

주어진 캄피오네스의 강력한 육신에 힘을 실어,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일격을 가한다.


제일 잘 떠들던 적이었다. 떠드는 만큼 지휘권도 있는, 적의 리더였던 것일까. 놈만큼은 고통에 몸서리치는 와중에도 아군을 막기 위하여 공격했다.


모든 아이템을 팔아 체력과 방어력을 올린 바이올런스 디바는 그 일격에 휘청거린다. 허나 피학체질을 가진 그녀는, 그저 씩 하고 웃는다. 바이올런스 디바에 의식이 깃든 켈로는 고통을 느낀다 해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적의 공격은 ‘가시갑옷의 반사피해’가 아니라 감각에 영향을 주지도 못하겠지만.


그녀가 입은 가시갑옷이 효과를 발휘한다. 메로머신에게 반사피해인 1할의 충격이 전달된다.



메로머신(붉은 성): 끕.



놀아주듯 때린 것이 아니라 죽이기 위해 내지른 적의 일격. 그 일격의 피해 1할을 반사당한 메로머신은 그렇게 죽었다.

의식이 죽어버렸다.


적이 깃들어있던 캄피오네스의 육체는 3% 정도의 체력만 소비되었을 뿐이지만, 깃든 의식은 너무도 극심한 충격으로 끝장나버렸다. 정보생명체 [에셀링크]의 죽음이다. 적들의 침묵.



바이올런스 디바(푸른 성): 신난다.



마침내 적의 보물을 집는다.

붉은 색의 보물이다. 붉은 성이 소환한 캄피오네스는 보물을 뺏기는데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추하게 기어 다닐 따름이었다.

적의 보물을 쥔 자가 생겨났기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린다.



-푸른 성, 붉은 성의 보물을 획득. 승리 조건 달성, 승리의 함성까지 10초.



승리 조건이 달성됐다.

앞으로 10초를 버티면 된다. 적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막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들의 영민한 대가리로 지금 이 고통이 무엇인지, 왜 아프고 왜 이렇게 기어 다녀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에게 보물이 들려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알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선다.



퀴다레스 히세(붉은 성): 일어나라, 멍청아.

그루만디르그(붉은 성): 누워 있을 때가 아니야.

기릭시온(붉은 성): 아파, 아파, 끄으으으으.

레오바이스(붉은 성): 지금, 이거 이상한데. #$#%$%에게서 정신신호가 들리지 않아······. 유령이라도 신호는 통할 텐데······?

퀴다레스 히세(붉은 성):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끊어지면 안 되는 거잖······안들려. 어째서. 어째서? 고통 때문에? 아까 때려서? 어, 어······제거되었다고?



기수가 아닌 한 보물을 들고 있는 캄피오네스는 공격을 받으면 보물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조금 긴장했지만, 긴장한 의미는 없었다. 적들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캄피오네스와 그에게 깃들어있던 에셀링크의 주민을 깨닫고 당황하고 있었으니까.

메로머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당황을 뒤로한 채 시스템 메시지는 전쟁의 끝을 알렸다.



-푸른 성, 승리! 적의 보물을 획득하셨습니다!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붉은 성이 산산조각 나 무너지고, 붉은 성이 소환한 캄피오네스는 빛에 휩싸였다가 다시금 소환의 전당으로 귀환한다. 의식이 깃들어있던 에셀링크는 본래의 정보생명체로 돌아갔을 것이다. 전신을 괴롭히던 끔찍한 고통조차 벗어던진 채.


······그러나 돌아간 이는 넷에 불과했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죽음을 알았다.


시련을 내린 [이니그마 일루전]이 전장이 지워지고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고 관계자들을 소환했다.

기계의 육신에 깃들어있는 적. 그리고 캄피오네스에 깃들었던 플레이어와 사령관인 나를 비롯한 서포터들까지.


“멋졌다! 최고의 시련이었다! 속고 속이고,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시련! 속임수를 써도 그것을 알지 못하면 정당하다는 서로의 약속이 있었기에 더욱 멋진 지략이 부딪쳐 이 같은 결과를 이끌었구나. 그 시련을 맞이하고 돌파한 이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시련에 무릎 꿇은 자를 비난하지 말지어다. 이 시련은 다음 맞설 위험과 위기 앞에 큰 자산이 될 테니.”


처음 보는 이니그마 일루전은 마치 투명한 판에 깃들어있는 홀로그램처럼 보였다. 광소하는 그의 소리는 크지 않았는데도 보는 이들 전원에게 들리고 있었다.


“이런 시련을 내린 나 또한 좀 더 위대해졌겠지! 모두가 좋은 결과를 맞이하여 기쁘기 짝이 없노라. 내 상품으로 내 건 두 개의 보물을 원에게, 그 중 이 시련을 겪겠다고 다짐한 그대에게 내린다.”


홀로그램은 정확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영광이로소이다.”


“영광일 수밖에! 핫핫핫!”


원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외세가 개새끼라 돌려 말하지 않는 종족, 이니그마 일루전은 내 말을 진정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저놈들과 얽히고 싶진 않아. 그런데 이니그마 일루전은 이 게임의 뒷면에서 일어난 전쟁을 알아차린 것처럼 보였다. ‘속고 속이고,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시련’이라니. 겉으로 드러나 있던 분쟁은 꽤나 정당했지 않은가. 윗면만 본 이들은 알지 못하는 표현에 저도 모르게 찜찜해졌다.


이니그마 일루전은 지들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기에 같잖은 시련 따위를 내리고.

우리와 같은 처지의, 에너지 펑펑 쓰다 검은 세계로 굴러 떨어진 얼간이면서도.

그게 열 받고 짜증나서 개새끼라 부른다.

······그렇지만 신이라 자처할 정도의 능력은 있다는 소리일까.

이번 일을 기억해두자.

정보생명체조차도 몰랐던 모략을 알고 있던 그들을.


“기쁜 날이다. 축제를 열어라. 환상축제다!”


패배한 측은 원하지도 않았을 축제가 열렸다.

이니그마 일루전이 손을 뻗자 만들어지는 온갖 요리들.


우리가 있던 공간이 넓어지더니 수천, 수만 명이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생겨나고, 인류가 먹을 수 있는 온갖 음식이 조리되어 나왔다.


이니그마 일루전이 손을 한 번 더 흩뿌리자 투명한 판 속에 깃들어있는 동족들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화톳불 위 공기처럼 일그러지는 풍경.

거기서 느껴지는 노곤함.


“축제가 끝날 때까지 몸이 피로하지 않을 것이다. 질려하는 일 없으리라. 배가 불러 일어나고, 소화가 너무 되어 볼일 보러 갈 일도 없게 되리라. 술을 마셔도 즐거울 정도만 취하고, 졸려도 하품 한 번 하면 잠이 달아날 것이니 이 날이 다할 때까지 마음껏 즐겨라!”


이니그마 일루전이 제공한 축제.

무한한 음식과 술, 그리고 노래와 춤. 볼거리 가득한 잔치.

거기에 피로해지지 않는 몸. 질리지 않는 마음. 배불러도 일어날 필요 없고 술을 마셔도 기분만 좋아지게 된다니.


그 축제를 벌이기 위해 사용한 현실조작 능력에 혀를 내두르는 건 나 뿐 만이 아니었다.


······정말 이놈들과는 엮이기 싫네.

살아 숨 쉬는 생물에게 상위 종족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하고 싶진 않은데, 저건 말 그대로 신에 가까울 정도의 능력 아닌가. 언젠가 인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이니그마 일루전처럼 128외세 중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다른 이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저들과 비등비등한 체급을 유지하는 걸까.


축제가 즐겁긴 했지만 걱정은 더 늘었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믿는다.


축제의 음식은 맛있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 싶은 것들도 잔뜩 있었고, 검은 세계에서 구한 생물로 만든 음식도 많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뻐하실까?


나는 위업을 쌓았다.

그만큼 돈으로 보상해달라고 한 다음 부모님께 과감히 쏘자.

나를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신 부모님.

일생 최고의 행운으로 큰돈을 쥐자 나에게 투자하신 부모님께서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남은 돈으로 편히 살아야겠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돈만 쓰고 살고 싶지만, 원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으니 그 일은 불가능할 테고.


나는 술잔을 들었다.

어린아이도 술은 마실 수 있다.

원은 술에 매우 비싼 가격을 매긴다고 들었다. 원의 술은 취하기는 하지만 몸을 축내지는 않기에 약술만 판다고 들었다. 그래서 비싼 걸까.


축제를 즐기는 한 취할 일도 없을 테니 한 잔 마셔보자. 술의 끔찍한 맛에 절반도 마시지 못했지만 순식간에 볼이 달아오르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기분.

술에는 온도인지, 도수인지가 있다던데 이건 상당히 높은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들었다.

우유 막걸리······우유처럼 위장해놓고 순식간에 사람을 꽐라로 만드는 지옥의 술이로구나.


정신이 멍해진 가운데 나는 이 축제를 열 수 있게 된 근본을 떠올렸다.

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지구가 검은 세계에 파전처럼 평면으로 달라붙지 않고 구체로 우주에 떠 있던 시절.


한 쓰레기가 있었다.

그 쓰레기는 게임을 했다.

게임만 했다. 불행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행의 더미 속에 사무쳐 게임만 하다 죽어버린 쓰레기였다.

그 쓰레기가 나의 전생이었다.

토하고 싶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의 지식 때문에 나는 오늘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쓰레기에게 칭찬할 생각은 없다.

삶을 그렇게 저버리고 기회를 날리고 슬픔에 매몰되어 비참하게 죽어버린 그 존재를 동정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말이지.”


그게 나의 지난날이었다고 생각하면.

조금만 더 도와주는 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만은 너를.”


나는 술을 담은 표주박을 들어 올리고 건배했다.


“너를······우웩.”


아, 멋진 엔딩 나올 줄 알았는데 토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7.16 00:22
    No. 1

    여기서 연중이라니.... 너무 슬픕니다. ㅠㅠ 그래도 다음 연재 기다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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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전생기억 각성자. (1) +2 22.05.11 49 7 11쪽
1 0> Prologue. +3 22.05.11 64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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