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alamander 님의 서재입니다.

원 나라 지옥 나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71
추천수 :
27
글자수 :
46,761

작성
22.05.17 11:32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2> 보물 성. (1)

DUMMY

2> 보물 성.




에셀링크가 수락했다.

그들은 전장 내 마련된 프로그램을 단 한 줄의 명령어도 빠짐없이 확인했고, 숨겨진 이득이나 함정이 없음을 인정했다. 만약 있다면 자신들이 못찾은 탓이라고. 우리 또한 서명했다.


그 후 이 완성된 ‘보물 성’이라는 무대의 정보를 보존한 후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요청했고, 원은 수락했다.


원과 에셀링크가 시련을 받겠다고 선언하고 2주 후.

에셀링크와 원은 [이니그마 일루전]이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을 시작했다.


이 대결은 합의된 전쟁.

때문에 전파방해 없이 원의 방송으로 중개되었다.

원이 전파를 쓰면 에셀링크는 마약 본 중독자처럼 달려들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인류가 모처럼 문명의 기술을 맛보며 볼 거리를 즐기는 가운데, 나는 선정된 일곱의 캄피오네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해야 할 일을 했고, 이뤄야 할 것을 이뤘으며, 요청해야 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지금부터의 일은 당신들에게 달렸습니다. 부디 이겨주세요.”


“물론 그럴 것이다.”


캄피오네스 중에는 켈로도 있었다.

나에게 이 무거운 제안을 던진 후 방관자로 물러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켈로는 스스로를 캄피오네스로 만들기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훈련하는 내도록 배불뚝이였던 그는 예쁘장한 여자 캐릭터가 되어 있어서 아직도 좀 어색하게 보였다.


“대원을 위해서. 푸른 성을 위해서!”


설정에 심취한 검사도 있었다.


“작전은 역시 들통 나지 않은 것 같네요.”


“[에셀링크]는 믿을 놈들이 못 되죠. 몸 없는 병신종족이 된 이유가 분명히 있다니까요.”


“시련의 영향일지도 모르지. [이니그마 일루전]은 배알 꼴리는 쓰레기지만, 그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 있으니까.”


“지들 잘난 체 하는데 쓰죠.”


비밀을 주고받는 이들.

끝까지 숨기고 있던 비밀도 이제 시련이 시작되자 풀려나왔다.


“성주라고 불러 드릴까요?”


그들은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나를 돌아보고 짓궂게 말했다. 전생기억 각성자가 되기 전까지 언감생심 말도 걸지 못했을 초인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실상 상관처럼 지내왔던 날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웃을 뻔 했다.

하지만 지금 웃어서는 멋이 없다.

나는 담담해보일 수 있도록 표정을 바꾸고는 그렇게 말을 건졌다.


“요즘 시대에 성주보다는 건물주죠.”


*


“······전장이 열렸다.”


아군의 푸른 성 주변을 제외하고 새카만 어둠으로 뒤덮인 전장.

적의 성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그 모습은 가려 있다. 다섯의 캄피오네스가 성문 앞에 서 있다가 다 같이 환호한다. 첫 시작 몇 분간만 주어지는 강화효과가 걸린다. 별 거 아닌 강화효과지만 이득이니 /환호 명령어를 눌러준다. 적도 이 기능을 알고 있었을까.


숨긴 건 아니다. 우리가 제공한 정보에 있다.

아예 정보생명체나 다름없는 [에셀링크]가 프로그램 언어로 짜인 이 가공의 세계를 모른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겠지.


놈들이 전장으로 내민 이 프로그램 세계, 그 지하에 처박아 놓은 ‘함정’을 통하지 않고도 다 안다고 자신만만해 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원의 사람이 지금 이 시련을 지켜보고 있다.

가공된 세계에서 펼쳐지는 시련이 마치 진짜 전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혼자 남아 사령부로 정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성 앞에 소환된 다섯의 캄피오네스가 각자 작전대로 움직인다. 그들 하나하나가 초인이기에 주저하는 일 따위 없다.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최적의 경로를 찾고, 최선의 방향으로 몹을 잡아 경험을 쌓는다. 레벨이 올라 자신에게 묶인 제약이 풀리면 더 많은 일을 위해 1초도 쉬지 않고 행동한다.


전장은 넓다.

그러나 초인이 작정하고 달리면 그리 멀게 느끼지는 않는다.

주변의 영역을 정리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던 그때, 켈로에게 닥친 붉은 빛이 있었다.

켈로는 자신과 비슷하게 양팔이 인공의수로 이루어진 캄피오네스가 되어 공격을 막았다.



바이올런스 디바(푸른 성): 뭐냐.

메로머신(붉은 성): 공격.



적이 공격해왔다.

AI로 수백 번을 시험해보고 초인의 영역에서 대응했지만 그래도 적에게는 밀렸다. 아군은 방어하고 공격했지만 적이 조금씩 이득을 보았다. 적은 프로그래머조차 제작할 수 없는 AI의 영역에서 움직였으니까.



메로머신(붉은 성): 성 안 부숴도 되겠는데.

메로머신(붉은 성): 특수 조건 2를 발동하면 되는 거 아닐까.



채팅을 막아둘 걸 그랬나.

아니, 기능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있다. 나는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사과주스를 마셨다.


아군의 캄피오네스가 전부 죽어 유령이 되면 적은 특수 조건 2가 활성화된다.

여섯 번째 캄피오네스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 밀리기 시작하면 끝장이었다.


켈로는 느리게 손해를 보면서도 짜온 전략을 활용했고, 푸른 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군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나갔다.


초반이라 적의 레벨이 낮아서 당장 처치할 수 없었을 뿐, 확실히 이득을 봤다. 저놈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땀이 주룩 하고 흘러내렸다.

지금은 안 된다.

참고 버텨야 한다.


아이템을 구입하고, 조합하고. 캄피오네스의 능력을 올리고 횃불을 구입하여 길목 길목마다 박아 넣는다. 이 전쟁에 중계진은 없다. 중립도 없기에 적의 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언뜻언뜻 비치는 적의 움직임을 보면 새카만 어둠을 대부분 제거하고 덜까만 어둠도 계속 제거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군도 레벨 업을 하고 길을 내기 위해 집중하던 때.


“어······?”


적 넷이 동시에 죽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


아주 예상하지 못한 작전은 아니었다.

유령일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분명 있으니까.

같은 편의 캄피오네스가 전부 죽으면 적에게 특수 조건이 채워지지만 넷만 죽으면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다. 하나 남은 캄피오네스의 위치를 우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때 살아남은 하나를 죽이면 우리가 극히 유리해지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잘 숨어 있는 걸까.

아니, 아니다. 놈들은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다.


“역시 이놈들은.”


쓴 웃음이 나온다. 그래, 그렇게 해라.

우리 편이 사방으로 흩어져 탐색하다 이내 포기하고 레벨 올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본다.


딱 한 명만은 작전에 따라 어떤 몹이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약해빠진 몹이 있다. 캄피오네스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는 적. 그러나 그 몹은 특수한 능력이 있다. 이 몹이 캄피오네스를 죽이면, 몹은 위험도가 오른다. 위험도는 곧 레벨이었다. 넷이나 되는 캄피오네스가 체력이 아주 조금만 남은 상태로 이 몹 앞에서 알짱대고 죽었다.


그들은 유령이 되었고, 유령 상태로 덜까만 어둠을 헤집으며 시야를 확보했다.

한편 몹은 강해졌다. 네 명이나 되는 캄피오네스를 죽인 대가로 위험도가 혼자 날뛰고 있었다.


약한 적. 그러나 강해질 수 있는 적.

캄피오네스 중에는 몹을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냥꾼이 있는가 하면, 몹을 이용할 수 있는 조련사도 있었다. 조련사를 적이 택했을 때,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 작전이 있었다.


예상대로, 몹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적이 아군의 영역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옆에는 강해진 몹이 있었다. 그 몹은 약하고, 조련사의 조련을 통해 지배당하는 존재였다. 레벨이 오른다고 본질이 바뀌진 않았다.


조련사는 몹을 길들여 아군에게 보냈다. 아군은 넷이나 되는 캄피오네스를 잡아먹고 강력해진 몹을 피해 달아났다.


달아나는 방향 쪽에, 어쩌면 착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화면의 일그러짐이 보인 것 같았다.


유령······.

적은 우리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풋.”



그럴 것 같았다.

알고 있다. 참고 기다릴 뿐.



우리가 상대해주지 않자 몹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아니, 돌아갈 것처럼 보였다. 허나 이 몹이 돌아가는 길은 차단되어 있었고, 몹은 가장 짧은 거리가 아닌 둘러서 돌아가게 됐다. 그 길목에, 돌아가는 길목에 다섯의 캄피오네스 전원이 동원되지 않으면 쓰러뜨리기 어려운 강력한 몹이 있었다.


······드래곤.

몹은 돌아가다 드래곤의 영역에 발을 내딛었고, 드래곤은 즉각 날아올라 몹을 공격했다.


“쓰라리네.”


이 또한 예상했던 전개였다. 우리는 이 게임을 만들면서 다수의 실력 있는 전략, 전술가에게 만약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가정을 세우게 했고 수많은 전략과 전술이 만들어졌다. 이 몹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몹이 죽인 캄피오네스가 하나일 때의 전략, 둘일 때의 전략, 셋일 때의 전략, 그리고 이번처럼 넷일 때의 전략. 그 전략도 수십 가지의 작전으로 나뉘었다. 아군에게 돌격시킬 때의 작전, 다르게 이용할 때의 작전, 드래곤에게 공격시킬 때의 작전.

그 작전 중 하나가 맞아 떨어졌다.


적은 유령 상태에서 풀리자마자 드래곤 사냥을 시작했다. 우리는 몹을 피해 달아났다가 다시 모이느라 시간을 약간 지체했다. 적은 이미 드래곤을 공격할 준비와, 원의 공격을 방어할 준비를 모두 마친 후였다.


강해진 몹과 드래곤이 싸우고, 몹이 쓰러졌지만 드래곤도 절반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 휴식하려던 드래곤에게 섬광탄을 터뜨려 추락시킨 적은 공격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일 때의 전략은 다섯 개가 있었다.


아군은 마치 기계와 같은 동작으로 작전을 시행했다.

적에게 드래곤을 넘긴다. 대신 사냥하는 동안 빠르게······.


······처음으로 전략이 흐트러졌다.

캄피오네스 전원의 기술과 능력치, 레벨 성장 후의 힘 등을 외웠지만 이들 조합 전부를 예상할 수는 없었으니까. 적은 드래곤 사냥에 전문적인 셋만 남기고 둘은 빠져서 우리의 작전을 헝클어뜨렸다.



메로머신(붉은 성): 나 기다렸어?



말을 걸어오는 적.

온전한 상태일 때는 다섯이 사냥해야 하는 드래곤은, 강해진 몹 때문에 피가 절반으로 줄어든 채였고 남은 세 캄피오네스가 잘 상대하고 있었다. 드래곤 사냥에 특화된. 혹은 그렇게 발전을 맞출 수 있는 이들로.


최초로 아군의 캄피오네스가 죽는다.

적이 발목 잡혔을 때 우리의 이득을 노리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질주했던 이가 발목이 붙들린 것이다.


탄식이 나온다.

한 번 무너진 균형추는 계속 밀려나고, 어느새 진땀을 흘리며 보길 10여분.

적은 드래곤을 사냥해서 이득을 많이 누렸는데 어느새 우리의 영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든 상태였다.


위축된 우리를 젖히고, 적 하나가 무모하게 달려든다.

뭐지? 갑자기 마우스가 맛이 갔나? 당황하는 것도 잠시, 놈은 아군의 보물이 숨어있는 푸른 성까지 달려왔고, 미약한 공격을 날렸다.


“이런!”


푸른 성의 공격을 받기 전에도 놈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게임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향하고 있다한들, 한 명의 캄피오네스가 아군의 본거지로 들어올 만큼 밀리지는 않았으니까. 허나 놈은 시기적절하게 피하고, 달아나고, 시야를 가리며 푸른 성에 공격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렇게 일격.

죽어가면서 남긴 피해. 그 피해로 무슨 작전이 펼쳐진 것인지 이해했다.


“이런 짓을 한다고!”


그때 놈들이 세 번째 특수 조건을 선언한다.

원래의 게임에서는 늘어나는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건이었다.


-붉은 성, 적군의 영역 30%를 점거, 적의 성에 피해. 특수 조건 3 달성, ‘기구’가 소환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원 나라 지옥 나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2> 보물 성. (3) +1 22.05.19 30 2 11쪽
9 2> 보물 성. (2) +1 22.05.18 25 3 11쪽
» 2> 보물 성. (1) 22.05.17 22 1 12쪽
7 1> 전생기억 각성자. (6) +1 22.05.16 22 2 12쪽
6 1> 전생기억 각성자. (5) +1 22.05.14 47 3 11쪽
5 1> 전생기억 각성자. (4) +2 22.05.13 32 2 11쪽
4 1> 전생기억 각성자. (3) +1 22.05.12 42 3 12쪽
3 1> 전생기억 각성자. (2) +1 22.05.11 39 1 11쪽
2 1> 전생기억 각성자. (1) +2 22.05.11 49 7 11쪽
1 0> Prologue. +3 22.05.11 64 3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